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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37화 (137/156)

137화

“으으, 그거 정말이야?”

“예. 각기 엘리오스 마을에 와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이참에 다 같이 보기로 했어요.”

엘리스가 방긋 웃었다.

하지만 이건 심각한 일이었다.

아니, 위험한 일이겠지.

엘프족, 백곰족, 전사 오거, 비무장 지대의 펜릴까지는 괜찮다. 환경에 적응을 했는지 2~3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으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화가 통한다는 점이었다.

남은 두 일족은…… 하아. 이거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네.

한 종족은 날씬한 드워프라 해야 하나, 외형상으로는 인간과 흡사했는데 소인족 느낌이었다.

남자 평균 신장이 160㎝ 정도, 여자는 150㎝로 보면 된다.

실제로 손재주가 좋아 이런저런 물건을 만들어 팔았고, 공방과 행상을 겸했다더라.

어쨌든 이들에게는 한동안 원망을 들어야 했다.

우리 쪽 세상으로 넘어오고 나서 과학을 접한 뒤, 대부분 절망에 빠졌던 것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나?

결국 술 진탕 마시고 수시로 패싸움을 벌여서 상당히 골치 아팠지.

마지막 일족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뱀파이어였다.

물론 실제로 사람을 잡아 피를 빠는 건 아니었지만 다들 야행성이었다.

잠도 관짝 비슷한 곳에서 자고.

대충 다섯뿐인 일가족인 이들의 문제는 부부의 이란성 쌍둥이 아이들이었다.

아마 날 보면 분명히 싸우자고 하겠지. 이쪽으로 넘어올 때 겁나게 두들겨 팬 뒤로 몇 번이나 대결을 신청했으니까.

특히 중요한 건 평범한 인간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거다.

“딜과 디는…… 적응을 좀 했으려나 모르겠네.”

마지막 소식은 경기도 어디서 가족끼리 편의점을 운영한다고 하더라.

“왜요? 걱정돼요?”

“괜한 분란이 휘말리는 건 극구 사절이거든. 나도 이젠 군인도 아니고. 근데 진짜 무슨 사고 터진 건 아니지?”

“흐음, 그런 거려나?”

엘리스의 모호한 말은 꼭 사건을 불러오더라.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몰라, 하여간 난 돌아가면 바빠. 찾을 생각 하지 마.”

일단 정태수와 함께 우리 강 여사님 부탁을 들어주고, 3호점 준비하고 그러면 한 달이 후딱 간다.

모임은 그 직후라니, 일 핑계 대고 빠져야지.

가만? 동북 전망대는 얼마나 진행됐으려나. 그리고 김요성 대표도 만나 봐야 하는데.

아마 그렇게 연말 지나고 나면 내년에 현아 결혼식도 있었다.

“진짜 일복이 터졌네.”

아마 어제 오늘의 재충전으로 머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정말 돌아 버렸을지도 몰랐다.

“오빠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 가면 돼요.”

“그거 예언이야? 조언이야?”

“그야 하기 나름이죠. 헤헤.”

그러면서 슬쩍 머리를 기대는데, 진짜 웃는 얼굴 쥐어박을 수도 없고.

묘하게 신경 쓰였다.

근데 말은 맞는 것 같더라.

하나하나 해 나가면 어떻게든 길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조온달이 운전하는 버스는 석양이 퍼질 즈음에 행복 분식 앞에 도착했다.

근데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모인 김에 한 잔 더 합시다!”

원흉은 바로 현지였다.

아오! 독한 년 같으니라고.

결국 술자리는 삼겹살, 치맥에 이어 야식 족발 보쌈으로 집에서 3차까지 이어지더라.

내 이럴 줄 알았지.

* * *

“역시 깨끗하니까 보기 좋네.”

결국 오늘은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위생, 청결을 강조했지만 한 번씩 싹 밀어주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되더라.

“으으, 생각만 해도 놀라웠지.”

그날 현지는 강 여사의 스파이크를 맞으면서도 꿋꿋이 족발과 소주를 입에 우겨넣었다.

결국 바로 기절시켜서 재우긴 했는데 그때가 새벽 두 시 반.

결국 피로와 숙취 때문에 하루 더 쉬기로 했다.

다들 찬성, 대신 그 다음날 대청소를 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어디 더 치울 거 없나?”

입구부터 뒤편 홀까지, 그리고 다락방도 삭 훑었는데 딱히 손댈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확인하고 내려오니, 막 정태수가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형, 저 왔어요.”

“어, 왔어? 믹스, 괜찮지?”

“옙.”

바로 맞은편이니 기어와도 5분 안 걸린다. 근데 손님이 많아 바빴는지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앉아 있어.”

가볍게 아이스커피 네 잔을 타며 정호석하고 이호영에게 쉬고 있으라고 했다.

그 직후, 정태수에게 커피를 건넸다.

“근데 혜리 누나랑 수원이는요?”

“아! 둘은 집 청소.”

“저…… 형, 메뉴 생각한 거 있어요?”

“후보가 몇 개 있는데, 좀 고민되긴 하네.”

청소 전에 양산으로 간 국수집 박동선 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현성아? 그래 무슨 일이야?

“사모님은 괜찮으신가 하고 연락드려봤습니다.”

-허허, 아주 좋아졌어. 한의원도 다니고 산책도 하고 그러는데, 요즘엔 잘 웃어.

“아! 다행이네요.”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라고 하고, 한의원에서는 일종의 울화병이래. 가슴에 화가 쌓이니까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일시적으로 보인 증상이라더라고.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거동에는 문제없고 기억 부분도 돌아오고 있으니까 걱정 말어.

그렇게 짧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 정태수가 고민하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기존에 봉사활동을 하던 사람이 바로 국숫집 여사장님이었다. 거의 십수 년을 꾸준히 이어가다 그만두게 되면서 이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봉사 단체 관계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국 이래저래 수소문하다 노인복지관에 문의했고, 덕순 할머니가 알게 된 거다.

그게 태수에게 이어진 거지.

이제야 국숫집 메뉴가 왜 그런 건지 깨닫게 되더라.

아마도 어르신들 입맛에는 실곤약 밀면이나 단호박 국수가 잘 맞았겠지. 많이 안 씹어도 되고 후루룩 넘길 수 있으니까.

-현성아, 어르신들도 국수 말고 고기 좋아해. 우리 재호 엄마도 한 번씩 고기국수 해서 갔는데 다들 좋다고 하더라고.

“그, 제주도 고기국수요?”

잠깐 뜸을 들이는 걸 보니 직접 물어보는 것 같았다.

-아! 그건 아니고, 오래 삶았다 해도 두꺼운 고기는 부담스러워서 해서, 얇은 대패 삼겹살을 구워서 올렸다네. 정확한 조리법은 기억 안 나는데, 그건 확실하대.

“육수는요?”

-아마, 가게에서 썼던 멸치 육수겠지?

맑은 국물에 기름기 많은 대패 삼겹살이라?

암만 생각해도 이게 어울리려나 싶었다.

물론 차돌박이 비빔국수 같은 게 있으니 국물을 조금 섞어서 양념을 순하게 하면 어찌 될 것도 같기는 했다.

“혹시 물비빔에 가까운가요?”

-어? 어, 그렇다고 하네. 육수를 자작하게 넣고 하면 괜찮다고 하더라고. 근데 양념장 베이스는 간장이라고 하더라고.

“아! 예.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끊자마자 애들이 왔고, 바로 청소에 들어간 거다.

“대충 통화 내용은 그런 거였어.”

“그럼 차돌박이 간장 비빔국수네요?”

“일단은 그렇다고 보는데, 난 포인트를 좀 다르게 잡고 싶더라고.”

“예? 왜요?”

“요즘은 흔하잖아. 그렇다고 매운 비빔으로 하기도 좀 그렇고. 거기다 뭔가 확실하게 그려지지가 않더라고.”

잠시 생각해 보니 박동선 아저씨가 한 말이 다시 떠오르더라.

어르신들도 고기 좋아한다고.

“결국은 늘 먹는 국수 맛보다 부드러운 고기가 좋다는 건데…….”

“부드러운 고기라면 수육이나 보쌈을 말하는 거잖아요.”

“얇은 고기는 그렇게 삶듯이 조리하면 맛없어. 육즙이나 기름이 다 빠져 버리거든. 너 대패 삼겹 그렇게 삶아 먹는 사람 봤니?”

“아! 그렇긴 하네요. 근데 다이어트 삼겹 수육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건 찌는 거고.”

얼마 전 방송에서 그 요리가 나오긴 했다.

찜기 아래 각종 부추와 양파, 배추 같은 걸 깔고 마지막에 대패 삼겹살을 넣는다. 그대로 쩌 주면 기름이 빠지며 부드러운 수육이 되긴 하더라.

문제는 300인분 가까이 된다는 점이었다.

찜은 바로 먹어야 맛이 나는데, 그걸 어느 세월에 다 찌고 있겠나.

“일단 우리는 부드러운 고기에 집중하자. 도시락에 가까운 한 그릇 요리니까 조리법도 좀 생각해 보고.”

“알았어요. 아! 그리고 연락이 왔는데 밥차 형식으로 한 대 지원 받기로 했다더라고요 하더라고요.”

“으음. 밥차라.”

“큰 건 아니고 푸드 트럭 정도로 보면 된다고.”

역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는구나.

결국 전날 반조리 형식으로 만들어서 바로 데워서 나가야 한다는 건데.

하지만 고기는 한 번 식히면 딱딱해지고 냄새가 난다.

“아! 가능한 게 있기는 하다. 근데 이게 되려나 모르겠네.”

“예? 뭔데요?”

“서양식 장조림 덮밥!”

내 말에 정태수는 그저 눈만 깜빡거리더라.

하지만 예상한 게 맞다면, 제법 근사한 요리가 나올 것 같았다.

* * *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데?”

정태수가 포털에 몇 번이나 검색 해봤는데, 암만 찾아봐도 비슷한 건 보이지 않더라. 게다가 일반 장조림 덮밥 비슷한 게 있는데 일일이 가위로 잘라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갔다.

“무엇보다 소고기로는 단가를 맞출 수 없단 말이지.”

결국 부드러운 돼지고기에 소스가 첨가된 덮밥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동시에 대량 조리도 가능해야 하고.

“으아.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정태수가 며칠 동안 머리를 쥐어뜯는 사이, 행복 분식이 리뉴얼 오픈을 준비했다.

“특제 라면은 그대로 간다. 불라면은 0.5단계를 1단계로 하고 최종 4단계까지로 하고.”

일단 메뉴판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설명도 더 자세하게 하고, 테이블마다 스마트 패드도 설치했다.

직접 주문도 받지만 가능하면 이쪽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절반 이상이 단골인 데다 대부분 젊은 사람이니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실제로 식당가를 운영해 보니 사람 한 명이 덜 움직이는 만큼 다른 이들이 편해졌던 것이다.

“장어묵 덮밥은 토핑 양을 좀 더 늘리자. 메인 메뉴이기도 하지만 제일 가격이 높으니까.”

몇 번 테스트해 보니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겨울 시즌이 코앞이니 냉라면 두 종류는 당분간 빼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한 5월 중순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문제는 김밥인데, 500원 정도 올려도 되지 않을까?”

돈을 더 벌려는 게 아니라 인근하고 기준을 맞출 생각이었다. 불과 몇 달 사이 주변 가게들 김밥값이 많이 오른 탓이었다.

기본 김밥이라고 나오는 게 최소 2.000원.

퀄리티는 우리 가게에 한참 못 미친다.

게다가 박문수 아저씨가 한 소리 하더라.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2,500원은 비싼 것도 아니라고, 대신 포장까지 해보란다.

손이 많이 간다 싶었는데, 임혜리를 제외하고 다들 능숙하게 마는 게 가능해서 괜찮을 것 같았다.

대신 포장 포함 200줄 이상은 팔지 않기로 했다.

“그럼 저녁 영업은 어떻게 할까?”

계획이 조금 변경되어서 정호석과 이호영, 임혜리는 3호점으로 뺄 예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늦게까지 영업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테지.

“그래, 예약제로 수요일, 금요일만 받자.”

이렇게 결정한 건 이유가 있었다.

아오, 술손님 중에 무슨 진상들이 이렇게 많은지, 그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호석의 덩치 덕에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자칫 다치는 사람이 나올 뻔도 했다니까.

그래. 이게 맞는 거겠지.

“흐아아암, 그래도 하나하나씩 풀어가니 어느 정도 끝이 보이긴 하네.”

이제 필요한 건 전문가였다.

난 폰을 들었다.

“예. 삼촌. 시간 언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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