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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43화 (143/156)

143화

“다섯 시간 반. 이거 생각보다 오래 익혔네.”

중간에 이것저것 만든다고 확인만 했는데, 마무리하고 나니 시간이 상당히 지났다.

그 결과, 고기 덩어리는 예상보다 부드러운 상태가 되었다. 정말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주먹으로 눌러도 푹푹 들어가 결대로 쫙쫙 갈라졌던 것이다.

그걸 폴드 포크 이름처럼 포크로 쭈욱 찢으니 장조림을 가늘게 뜯어낸 것처럼 되더라.

“일단 한 그릇부터 만들어볼까?”

중간에 끓여 놓았던 소스가 있었다.

베이스 양념은 박정철에게 배운 대로 족발 육수에 가까웠다.

진간장에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넣고 굴 소스와 다진마늘 투하.

적정량에 물을 부은 뒤 사골육수 한 팩을 부었다. 어차피 테스트용이기도 하지만 족발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선택한 거였다.

모 방송에 나온 것처럼 쌍화탕을 한 번 부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어르신들 모두가 한방 향을 좋아하는 건 아닐 테니까.

여기에 토막 낸 감자와 양파, 당근을 넣고 다시 한번 졸이니 어느 정도 진한 카레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

접시에 밥을 푸고 소스를 한 국자 부은 뒤, 결대로 찢은 폴드 포크를 한쪽에 담았다.

“오, 비주얼은 그럴듯한데?”

소스와 밥을 비벼 먹어 보니 예상보다 조금 짰다.

하지만 고기를 소스에 비비고 밥을 약간 더 넣자 묘한 풍미가 살아나더라.

“흐음, 이거 전분을 더 넣어야 하나? 아니면 감자를 더? 아니, 졸이는 시간을 줄일까?”

일전에 먹어봤던 족발 덮밥 맛에 가까웠는데 묘하게 밸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지만, 과연 어르신들에게는 어떨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폴드 포크 자체 맛이 훌륭했다.

적당한 육즙에 충분히 부드러웠고 이 자체로만 봤을 때는 성공이었으니까.

아마 제대로 한다면 더 좋은 게 나오겠지?

그렇게 한 그릇을 거뜬히 비워냈다.

“뭐, 아직 시간 넉넉하니 테스트만 더 해보면 되겠지.”

다시 인터넷 검색과 뉴튜브를 살폈다.

얼마 전 방송을 탔는지 전기밥솥에 하는 게 나오더라.

“밥솥 보온 20시간이라. 그리고 오븐에도 굽고 하면 무리네. 이건 패스. 그리고 수비드는 최소 열 시간 이상이네. 근데 덩어리를 저렇게 크게 할 필요가 있나?”

냄비에 중약불로 온도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했는데, 확실히 이쪽이 빨랐다.

시간 단축을 위해 고기를 적당히 나눠서 진공 포장했기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고.

“가만. 다시 확인해 보자.”

고기가 크면 클수록 지방이 녹고, 육즙이 가둬져서 더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검색해보니 보통 2㎏, 4㎏, 전문점에서는 10㎏ 대의 덩어리로 쓴다고도 하더라.

“와! 10㎏로 만들려면, 아! 여긴 스테이크처럼 하루 종일 하는구나. 역시 500g씩 나눠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거네.”

예상과 다르게 고기는 맛있었지만, 덮밥 소스를 흡수할 정도의 부드러움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 거였지.

“대충 감이 잡히네. 다시 시도해보자.”

계산한 결과 넉넉하게 1㎏를 3인분으로 잡았다.

밥과 소스, 그리고 감자와 당근 등이 더해지기에 나온 계산이었다.

그럼 10㎏씩 열 번이나 해야 한다는 건데?

그냥 이참에 바비큐 기계를 사버릴까. 대형이면 대충 20㎏씩 해서 다섯 번 정도만 하면 될 텐데.

하지만 가격을 확인하고 포기했다.

“아, 한 번에 300인분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도전해 보기로 했으니 새로운 방법을 찾기로 했다.

정 안 되면 행복 분식과 칼국숫집 주방 두 개를 풀로 돌리면 될 거다.

육수통만 다섯 개가 넘으니까.

20㎏짜리 덩어리, 충분히 들어가겠지?

* * *

“와! 깔끔하네요.”

행복 분식의 공사가 끝났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더라.

사실 이틀 전에 마무리됐는데 페인트 냄새 때문에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외관은 청소만 했어. 그리고 이 녀석아. 비 오면 깨끗해질 거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거든. 가끔 옥상도 올라가서 보고 그래.”

곽준열 삼촌이 투덜거리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가는데요?”

“가면 뭐 하냐, 곳곳에 찌든 때가 끼어 있는데. 특히 밑에서 보면 간판 글자가 깨끗해 보이지만,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위에 더러운 게 다 보이거든. 고압으로 씻겨낸다고 고생했다.”

“아! 그건 미처 생각 못 했네요.”

신검 오로라를 찾은 직후, 비가 오지게 왔었다.

그 뒤에 옥상에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정말 먼지들이 다 쓸려 내려간 것 같더라.

이후 간간이 확인하며 청소했는데, 미처 간판 글자 윗부분은 신경 쓰지 못했다.

하아, 진짜 장사 어렵네.

“어쨌든 이 삼촌이 심혈을 기울였으니까. 한 번 둘러봐.”

“예. 고맙습니다.”

“고맙긴. 입금이 더 고마운 거지.”

역시나 여전하구나. 그래도 계산은 깔끔하니 좋기는 했다.

“한 번 돌아보고, 하자 있다 싶으면 추가로 요구해.”

“에이, 삼촌이 했으면 깔끔하겠죠.”

“명심해. 바로 말 안 하면 그냥 모른 척하는 공사업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물론 나야 안 그러겠지만.”

이상하게 삼촌의 목소리가 든든하게 들리더라.

근데 저놈의 검을 팔토시는 어떻게 하면 안 되려나 몰라.

일단 가게를 천천히 돌아봤다.

입구 왼쪽으로 가짜(?) 대리석이 깔려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흰색에 레몬색, 비취색이 은은하게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그게 진짜 고급스럽게 보이더라.

손님들이 식사하는 바도 마찬가지였다.

“여긴 나무판을 대고 화이트 칠만 세 번 했거든. 그다음 스펀지로 두드려서 무늬를 만든 뒤, 코팅제까지 겹쳐 발라서 이런 거야. 거기에…….”

아, 설명 병만 없으면 딱 좋을 텐데.

어쨌든 대리석하고 거의 톤은 비슷했는데, 광택에서 약간 차이가 났다.

하지만 그 미묘한 톤이 더 잘 어울려 보이더라.

역시 잘 모르면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게 최고겠지.

“근데 이거, 열에는 강해요?”

“보통 라멘집 생각해. 그리고 너네 그릇 두꺼운 거 쓰잖아. 그럼 밑에까지 뜨거워질 일 없으니까 충분히 버텨.”

생각해 보니 일리는 있네.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우측 벽 역시 깔끔한 화이트톤이었고, 정면 꺾이는 부분에는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래는 푸른 바다에 포말, 감성적인 문화마을 형태의 일러스트였다.

이게 완전 하얀색 배경에 선 굵은 짙은 회색 선으로 그대로 그려져 있더라.

“아무래도 포인트는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어때? 괜찮아, 보여?”

“예.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이거 톤 잡는다고 고생했다. 알바 뛰는 미대생까지 불러서 하루 꼬박 그린 거야.”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벽 앞에서 멈췄는데, 묘하게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더라.

무슨 마음으로 그렸는지 알 것도 같은 기분이랄까.

하긴, 문화 마을도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이니까.

“어유~ 빠졌네. 빠졌어.”

“아, 진짜 분위기 좀 깨지 마요.”

“어쨌든 좋다는 거잖아. 자, 돌아봐요. 돌아봐.”

슬쩍 말을 돌리는 걸 알았지만 모른 체했다.

은근히 짓는 미소를 보니 저 일러스트에 상당한 공을 들인 거겠지.

은색의 냉장고 옆면에는 하얀 판을 둘렀고, 그 외 기구들도 전체적으로 하얀 뭔가로 덮여 있더라.

“합판 대고 방염 필름 비싼 거 발랐다. 직접 불꽃을 몇 분 이상 쏘지 않는 이상은 잘 안 탈 거야. 중요한 건 오염에 강하다는 거지. 누가 고의로 유성 매직을 마구 그어대지 않는 이상은 어지간한 세정제로 다 닦을 수 있어. 그리고…….”

하아. 저 입을 막든지 내 귀를 막든지 해야 할 것 같은데.

결국 서둘러 2홀로 향했다.

“어? 여기가 왜?”

분위기가 마치 실내 식물원에 온 느낌이었다.

대부분 통유리 창이긴 했는데 바깥에 잔디와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나무들이 곳곳에 보였다.

특히 가지가 넓게 퍼져 있어서 뭔가 비밀스러운 공간 같기도 했다.

“톤에 의한 공간 분할인 거지. 아! 잔디는 인조라서 크게 관리할 건 없고. 나무들도 다섯 그루라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가지치기만 해도 될 거야.”

“확실히 분위기는 좋네요.”

이전에는 거의 유리 섀시로 넓은 공간감과 개방감을 노렸다고 들었다.

근데, 바깥에 녹색의 잔디와 나무들이 보이니까 뭔가 분식집보다는 고급 카페 같더라.

“여기가 서향, 북향이니까 햇살은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이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공간 자체가 뭔가 마력 같은 걸 빨아들이는 느낌이었으니까.

이후 전체적으로 꼼꼼히 돌아보면서 50분 넘게 설명을 들어야 했다.

다락방부터 뭐가 바뀌고, 뭘 추가했고, 이걸 보강했니 어쩌니 하는데, 진심으로 느꼈다.

빨리 안 돌아보면 귀에서 피 분수가 터지겠지, 하고.

* * *

“아! 이걸 생각하지 못했구나.”

뒤늦게 정태수가 연락하더라.

총 예산은 280만 원 정도라고. 또 물건 구입 후 반드시 세금계산서와 영수증을 챙기라고도 하더라.

“으어, 그 돈으로 300명도 넘은 음식을 하라고? 요즘 밥값이 얼만데 이것저것 빼고 나면 인당 만 원도 채 안 되네?”

특히 출장의 경우 기타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봉사자들이나 다른 이들 식사까지 준비한다 치면 진짜 5,000원 선에서 맞춰야 하는 것이다.

또, 재료 배달이나 기타 비용을 따지면 훨씬 추가된다.

솔직히 푸드트럭만 하루 렌트비만 얼마나 드는데. 물론 이번에는 지원 받기로 했다니 다행이긴 했다.

수입 냉동을 쓰려다 생고기로 바꿨다.

아무래도 해동하고 피 빼는 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것 같아서였다.

또 괜히 저렴한 거 썼다가 맛이 이상하기라도 하면 그냥 망하는 거였다.

역시 도매가라 저렴하긴 하지만 예산이 빠듯하긴 했다.

결국 다시 업자분에게 연락을 했다.

-앞다리 통으로 100㎏나요? 그것도 덩어리로요?

-예. 저희가 예산이 빠듯해서 다시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정철이, 그 친구가 좋은 일에 쓴다고 하니까…… 우리도 물량이 2톤 정도밖에 없어서 원가로는 어렵고요. 잠시만 계산 좀 해보겠습니다.

-예.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아, 대충 배달비 포함해서 130만 원 정도에 맞출 수는 있겠네요.

-아! 그렇습니까?

-정철이 그 친구가 대박이 났잖습니까. 우리랑 거래 금액에 달이 이천 오백에서 삼천 정도 됩니다.

순간 당황스럽더라.

이 새끼 잘되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진짜 초대박이네.

대충 원가 잡고 계산하면 달에 거의 천오백 이상 벌어간다는 거다.

하긴, 엘리오스 마을 정도의 규모에 무수한 관광객까지. 거기서 경쟁자도 없이 독점으로 족발을 팔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특히 엘프들의 족발 사랑(?)은 실로 어마어마했으니까.

-예.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냥 편하게 전날 오전에만 연락 주시면 될 겁니다.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손해는 볼 수 없으니 거의 도매 원가로 준다고 하더라.

이게 시세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터넷 쇼핑 검색보다는 훨씬 저렴하긴 했다.

하긴, 물가도 많이 오르긴 했지.

“그럼 15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300인분 쌀하고 야채를 준비해야 하네. 하, 쌀도 거의 100㎏ 가까이 나갈 텐데.”

남은 돈으로 계산하면 인당 5,000원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김치 하나만 해도 300인분이면 몇십만 원은 그냥 깨진다. 중국산 제일 저렴한 걸 50㎏ 정도 산다면 또 모를까.

여기에 족발 소스, 야채에 다른 밑반찬까지 치면?

“왜 재능 기부, 자원 봉사인 줄 알겠네. 인건비 빼고 거의 재료비잖아.”

일단 도매 쪽으로 알아보고 또 여기까지 배송비도 들어간다. 조리까지 빡시게 하고 다시 교회까지 날라야 하니 이 대부분도 몸으로 때워야 한다.

“결국 뒤쪽 청과물 시장 쪽으로 가봐야겠네.”

창용상회 정갑용 사장님이라면 뭔가 답을 내줄 수도 있겠지?

지금은 정호석이 거래를 맡고 있지만 그래도 달에 한 번씩은 꼬박 들려서 매실 꿀차를 선물했으니까.

근데 전화 너머로 돌아온 건 호통이었다.

-이놈아. 김치를 왜 야채 상회에서 찾아!

“예?”

-너네 거래처 뒀다 뭐 할라고.

가만?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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