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33화 (133/208)

133화. 임팩트만

퍼엉-!

약을 먹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선방.

빠르게 몸을 날리며 뻗어낸 힐슨의 손이 프리킥을 막아내는 소리였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벽을 넘기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공에 회전을 부족하게 준 것이 막아낼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구석 쪽으로 감겨서 들어갔다면 손에 닿지조차 못했을 테니까.

“으아아, 미친 선방이라고 힐슨!”

“나이스으!!”

손에 맞고 다시 한번 코너킥으로 연결되긴 했으나 아스날 선수들은 선방을 해낸 힐슨에게 달려가 머리를 한 번씩 두드려주며 칭찬한다.

리드하고 있는 점수 차를 유지해준 자신들의 수문장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를 담아서.

뻐어엉-!

그러나 아직 상황은 끝난 게 아니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킥은 헤딩을 위해 중앙 지역으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에게 한 번에 보내는 롱패스.

킥의 임팩트가 정확하고 수준 높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에서 가끔 보여주는 세트피스 전술, 다이렉트 발리킥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붙을게!!”

가장 가까이 있던 아스날 선수는 유건.

주변 동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이 압박을 나가겠다고 외친다.

공이 맨체스터 시티 선수에게 도달하는 순간, 어떻게든 슈팅을 방해해보려고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압박한다.

콰앙-!

하지만 완전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세트피스 전술이었기에.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킥을 준비하는 선수의 시야를 가려서 정확한 임팩트를 방해했다는 점.

덕분에 그의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게 되면서 실점 찬스를 막아낼 수 있었다.

“나이스 블로킹이야, 건!”

곧바로 다시 미드필더 지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 올라가는 유건의 등 뒤로 힐슨의 고마움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온다.

임팩트가 정확했다면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으니까.

“다시 우리 템포로 가져가 보자!”

팀원의 감사함이 담긴 그 외침을 받아 유건은 경기장에 있는 아스날 선수단에게 크게 말한다.

위험했던 위기를 넘겼으니 이제는 우리가 기회를 다시 한번 만들어낼 때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말이다.

“미들 라인에서 확실히 패스 못 나오게 막아!”

“페레이라! 라인 보고 나보다 뒤로 내려오지 마!

“조금만 더 내려와야겠다, 쿠아바!”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아스날 선수들은 물러서지 않고 추가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그 유효슈팅이 골까지 연결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삐이익-!

그것은 맨체스터 시티도 마찬가지였다.

살리바의 주도 아래 꾸준하게 연습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직 실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힐슨의 선방이 가장 큰 공헌을 했던 것도 분명했고 말이다.

***

“남아있는 후반전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날카롭게 공격해야 하고, 더 단단하게 수비해야 한다.”

“우리 골대로 공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고 상대팀 골대에 공을 넣어라!”

“그게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흥분한 아르테타는 하프타임 브리핑 시간의 마지막에 열정을 담아서 외친다.

실점할 상황을 벗어나고, 득점할 기회가 있다면 확실하게 꽂아 넣어라.

어찌 보면 단순하게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명쾌한 해답이었다.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그것을 해내는 팀이 승점을 획득하는 리그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가자아아!!”

라커룸에서 아르테타의 브리핑이 있기 직전까지, 선수단을 모아놓고 더 좋은 플레이가 무엇일지 열띤 토론의 장을 열었던 파티노.

오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그와 외데고르의 입에서 동시에 대답이 나온다.

그 뒤를 이어서 울려 퍼지는 것은 거대한 몸의 큰 울림통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

쿠아바의 파이팅 넘치는 기합이었다.

삐이익-!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양팀의 피 터지는 경기의 후반전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러너 선수의 멋진 움직임과 반 박자 빠르게 날린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지만, 맨체스터 시티도 유효 슈팅을 많이 날렸거든요!”

“프리미어리그에서 지금 이 순간, 1위를 다투는 팀들답게 수준 높은 경기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웃게 되는 쪽이 홈팀인지 원정팀인지 결정될 45분의 전투가 휘슬과 함께 시작합니다!”

몇 년간 수많은 경기를 중계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축구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안준성, 전지우 캐스터.

오늘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는 이번 시즌 가장 수준 높은 경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작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다시 한번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장면들도 몇 번 있었을 정도.

투욱-!

후반 10분, 티키타카 전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아스날 선수단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보여준다.

빠른 전진패스와 순간적인 선택으로 상대팀 골대를 뚫어버리기 위해 도전하는 플레이를.

가장 먼저 파티노에게서 유건에게로 향하는 전진 패스.

투욱-! 투욱-!

‘뒤로 내주고 바로⋯, 그렇지!’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상대팀의 미드필더가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바로 리턴 패스를 돌려주고 오른쪽 측면으로 움직인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의도를 알겠다는 듯이 굴러오는 공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찔러주는 파티노.

맨체스터 시티의 골대를 등지고 있던 방향에서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오른쪽 사이드에 가까운 지역에서 유건이 공을 키핑한다.

투욱-!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비가 밀집된 중앙 지역에서 공을 계속 소유하는 것보다 기회를 엿보기 위해 사이드 쪽으로 벌려준다.

오늘 상대팀의 왼쪽 사이드백과 전반전의 매치업에서 드리블과 커팅을 한 번씩 주고받은 캐시에게.

“건, 리턴!”

하지만 이번에는 바디페인팅에 속지 않는 사이드백이 앞에 굳건하게 서 있자, 결국 패스를 선택한다.

자신에게 공을 주고 조금 더 전진한 유건에게 내주고 돌아서 뛰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리턴패스를 요구하면서.

티익-!

‘⋯너 라인이야, 인마!’

캐시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유건의 눈에는 그가 맨체스터 시티의 최종 수비 라인보다 조금 뒤쪽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상황에서 공을 보내줄 수는 없었기에 순간적인 힐킥으로 중앙 지역으로 볼을 돌린다.

패스가 자신의 발에 오기 전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본 그곳으로 클락이 전진하고 있었으니까.

콰아악-!

슈팅을 날리기 딱 좋게 잔디를 쓸며 굴러오는 공을 바라보는 클락은 고민하지 않았다.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걸 무시할 만큼 충분히 좋은 찬스였다.

디딤발로 사용하기 위한 왼발을 잔디 깊숙이 박아넣고 오른발을 크게 뒤쪽으로 들어 올린다.

콰아앙-!

‘들어간다!’

정확한 임팩트와 함께 날아가는 클락의 슈팅.

공이 발에서 떠나는 순간, 골대를 뚫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그만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번 슈팅의 임팩트는 아주 정확하고 완벽했으니까.

그 확신이 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퍼엉-!

그러나 골대 앞은 중앙 수비수를 비롯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급하게 내려온 상황.

세 명 이상이 중앙 지역에 머물고 있는 그들의 진형은 촘촘하고 세밀했다.

결국 그 길목을 뚫어내지 못하고 중앙 수비수가 뻗어낸 발에 튕겨 클락의 슈팅은 굴절된다.

운이 따랐다면 골대 쪽으로 튕겼겠지만 이번에는 라인 바깥쪽이었다.

“아으, 맞지만 않았어도!”

“괜찮아, 아직 우리 코너킥이야!”

들어갈 것만 같던 멋진 슈팅이 불발되자 머리를 부여잡고 허망한 표정을 짓는 클락.

뒤쪽에서 임팩트가 완벽했던 것은 이미 보았던 파티노가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준다.

- 진짜 개미친골 나올 뻔했는데!

- 와, 중계로 보는데 무슨 총알인 줄 알았음. 공 날아가는 속도 봤음?

- 저건 진짜 안 맞았으면 들어갔을듯? 골키퍼가 반응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수비가 발을 가져다 대네

└ 솔직히 보고 반응한 건 아닌 것 같음. 리플레이 보면 쫄아서 눈감고 고개 돌리면서 발만 뻗네

└ 저거 눈앞에서 보고 고개 안 돌리면 그게 미친놈일듯!

이어지는 코너킥에서 추가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지만, 축따튜브는 아쉬워하지 않고 바로 직전의 장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중계 화면으로 보더라도 엄청난 골이 터질 뻔한 장면이었으니까.

물론 결과가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전반전보다 좋은 모습으로 아스날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임은 틀림없었다.

전반보다 훨씬 빠르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기에.

***

휘익-! 휘익-!

“준비해!”

그리고 다시 한번 찾아온 아스날의 코너킥 찬스는 그로부터 7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오늘 세트피스 상황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훈련 세션에서 연습했던 것을 바꿔가면서 보여주었으나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스날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 코너 플랫.

오른발로 감아차기 좋은 장소에서 러너가 킥을 준비하며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손을 깃발처럼 흔든다.

이번 경기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신호였고, 선수들은 그에 맞춰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후우우.’

숨을 고르며 이동하는 것은 유건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가 향하는 곳은 골대 안쪽이 아닌 세컨볼을 노리는 위치였다.

유건이 뒤쪽으로 처지는 대신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캐시가 멀리 떨어지는 코너킥을 위해 들어간다.

마치 그가 마지막 마무리를 할 선수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평소와 다르게 말이다.

뻐어엉-!

그런 상황이었기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아스날이 보여주는 세트피스 전술은 그들이 이번 시즌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전반전에 이미 자신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코너킥.

다이렉트 발리킥을 위한 전술이었다.

콰아악-!

당황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러너의 킥은 이미 골대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고, 낙하지점으로 예상되는 곳에 도착한 유건이 디딤발을 깊게 박고 준비한다.

전반전에는 가까이 있던 유건이 빠르게 압박을 나갔지만 이번에 그에게 달려오는 수비수는 이제 출발했다.

그만큼 아직 거리가 남아있었고, 충분히 슈팅으로 가져갈 타이밍이 나왔다.

‘임팩트만⋯’

자신에게 주어진 꽤 막중한 임무가 부담될 만도 한데, 유건은 오히려 차분한 감정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훈련 중에 이 전술을 연습할 때마다 조금만 흥분하더라도 슈팅이 부정확해졌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것을 떠올리며 파워보다는 정확한 임팩트에 초점을 맞추면서 말이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콰아앙-!

온 힘을 다해 슈팅을 찬 것도 아닌데, 공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골대를 향해 날아간다.

모든 훈련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정확하게 공을 맞히지 못했었던 유건은 실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슈팅을 날렸던 것이다.

마치, 오늘 아스날의 승리가 예정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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