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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서고 대공자-50화 (50/460)

50화. 천공단주 대회 (2)

무산쌍웅에게도 위로의 말과 박수가 쏟아졌다.

금적자는 물론 흐뭇하게 안도했다. 그런 가운데 다음 차례가 이어졌다.

네 번째는 항마삼협.

삼협 중 하나인 이열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리 한쪽도 짝다리를 짚은 채였다.

“소천개를 비롯 여러분들이 지금껏 보여주신 놀라운 신위는 잘 구경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천공단주는 우리 삼협의 차지가 되겠군요. 금적 선생께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심히 안타깝습니다.”

금적자의 눈이 분노에 차 이글거렸다.

하지만 이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은지 두 손을 모으고 기도에 들어갔다.

항마삼협은 합격을 준비했다.

이열이 앞에 섰고 다른 둘이 이열의 등 뒤로 줄 지어 섰다. 뒤쪽 둘은 각각 앞쪽 등에 손을 가져다댔다.

‘녀석들답군.’

후공은 혀를 끌끌 찼다.

항마삼협은 각기 따로 절기를 펼치지 않고 앞쪽 한 사람에게 기운을 전달해 내력을 증폭시킬 의도인 것이다.

적과 대적할 때면 늘 공평하게 셋이 합공을 하는 녀석들다웠다. 적들은 불공평하다고 반발했지만, 녀석들은 자신들만 공평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놈들이었다.

이런 합격에 필수적인 요소는 심법 운용이 동일해야 온전히 전달되고 증폭된다는 점이었다. 그건 곧 항마들의 무공 근간이 한 뿌리임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예외적으로 내공이 정순한 자가 내력을 지원한다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때는 정순할 뿐 아니라 손실을 감안해 주입하는 이의 내력이 월등해야 하니 이 녀석들에게 적용하긴 힘들었다.

그때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삼협은 멈추시오!”

“어찌 불법을 자행한단 말입니까!”

무산쌍웅이었다.

소천개도 눈을 부라렸다.

“세 명이서 힘을 합치는 건 반칙이얌.”

묘빙빙도 뾰족하게 소리쳤다.

“맞아요! 성공하면 천공단주가 세 명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요.”

항마삼협이 껄껄 웃었다.

“규칙은 정해진 바가 없으니 법을 어겼다 할 것이 있습니까. 또 천공단주는 우리가 알아서 한 명을 세울 것이니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나름 논리를 갖춘 탓에 곧바로 반박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항마삼협이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옷자락이 서서히 부풀어오르고 내뿜어지는 기세에 삼협의 발밑에 흙먼지가 회오리쳤다.

한순간 으헙, 하며 기합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항마삼협이 한 명씩 소리쳤다.

“탄!”

“현!”

“지이이이!”

뒤쪽부터 한 자씩 웅장히 외치는 가운데 앞으로 내력이 전달되었다. 선두에서 내력을 지원받은 이열이 허공을 향해 검결지를 맺은 손을 쭉 뻗으니, 지풍이 추적매를 향해 맹렬히 쏘아져나갔다.

내기의 파동이 수직으로 뻗어간다.

그로 인해 허공에 아지랑이가 일렁이니 그 광경이 장관이었다. 만약 사람이 직격 당한다면 십여 명을 관통하고도 남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그런 광경을 보며 후공은 넌더리가 났다.

‘미친놈들처럼 왜 절학 이름을 떠들면서 발출하는 건지. 소란한 녀석들.’

그런다고 더 강력한 힘이 발휘하는 것도 아닌데 강호에는 이런 식으로 유난을 떠는 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후공의 감상과는 별개로 탄현지의 지풍은 그 기세가 맹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항마삼협이 삼난으로 불리며 기행을 일삼고도 아직 강호를 활보하며 숨 쉬고 있는 이유는 이런 강맹한 무공 수준 때문이었다.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탄현지의 위력은 충분했으나 위치가 틀어졌다.

추적매의 높이가 너무 높은 탓이었다.

만약 근거리에 있거나 멈춰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지풍이 거의 소멸 직전일 때는 이미 추적매는 다른 곳을 날고 있었다.

천공단은 감탄하는 한편으로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마조마해하던 금적자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무산쌍웅은 음산하게 클클거렸다.

“젠장!”

항마삼협이 죽상을 하고 아쉬워했다.

방금 전 탄현지에 그들은 적지 않은 내력을 소모한 것이다.

“호호호! 이제 본좌의 차례군요.”

묘빙빙이 의기양양 나섰다.

그 모습이 마치 맡겨놓은 물건을 찾으러 온 듯 당당하자 다들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제껏 묘빙빙이 보인 활약이라야 젓가락질과 마차 지붕 박살내기 정도인 것이다.

아무리 봐도 항마삼협의 탄현지를 능가할 솜씨를 보이긴 어려워 보이거늘, 묘빙빙의 기세가 너무도 자신만만했다.

‘설마 힘을 숨기고 있었음인가.’

다들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묘빙빙이 그런 천공단을 빙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참 상식이 없네요. 새를 잡는 건 너무나도 간단해요.”

“…….”

“…….”

말은 없었지만 천공단의 내심은 비슷했다.

누가 누구에게 상식을 운운하는가.

다들 그런 눈으로 바라봤다.

상식 밖의 그녀가 상식 운운하니 다들 의아함만 깊어질 뿐.

묘빙빙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몰상식이 죄는 아니니 너무 자책하진 마요. 자, 그럼 제가 숨겨놓은 비장의 한수를 보여드리죠. 이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것으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비기랍니다.”

“…….”

“…….”

“자, 시작할게욧!”

묘빙빙이 추적매를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권세는!”

쩌렁쩌렁.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했으니!”

쩌렁쩌렁.

“새는 당장 떨어져 내리거라!”

묘빙빙의 눈빛 반짝임은 고함이 이어질수록 더욱 빛났다.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천공단의 안색은 그에 비례해 차츰 칙칙하게 죽어갔다.

“내가 바로 백화장의 장녀 묘빙빙이니라. 내 권세에 굴복하여라아아!”

길게 이어지는 그녀의 목청에 추적매는 유유히 날았다.

“안 들리니이이~~~!”

천공단의 낯빛은 심각해졌다.

‘사람이야?’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야?’

‘앞으로 계속 함께 다녀야 하는 거냐.’

‘저리 소리치고도 왜 창피해하지 않는 것이냐아아…….’

다들 생각이 많아졌다.

심지어 천공단주가 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의심까지 생겨날 지경.

한편, 후공은 안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잘하면…… 이 아이는 일찍 죽겠구나.’

묘빙빙은 천공단 순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살수의 기습에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여, 빠른 장례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잠시 후 묘빙빙이 돌아서며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흥! 저 새도 제법 권세가 있는 새인가 보네요.”

다들 침묵하고 외면했다.

이제 남은 건 금적자.

“음하하하하, 재밌구만. 비록 백화장이 명성이 드높다 하나 새가 어찌 인간의 권세를 따르겠는가.”

금적자는 껄껄 웃고는 금피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가 자랑하는 음공을 시전하려는 것.

항마삼협이며 무산쌍웅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금적자의 음공이 강호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음파는 시전자의 내공력에 따라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으니, 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 삑사리 조심!”

소천개가 응원했다.

금적자는 소천개를 향해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음공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삐리리~ 삐리삐리삐~~ 삐이이 삐리~

처음 시작은 낮고 고요히 시작된 음률은 점점 높아져갔다.

그러자 곧 하늘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추적매의 날갯짓이 어지러워졌다.

고꾸러졌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가 흔들리고, 그 과정에서 날개를 부산스럽게 펄럭거렸다.

“오오오!”

“새가 정신을 못 차리는걸!”

“금피리 할아버지 대단해!”

천공단의 감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금적자는 방심하지 않았다. 신광을 더욱 빛내며 음률을 이어갔다.

삐리리~ 삐리삐리삐~~ 삐이이 삐리삐리리리이이~

삑사리란 없었다.

파다닥, 파닥.

추적매가 어지럽게 펄럭이며 유난을 떨다 결국 축 늘어졌다. 날갯짓 없이 맥없이 추락하니 그제야 금적자가 웃음을 띠며 피리를 거뒀다.

“음하하하, 한낱 조류 따위가 내 음파를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천공단 여러부우우운~ 위대한 천공단주는 바로 이 노부가 차지…….”

순간 금적자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떨어지던 추적매가 한순간 균형을 잡더니 이내 힘찬 날갯짓을 하며 위로 솟구쳐올랐기 때문이다.

매는 새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탓에 기절한 척 속인 것이다.

금적자가 분노를 터뜨렸다.

“사기꾼 새끼야아아!”

“할아버지, 피리를 불어야지!”

소천개의 조언에 금적자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가 황급히 피리를 입에 물었다. 하지만 이미 추적매는 두 번의 날갯짓만에 구름 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거리가 멀기도 멀고 구름층의 수분 탓에 더 이상의 음파는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구름 속에서 안정을 찾았음인가. 추적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구름 저편 끝자락이었고, 끼이익 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크게 한 바퀴 선회하더니 북쪽 방향으로 날아가버렸다.

“어디 가냐아아아, 사기꾼 새끼야아아아!”

금적자가 소리 질러봤지만 소용없었다.

다 된 밥이 엎어졌으니 울화통이 터진 금적자가 발로 땅을 쿵쿵 굴렸다.

진심이 담겨있어 땅이 울리며 흔들렸다.

천공단의 낯빛은 이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선생!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아니 어쩌자고 추적하는 새를 쫓아버립니까.”

“무극살부 놈들이 이제 무슨 수로 쫓아옵니까!”

천공단은 금적자가 고의로 새를 쫓아냈다고 생각해, 이젠 다 망했다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가만히 듣고 있을 금적자가 아니었다.

“너희들 몇 살이냐아아!”

“나이가 문제입니까 지금!”

“나 예순둘이다아아!”

“나이를 헛드셨나 봅니다.”

“뭐가 어째! 천공단주 자리를 걷어찰 만큼 내가 노망이 들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아아!”

금적자의 말끝이 유난히 길든 말든, 항마삼협과 무산쌍웅 심지어 묘빙빙까지 대드니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후공은 하늘 저편을 응시했다.

멀리 희미하게 추적매의 모습이 보였다.

‘겁을 잔뜩 먹었군.’

구름이 부근에 있는 것이 추적매에겐 다행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단단히 겁을 먹었는지 거리를 멀리 두고 있었다.

비록 매를 잡지는 못했지만 후공으로선 천공단의 무위를 확실히 인지했다. 그 결과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이런 천공단을 살수들이 상대한다라…….’

실현 불가능이다. 묘빙빙 정도 죽이면 꽤 큰 성과라 할 만했다. 하지만 천공단 전체를 상대하려면 특급살수가 삼십여 명은 동원되어야 한다. 그것도 최소로 잡았을 때였다.

기습이든 정공이든.

문제는 어느 살수집단도 특급이라 칭하는 살수는 한정적이란 점이다. 많아야 십여 명 안팎. 특히 멸살단이 무극살부를 압박하고 있다면 가용 인원은 더욱 줄어든다.

‘그럼 이놈들, 뭘 준비하고 있는 거지?’

생각은 길지 않았다.

답은 한정적이다.

천공단은 이내 진정되었다.

그들도 멀리 한 점이 되어 날고 있는 추적매를 찾은 것이다.

“새가 돌아왔어요!”

“왔네, 왔어!”

“하하하, 올 줄 알았다고!”

“내가 쫓아낸 것이 아니란 걸 이제 믿겠나!”

“내 미모를 못 잊어 다시 왔구나. 반가워~~~.”

새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천공단은 연회라도 벌일 기세였다. 언제 고성이 오갔냐 싶게 금세 화기애애해졌기에, 후공은 천공단의 뇌 상태가 궁금해졌다.

‘정녕 이놈들 머리를 열어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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