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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29화 (129/156)

129화

“헉헉, 무슨 일이십니까?”

다급히 달려왔는지 경비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솔직히 짜증 났지만, 공원 경비가 무슨 죄가 있나 싶더라.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빡침이 올라와서 손을 심하게 쓴 것도 있었고.

“그저 자잘한 소란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제가 알아야…….”

경비 이영환이 주위를 살폈는데, 소란이 일어났다고 들었던 거에 비해서는 무척 조용했다. 오히려 여러 사람이 한쪽에서 고기를 굽고 요리까지 하고 있었으니 전혀 문제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 개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이영환이 가리킨 건 물에 축축 젖은 채 끼잉끼잉거리는 두 마리 사냥개와 대형견 둘이었다.

“아, 별건 아니고 갑자기 지리는 바람에 좀 씻겼습니다. 애들도 시원하고 좋다네요.”

“예?”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잔뜩 겁에 질린 기색이었다. 그저 이쪽을 보고 눈치만 살피고 있지 않은가.

더 황당한 건, 고기를 굽고 있는 이들이었다.

왜 옆 동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냐고!

“오호, 잘 아시는 분들인 모양입니다?”

“아, 저희 산림욕장 인근을 자주 방문해 주신은 손님들입니다만?”

“그럼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예? 아, 알겠습니다.”

다른 경비들에겐 잠시 쉬시라고 하고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인을 한쪽으로 이끌었다.

“유현성이라고 합니다.”

“예. 저는 경비 책임자인 이영환이라고 합니다.”

“아까 쟤들 뭐 하는 새끼들입니까?”

갑자기 거칠어진 분위기를 느꼈는지 이영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남해파라고 클랜을 운영하는 이들입니다.”

“아까 B급 헌터가 둘이라고 하셨죠?”

“예.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이 지역 유지의 아들입니다. 그 집안에 의원도 있어서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오호, 생각보다 대단하네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이 예상되더라.

유지의 아들이 돈을 대고, 지역 헌터들을 끌어모아 클랜을 만든 거겠지.

더불어 그 힘을 업고 마구 설치는 것일 테고.

“몇 명이나 되는데요?”

“규모는 작습니다. 대략 스물 전후로 알고 있습니다.”

“클랜이라면 한마디로 동네 양아치 패거리들이란 말이군요.”

“흐음,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녀석들도 절반 정도는 되니까요.”

남해군 자체는 작지 않지만 인구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집성촌이 몇 개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이웃들도 많았으니, 대충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람들이겠지.

그런 경우라면 클랜 권유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터.

“대충 알았습니다. 제가 적당히 사람 만들어 보내죠.”

“예?”

“솔직히 불만이 많았어요. 보자마자 대뜸 반말에 우리 일행을 희롱하기도 했고, 대형 사냥개들에게 절 덮치라고도 했거든요.”

“서, 설마 그렇게까지. 근데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마음이 다쳤죠. 몸이 다친 건 저쪽이고.”

이영환은 뭔가 짐작이 간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B급 헌터 둘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라면 보통 능력자는 아닐 테니까.

“하이 랭크의 헌터시군요.”

“대충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손님한테 마냥 맡겨두는 건 좀 불편하긴 하네요.”

“사실 저희도 몇 번 손을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능력에 한계가 명확해서…….”

대충 들어보니 이영환도 B급에 막 들어선 헌터라더라.

책임자인 자신을 제외하고 대부분 C급도 안 되는 수준의 일반 경비원이라는 것이다.

무력으로도 밀리는 상황에 지역 유지가 상부에 압력까지 넣었으니.

뭘 해보려고 해도 불가능하다나.

“이야, 생각보다 더 썩었네요.”

“이게 공무원들의 현실인 거죠.”

“하긴 지방이면 더 그럴 테니까. 가만? 이거 잘하면…….”

여길 소개시켜 준 군대 후임이 갑자기 떠오르네.

그 녀석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아니, 그 전에 일단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내 생각보다 더한 쓰레기들이었으니까.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돌아가 주시면 됩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귀찮게 하면 그 지역 유지란 인간 집부터 폭격해 버리면 되죠.”

“에엑?”

“그 집안에 의원도 있다고 했으니 오히려 더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고요.”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이럴 때 써먹을 친구가 있지 않는가.

헌터청 부청장 고요환.

녀석에게 엘리스에게 찝쩍거린 놈들이 있다고 전화 한 통만 날리면, 기꺼이 다 날려줄 테니까.

“하여간 제가 책임집니다.”

* * *

“참, 너희들. 생각보다 더한 쓰레기들이었네.”

세 녀석은 한창 고기를 굽다가 벌떡 차렷 자세를 취했다.

특히 엘리스에게 개소리를 하다 첫 방에 날아간 녀석은 더욱 딱딱한 자세였다.

아마도 녀석이 여기서 제일 강할 거다.

그랬기에 내 능력을 어느 정도 알아보는 것일 테고.

“너희들은 이제 이름이 없다.”

“예?”

“너 1호, 너 2호, 너 3호다. 어때, 마음에 들지?”

사냥개를 부리던 녀석이 순간 발끈해서 노려봤다.

참고로 녀석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아까 임수원과 임혜리에게 장난감 공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다른 개들처럼 오줌을 지렸지.

“아니. 무슨 C…….”

“예. 저는 1호입니다.”

“저, 저도 2호.”

다소 반항끼를 보였던 놈도 눈치는 있었는지 어설프게 대답했다.

“……3호 하겠습니다.”

“좋다. 1호, 신상 소개해 봐.”

“1호 이은…….”

“이름은 1호라니까?”

“예. 1호, 20살에 각성해 올해 24살이고 B랭크에 올랐습니다. 특기는 신체 강화입니다.”

“흐음, B랭크 신체 강화라. 그럼 탁 쳐도 죽겠네?”

“헙!”

“A랭크도 퍽 치면 죽는데? 불만 있어?”

“아닙니다.”

일단 내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제일 센 놈부터 밟는 게 정성이겠지.

“넌 고기 구워라. 그리고 2호.”

“예. 2호. 18살에 각성했고 24살에 B랭크에 올랐습니다. 특기는 속도를 살린 은신입니다.”

“넌 톡 쳐도 죽겠구나.”

“흡! 예. 그렇습니다.”

자신보다 강한 1호가 찍소리도 못하는 걸 봤으니, 게다가 본인도 한 방에 날아갔다.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고.

“너도 고기 구워. 마지막 3호.”

“예. 3호.”

“야 이, 개새끼야. 아니, 개들이 무슨 죄냐. 그럼 뭐라고 욕을 해야 제대로 부르는 거지?”

내 격한 반응에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기분이 드는 걸 어떡하나.

“그, 그게 왜 저만…….”

“자기 개한테 사람을 물라고 시키는 놈이 그럼 제정신인 놈이냐?”

“그건 실수…….”

“말대꾸하지 마라. 그냥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저희 아버지가…….”

“뭐, 지역 유지? 집안에 의원이 있다고?”

“헙.”

내 살기에 3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개 입마개도 안 채우고 오히려 위협하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더라. 너 같은 변태는 그대로 당해봐야 정신이 돌아올걸.”

“예?”

“1호, 2호. 저 새끼 옷 벗겨. 그런 뒤 저 기둥에 묶은 다음 고기를 적당히 감아줘라.”

“서, 설마?”

“그래, 네가 키운 개들이 뜯어먹겠지. 아울러 네 살점도.”

“히엑. 도, 도망……!”

진짜 3호는 기겁을 했는지 몸을 돌렸다.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 고기 굽던 집게를 던져 버렸다.

퍽.

등허리 위를 정통으로 맞히자, 3호는 그 자리에서 굴러 버렸다.

C급도 안 되는 수준이니 숨이 턱 막히겠지.

“크헉, 컥.”

천천히 다가가 상의를 뜯어버렸다.

그런 다음 기둥 쪽으로 던졌다.

“큭, 아, 안 됩니다.”

“내가 하면 돼.”

“제발…… 살려 주세요.”

3호를 붙잡아 찢은 상의로 뒤로 꺾은 손목을 묶어버렸다.

곧 녀석은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리더라.

1호와 2호는 그저 질린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설마 진짜 할까 싶었겠지.

하지만 이런 일은 적당히 하면 안 된다. 그동안 했던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 자신이 직접 당해봐야 아는 것이다.

“으음, 고기 잘 익었네.”

3호를 향해 대충대충 고기를 걸쳐놓았다.

특히 남자의 상징 쪽에 여러 겹을 올리자 마구 발광하더라.

“마비.”

딱 한마디에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고기가 떨어지면 아까우니까.

그다음 사냥개들을 쳐다봤다.

“자! 먹어.”

잠시 눈치를 보던 사냥개들이었지만,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임혜리와 임수원은 D급 수준.

하지만 급이 낮은 거지 격이 낮은 건 아니었다. 그건 사냥개와 마수의 차이이기에 자연스레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크르르릉…….

사냥개 둘이 먼저 움직였다. 주춤주춤했지만 익숙한 고기 냄새가 자연스럽게 발길을 이끈 것.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아무리 주인이지만, 더 절대(?)적인 존재들에게 무릎을 꿇은 이상 더는 명령을 듣지 않았다.

어느새 3호의 코앞까지 다가선 사냥개들.

그때 1호와 2호가 서둘러 다가왔다.

“저,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예에……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슬쩍 두 녀석을 노려보며 살기를 뿌렸다.

“너희들도 당해볼래?”

“헙.”

“제발, 그래도…….”

의리는 있는 것 같지만, 이건 그 이전의 문제였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짓을 못 하게 막는 게 진짜 의리겠지.

“자, 상상해 봐. 저 녀석은 쉽게 죽지 못할 거야. 어깨에서 출혈이 일어날 거고, 상체 하체 가릴 것 없이 물리겠지. 거시기도 날아갈 거고.”

저 남미에서 갱단들이 강간범들을 처벌할 때 쓰는 방법이라고 본 적이 있었다.

진짜 무서운 사냥개가 남자 거기만을 집요하게 물어뜯어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

솔직히 같은 남자로서 소름이 돋더라.

“한 십여 분 정도 물리고 뜯기면 어떻게 될까?”

“그, 그게…….”

“피를 철철 흘리고 죽겠지. 그 직후 난 사람 고기 맛을 본 저 개들도 죽일 거고. 어쩌면 입막음을 할 수도 있겠지.”

1호는 그 의미를 대번 깨달은 모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2호 역시 눈치를 챘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윽, 돌아보니 3호는 거의 기절한 상태였다.

사냥개 하나가 고기를 덥석 무는데 놀라서 의식이 날아간 모양이었다.

“쯔, 담도 약한 놈이…… 뭐, 오늘은 놀러 온 즐거운 날이니까. 이 정도만 하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3호의 구속이 풀렸다.

“너희들은 저 녀석 씻겨서 다시 데려와라.”

“예. 예!! 알겠습니다.”

1호와 2호의 부축을 받아 3호가 사라진 뒤, 사냥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앞으로도 절대 사람은 공격하지 마! 알겠지?”

사냥개들은 그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 직접 때려넣은 명령이었으니 미치지 않는 이상은 거부하지 못할 터.

특히 3호 같은 경우, 이 일이 트라우마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진 않겠지?

그래도 불안해서 보험을 하나 들기로 했다.

* * *

“어, 영식이냐?”

-예. 조장.

“이젠 그냥 형님이라 불러라. 근데 너 요즘 뭐 하냐?”

박영식은 잠시 말이 없었다.

대충 이상도를 통해 듣기로 제대하고 쉬고 있다고.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한동안 쉬려고요.

“오, 그래? 너 잠시 일 하나 안 해볼래?”

-예? 무슨 뜬금없이…….

“딱히 어려운 건 아니고, 하루 두 번만 순찰 돌면 되는 일인데.”

박영식의 특기는…… 얼굴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별다른 행동 없이도 사람을 쫓아낼 수 있다는 거지.

근데 성격은 순박하고 정이 많았다.

역시나 예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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