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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28화 (128/156)

128화

평온하다.

장사하며 얻은 스트레스나 찌든 때가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진심으로,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우리는 쉬러 왔으니까.

근데, 후우…….

컹! 컹컹! 아르르르르-

뭐라고 말만 하려고 하면 컹컹 짖더라.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사람 성질 돋울 정도로 말이다.

사실 반려견에 대한 방송을 보면 항상 결론은 똑같다.

개가 문제가 아니라 주인이 문제라는 것.

쉽게 표현하면 개만도 못한 새끼라는 거지.

“저기 혜리야. 괜찮겠니?”

혹시나 하고 물으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호석이 오빠도 본 적 있는데요?”

“어? 지…… 진짜?”

“그게 한 번 빡쳐서…….”

임혜리가 아차 싶어 얼버무리는데, 임수원이 눈치 없이 변명한다고 끼어들었다.

“형, 별일은 아닌데요. 어떤 미친 손님이 우리 누나 엉덩이를 움켜잡았었어요.”

“뭐? 이런 씨……!”

“하, 하하. 오빠. 지나간 일이에요.”

“지나고 뭐고 간에 그 새끼, 인생을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게 해버려야지!”

순간 진짜 화딱지가 났다. 감히 내 동생한테 그 지랄을 해?

“이미 다 정리된 일인데요.”

임혜리가 별거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더라.

길게 이야기하긴 그렇고, 하여간 나이를 처먹을 만큼 먹은 아재가 슬쩍 혜리를 더듬었단다. 간을 보듯 툭툭 건드리다가 엉덩이에 손을 뻗쳤다는 것이다.

그 순간, 빡친 혜리가 영수급 호랑이로 변했는데.

더 빠른 게 있었다.

정호석이 주방을 뛰어넘어서 주먹을 폭풍처럼 마구 날렸다는 거다.

빠바박, 빠박!

하여간 개떡만큼 처맞은 놈이 주둥이가 돌아간 상태로 튀었다.

하긴 어설픈 각성자는 그냥 쥐어 패는 정호석이니 감당하기 어려웠겠지.

문제는 그다음 날.

폭행 신고로 경찰이 찾아왔다.

아주 급이 높은 변호사까지 데려와서 폭행에 대해 고소하니 뭐니 지랄까지 했다더라.

하지만 펑!

관할 경찰서에서, 보다 정확히 말하면 경찰서장이 날렸다고.

게다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새끼 관련해서 탈탈 털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했다.

서장님, 고맙기는 한데 좀 과한 느낌입니다만.

어쨌든 녀석은 전과 8범.

그중에 미성년자 성추행이 몇 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 경우 경찰서장 특명이라 아주 소소한 것까지 다 캐냈다고 보면 된단다. 지금까지 돈으로 합의를 보긴 했는데, 그마저 막힌 상황이랄까.

어쨌든 경찰서장의 한마디로 결론이 나버렸고, 의혹 혹은 의심이 있던 수사가 다시 진행되었다.

실적도 안 되는 풋내기가 탈탈 털리기 시작한 것.

결국 잡히자마자 구속됐다.

재범 우려, 아니, 기타 등등을 포함해 여러 개가 물리면서 바로 구치소로 들어갔단다.

당연하게도 변호사가 난리 법석을 떨었지만 기묘하게도 경찰서장실에 불려 갔다 오더니 침묵했다고.

“수원아.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한 거야?”

“그게…… 호석이 형님이, 형 번거롭게 할 필요 없다고 해서요. 경찰서에서도 전화까지 와서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아오!”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근데 경찰서에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일상에 집중하란다.

혹시나 문제가 있으면 연락 달라면서 덧붙이면, 그걸 굳이 다른 데 알릴 사람은 없었겠지…….

“사실 그때 정신없이 바쁜 것도 있고요. 형도 내려와서 물만 먹고 가던 상황이라서요.”

“내가 그렇게 바빴었나?”

“형. 족발 뼈다귀 물고 자던 때였거든요.”

“커헉”

아…… 박정철과 이것저것 고민하던 시기였구나.

당시에는 족발 레시피에 슬쩍 참견해서 이래저래 고민 중이었으니까.

“됐고, 하여간……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다는 거네?”

“형이 하라고 하면, 개집에도 들어갑니다.”

임수원이 혀를 내밀며 헥헥거려 가며 말하는데, 이 자식은 흐음…… 표현이 그렇지만 진짜 개 같구나.

그 옆에서 임혜리도 약간 부끄럽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미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밀리터리, 아니, 국방색 망토로 슈트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엘리스 말대로 진형을 갖추고 옆 동을 찾아갔다.

* * *

“실례합니다.”

나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는데, 대뜸 돌아오는 말이 싸구려였다.

“뭔데?”

“뭐고?”

“누고?”

……이 새끼들은 기본적인 사회성이 결여됐나?

사람이 인사를 하면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야지.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주사기로 대가리에 꽂아 주입하고 싶을 정도로 대응이 개판이었다.

한마디로 띠껍다는 걸 대놓고 티를 낸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인사하러 왔으니 억지로 화를 참고 참았다.

“예. 사실 바로 옆 동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씨바, 끄지라!”

“가라고.”

“딱 보이 반반한 년들 몇 있네.”

나름 정중하게 한마디 하던 중 욕이 다발로 들어오더라.

또다시 인내심 스킬을 단련하는 느낌이군.

“크흠…… 그게 다름 아니라, 애들이 참 귀엽네요.”

슬쩍 시선을 돌려 개들을 봤는데, 한술 더 떴다.

이 새끼들이 군침을 다 흘리네?

내가 먹이냐?

솔직히 개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훈련을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실제로 사람을 한 번 이상 물어본 개는 위험했다.

괜히 미국이나 이런 곳에서 강제로 처분하는 게 아니란 거지.

“아무튼 옆 동인데요. 잠시 이야기 좀…….”

“할 거 없거든. 꺼지라.”

“그래도…….”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 그냥 가라.”

이렇게 말이 막히기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개들이 사람을 향해 크르릉거리는대도 웃고만 있더라.

빡침 지수가 조금씩 올라가네.

“아니, 저기…….”

“씹새야! 니도 우리 애들 보고 시끄럽다고 할 거 아이가. 됐다. 가라.”

“확, 마! 잦 같으면 물라 해버린다.”

“꺼지라!”

다시 한번 도전해 봤지만 대화 진행이 전혀 안 되더라.

답답한 마음에 한 번 확 해보려는데, 마침 전화가 울렸다. 관리실에 등록된 번호라 나한테 연락 온 것이다.

“예. 이야기하세요.”

목소리는 무척 다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쓰레기들 중에 두 명이 B급 헌터라고.

이 남해란 섬 아닌 섬의 특성상 상당히 귀중한 인물이라며 충돌을 피하라고 연락 온 것이다.

-예, 선생님.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물러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경비원이 간곡히 부탁을 하는데 열이 확 받았다.

정말 이토록 썩었나?

이걸 위해 내가 그 고생하면서 싸웠었나?

순간 분노가 치솟는데.

“오빠.”

누군가 내 손을 꽈악 잡았다.

가까스로 진정하며 옆을 돌아보니.

“치, 오빠! 이럴 것 같더라고요.”

“엘리스?”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요. 그건 그렇고, 이쪽은 대화가 안 통하나 봐요?”

헌터인지 양아치 나부랑인지는 모르겠는데 반응이 다채로웠다. 욕으로 랩을 하면 어지간한 방송 프로는 씹어 먹을 정도라고 해야 할까.

“어이, 아가씨. 그쪽에서 놀지 말고 오는 게…… 컥!”

어라?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네?

“이 새…… 푸!”

그냥 펑 하고 날아가더니 펜션 벽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그때 뒤쪽에 있던 한 녀석이 기겁을 하며 손으로 날 가리켰다.

“야! 물어!!”

동시에 사람만 한 사냥개 두 마리가 바닥을 박찼다.

그 뒤를 쫓아 남은 두 마리도 달려드는데.

“혜리야.”

“쿠황!”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 임혜리가 커다란 호랑이로 변하더니 바로 앞발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퍼퍽!

“수원아.”

“예. 헥헥.”

퍼억!

“끼잉…….”

“끄잉!! 끼이이잉…….”

뭔가 번쩍하더니 몸집을 집채만 하게 부풀린 임수원 늑대가 그냥 앞발만 휘둘러 바닥에 찍어 버렸다.

그 결과 내리 눌린 개들은 신음만 흘릴 뿐.

개들이 낑낑거렸지만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더라.

“후우, 얘들아. 정리하자. 저쪽으로.”

말이 끝나자마자 임수원은 개 두 마리를 덥석 물더니 고개를 휙 흔들었다.

지시를 내린 사람 앞으로 훅훅 던진 것이다.

임혜리 역시 마찬가지.

고개를 숙여 크르릉거리자, 사냥개 두 마리가 바로 머리를 박았다.

그 직후, 혜리가 손으로 툭툭 몰아서 두 마리를 한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깨뜨렸던 개들이 구석에 움츠렸다.

하지만 원인은 이게 아니란 거지.

“오빠. 저번처럼 사람 피떡으로 만들지 마세요.”

“어, 뭐라고?”

“전에 그랬잖아요. 팔다리 꺾고, 뒤집어 놓고 때리고, 때린 데 또 때리고, 칼로 뼈도 깎고, 그걸 또 딱지처럼 접어서 팽개…… 헙!”

다급히 엘리스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놈들이 사지를 떨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지 오들오들거렸던 것이다.

후우우웅-

거친 바람이 지나가며 흙먼지와 함께 숲을 벗어났다.

“크르렁…….”

“컹, 크헝.”

등 뒤에는 커다란 호랑이와 늑대가 있었다.

그것도 석기찬한테 사랑한다고 겁나게 협박해서 얻어낸 슈트를 입은.

애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도 수련해서 잘 적응해 놔 팽창력에 한계가 없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얘들도 성질난 모양.

거의 2층 주택 정도로 몸집을 부풀린 상태였으니까.

“야.”

“예? 아…… 예, 예. 말씀하십시오.”

“니가 개들보고 물라 그랬지?”

“아, 아닙니다.”

“내 귀는 장식이냐? 니가 나 잡으라고 손짓까지 했는데?”

이 사람은 손가락으로 정확히 내 목덜미를 가리켰다.

사냥개 두 마리가 동시에 튀어 오른 게 그래서였고.

사실 이런 경우 참 죄를 묻기가 어려웠다.

저 각성자인지 헌터 나부랭이인지 모를 새끼는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개한테 증언을 얻을 수 없으니까.

결국 살인 교사 입증이 불가능하니 무죄 판결이 난다.

괜히 개만…… 조용히 처리되겠지.

생각하니 짜증 나네.

“물어!”

“아악, 살려주세요.”

녀석이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괴수화로 몸을 거대 고양이…… 크흠, 호랑이처럼 바꾼 임혜리는 멈추지 않았다. 주위를 돌면서 혀를 날름거린 것이다.

아마 극단의 공포가 느껴지겠지?

그때 엘리스가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오빠! 물라고 하지 말고 씹으라고 해야죠.”

“그럼 죽는데?”

“죽어도 싼 거 아니었어요?”

“뭐, 그렇기는 한데…….”

국립공원 측에선 결국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즉, 우리보고 알아서 신변 보호 하라는 뜻.

근데 왜?

법을 어긴 건 저 새끼들이었다.

엄연히 출입 금지라 적혀 있는 걸 무시하고 커다란 대형 사냥개들을 들였고, 그걸로 주변을 위협까지 했다.

미안해하면 모를까. 오히려 사람들이 겁먹는 걸 즐거워하니, 성질이 안 나겠냐고.

“수원아.”

“크릉.”

“저 새끼 씹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 늑대 임수원이 움직였다.

거의 엘리베이터 입구보다 입을 크게 벌려 그대로 물어 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악!!”

그러고는 머리를 몇 번 흔들다 날려 버렸다.

내가 주먹을 날려 폔션에 처박힌 녀석 옆으로.

쿠왕! 펑, 우지직, 으드드득.

그렇게 헌터인지 모를 놈들이 한곳에 처박히자 임혜리가 활짝 웃었다.

주먹, 아니, 앞발로 툭툭 장난치듯이 두들겨 대면서.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대충 감으로, 저 새끼들이 살살 희롱했던 거겠지?

“혜리야, 그만하고 풀어.”

“이제 끝난 거예요?”

“일단 지금 상황은 끝난 건 맞고,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하잖아.”

슬쩍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긴,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시선이 집중된 상황 와중에 뜬금없이 호랑이랑 늑대가 나타나 작살을 내놨으니.

“에휴. 이럴 땐 고기 치료가 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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