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38화 (138/156)

138화

“흐음. 이전과 다른 콘셉트라.”

곽준열 삼촌은 여전히 하얀 셔츠에 검은 팔토시를 고집했다. 거기에 살집이 좀 붙었지만 키가 190에 가까웠으니 제법 건장한 체격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전보다 더 팬더곰처럼 보였다.

잠시지만 어쩌면 백곰족의 피를 이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너 무슨 생각 하냐?”

기습적인 물음에 순간 뜨끔했지만 태연히 대꾸했다.

“삼촌이라면 얼마나 멋지게 꾸며줄까 싶어서요.”

“하! 하하하하. 그렇지. 내 실력을 믿으라고.”

“예. 이제 거의 일 년 반이나 됐으니까 조금 분위기를 바꿔볼까 하는데,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곽준열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구로 향했다. 거기서 몸을 돌리더니 행복 분식 전체를 스캔하듯이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노랑에서 주황색으로, 다시 붉은 계열은 식욕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 대신 손님들이 시끄러워지는 경향도 있어.”

“왜 그런 거죠?”

“분위기 자체가 사람을 들뜨게 만들거든.”

과연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전문가 말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보통 컬러리스트, 그러니까 색채 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해. 다만 인테리어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도 있어.”

“그게 무슨 차이인 거죠?”

“컬러리스트는 색의 감성을 우선하고, 인테리어는 공간을 우선하거든.”

삼촌답게 이후로도 설명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아! 질문하지 말 걸 그랬다.

대충 요약하면 컬러리스트 자격증 하나만 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패션, 미용, 건축, 디자인 등등…… 하여간 관련자들이 추가로 따는 거란다.

하지만 각 업종에 따라 적용하는 게 다르다, 이거다.

“외부는 파란 톤에 노란색 포인트고, 초창기 내부는 넓게 보이기 위해 파랑과 흰색을 섞었지. 2홀 확장 공사할 때 1홀에 주황색과 노란색 포인트를 추가한 게 그래서거든. 어쨌든…….”

이어진 긴 설명을 짧게 해석하면 바깥은 이렇게, 이렇게 느낌이고, 내부는 흰여울마을 느낌의 감성을 가져왔다는 말.

그걸로 좁은 가게를 크게 보이게 했는데, 2홀까지 넓히면서 필요성이 없어졌다. 그래서 1홀은 식욕을 올리는 주황색 계열의 포인트를 팍팍 넣었다는 거지.

하아, 지친다.

“삼촌, 겨, 결론은 뭔가요?”

“흠,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지.”

“그 말을 하려고 15분 동안 설명한 거예요?”

“원한다면 두 배로 늘려줄 수도 있어.”

이것도 신종 고문 기술인가.

하지만 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니 무조건 말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예산을 팍 줄이면요?”

“장식을 몇 개 놓고, 포인트 부분 일부 도색 정도? 근데 너 돈 많이 벌었다고 소문났던데? 이럴 때 팍팍 써.”

“크흐, 그럼 최선은요.”

“올 화이트. 근데 이게 은근히 장점이 많다. 일단…….”

또 사람 지치게 하는 설명이 시작됐다.

일단 고급스러워 보이고 깔끔하다.

조리 화구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제외하고 주방 전체를 그렇게 꾸민다. 그러면 입구에서부터 손님에게 청결함과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 벽 부분은 깔끔한 화이트로 도색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뭔가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솔깃하더라.

어쨌든 중간중간 이상한 용어들이 나와서 살짝 걸러 들었더니 궁금한 게 생각났다.

“주방을 어떻게 하겠다고요?”

“천연 대리석은 엄청나게 비싸거든. 게다가 주방에서는 더 안 좋고. 관리도 힘들어. 그래서 가짜 대리석을 쓰자니까.”

“가짜요?”

“보이기는 진짜랑 크게 구별 안 가. 그것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제일 저렴한 건 대리석 문양의 코팅 필름 작업.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뜨거운 음식과 자주 접할수록 빨리 터지고 갈라지니 추천하지 않는단다.

다음 단계는 코팅 필름 위에 유리판을 올리는 것.

그 역시 권하기 어려운 것이 가능하면 통으로 해야 예쁜데, 깨지면 위험하다.

“그래서 가짜 대리석을 쓰겠다는 거죠?”

“말은 그렇지만 세라믹 대리석이야. 압축해서 고온에 구운 거라 내구성도 좋고. 여기에 광택까지 내면 진짜와 거의 구분이 불가능하지.”

칼질에도 버티고, 흠집에 강하고, 청소하기 편하다.

특히 중요한 건 이거였다.

아주 오래 쓸 수 있다는 것.

“오, 그래요?”

“대충 이 정도 주방이면, 조리 공간 부분은 타일로 하면 될 거고. 나머지만 교체하면 견적은 400에서 600 정도? 기타 비용까지 계산해도 천은 안 넘을 거야. 잘 아는 거래처가 있거든.”

그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어떤 식으로 들어갈 건데요?”

“전면 바는 상판만 올 교체. 나머지는 코팅 도색으로 마무리. 정문에서 보이는 반향의 집기들은 고급 화이트 필름, 벽체는 도색으로.”

“그럼 며칠이나 걸릴까요?”

“글쎄. 빠르면 일주일이면 가능하겠지. 아, 2홀에도 조경이 좀 들어가는 그건 천천히 해도 되는 부분이고.”

정확한 견적은 뽑아봐야 알겠지만, 대략 1,500만 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또 이미 작업한 도면이 있으니 견적 바로 나올 거고 바로 주문 들어가면 사흘 안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너니까 특별히 이렇게 해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어림도 없다고.”

“그러니까 제가 삼촌부터 찾은 거죠.”

“메뉴판은 서비스로 해준다. 기타 필요한 것도 뽑아주마. 어때? 할 거냐?”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예. 삼촌, 콜 하겠습니다.”

그 즉시, 이전처럼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곽준열이었다.

“그럼 사장님. 입금만 확실히 부탁드립니다!”

* * *

슈우웅, 위이잉.

뚝딱- 뚝딱-

정확히 사흘 뒤, 자재들이 들이닥쳤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곽준열 삼촌이 말하더라.

“이게 다 평소에 거래처들한테 잘한 덕이지. 특히 난 돈 계산은 칼같이 해주거든.”

확실히 인맥이 만들어낸 속도는 어마어마하구나.

1홀과 2홀 사이의 통로에 두꺼운 천이 2중으로 쳐졌다. 먼지가 들어가는 걸 방지하고 행여나 페인트가 튈까 봐서였다.

이후 곽준열의 지시대로 각 파트가 움직이더라.

포인트마다 마스킹 테이프가 붙고, 정면 좌측 바 상판이 뜯어졌다.

당연히 그 아래 있는 건 각종 재료가 들어간 냉장고들. 그사이 사이에 스틸 기둥이 들어가고 인부들이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 반대편 손님들 바에도 작업이 들어갔는데, 2중 도색에 또 광택이 어쩌고 해서 그런가 넘어갔다.

뭐, 삼촌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사실 상담한 그날 저녁 바로 폰으로 3D 도면을 받았다.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바로 진행해달라고 했다.

곽준열 삼촌은 그 즉시 주문.

다음 날 거래처에서 준비한 것들을 발송.

이튿날 받아 저녁 늦게까지 확인한 뒤, 오늘 가져온 것이다.

그사이 믿을 수 있는 전문 인력들까지 구했다고 하더라. 나중에 들었는데, 급한 일이라며 일당을 더 쳐주기로 했다나.

어쨌든 현장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봐도 모른다.

특히 곽준열 삼촌의 자화자찬을 거듭하는 긴 설명이 너무도 두려웠다.

해서 호출하면 들르기로 하고 나와 정호석, 이호영은 칼국숫집 일을 조금 거들기로 했다.

음식 하는 것도 감각이라고 오래 쉬면 몸이 녹이 스니까.

임혜리와 임수원에게는 따로 휴식을 가장한 밀명(?)을 내렸다.

“휴우, 이제야 겨우 점심 장사가 끝났네요.”

정태호는 몇 번이나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손을 닦은 이성남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 주더라.

사실 칼국수 반죽하고 홍두깨로 밀어서 써는 건 상당한 육체노동이었다. 때문에 여기도 브레이크 타임을 두기로 했는데, 덕순 할머니는 흔쾌히 허락하더라.

아무래도 손자가 걱정되어서겠지.

근데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내가 할 때야 손님들도 드문드문이고, 좀 늦어도 기다려 주니까 크게 힘들진 않았지. 근데 요즘은 다르잖아. 가게 수리하고 손님들도 대여섯 배는 늘어났으니 좀 쉬어가면서 해야지.”

역시, 연륜이 주는 해석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너희들은 들어가서 쉬어.”

“아닙니다. 형님. 저 만두 빚는 거만 좀 도와주다 가겠습니다.”

“예. 저도요.”

이것도 배움이라고 해본다고 하니 말리기도 그랬다.

원래 여기 손만두는 치수 식품에서 만든 거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좀 더 가공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직접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건 정태수의 고민 때문이었다.

“형, 메뉴를 좀 늘리고 싶어요.”

“흐음. 칼국수, 비빔칼국수 하고 만두 하고 있지? 여름에는 냉칼국수 정도고.”

“예. 그래서인지 뭔가 확장성 같은 게 조금 아쉽더라고요. 팍! 오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치수 쪽에서 받아 올 건 없어?”

“몇 번 이야기해 봤는데 치수 말로는 지금 나가는 물량도 빠듯하다고 하더라고요. 금 사장님도 라인 늘리기 힘들다고.”

특별히 손이 가지 않고, 지금 주방에서 무리가 없는 선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한참을 고민한 끝에 몇 개가 떠올랐다.

“일단 가래떡만 받아서 떡국으로 가자. 육수야 그대로 쓰고, 계란물만 풀어놓으면 되니까.”

“아! 어차피 양념장은 손님이 알아서 넣으니 괜찮을 것 같긴 하네요”

그 직후 눈에 들어온 게 홍두깨와 바로 만두였다.

“너, 만두피 만들어 봤니?”

“당연하죠. 명절마다 할머니 거들면서 해봤…… 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럼 만두 속은 그대로 받아오기로 하고, 피를 직접 만들어 볼래? 처음부터 다 할 생각은 하지 말고 소량으로.”

“그게 될까요?”

“하루 20그릇 한정 메뉴로 만두국을 추가하는 거지. 잘 되면 떡만둣국도 가능하고.”

사실 치수 식품에서 나름 상급의 만두를 받아 오고 있었지만, 그건 냉동이었다.

현실적으로 당일 제작 당일 출고가 어려워서다.

때문에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얼린 뒤 일주일에 두세 번 납품하는 것이다.

특히 만두피의 두께가 찐만두, 군만두용이었다.

즉, 국물 요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지.

한참을 생각하던 정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당일 반죽을 싸서 찌는 게 맛에서 좀 더 좋겠죠.”

“그래. 치수한테 잘 말해봐. 그리고 만둣국도 되면 칼만두도 가능하고 일단 직접 만드는 손만두라는 포인트로 홍보도 할 수 있거든.”

“역시. 형은…….”

“이 자식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는 게 놀랍다.”

결론은 내 꿀밤에 태수의 눈물 찔끔이었다.

사실 나도 내 일에 바빠서 신경 못 쓴 것도 있었다. 그리고 태수 역시 하루하루 손님 받는 데 매달리는 게 전부였다.

솔직히 다른 생각할 여유는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이제 이성남 삼촌이 조금씩 배우면서 거들어주니까 고민할 시간도 생긴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만큼, 이제는 속만 받아 오기로 했다더라. 대신 치수 식품에서 빠진 인건비만큼 좀 더 고급의 만두속을 받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후, 점심 장사 전에 만두피를 만들어 틈틈이 속을 넣어 빚어냈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 두 시간을 이용해 추가로 만드니 그렇게 무리가 가지 않는단다.

“형, 신메뉴 한 번 드셔보실래요?”

“완성도는?”

“한 80% 정도 될걸요?”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그렇게 늦은 점심 메뉴가 결정이 됐다.

정태수는 자신만만하게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찜기에 만두를 올렸다.

그 뒤에.

탕탕탕탕-

순식간에 칼국수 면이 만들어지더니, 솥에 들어갔다.

그릇에 익은 면이 담기고 육수가 부어진 다음 만두와 미리 살짝 삶아 불린 떡을 투하.

마지막으로 정태수가 뭔가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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