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26화 (126/208)

126화. 또 처음이네

A매치 기간이 지나고 아스날을 기다리는 첫 경기는 바로 사우스햄튼 원정이었다.

중위권과 하위권을 오가는 팀이지만 프리미어리그에 계속 잔류하고 있는 팀이었다.

물론 이번 시즌은 하위권이긴 했지만, 유건에게는 이기고 싶은 이유가 하나 생기는 팀이기도 했다.

바로 올림픽 때 좋지 않은 인상을 안겨주었던 강병훈이 선수로 소속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다들 지금부터 스퍼트 올려서 간다!”

A매치와 휴가 기간에서 돌아온 아스날 선수단.

다시 시작될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그들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는 리그컵과 FA컵 일정들도 곧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가 적절히 돌아가면서 출전해야 했다.

클락을 비롯한 부상으로 조금씩 자리를 비우는 선수들도 있기에 개개인 스스로도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경쟁의 기회가 생기는 시기였기에.

“캐시, 오버래핑하는 선수에게 패스 주는 타이밍을 항상 생각해야 돼!”

“러너는 너무 움직임의 유형이 하나밖에 없어. 다양한 플레이를 함께 찾아보자고.”

“건을 거치지 말고 직접 롱패스를 뿌려도 돼, 파티노.”

“페레이라랑 소우사도 수비적인 상황에서 복귀와 자리를 잡는 움직임이 늦어.”

코치진들이 훈련을 주도해서 진행하고 있었지만, 선수들 개개인에게 다가가 세부적인 움직임을 지시하는 것은 아르테타였다.

머릿속에 모든 포지션의 움직임이 들어있는 것처럼 누구 한 명 빼놓지 않고 지도한다.

“이 위치에서 상대 사이드백의 타이밍을 한 번만 빼앗는다면, 수많은 패스길이 열린다.”

“중앙 지역보다 훨씬 다양하게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치인 사이드 지역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아르테타의 그런 능력은 예전부터 가르쳐왔던 선수들을 다 포함해서도 존경받는 특별함이었다.

그의 산하에서 모두 한 단계씩 발전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값어치를 올릴 수 있었으니까.

특히 펩 과르디올라의 수석코치 시절 키워냈던 라힘 스털링, 리야드 마레즈.

처음 아스날에 부임했을 당시 발전시켰던 부카요 사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수많은 포지션 중에서도 윙포워드는 확실하게 월드 클래스에 도달시키는 아르테타의 개인 지도 능력이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감독님이 말하는 대로 하면 다 특별한 장점 하나씩은 생기는 게⋯.’

유건도 감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도 그런 아르테타 덕분에 공격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메짤라,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하더라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갑작스런 자신의 용병술에 선수단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미리 훈련 상황에서 연습을 시켜주었기에.

“건, 저런 보스가 신기하지 않냐?”

“예전부터 봐왔지만 머릿속에 수없이 상상의 경기를 그리고 있는 것만 같다니까.”

입을 벌리고 아르테타가 선수들에게 달라붙어 지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유건의 목에 팔을 감아오는 것은 외데고르와 파티노.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느껴왔던 감정을 체감하고 있을 팀의 루키를 놀리며 잡담을 걸어온다.

오늘의 훈련이 대부분 종료된 상황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간단하게 풀기 위해서였다.

물론 2주밖에 안 되는 기간이긴 했지만.

***

“다들 정신 차려! 미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니까!”

다음날이자 리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휴가 종료 하루 전날,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한 종류의 연습만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세트피스 수비와 공격 연습.

아직은 그것을 이용해 한 골밖에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아스날은 위협적인 세트피스를 보여주었다.

독보적인 세트피스 코치라는 니콜라스 호버 코치 아래서 지도받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기존 아스날 수비라인이 공격을 맡고, 나머지가 수비하는 상황에서 꽤나 쉽게 헤딩을 허용하는 선수단에게 호통을 치는 살리바였다.

“몇 번 더 해보자!”

그 말에 잘못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위해 선수들과 얘기를 하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고 재차 다시해 보자 요청하는 것은 유건이었다.

좋아하는 공격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수비를 연습하는 팀 동료가 싫을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기운을 전달하여 더 열정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게 만든다.

“감독님, 이 정도 분위기면 상대팀의 전술을 그래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겠는데요?”

“⋯그래도 세트피스란 게 아무리 준비해도 한 번에 먹는 거 아니겠나!”

훈련 진행 상황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호버 코치와 아르테타.

아직 시즌을 진행하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크게 위험했던 게 자주가 아니었던 만큼, 이미 확실히 성공적인 훈련이었다.

그러나 아르테타는 그 부분에 있어서 완벽한 준비는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 실점을 하기도, 득점을 하기도 하며 세트피스의 우연과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 머리로 보고 올리라구!”

“길게 올려줘!”

다음으로는 공격 훈련이 이어졌다.

코너킥은 러너와 캐시가 차는 걸로 고정되어 있었지만, 프리킥 상황에서는 이제 유건도 키커로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파티노나 외데고르가 주로 그 역할을 맡긴 했지만 패스 정확도라면 유건도 그들의 대열에 포함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살리바나 쿠아바의 머리를 노리는 편이야.”

“마틴이나 그거 할 수 있는 거고, 나는 최대한 상대팀에 작은 키의 선수가 있는 위치로 붙여주는 편!”

함께 훈련하며 베테랑들의 경험과 선택 방향도 배워본다.

정확하게 팀원의 머리를 노리는 외데고르와 최대한 좋은 위치로 보내주려는 파티노.

사소한 차이가 있었지만 두 개의 선택지 모두 극도로 높은 정확한 킥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실 유건에게 불가능하기는커녕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공이 멈춰있지 않고 훨씬 더 어려운 굴러가는 상황에서의 패스로 도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실력의 보유자이기에.

‘⋯이 정도로 감아서 차면!’

‘이번에는 살리바의 머리로.’

‘길게 캐시까지 가보자.’

그리고 스스로 여러가지의 상황을 가정하며 킥을 날려본다.

짧게, 혹은 길게 보내거나 앞으로 잘라서 들어가는 선수들을 보면서 말이다.

충분히 실제 세트피스를 진행할 때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경우였기에.

콰아앙-!

“으하하하, 이거라고 이거!”

어느덧 훈련의 끝이 다가오는 시각, 마무리를 알리는 것은 쿠아바의 강한 헤딩 슈팅이었다.

크게 도약하여 내려찍는 헤딩은 골대의 그물을 찢어버릴 듯이 강하게 빨려들어 간다.

그것을 보며 양손을 앞으로 내던지며 포효와 함께 훈련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쿠아바.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오늘 계속해서 경합을 하면서 공중볼을 다 가져가 버렸던 상대가 바로 살리바였으니까.

‘⋯짜식, 신나 하긴!’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살리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방심했었다.

마지막 도약에서는 쿠아바에게 완전 자리를 빼앗겨서, 점프하는 타이밍이 늦었기에 경합을 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경합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아쉽긴 했지만 썩 나쁘진 않았다.

이번에 성공한 득점으로 쿠아바는 확실히 자신감을 가져갈 테니까 말이다.

***

“오빠! 싸가지 없는 강병훈은 꼭 이겨야 되는 거 알지?”

“그러지 않아도 질 생각 없어.”

“지금 생각해도 오빠 그렇게 대한 거 화나네. 지가 대체 뭔데, 축구도 못하는 게!”

“지난 평가전 당시에 한 번 갚아줄 때 통쾌하긴 하더라!”

어제 나눈 여름과의 전화통화.

이제는 어엿한 아스날 팬이 되어버린 그녀는, 유건의 경기 일정을 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라운드인 사우스햄튼 원정이 강병훈이 소속된 팀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저 처음에는 유건이 멋져보여서 찾아보았던 축구가 이제는 정말 보는 재미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나여름 : 오빠, 나 오늘 경기 본다! 지지 마라!]

그런 그녀에게는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연인의 분야를 존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게 사소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길 거고, 자신도 있다.’

사우스햄튼의 홈구장으로 입장하는 지금 이 순간, 유건에게 자신감은 충분했다.

리그 테이블에서 팀 순위 자체가 압도적으로 높기도 했고 워밍업 시간에 발에 달라붙는 볼의 감각도 좋았다.

기존 베스트 라인업에서 부상을 당한 클락 대신 외데고르가 투입되긴 했으나 오히려 좋은 오늘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하위권에서 멤도는 그들을 상대로 중앙 지역에서 압박보다는 패스를 돌리면서 점유할 상황이 많을 테니까.

유건과 외데고르가 압박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 당장 지난 북런던 더비에서 골을 만들어냈던 경험이 있다.

“맨체스터 시티랑 붙기 전까지는 지지 말자.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때 유지해보는 경험도 필요해.”

라커룸에서 나오며 선수단을 다시 한번 독려하는 외데고르.

자신이 떠나고도 아스날의 번영을 바라고 있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리그 테이블의 선두 경쟁을 한다는 것이 어떠한 느낌인지 말이다.

최근, 아니 사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 출발을 보여주고 있었다.

12경기를 하고 33점의 승점을 획득하는 것은 게임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삐이익-!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사우스햄튼이 홈구장에서 아스날을 상대합니다!”

“유건 선수와 강병훈 선수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두 선수 모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스타들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사실 두 선수가 각자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 좋겠습니다.”

캐스터들로서도 이번 경기는 많은 기대감과 함께 기다렸다.

몇 년 동안 압도적으로 시청률이 높았던 팀은 사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리버풀이었다.

박준철이 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 놀라운 것은 요즘은 아스날 경기의 시청률이 더 높다는 것.

덕분에 방송사로서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계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스윽-!

“크윽, 이 개자식!”

시작하자마자 경기는 당연히 아스날이 밀어붙이는 양상.

뒤에서 혹시 모를 역습을 대비하는 살리바가 심심해 보일 정도로 반코트 경기였다.

그런 와중 중앙 수비수가 멀리 튕겨낸 헤딩을 중앙선 부근까지 달려가서 컨트롤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유건.

공을 잡자마자 역습을 위해 앞에서 대기하던 강병훈이 급하게 쫓아와 보지만 한 번의 터치로 그의 움직임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떨어지는 공을 자석이라도 붙은 것처럼 발등 위에 안착했고, 축구화의 앞쪽으로 공을 안쪽으로 차서 순간적으로 뒤로 돌아선다.

“고맙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렇게 제치기 쉬운 선수는 또 처음이네.”

관성에 의해 순간적인 역동작에 걸려 중심을 겨우 잡아낸 강병훈.

그를 스쳐 지나가며 유건은 도뱔을 섞어 말을 건넨다.

이미 그와 틀어진 사이였기에 친해질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어떻게 더 도발을 할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개새끼가⋯.”

전 세계로 중계되는 경기였기에 가까스로 자제하긴 했지만, 강병훈은 그 도발에 제대로 넘어갔다.

올림픽 때 스타가 되서 지금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는 유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게 자신의 자리였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의 도발 섞인 언사에 눈이 뒤집힌 것이다.

작은 목소리로 비속어를 섞으며 눈빛을 빛낸다.

축구 실력만큼은 자신도 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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