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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서고 대공자-342화 (342/460)

342화. 보물이 적힌 서신.

바람 좀 쐴까!

날아가자!

[검존, 밥에 돌을 가득 넣어드리겠소! 까르르르르.]

[큭큭큭!]

[으드득, 진짜 돌이 있잖아!]

[큭큭큭큭!]

색관조가 금섬을 태우고 날아올랐다.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검존이 그 말을 들었다. 피식 웃었다. 천화서고는 기이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기억을 잃고 험하게 다뤄진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왜 아득히 옛일처럼 느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사이 색관조는 이미 멀리 나아갔다.

[어디로 갈까?]

[그으으으으으윽!]

[북해빙궁? 멍청아, 거길 왜 가! 신비랑 얼음마녀가 여기 있는데.]

[그으으, 그으으윽!]

[마교?]

[극!]

[돌았냐?]

[큭큭!]

그러다 정했다.

아무 데나. 서쪽으로. 그저 바람 쐬러 나온 것이라 천천히 날았다. 하늘에서 여러 새들을 만났다. 반갑게 아는 척했다. 마주한 새들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끼이이이이!]

놀라 도망치거나,

[…….]

옴짝달싹 못하고 오들오들 떨었다.

새가 말을 하고, 금빛 반짝이는 두꺼비가 웃어봐야 무섭기만 하다. 색관조는 계속 날았다.

[대승~~~. 흐그으으으응~~~.]

[그으으으으으으으윽!]

[그때 그 미친 새끼는 누구였을까? 알아듣게 말을 해야지. 귀신이었을까?]

[그으윽!]

[그치. 귀신 같지? 주인님께서 듣지 못하셨으니 미친 귀신 녀석이 틀림없어.]

촉산을 향해 날아가며 들었던 외침을 떠올리기도 했다. 덕분에 가만히 있던 당명은 귀가 가려워졌다. 누가 내 욕을 하나? 욕하는 놈들은 살려둔 적이 없는데.

색관조는 몇 번 더 흐긍을 외치다 보았다.

[저것들 보게!]

[그으으으윽!]

금섬도 눈을 매섭게 떴다. 독수리 떼였다. 많았다. 한 마리, 두 마리, 총 일곱 마리. 독수리들이 하얀 깃털의 매를 공격하고 있었다.

[야! 뭐하는 짓이야! 일대일로 싸워야지!]

날갯짓 한 번이면 충분했다. 독수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얀 매를 뒤쪽에 두고 눈을 부라렸다.

[니들 죽을래, 뒈질래?]

[그윽?]

[아, 같은 말이었네. 까르르르르르르!]

까르르 웃어도 독수리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새의 눈이 푸른 보석처럼 조각조각 반짝인다. 날아온 것도 보지 못했다. 무슨 소린가 들렸다 싶을 땐 이미 눈앞이어서 움츠러들었다.

모든 독수리가 그런 건 아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달랐다. 용기를 냈다.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죽인다. 새든 두꺼비든. 그 결과,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버렸다. 금섬이 독연을 뿜어낸 건 아니었다. 그저 소리만 질렀다. 그 기세만으로 화들짝 놀라 우두머리가 줄행랑쳤다. 그렇게 모든 독수리가 사라졌다.

[까르르르르르! 가버렸네.]

[큭큭큭!]

하얀 매를 향해 돌아섰다. 매는 조금 다쳤다. 다리 쪽에 피가 났고 몸통의 하얀 깃털에도 피가 맺혀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다쳤을 뿐이다. 금섬이 독연을 뿜어내지 않은 것도 바람에 독연이 날려 하얀 매까지 죽게 될까 봐 신경 쓴 것이었다.

[야, 따라와.]

[끼이?]

[치료해 줄게.]

[…….]

알아들었는지 하얀 매가 따라 내려갔다. 숲속에 내려앉았다. 치료는 간단했다. 금섬이 상처난 부위를 물었다. 파인 살이 순식간에 아물었다. 전혀 아프지 않아 하얀 매는 신기했고,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고맙지?]

[끼이.]

[고마우면 내놔.]

[……?]

[그거 내놔.]

[……?]

하얀 매는 알아듣지 못했다. 다리에 묶인 서신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새와 두꺼비가 그걸 원할 리 없다. 하지만 이 새와 두꺼비는 달랐다. 뭐라도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서 읽기는 주인님의 취미.

무슨 서신일까. 사랑의 말이 담겨 있을까. 아니면 누굴 조지러 가자는 요청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내놔!]

색관조가 윽박질렀다. 금섬은 이미 움직였다. 하얀 매의 발에 묶인 끈을 풀고 낚아채왔다. 전서는 독수리에게 공격당하면서 많이 뜯겨 나가 절반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우리가 가진다. 괜찮지?]

[…….]

[대답 안 하지?]

[끼이.]

하얀 매가 겨우 답했다. 영특했다. 살려줬던 놈들이 이젠 죽일지도 모른다 싶어 빠르게 포기했다. 이대로 돌아가야지. 혼나겠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까르르르르르르! 장난이야, 장난. 너 매사 진지하구나?]

[큭큭!]

[따라와. 주인님이 읽으시고 나면 돌려줄게. 주인님은 읽으시면 늘 돌려보내시니까. 가자아아아아아!]

[그으으으으으으윽!]

***

그렇게 후공의 손에 쥐어졌다.

후공은 혀를 끌끌 찼다. 전서는 절반도 안 남은 것이다.

“쓸데없는 짓은.”

[주인님, 그래도 보물 이야기가 적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허억! 그 생각을 못 했네.”

[까르르르르르르르!]

[큭큭큭!]

주인이 과장되게 눈을 크게 뜨니 색관조와 금섬은 좋다고 펄쩍거렸다. 그렇게 펼쳐졌다.

“응?”

[주인님, 왜요?]

글이 아니었다.

온통 기호와 문양. 암호.

후공은 암호여서 갸웃했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암호가 익숙했다. 무림맹의 암호였다. 해독이랄 것도 없이 바로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 안휘 지부장께 모용곽이 인사 드립니다.

안휘 지부장은 호호검 몽연몽.

모용곽은 모용진의 형이자, 맹의 군사. 제갈혜의 후임.

- 이 서신을 받는 즉시 천화서고 대공자께 전해주십시오. 지금부터는 대공자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이거 진짜 보물이네?”

[정말요? 까르르르르르르! 이제 보물 찾으러 간다. 신난다! 까르르르르!]

[극극극!]

색관조와 금섬은 더 난리가 났다.

그 아래로는 간단한 인사말이 이어졌다.

- 대공자, 이제 곧 봄이로군요. 만났던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았거늘 몇 년은 지난 것 같으니 기이합니다. 한 번씩 환상이 보이곤 합니다. 자줏빛 광채가 맹의 밤하늘을 휘젓는 광경이 보이는 듯합니다. 색관조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말라 하셨고, 천화서고에 없을 것이라 하셨으니…… 이 서신이 반드시 전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맹ㅇ.

거기서 끝났다.

안부 인사로 보였다.

과연 그럴까? 확인이 필요했다.

후공은 색관조를 불렀다.

“큰일이구나. 제일 중요한 보물의 위치가 없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주인님, 염려 마세요. 제가 뜯어진 조각을 찾아올게요. 보물이니까요!]

[그으윽!]

금섬도 열의를 보였다.

“아쉽지만 그건 찾지 못한다.”

작은 조각이다. 게다가 하늘에서 뜯겨 나갔다.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갔을지 모를 일.

“무림맹에 다녀와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왜요?]

“무림맹에서 보내온 것이니까. 군사 모용곽을 찾아라.”

[보물이 아닌 거네요?]

“굉장한 보물이다만.”

마음이 담겨있는 건 모두 보물이다.

[그럼 맡겨 주세요!]

“얼마나 빨리 돌아올 수 있지?”

[뜨거운 차가 식기 전까지요.]

“하하하!”

색관조가 날아올랐다.

[가자아아아아!]

[그으으으으윽!]

***

다음 날 아침.

색관조가 돌아왔다. 차가 식기 전이었다. 계속 데우고 있던 건 아니었다. 방금 따른 찻잔이었다.

[까르르르르. 주인님, 김이 모락모락 나네요?]

“굉장하네!”

감탄한 건 함께 있던 당명이었다.

어제 정오 무렵 들었다. 가자아아아, 하면서 색관조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기에 빨라도 밤쯤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이었다.

금섬이 뛰어올라 풍제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그 모습에 제갈혜가 웃음을 머금었고, 후공은 소매를 한번 펄럭였다.

기막을 둘렀다. 방 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무거워졌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는 일. 천화서고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가 많다. 그렇기에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했다.

“자, 그럼 보물 이야기를 들어볼까?”

후공의 말에 모두가 색관조를 바라봤다.

풍제, 당명, 제갈혜.

환혼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며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주인님, 어쩌죠? 실망하실 것 같은데요.]

“실망하게 되면 더 좋다.”

[그래요? 까르르르르. 다행이에요!]

별일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최상의 소식.

[모용모용이 말했어요. 무림맹의 진법 중 절반이 넘게 부서졌다고요.]

“응?”

[제가 물었어요. 싸움이 났냐고요. 모용모용은 아니래요. 그냥 갑자기 작용하는 힘을 잃었다고 말했어요. 왜 그렇게 된 건 줄은 모르겠대요. 땅에 묻어둔 흑주석이 아예 가루가 되었다는 말도 했답니다.]

흑주석은 오행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영석(靈石).

진법을 설치함에 반드시 필요한 돌이다. 희귀할 뿐 아니라 단단하기 이를 데 없어, 강기로도 단번에 잘려나가지 않는다.

의미는 컸다.

실망하길 바랐건만 그때와 같다.

[주인님, 모용모용은 그런 현상을 주인님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말도 했어요.]

그랬다.

그때 나눈 이야기를 통해 후공은 환혼에 대해 이해했었다. 맹의 진법을 설계한 이는 귀곡자. 환혼은 귀곡자의 진법에 교란되면서 기묘한 작용을 일으켰다.

그 결과가 천화서고 대공자.

한데 이번엔 규모가 다르다.

- 백부님, 환혼대법일까요?

제갈혜가 전음을 보내왔다.

답은 없었다. 혜도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전음이 튀어나왔다.

아직은 알 수 없다.

가능성이 크다는 건 확실하고.

당연히 풍제와 당명도 환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대형으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 대형, 환혼이라면…… 이전보다 나아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명이었다.

후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무림맹의 흑주석이 절반 가까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인이 필요했다.

- 대형, 바로 가시죠.

풍제는 채근했다.

풍제의 눈빛은 어느샌가 지극히 가라앉아 있었다. 가라앉아 잇음에도 숨겨진 분노가 어쩔 수 없이 한번씩 번뜩이며 나타났다.

[주인님, 그리고 모용모용이 또 말한 게 있어요.]

“무슨 말을 하더냐.”

[이건 웃으면서 말했어요. 무림맹에 천하십객이라 불리는 굉장한 사람들이 있나 봐요. 그중에 소향객이 돌아왔대요. 근데 분위기가 달라졌대요. 딴 사람처럼요. 뭐라더라. 아, 맞다. 어째서인지 경망스럽지 않아졌다고 했어요. 이제야 어른이 된 건가, 라며 웃었어요. 까르르르르르르.]

“……?”

[모용모용이 이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괜한 소리를 했다고 말했지만, 제가 누군가요? 충성스러운 주인님의 영물인 제가 그 말을 안 할리가요! 까르르르르르르르르. 나는 다 말하지. 주인님께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하고 말지. 까르르르르르르.]

색관조가 정신 사납게 날았다.

풍제의 머리에 앉아 있던 금섬도 신바람을 내며 뛰어다녔다.

후공도 미소를 머금었다.

소향객.

천하십객 중 하나.

결코 어른이 될 리 없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려면 크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는,

환혼.

‘가보자.’

보물을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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