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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46화 (146/156)

146화

테스트는 끝났다.

진짜 중간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일단 조리 방식에 기타 여건이 너무 발목을 잡더라.

물론 아직도 300인분 이상 만드는 부분은 확신이 없었는데, 어르신들 모시고 2~30인분 만들어보니 답이 나오긴 하더라.

특히 박문수 어르신이 의견 조합을 해서 던져준 게 컸다.

“태수야. 일로 와!”

일단 녀석을 다시 불러서 토닥여 줬다.

지금의 가게 손님들 대부분이 단골이었다. 그걸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진상 손님은 거의 없었다.

아니, 지랄하면 다른 손님들이 엎어버렸으니 사고라 할 게 없는 거지.

하지만 그걸로 끝낼 수는 없었다.

장사란 게, 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들까지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니까.

“배운 거…… 어떠냐?”

“좋아요. 그냥 형이 말한 대로, 새로운 세상이랄까. 당장은 가게에 적용하는 건 불가능한데 소스 개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남은 게 있다니 다행이네.”

말로는 이렇게 쉽게 표현하지만, 진짜 해보면 다르다.

정태수는 일단 족발 삶는 부분을 배웠다. 그리고 육수와 남은 부산물(?)까지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버릴 부분과 아닌 걸 구분하는 경험까지 했었다.

물론 들어 보니 뭔 소리를 하는지 싶더라.

“처음 뜨는 건 불순물이고, 걸러야 되는 거죠. 사실 아미노산인데 여기에 잡맛이 섞이는 거거든요. 대충 깊이 있는 맛을 내려면 오래 우려서 그것까지 다 녹여야 돼요.”

“아! 그, 그렇지.”

“일단 한 번 육수 핏물 뺀 거라 그런 거구요. 두 번째인 경우는 그냥 먹어도 되요. 따지면 그게 다 영양소이기도 하고요.”

막 뭔가 장황하게 이야기하는데.

대략적인 건 알겠는데 구체적인 건 애매하더라.

그냥 신선한 고기면 바로 조리해서 먹어도 냄새 안 난다나.

거의 이런 결론.

“그래서 결국은 문제없다는 거지?”

“예. 이런 방식대로 하면 크게 뭔가를 더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케이. 니가 책임자니까 그대로 간다.”

정태수는 급불안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자 밝게 웃더라. 누가 믿어주고 아니고의 차이가 그런 것이었으니까.

가볍게 안아 준 뒤, 말했다.

“자, 우리 준비하자!”

* * *

텅, 하고 고기를 놓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저희는 뭐 합니까?”

자원 봉사로 온 호텔조리학과 네 명.

개인 사정으로 이래저래 정리되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일단 한국식 호구조사부터 들어갔다.

“저…… 저기 기본적인 통성명부터…….”

슬쩍 툭 던졌는데 다들 열의가 대단하더라.

“정아름입니다. 올해 22살이고, 한식, 일식 자격증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자원 봉사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보영입니다. 같이 22살이고요. 한식 자격증 가지고 있습니다. 장래 희망은 어머니 가게를 잇는 겁니다. 손님들 대부분 친한데 뭔가 맞는 것 같더라고요.”

“김부성입니다. 여름에 전역해 올해 24살입니다. 목표는 퓨전 분식 포차를 해보려고 합니다. 파전을 피자처럼. 이게 추구하는 바입니다.”

“강만식이라고 합니다. 봄에 전역해서 2학기부터 다시 수업을 듣는데 미래 지향적인 식자재를 취급해 보기 위해 향신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우야. 열정이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였다.

문제는 시킬 일이 그다지 없다는 거였다.

하아.

“오송해 교수님?”

“예. 학점은 이 부분을 평가해서 보기로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장 중심이 우선이라고.”

“아!”

나름 우리 가게의 열렬한 지지자인 만큼 아무나 보내진 않겠지.

근데 신메뉴 넣으면 초청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너무 연락이 무심한 것 같기도 했다.

매실꿀차 택배로 보낸 게 두어달 되긴 했었다.

흐음, 객원 교수? 아니, 초청 교수인가 모르겠는데 오송해 선생님이 학점을 매긴다더라.

심지어 그걸 나보고 체크하라고.

“허어, 끄응. 이걸 참…….”

일단 심호흡을 하고 정태수를 불렀다.

“자, 다들 어떤 상황인지는 들어서 알겠죠? 당장 우리는 내일 모레 나갈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300인분이고, 과정 설명은 조리 중간중간에 제가 할 겁니다.”

“옙!”

“참고로 수석 조리장은 이 친구입니다. 태수 수쉐프라고 부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리를 저희가 정립했다는 거에 있는데…….”

그냥 배워갈 게 없다는 거였다.

차마 그 말을 못 해서 머뭇거리는데 이보영인가? 먼저 앞으로 나서더라.

“현역에서 장사하는 걸 배운다. 이런 감성으로 견학 겸 현장 실습으로 온 겁니다. 뭐라도 시키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다음 정아름인가.

“저, 이 집 칼국수 좋아합니다.”

엉? 표정을 보니 정태수도 아는 느낌이었다. 단골손님이란 뜻이겠지.

어쨌든 여기까지는 그런가 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내년에 졸업합니다. 사장님 회사에 입사 신청을 지금부터 드립니다.”

“회, 회사?”

“저, 김부성. 올해 나이 24세. 군대도 다녀왔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꼭 취직하고 싶습니다. 하루 24시간이면 20시간은 뼈가 부서지더라도 배우고 임하며 목숨을 걸고 싶습니다.”

느낌이 딱 정호석이었다.

좋게 보면 올곧고, 나쁘게 보면 멍청한 올인 스타일의 노비라고 해야 할까.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다만, 이번 실습은 별개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솔직히 태도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실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지. 물론 열정과 노력만 있으면 되긴 하다. 근데 열정 과폭발은 한 번 정도는 거를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군 후임 중에 저런 캐릭터가 있었다.

너무 열심히 하는 터라 말리지 못했는데, 결국 폭발에 말리고 말았다.

녀석이 죽어가면서 하는 말이 이거였다.

“커. 조장님이라도 살아서…… 다행입니다.”

X발. 그때 며칠을 우울했다.

울고, 옆으로 기울고, 다시 억지로 서고 한숨을 내쉬고…….

더욱 짜증 나는 사실은, 녀석이 괴수들의 산 채로 먹이가 되는 걸 막으려고…… 직접 목을 날렸다.

전장에서는 그게 당연한 처리니까.

“사나이 김부성! 답을 찾지 못해 고민 중에, 교수님이 그러셨습니다. 일단 여기 와서 겪어보라고, 그러면 뭔가 실마리가 보일 거라 했습니다.”

“아니, 아직 일도 안 했는데.”

“오송해 교수님께서 아카데미 배움도 좋지만 저는 현장과 가까운 게 맞다고 하셨습니다. 밥 푸는 거 하나라도 다르다면서 열심히 배우라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 기본 자격증은요?”

“아쉽게도 하나도 못 땄습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부성이 연신 고개를 숙이는데, 오던 감이 확신으로 바뀌더라.

이 새끼, 공부는 진짜 못하네.

그냥 머리 안 쓰고 몸으로 열심히 구르는 스타일이었다.

근데 이 녀석이 오히려 양호한 편이었다.

“강만식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마수 시체를 취급할 수 있다고 들어서요. 그걸로 요리를…….”

하아, 오송해 선생님.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 * *

“사실 할 일은 별로 없어요.”

그 말에 김부성과 강만식은 죽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면 달리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과정이 그리했으니까.

“일단 여러 테스트 결과, 이렇게 수비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파는 뭔가요. 온도는, 지속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숙성 요소는요?”

정아름이 따박따박 묻는데, 반대로 정태수가 어버버했다.

결국 내가 나서서 해답을 내놨다.

소금에 바로 갈아버린 후추, 거기에 향신료 몇 가지를 갈아 덮었다고.

따지면 대부분 마늘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알려줬다.

정아름은 그걸 꼼꼼히 기록하더니 이번에는 기름에 대해서 물었다.

아오, 피곤한 스타일.

“저, 기름과 육즙이 참 경계가 애매하긴 해요. 근데 신선한 고기면 육즙이 거의 맑은 기름이라서요. 그냥 먹어도 되고요. 실제 제가 조리하는 방식 중에…….”

“예. 방식 중에…….”

“팬에 목살을 구워서 올리고 그 밑에 기름에 양념장을 넣고 지지고 녹인 다음에 섞습니다.”

이건 해보면 안다.

급속 맛 배임 정도라고 해야 하나. 그냥 양념을 넣고 비비는 거랑 차원이 다른 것이다.

최대한 간결한 설명.

근데 정아름의 눈빛은 다르더라.

뭔가 캐낼 게 있는가 하는, 하이에나의 갈구라고나 할까.

일단, 됐고.

이걸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지.

“자! 이제 조리합시다.”

* * *

탕. 탕탕. 탕탕탕탕!!

감자가 날리고, 당근이 토막 처지고, 양파가 날렸다.

그외 기본 야채들이 다져지는데 뭔가 묘한 희열까지 들더라.

역시 호텔조리학과라고 해야 하나.

근데 압권은 따로 있었지.

“다들 식사는요?”

나름 최대한 냉정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정태수가 칼을 잡았다.

대부분의 반응은 칼국수도 괜찮다는 거였다.

하긴, 시간상 거의 아점이니까.

그 직후, 정태수가 씨익 웃더라.

동시에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타가닥, 타가닥. 탁탁. 타그어다다닥.

접은 반죽을 칼로 리드미컬하게 써는데 진짜 말발굽 소리가 이런가 싶었다.

녀석 나름대로 힘을 준 거겠지.

그렇게 뚝딱 손만두가 포함된 신 버전 칼국수가 나왔다. 점심 겸 먹는 거라 그러지 다들 꿀맛으로 해치우더라.

그걸 정아름과 김부성이 치우는데, 강만식은 메모에 열중하고 이보영은 뭔가 다른 부분을 쳐다봤다.

‘손만두?’

생각하자.

괜히 오송해 선생님이 이상한 애들을 보낼 리가 없었다.

애들한테도 도움이 되고, 결국 이걸 써먹으란 이야기겠지.

물론 그 전에 맞출 건 있긴 했다.

“자, 전체 과정을 다시금 복기하자!”

그런 다음 정태수의 등허리를 툭 쳤다.

네가 해보라는 그런 의미였다.

잠시 주저하던 정태수는 부끄러운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상하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파트는 이렇게 나눠집니다. 크게는요. 고기, 소스 이렇게 갈리고요. 육류는 진공 포장으로 내일 데우는 걸로 가고, 나머지는 지금 익혀서 식혀둘 겁니다.”

김치찌개만 해도 하루 이상 묵은 게 맛있다.

바로 먹는 것보다 우린 거에서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고나 할까.

“고기는 아까 한 것처럼 기본 간을 하고요. 포장해서 이대로 수비드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내일 시간에 맞춰서…….”

정태수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자신감 상실인지, 김부성과 강만식의 시선 때문인지 자꾸 쪼그라들더라. 나이로 형들이기도 했고, 등발도 제법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긴 했지만.

흐음, 나서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렇게 작업할 예정입니다.”

정태수의 말이 끝나자 김부성과 이보영은 박수를 쳤다. 다만 정아름과 강만식은 갸우뚱거리더라.

결국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실습생님들…… 여기 왜 온 겁니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김부성이 소리쳤다.

“옙. 현장 실습인 만큼 하나에서 백까지 배우고 싶습니다. 결코 놓치지 않고 열심히…….”

아! 너는 노예 3호 확정이다.

이보영은 손을 번쩍 들어서 나름의 어필을 했다.

“저, 저희 엄마가요. 여기서 배워서 가게 하고 있어요. 제가 물려받는다고 하겠다고 하니까…… 여기서 제대로 배우라고.”

이건 예상 밖의 상황이라 일단 넘기기로 했다.

근데 정태수 눈치를 보니까 진짜 이 친구를 아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정아름은 당황해하더라.

근데 강만식이 먼저 나섰다.

“여기에 허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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