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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서고 대공자-146화 (146/460)

146화. 공청석유.

금섬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찼다.

[그으으으으으으.]

[주인님, 살려달래요.]

“왜?”

금섬은 화급히 답을 내놓았다.

[그으윽, 그으으윽!]

[자기는 먹어도 맛이 없대요.]

“맛으로 먹나. 몸에 좋으니까 먹지.”

심드렁한 대답에 금섬이 앞발을 들어 머리를 감싸쥐었다.

색관조가 응원했다.

[야, 생각 잘 해.]

금섬은 한참을 그윽대면서 머리를 쥐었다가 두드렸다가 하면서 고심했다. 그러다 답을 찾았나 보다. 눈이 웃었고, 금섬의 양쪽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그으으으윽, 그으으으으윽. 그으으으으윽. 그으으으으으윽.]

이번엔 길었다.

색관조가 바로 까르르 웃었다.

[그거 진짜야? 거짓말이면 너 곱게 못 죽어. 너도 아까 주인님이 허공에 떠 있는 모습 봤지? 주인님은 특별하신 분이야.]

[그으윽!]

금섬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주인님.]

“그래.”

[금섬이 공청석유의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을 알고 있대요. 공청석유를 입에 머금고 자기가 이빨로 깨물어 흡수시키면 공능이 더 높아진대요.]

“오호!”

후공은 탄성을 터뜨렸다.

바로 알아들었다. 금섬이 몸에 지닌 성분이 공청석유에 더해지면서 효과가 커진다는 뜻이다.

이미 독무가 통하지 않은 걸 본 금섬이니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할 리 없다. 또 제 깐엔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낸 것이기도 하고.

‘영물이 미련할 리 없지.’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후공은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금섬이 지닌 성분이란 무엇일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듯한데…….’

그래서,

“그것뿐이냐? 좀 약한데.”

돌려 물었다.

금섬이 멍해졌다.

금섬으로선 탄성을 터뜨리길래 이제 살았다 싶었는데, 살려주기엔 약하다니 다시 머리에 쥐가 났다. 바로 또 감싸쥐었다.

그 모습에 후공은 애써 웃음을 참아야 했다.

‘이놈 귀엽네.’

금섬의 모습은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금으로 빚어 만든 듯 매끄럽게 번쩍이는 이 금두꺼비는 표정 변화가 섬세해, 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것이다. 위협을 가할 때조차 마치 대여섯 살 아이가 화내는 것 같더니, 고심하는 모습은 또 그 모습대로 웃기는 놈이었다.

[야, 생각 잘해야 해. 거의 다 왔어. 사느냐, 죽느냐야.]

응원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들으며 금섬이 한순간 앞다리를 활짝 폈다. 생각났어!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으으으윽. 그으으. 그으으으으으으!]

[와아, 정말?]

[그으윽.]

[주인님, 금섬이 자신이 상처 난 곳을 물면 빨리 낫게 할 수 있대요.]

후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던 답이었다.

왜 공청석유를 머금고 깨물어 흡수하면 효과가 커진다고 했는지 이해되는 말이다. 금섬의 자체 성분도 놀랄 만한 것이 아닌가. 공청석유와의 상성이 좋은 것이리라. 조그마한 녀석이 좋은 걸 많이도 먹고 다녔나 보다.

하지만 미련할 리 없다는 말은 취소.

“쯧쯧쯧.”

[그윽?]

“지니고 있는 재주인데도 그걸 한참이나 생각해서 떠올리다니. 넌 얼마나 멍청한 거냐.”

[까르르르르르르. 금섬은 멍청해!]

금섬이 시무룩해졌다.

쓸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대꾸하다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후공은 걸음을 옮겨 공청석유 쪽으로 향했다.

두근.

심장 박동이 제멋대로 빨라진다.

삼악은 진작에 흥분 상태.

풍열 때 그랬던 것처럼 삼악의 기운이 공청석유의 향에 미쳐 날뛰고 있었다. 삼악의 기운 중에서도 육각망의 기운이 공청석유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융화되길 바라고 있다.

후공은 공청석유를 내려다봤다.

둥그렇게 파인 옥석에 비취빛과 우윳빛이 휘감아도는 액체가 머물러 있다. 천지의 기운이 한 점에 결집하여 액체를 이루는 기운의 결정체. 짧으면 수백 년, 길면 천 년의 세월이 걸린다.

천지의 기운은 삼라만상의 조화로 한 지점이 정해지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옮겨진다. 그래서 한없이 영기의 결정체가 쌓이는 일은 없다. 또한 조화를 이루는 성질에 따라 연한도 달라져, 공청석유가 형성되는 양도 달라진다.

최초 현상이라면 해당 지점의 평범한 암석이 옥석으로 변하고 둥그렇게 파이게 되며, 그 후 그 안에 공청석유가 고여든다. 한 방울이 전부인 경우도 있고, 한 방울조차 채 맺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데,

‘놀랍군.’

양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작은 술잔에 채운다면 밑바닥이 채워질 정도. 한 방울이면 충분할 터인데, 거의 스무 방울은 될 듯하다.

공청석유는 많이 복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게 아니다. 후공은 과거 경험한 바 있었다. 그러니 무식하게 전부를 복용할 이유가 없었다.

효과의 증폭이라면 금섬을 통해 이루어질 터.

“금섬아.”

[그윽.]

“한 방울이면 된다.”

[그윽.]

“지금 바로 내게 해보아라.”

[그윽.]

알았다고 하더니 금섬이 색관조를 바라봤다.

[그으으으, 그으으으으윽. 그으으으으윽. 그으윽, 그으으으으으윽! 그윽!]

[응?]

[그으윽.]

[주인님, 금섬이 무는 순간 주인님 몸에 큰 충격이 갈 거래요. 벼락 치는 것 같을 거래요. 하지만 원래 그런 것이니까 화를 내서도, 자기를 죽여서도 안 된대요.]

후공은 코웃음쳤다.

“쓸데없는 걱정은. 내가 누군 줄 알고.”

하지만 금섬은 진심 걱정되는지 눈꼬리를 내리며 한참 바라봤다.

“진행해.”

[그윽.]

후공은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금섬은 폴짝 뛰어 공청석유가 깃든 옥석 테두리 쪽으로 올라앉았다. 입을 오므려 훅 빨아들이니 공청석유 한 방울이 허공에 둥실 떠올라 금섬의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금섬은 입안에서 공청석유를 흡수시켰다.

이어 폴짝 뛰어 후공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손바닥보다 작아 조그마한 금조각상이 장식품처럼 놓인 모습이었다.

[그으윽.]

시작을 알리며 금섬이 목에 입을 가져갔고, 물었다.

이빨을 타고 기운이 흘러들어간 순간,

콰앙!

벼락같은 충격이 금섬을 덮쳤다.

금섬은 목을 문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충격을 경고했다가 도리어 충격을 당한 금섬은 눈을 까뒤집은 채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미쳐 날뛰던 삼악의 기운이 마중나오면서 벌어진 참사였지만, 금섬이 알 길은 없었다.

[야, 괜찮아? 죽었어?]

[그으으으.]

금섬이 벌러덩 누워 배를 보인 채 신음을 발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웃어?]

금섬의 눈이 웃고 있었기에 색관조가 갸웃했다.

[그으으윽.]

[와아, 너 주인님의 향의 근원에 닿은 거구나.]

[그윽.]

충격은 충격이고, 삼악의 마중으로 금섬이 맛본 건 삼악의 매혹적인 향이었다. 육각망을 별미로 취급하는 금섬에게 있어, 삼악의 혼합향보다 더 행복한 향은 없었다.

둘의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희 둘 다 밖에 나가 있거라.”

[네, 주인님.]

[그윽.]

금섬도 펄쩍 몸을 뒤집으며 답했다.

색관조가 금섬에게 등을 보였다.

[야, 타!]

[그윽.]

금섬이 올라타자 색관조가 날개를 펼쳐 동굴을 빠져나갔다.

후공은 두 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닫힌 눈 사이로 자줏빛 광채가 새어나와 얼굴 전체가 빛에 뒤덮이는 듯했다.

콰콰콰아아아.

내부에서는 삼악이 공청석유와 융화를 이루면서 기운이 폭주했다. 외부로까지 드러나니 땅이 요동치고, 이어 주변의 흙과 돌들이 흔들리다 서서히 떠오르기까지 한다.

머리카락도 서서히 너풀거리고 옷자락도 멋대로 펄럭이는 가운데, 융화를 마친 삼악의 기운이 전신경맥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풍열을 받아들였을 때보다 더 거칠고 강대했다.

대맥을 일주천하고 이어 세부경맥까지 훑고 지나가는데, 그칠 줄 몰랐다.

...꼬박 이틀이 지났다.

“후우우우우.”

긴 호흡과 함께 후공은 운기를 마쳤다.

결과는 흡족하기 이를 데 없어 기대 이상.

과거 공청석유를 복용했을 때의 진전보다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성취였다.

4성 중기에서 단번에 5성을 돌파하고 중기에 이른 터라,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경지의 나아감이 5성부터 매우 더뎌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 그랬다.

공청석유가 육각망의 양분으로 작용한 것과 더불어 금섬의 성분이 큰 효과를 낸 것이리라. 심지어 아직 전부 흡수된 것도 아닌 탓에, 6성에 도달하는 것조차 그저 시간의 문제였다.

후공은 우수를 들어 연달아 원을 그렸다.

‘일곱 개의 환명.’

여섯 개의 환명이 머물며 아지랑이가 전방에 가득 찼다. 이는 거대한 방패.

마지막 환명은 의식만으로 발현해보았다. 본시 십이성의 경지에서는 손을 쓸 일이 없다. 모든 것이 의식으로 이루어지는 터.

머리 위로 환명이 떠올랐기에 후공은 만족했다. 부지불식간의 기습이나 공세 속에서도 의식의 환명은 자신을 지켜줄 것이다.

색관조와 금섬을 불러들였다.

시끄러운 수하가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동굴에서 빛이 엄청 뿜어져나왔어요! 그래서일까요, 어쩐지 더 멋져지신 것 같아요!]

[그윽, 그윽!]

금섬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후공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랬구나. 너희도 수고가 많았다.”

[까르르르르르.]

[크크크크.]

금섬의 웃음소리가 특이해 후공은 뚱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섬아.”

[그윽?]

“잘해주었다.”

[크크크크.]

금섬이 또 이상하게 웃으며 폴짝 폴짝 뛰었다.

모자라 보인다고 하려다 후공은 내버려 두고 색관조를 바라봤다.

“너는 바로 안강에 다녀와라.”

[주인님, 안강이라면?]

“그래. 따로 이유는 설명하지 말고, 내가 부른다고 한 다음 이곳으로 데리고 오면 된다.”

[네.]

“금적자에게 말해라. 올 때 작은 옥병 다섯 개도 준비해오라고. 지금 바로 출발해라.”

[네, 주인님. 까르르르르. 천공단, 천공단. 까르르르르.]

색관조가 금섬의 머리 위를 두 바퀴 빙글빙글 돈 다음 동굴을 빠져나갔다.

“금섬아.”

[그윽.]

“편하게 있거라.”

그리 말하고 후공은 다시 좌정에 들었다.

[…….]

금섬은 그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러다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여긴 자신의 집인데, 어째서 남의 집에 와 있는 것 같은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괜찮을지도.

이 사람은 색관조의 주인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다.

곁에서 내내 맡고 싶은 향을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 금섬은 바쁘게 밖을 오가면서 도토리도 가져다놓고 과일도 여러 종류로 가져와 그 앞에 놓았다.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니까 다양하게 준비해봤다.

이 중에 하나는 좋아하겠지.

**

안강의 외곽.

대저택의 정원에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다.

둘러앉은 건 11명의 천공단과 설영이었다.

“냠냠, 근데 공청석유 본 사람 있어요?”

소천개가 소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아무도 공청석유를 본 적이 없는 터라, 고기만 집어먹기 바빴다.

한참 지나 입을 연 건 은앙개였다.

“우윳빛깔이라던데, 아마 난 봐도 쌀뜨물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게 틀림없어. 그래도 두목은 척 보면 알 거야.”

“클클, 아무렴 형님은 아시겠지.”

“그러게. 강호 경험도 없으면서 통찰하는 걸 보면, 공청석유 따위 모를 리 없지.”

무산쌍웅이 동조했다.

다른 이들도 이견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처먹기 바빴다.

“근데 진짜 이번 소문 어떤 놈들일까요?”

“그러게. 강호의 굴뚝은 어떻게 된 게, 안 떼도 연기가 매번 잘나냐. 뭔 갑자기 공청석유냐고.”

“성숙노괴만 엿됐지 뭐.”

금적자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니까 어제였다.

하나의 소문이 쫙 퍼졌다.

놀랍게도 공청석유가 섬서 남단의 북교산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북교산이면 이곳 안강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다. 그렇게 소문은 저잣거리를 휩쓸어 어디에서나 이야기될 정도요, 강호인이 아닌 이들도 떠들고 있는 형국이었다.

심지어 성숙노괴가 공청석유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으니, 소문을 접한 강호인들이 속속들이 섬서 남단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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