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94화 (194/208)

194화. 도르트문트 나와!

리그 경기 도중 배치된 FA컵 4강전.

첼시와 맞붙게 된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투톱 전술을 준비해온 그들이 날카롭게 공격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연속 세트피스.

아무리 둠바와 살리바를 비롯한 최고의 포백 라인이라 하더라도 골대 앞의 모든 선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앞쪽으로 파고들어 자르는 선수를 마크하던 캐시는 피지컬 차이로 인해 경합에서 크게 밀렸다.

덕분에 바로 선제골을 헌납하고 시작했지만 다시 미드필더 라인의 점유를 바탕으로 조금씩 경기를 지배해나갔다.

콰아앙-!

“나이스으!! 원더골이다, 카마!”

“앞으로 중거리 슈팅은 다 내가 찬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동점포를 쏘아 올린 것은 바로 아스날의 수비형 미드필더 카마메니였다.

보통 파티노와 유건의 사이에 위치하면서 공격,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오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였고 빌드업이나 수비를 제외하고도 슈팅에 강점이 있었다.

포지션이 포지션이다 보니 자주 때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가 간간이 넣어주는 중거리 슈팅은 항상 팀을 구했다.

아스날에서의 득점뿐만 아니라 예전 소속팀에 있을 때도 항상 중요한 상황에서 골을 터트리는 클러치 능력이 빛이 났었다는 말.

이번에도 터졌던 그의 그런 위기 탈피 능력 덕분에 아스날은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세레머니 과정에서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귀중한 골을 넣었으니 다른 선수들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이다.

삐익-!

그리고 역전골을 꽂아넣는 데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전반과 동일하게 또다시 연속적으로 세트피스를 허용했던 아스날이지만 그때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둠바가 머리로 강하게 클리어한 공이 역습을 위해 준비하던 러너의 발에 안착했으니까.

그와 동시에 일제히 전진을 시작하는 유건과 캐시에 이어 다른 선수들까지 첼시의 골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막힐 때마다 바로 옆의 선수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멈추지 않았던 전진을 막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태클.

콰앙-!

‘자신 있는 방향으로!’

불행이었던 점은 그 태클이 공보다는 마지막에 공을 잡은 러너의 다리 쪽으로 들어갔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아스날에게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어느샌가부터 코너킥을 제외한 데드볼의 킥은 대부분 유건이 처리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따로 아르테타가 공지한 것도 아닌데 훈련 세션에서부터 보여주는 유건의 데드볼 처리 능력과 마무리 정확도를 믿고 암묵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양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기에 공을 내려놓고 눈을 잠깐 감았다 뜬 유건은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볼을 처리한다.

출렁-!

파넨카 킥이라는 도박이 섞인 수를 시도해보려고 잠깐 고민했으나 이제는 확신이 있었다.

차려고 하는 방향으로 적당한 세기로만 자신감 있게 차넣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골키퍼가 막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긴장하면 할수록 코스가 애매해지거나 파워가 부족해서 몸을 날리는 골키퍼에게 막힐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왼쪽 구석을 향해 확실하게 때려놓은 유건의 슈팅은 첼시의 그물을 한 번 더 흔들게 되었다.

와아아아-!

“내가 피케이를 못 넣을 리가 있겠냐고!!”

차기 직전까지만 해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골이 들어간 이상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지금 정확하게 의도하는 코스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것을 보고는 흥분해서 허세를 부리기 바빴으니까.

등 뒤로 날아든 팀원들이 머리를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아픔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유건이 페널티킥으로 역전골을 넣은 시점은 바로 후반 86분, 종료까지는 약 10~15분이 남은 시간이었다.

***

삐이익-!

“이왕 우리 꺾고 올라간 거 우승해라.”

“미친놈들, FA컵이라도 양보해주지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결국 남은 시간 동안 첼시가 골을 뽑아내거나 갑작스런 이변이 발생하는 등의 일은 생기지 않았다.

유효슈팅을 기록하긴 했으나 세컨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아스날이 클리어하는 게 계속해서 한 발씩 빨랐다.

휘슬이 울리면서 전, 후반 시간이 모두 종료되고 2:1로 아스날이 승리를 거두게 되는 순간이었다.

첼시를 이기고 리버풀이 기다리는 FA컵 결승전으로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FA컵 4강전 결승골을 터트린 아스날의 유건, “쉽지 않은 경기였음에도 팀원들이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외쳐주었습니다. 덕분에 힘이 나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 번 결승 진출을 만들어낸 유건은 과연 이번에도 우승컵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첼시를 이긴 이후의 아스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유건이었다.

주장으로서 팀원들을 치켜세우는 겸손한 인터뷰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진귀한 기록이 있었으니까.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 시 우승 확률 100%.

어떠한 리그이든지 대회이든지 파이널 매치까지 올라간다면 모두 승리를 따낸다는 기록은 전문가들, 팬들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 레알 마드리드 VS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 VS 도르트문트]

더불어 몇년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뿐만 아니라 4강이란 우수한 성적에 진출한 것도 그 관심에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열세로 평가받았던 전력을 뒤엎고 4강에 진출한 도르트문트마저 이긴다면, 또 한 번의 결승 진출이었다.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우승 기록을 또 한 번 이어가기 위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결승 말이다.

콰아앙-!

“망설이지 말고 바로 때렸어야 돼!”

“⋯알겠어, 다시 해볼게!”

그렇게 유럽 대항전과 FA컵의 다음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는 아스날의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꽤 특별한 훈련들이 한창이었다.

수비가 더 많고 적은 상황에서 각각 세트피스를 어떻게 막아낼지와 반대로 공격 상황에서 세컨볼을 마무리 짓는 세션.

충분히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상대였기에 자신들도 당하지만 말고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호버 코치의 주도 아래 선수들은 각자 목소리를 내며 세트피스 상황의 경험을 축적하고 상황마다의 대처 방법들을 체득하고 있었다.

투욱-! 콰앙-!

투욱-! 투욱-! 콰앙-!

“터치를 애매하게 가져가면 아무것도 못 한다!”

그리고 한쪽 편에서는 공격 라인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아르테타가 특별하게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처리하는 세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번 쳐놓고 슈팅, 혹은 타이밍을 뺏기 위한 동작을 한 번 더 추가해서 두 번 쳐놓고 슈팅.

맨체스터 시티 수석코치 시절부터 세계적인 윙포워드를 양성하는 데 도가 텄다고 평가받은 아르테타의 전매특허 세션.

그가 복귀한 이후 러너와 새롭게 나타난 캐시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한 것은 그의 역할이 컸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쿠아바, 콜, 자코까지 합세해서 선수들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가르쳐주고 있었다.

“⋯사실 리그보다는 좋은 공격 조합이 있는 도르트문트전이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찮을 거야. 시티는 그들을 우습게 보고 패배했지만 우리가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렇게 팀원들이 각자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보강하는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그 순간, 유건은 분석실에서 코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통 선수들 개개인을 불러 분석실에서 다가오는 경기에서 어떤 식으로 활약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이번이 유건 차례였던 것.

더불어 그가 주장을 맡고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얘기가 조금 오고 갈 수밖에 없던 것은 당연했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몇 경기 남지 않은 것은 모든 대회가 동일했지만 수준이 챔피언스리그가 높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각 리그에서 지난 시즌 최상위권 팀들만을 뽑아 세계의 최고 팀을 가리는 대회였으니까.

“실제로 붙게 되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해봐야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까지 올라온 이상 방심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를 엄청 분석하려 했다.

경기 중 자신을 마크하러 나온 선수가 자주 사용하는 발이 어디인지, 어떤 식의 수비를 즐겨하는지 등의 내용들을 확인한다.

도박사들의 배팅은 아스날의 우위를 나타내주고 있었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바로 이전 경기에 동일한 상황이었으나 패배를 했다.

그 사실을 교훈 삼아 자만하지 않고 최대한의 노력을 담아 준비하려는 유건이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

- 오늘을 위해서 지난 경기도 다 로테이션 돌려놨다고! 도르트문트 나와!

- 제발 이기고 올라가자. 차라리 반대편 시드에 있는 뮌헨이 걸리는 게 나았을까? 도르트문트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네

└ 아니야, 도르트문트가 훨씬 낫지! 얘네 지난 맨시티랑 할 때 경기 봤는데 진짜 겨우 이겼던 팀임

- 그래도 4강까지 올라왔는데 절대 방심하면 안 될 듯! 진짜 이제부터는 한 골 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은 먼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홈 경기가 펼쳐지는 아스날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었다.

8강전에서 그들이 기적적으로 올라왔다고 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가 없었던 것이 이번 라운드에서도 기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기적으로도 막지 못하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안심한다는 감정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축따튜브 팬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조별 예선에 경험해본 바이에른 뮌헨이 낫지 않았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밑에 달린 구독자의 말처럼 도르트문트랑 붙는 게 훨씬 나았다.

만약 그들을 이긴다면 결승전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 혹은 바이에른 뮌헨.

‘루이스가 있는 마드리드가 이길 것 같지만, 혹시나를 생각하면⋯.’

사실 그 매치를 생각하면서 유건도 예상을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세 개의 팀 중 4강에서 전력을 알고 있는 것은 단 한 팀이었지만, 아스날은 단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사실 대진을 희망하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만약 결승에 올라온다면 전술이나 움직임이 익숙한 그들을 상대할 것이고 레알 마드리드에 관련된 내용들은 그들끼리의 경기에서 참조할 만한 데이터를 또 한 번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스날도 당장 눈앞에 서 있는,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도르트문트를 이겨야만 결승전으로 가는 티켓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말이다.

“벌써 챔피언스리그 4강이군요!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불러온 두 팀이 만나는데요?”

“지난 시즌부터 진출만 하면 우승 후보라고 불렸던 아스날과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 도르트문트!”

“마음 같아서는 유건 선수가 멋지게 프리킥 골을 하나 넣어줬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게 결승골이 되면 더욱 좋겠구요!”

“아, 지우씨 이제 시작합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아스날 VS 도르트문트. 지금 시작합니다!!”

터널을 나가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앙 지역으로 모이자, 한국 중계 방송사에서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약 3분 이내에 시작할 듯한 경기였으니 그 전에 팬들을 입장시키기 위해서였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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