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미안해 친구야 (1)
[놀라실 거 없습니다. 노트 주식회사에서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 항상 서비스시 일어나는 일을 자동녹화하고 있습니다.]
"야, 그걸 왜 이제 말해줘?"
[지금이라도 말해주는 게 어디입니까? 그리고 동영상은 안전을 위해서 촬영이 되었지만 고객님이 자유롭게 감상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일석이조 아닌가요?]
뭐가 일석이조라는 거..냐..그런가?
하긴, 증거가 없으면 내가 꿈은 꾼 건가? 착시현상이 일어난 건가? 하면서 현타가 왔을 수도 있을 텐데..특히 공간이 이동되고 섹스했다고는 하지만 증거는 없고..
내 초라한 자취방에서 아랫도리를 벗은 채로 혼자 멍하니 돌아와 있다면..현타 충분히 올 수 있잖아? 내가 미쳤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어쨌든 스마트폰에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았다.
***
"동창회?"
"그래, 친한 애들만 불러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나중에 괜찮으면 정식으로 동창 모임도 열고 말이야."
대학에 막 들어간 후라 고등학교 친구들보다는 대학에서 새로 만난 동기들이 더 자주 어울리고 있었지만 슬슬 고등학교 친구들에게서도 연락이 오고 있었다.
뭐, 나이가 아직 동창회 그런 거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미 한 번 좀 만나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해보자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었고, 나도 몇 번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요새 모임에 누구누구 나오냐? 내가 아는 애들 있을까?"
"너랑 친했던 애라면? 동석이는 자주 나오지. 최동석 알지?"
"어? 물론 알지.."
모를 리가 있나? 얼마 전에도 동석이 엄마와 뜨거운 시간을...
보통 친구엄마랑 섹스를 하고 나면 친구녀석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뭐, 평소에 그럴 일이 거의 없으니까 순전히 가상으로 예측해 볼 수밖에 없겠지만 사람에 따라 보기 껄끄럽게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 번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걸?
아마 전자가 많겠지, 친구엄마랑 성관계를 가졌다? 어쨌든 사회적 관점에서는 비도덕적인 거 아냐, 불륜이라면 불륜이 될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우리 엄마랑 섹스를 했다고? 이 좆같은 새끼가, 너 죽어볼래?
이러면서 진짜 죽이러 칼 들고 올 수도 있잖아. 특히 내가 건드린 상대는 최동석이고 최동석은 엄친아 이기도 했지만 일진 비슷한 녀석이기도 했거든.
원래 일진이 잘 노는 애들이잖아?
깡패 같은 놈들도 있지만 학교마다 좀 다르기도 한데 우리 학교 기준으로는 잘 노는 애들 중심이었거든, 쌈 잘하는 애들도 있지만 돈 많은 집 금수저나 얼굴 잘생기거나 춤이나 노래 쪽으로 예능인 기질이 있는 애들이 좀 몰려다니면서 일진 비슷하게 활동을 했다는 거지..
그렇다고 애들 졸라 패고 그런 건 아닌데..사춘기 무렵에는 대충 서열이라고 하나? 잘 나가고 힘센 애들하고 빌빌거리고 힘없는 애들이 격차가 벌어지잖아?
물론 나는 후자였어. 어렸을 때도 별 볼 일 없었지만 특히 고등학교 정도 가니까 진짜 좆밥이 된 거야.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최동석과도 개인적으로는 친했지만 동석이 무리와 내 무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했고...
최동석은 일진 세력의 일원, 나는 좆밥 지끄레기 세력의 잔류자 이런 정도였지.
어쨌든 키고 크고 나름 잘나가던 서열 높던 최동석은 나를 좀 하대하는 것도 있었다는 말이야. 친구기는 하지만 좀 만만한 놈들 있잖아?
그런 내가 지 엄마를 건드려? 그런 말 들으면 가만 있겠냐?
좆밥이 일진한테 그런 말 들어도 열 받아서 그냥 받아버릴 수도 있는데 반대로 일진이 좆밥에게 그런 말 들으면 말이야, 물론 지금은 대학생이니까 좀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 돼서 만나면 예전 느낌이거든..
아무튼 최동석이 알면 나는 좆되는 거지, 그러니까 피하는 게 정상인데..
내가 은근 좀 똘아이 기질이 있는 건지, 나는 동창회 그런 말 들으니까 한 번 나가서 최동석이랑 술 한잔 하고 싶더라고..
동석이 엄마를 따먹고 나서 느낀 정복감? 그런 걸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 말이야. 내가 따먹은 여자의 아들이 된 거잖아?
예전에는 잘나가는 엄친아 나보다 서열 높은 학교 일진 그런 놈이었는데 내가 그놈의 엄마를 따먹었으니, 내 입장에서는 좀 그동안 억눌렸던 권력욕구 그런게 폭발하는 느낌이랄까?
나보다 위에 있는 놈을 끌어내려서 밟아주고 싶은 그리고 그렇게 밟고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사악한 욕망 같은 것이 막 스물스물 올라오더라고...
아무튼 동창 모임에 한 번 나가서 최동석을 보고 싶었어..
***
XX 주점
주점 이름이 진짜 XX야, 뭐, 그런 술집들 있잖아? 아무데나, 제일 싼 집, 형 가고 싶은데.
이런 거 술집 사장이 장난으로 지은 건지, 뭐 심오한 구상이 있었던 건지 아무튼 고등학교 동창들이 여기로 모여서 오랜만에 호구조사도 하고 그러고 있더라고..
"최동석 오랜만이다."
"야, 이게 누구야? 너 진짜 100년 만에 보는 거 아니냐?"
"그런가? 내가 이런 데 안 나오기는 했었지."
대학 가서 앞으로 전진해야 할 시기에 과거를 돌아보는 건 시간 낭비 아니겠어? 어차피 다 아는 놈들, 만나서 뭐하냐는 생각에 동창 모임에는 처음 나와보는 것이었다. 동석이 너를 만나고 싶어서 왔다고...이 녀석아..
"잘 지내냐? 대학생활은 할 만해? 여친은?"
이 새끼가, 한 번 에 몇 개를 물어보는 거야?
여친?
"여친은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또 뭐야? 슈뢰딩거의 고양이냐?"
"오, 역시 엘리트는 달라? 술자리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크큭.."
옆에 있던 놈들이 우리 둘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다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 뭔지 알지? 있다가 없다가 하는 놈 말이야.
여자 친구 있냐고 해서 나도 순간적으로 뭐라고 할까? 그러다가 그냥 얼버무린 게 그런 말이 나오고 말았네..하긴 나도 옆에서 누가 그딴 식으로 말하면 좀 달려들어서 물어뜯고 싶을 거 같기는 해.
여친이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지, 있다고 할 수도 있어? 이게 대체 뭔 말이냐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자 친구라는 건, 연애의 대상을 떠나 여자, 사귀는 여자, 그 사귄다는 게 꼭 정신적인 걸 말하는 건 아니잖아? 보통 남자들이 여친이라고 하면 성적 대상을 염두해 두는 거 아니냐?
섹파 말이야.
여친이라면 섹스 파트너의 개념이고 젊은 남자들 기준으로는..그렇다면 동석이 엄마랑 나랑 이제 섹스를 했고 앞으로도 더 할 거라는 걸 생각하면 섹스 파트너인 셈이잖아?
순전히 내 기준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다른 여자는 없지만 동석아, 니그 엄마 뭐하시는지 아노?
느그 엄마 나랑 섹스했데이..
뭐, 이런 느낌이랄까?
"야, 여친이 있다는 거냐? 없다는 거냐?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고 너만 짝사랑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가 해버리는 했어."
"뭘?"
"세..섹스.."
"우와..진짜..야, 얘들아, 빅뉴스다."
어느새 동창회 술자리에서 내 이야기가 술 안주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
주점 앞 계단
담배나 한 대 빨려고 나왔는데, 이미 두 놈이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동석이잖아?
"동석아, 어때? 슈뢰딩거의 애인 말이야."
"크큭, 그거 진지하게 믿는 거냐?"
"역시 구라인가?"
"난 그런 것 같던데. 어렸을 때부터 봐서 다 잘 알잖아, 무슨 여친이 생겼겠어? 그리고 섹파? 그건 더 말이 안 돼지, 만약에 있어도 졸라 못생긴 여자 아닐까?"
"하긴, 그런 찐따에게 애인이라니 좀 안 어울리기는..어..너..듣고 있었냐?"
동석이도 약간 뻘쭘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
"둘이 무슨 애기라도 했어? 내 애기 한 거 아니지?"
"아..아냐. 난 먼저 들어갈게."
동석이는 나를 보더니 특유의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 내가 자기들 얘기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야, 그나저나 니 애인 사진 같은 거 없냐? 다른 애들이 다들 무슨 상상의 여자인 것처럼 그러잖아. 사진 없어?"
"사진?"
이 새끼들 내가 예전의 찐다인줄 알고 뒤에서 씹고 있었으면서, 이제는 사진을 보여달라고..
아니지..동석이잖아?
뭐, 동석이는 내가 뭐라 할 말이 없기도 하고, 사진을 보여 달라고?
동석이 엄마랑 갑작스럽게 섹스까지 하고 나서 그 영상이 모두 녹화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마치 야동처럼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찍은 영상과, 스틸컷? 사진들도 뽑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몇 장을 따로 저장해 둔 것이 있었다.
사진에는 나와 동석이 엄마 두 사람의 알몸과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야동도 그렇지만 클로즈업을 하거나 하면 엉덩이와 보지 그런 것만 크게 보일 때가 있잖아?
스틸컷 중에는 그렇게 동석이 엄마의 얼굴은 안 나오고 엉덩이나 보지 그리고 그 앞에 내 얼굴 정도만 나온 사진이 몇 개 있었는데..나는 그런 걸 몇 개 따로 저장하고 있었어.
왜냐고? 혹시나 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그게 동석이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씨발, 동석이 녀석이 내 뒷담화를 까고 있는 걸 들은 직후라 그런지 좀 자존심이 뭉개지는 그런 느낌도 있고, 녀석에게 한 번 보여줄까? 이런 충동이 들더라고...
날 찐따, 여친이 없어서 존재하지도 않는 애인에 대해 구라치는 그런 찐따라고 생각하는 잘나가는 엄친아 최동석에게,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더라는 말이지.
내 폰에 저장된 동석이 엄마의 알몸 사진 말이야.
어차피 동석이 엄마 얼굴은 안 나오는 걸로 뽑아놨으니까 아마 봐도 모를걸? 지 엄마라고 하지만 알몸을 어떻게 알아보겠어?
거기에 클로즈업한 사진이라 벌린 엉덩이 이런 것만 나오고 주위 배경은 잘 안보여서 지네 엄마 미용실이라는 것도 모를 테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사진 한 장을 내밀었어. 소파 팔걸이를 잡은 채 허리를 숙이고 알몸의 엉덩이를 쑥 내밀고 있는 동석이 엄마 사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