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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인 환생했다-65화 (65/150)

#65. 5장 임무(2)

다시 며칠이 지났을 때 나는 복룡추호대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새로 들어온 막내를 향한 관심이 지나치긴 했지만.

“진휘야.”

“예, 부조장.”

“자고로 무인이란 임기응변에 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검법 말고도 여러 가지 무공을 익혀두는 게 큰 도움이 되지.”

“그렇습니까?”

일조장인 손유수 다음가는 지위의 고주양(高走壤). 그는 특히나 날 교육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삼 주 동안 훈련시간 대부분을 그와 보냈을 정도였다.

덕분에 적응하는 데엔 큰 도움이 됐으나 연신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

“오늘은 비도술을 한번 연습해 보자.”

다행히 오늘은 제법 괜찮은 제안을 해왔다.

나 또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땐 비도를 애용했으니까. 비도술이라 칭할 만한 무공을 제대로 배운 건 아니지만 내력을 실어 날려 보내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좋은 무기였다.

“좋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고주양이 창고에서 비도가 가득 담긴 나무 상자를 꺼내 들고 왔다.

그와 함께 연무장으로 이동하니 슬금슬금 일조의 조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마지막엔 손유수까지 나타났다.

“뭐야. 네 비도술을 알려주려고?”

손유수의 반응을 보니 고주양의 비도술이 썩 뛰어난 듯싶었다.

“막내를 가르치는 맛이 제법 쏠쏠합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친다고 할까요. 천재 같습니다.”

고주양의 말에 손유수가 크게 수긍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렇긴 하지. 고작 삼 주 만에 복룡추호대의 전술과 검진을 모조리 익혀냈으니.”

“그뿐입니까? 복룡추호대만 익힐 수 있는 복룡투식(伏龍鬪式)도 벌써 칠성까지 익혔답니다.”

칠성이라는 말에 손유수와 조원들이 깜짝 놀라는 게 보였다.

복룡투식은 복룡추호대 내에서만 전해지는 독자적인 격투술. 복룡추호대의 초대 대주가 직접 창안한 무공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수준도 높고 익히기가 쉽지 않아 처음 복룡추호대에 들어오게 된 대원들은 복룡투식을 익히는 데 꽤 고전한다고 했다.

물론 나는 복룡투식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였다.

천영검대의 사신무보다는 수준이 높지 않았고 투로의 결도 비슷해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적당히 칠성이라고 둘러댔을 뿐. 칠성까지 익히면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여겨 더는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랬더니 지금처럼 고주양은 자신의 비도술을 전수해주려 하고 있었다.

“그래도 네 비도술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다른 애들도 네게 비도술을 배우려다가 너무 난해하다고 다 때려치웠는데.”

손유수의 말에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보니 이미 한 번쯤 다들 고주양의 비도술을 맛본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좀 더 흥미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비도술이기에?

내가 눈을 빛내자 고주양이 씩 웃어 보였다.

“다른 놈들은 그랬어도 이놈은 다를 겁니다. 이 녀석은 천재라니까요.”

***

연무장 끄트머리에 표적 열 개가 나란히 세워졌다.

중앙에는 고주양과 내가 서 있었고 연무장 주변으론 손유수와 조원들이 교육을 구경하기 위해 에워싸고 있는 상태였다.

표정을 보니 내가 교육을 받다가 금세 때려치울 거라 예상하는 모양이었다. 자신들처럼.

“이 비도술의 이름은 십영비도술(十影飛刀術). 명칭은 내가 대충 지어낸 거라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은 이 비도술을 직접 창안했다는 뜻입니까?”

나는 짐짓 놀란 얼굴로 고주양을 바라봤다.

무공의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무공 하나를 창안한다는 건 엄청난 공부(工夫)를 요구했다.

내 말에 고주양은 멋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전 무공을 응용해 만들어낸 수준이다. 덕분에 남에게 전수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후후.”

어느 정도 진심이 섞인 감탄에 고주양은 실실 웃다가 품속으로 양손을 집어넣었다.

“일단 시범을 보여주마.”

이어.

쉬쉭-!

품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양손에서 각각 한 자루의 비도가 발출됐다.

빛살 같은 빠르기였지만 이 정도라면 특출날 정도라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고 쏘아지던 비도가 순간 둘에서 넷으로 분열됐다. 계속 늘어나던 비도는 어느새 열 개의 빛줄기가 되어 각 표적의 급소 부분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와-!”

“역시, 부조장의 비도술은 언제 봐도 일품이라니까.”

연무장 주변에서 터져 나온 탄성과 함께 고주양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어때?”

나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펼쳐 보였던 십영비도술을 분석하고 있었으니까. 비도가 쏘아지는 순간 내공의 흐름은 어땠는지 특징과 규칙은 어떤지 등.

찬찬히 십영비도술의 운용법을 뜯어보다가 내가 물었다.

“열 개가 전부가 아니죠?”

“…어떻게 알았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맞다. 십영비도술을 제대로 익히면 이십 자루의 비도를 제어할 수 있지. 여기서 제어란…….”

“비도의 방향이나 속도를 전부 조종할 수 있는 수준?”

“어? 그, 그것도 맞다. 물론 그 경지는 환상에 불과한 경지지만 십영비도술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지.”

여기서 말하는 경지란 이기어검(以氣馭劍)의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다.

검법으로 따져도 고차원적인 개념이라 그만한 깨달음이 없다면 십영비도술 또한 완성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전생에 내가 도달했던 지극의 경지에서 조금 더 나아가야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니.

‘전생의 무공을 회복한다면 십영비도술의 끝을 볼 수도 있겠어.’

내가 미소 짓자 고주양도 따라 웃었다.

“역시. 너는 뭔가 다르다니까. 어때? 배울 수 있겠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십영비도술의 구결을 전수해주었다.

십영비도술의 수준만큼이나 구결은 난해하기 그지없었다. 정확히는 고주양이 자신의 무공을 구결로 풀어 설명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다고 봐야 했다.

덕분에 조원들이 비도술을 배우려다 때려치우는 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나는 그 난해함 속에 담긴 진의를 깨달았다. 눈으로 십영비도술의 운용법을 살펴보기도 했고.

“좀 어렵긴 할 거다. 몇 번 더 시범을 보여줄 테니 당분간은 구결을 외우고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그다음 천천히….”

“어느 정도 이해했습니다.”

“벌써?”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고주양이 깜짝 놀랐다. 내가 상자에 들어 있던 비도들을 품속으로 갈무리하고 있었으니까.

“한번 펼쳐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묻자 고주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마자 나는 머릿속으로 피어오르는 십영비도술의 운용법대로 몸을 움직였다.

쉭쉭-!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빼며 비도를 내던지는 모양새는 아마 고주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어.

촤라락!

두 자루의 비도가 열 개의 빛줄기로 분열됐고.

콰콰콰콰콱!

각자 정확히 고주양이 쏘아냈던 비도가 틀어박힌 자리 위로 내리꽂혔다.

나는 흡족한 결과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장내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한참이나 이어지던 침묵은 고주양의 중얼거림에 깨져나갔다.

“…이놈 진짜 천재 같은데요.”

***

십영비도술을 배우고 나서부터 조원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발전했다.

기존엔 신입을 향한 관심과 호감이 다였다면 지금은 일조의 전력이 크게 상승할 거라는 기대감과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차차 신뢰까지 쌓아갈 수 있겠지.

나로서도 바라던 부분이었다.

이제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그들을 살펴본바.

배신자인 한천자와 달리 복룡추호대의 대주 설표를 비롯한 일조의 조원들은 정천맹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임이 분명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일조가 아닌 나머지 세 개의 조는 몰라도 이들과 설표만큼은 확실했다.

그 말은 한천자가 아직 집형당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해서 조만간 그를 잡아들일 기회를 엿봐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려면 역시 놈이 월영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당장 놈의 건물을 뒤진다고 증거가 나올 리도 없고 정천맹의 장로인 그가 생활하는 건물은 경계도 엄청날 터였다.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고자 고심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진휘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손유수와 고주양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대주님의 호출이다.”

설표의 호출이면 임무인가 싶어 나는 두 사람을 뒤따랐다. 예상대로 일조의 모든 조원이 설표 앞에 집결해 있었다.

우리까지 도착해 열을 맞춰 자리에 서자 설표가 입을 열었다.

“맹시에서 새로운 신입을 한 명 차출하고 교육한다고 한 달간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빈자리가 채워진 만큼 다시 임무를 수행해야겠지?”

그 말과 함께 설표는 서류를 펼친 뒤에 복룡추호대 일조에게 내려진 임무를 설명해주었다.

“이번 임무는 백대악인을 처리하는 일이다.”

해마다 정천맹에서 지정하는 사파 세력의 백대악인.

과거에 내가 죽였던 거악부도 백대악인에 선정되었던 자였다.

다만 복룡추호대가 직접 나서는 만큼 거악부와는 비교도 안 될 고수일 게 분명했다.

“백대악인 중에서도 상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색혼수사(嗦魂修士). 악명은 물론 실력마저도 절정을 넘어 인극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다. 그런 만큼 나도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임무이니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색혼수사면 정마대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파 세력에서 명성을 떨치던 고수였다.

정마대전이 일어나고 나서부턴 자취를 감추었다고 들었는데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가 싶었다.

“출발은 이틀 후. 그때까진 훈련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알겠습니다!”

“해산!”

이후 조원들은 명령대로 휴식을 취하러 거처로 이동했다. 임무를 나서기에 앞서서 몸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놔야 할 테니까.

나는 고주양과 함께 거처로 이동하면서 넌지시 물었다.

“보통 복룡추호대의 임무는 집형당주께서 직접 하달하시죠?”

“그렇지? 맹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임무도 어쨌든 당주님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지니까.”

“이번 임무는요?”

“색혼수사의 추적은 집형당주께서 전담하던 일이다. 아마 이번 임무에 성공하면 집형당이나 복룡추호대의 위세가 크게 오를 거야.”

“그만큼 위험한 임무겠죠?”

“색혼수사는 엄청난 고수니까. 실력만큼 신출귀몰하고 살육을 즐긴다니 무척 위험한 임무지.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대주님께서 함께하시니 너까지 나설 일은 없을 거다.”

“예.”

대답을 끝으로 거처에 도착한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복룡추호대의 일조는 정예인 만큼 방 또한 일인 일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창가로 걸어가니 성처럼 넓은 정천맹의 내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집형당주가 있을 건물을 바라봤다.

왜인지 이번 임무에서 썩은 냄새가 풍겨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월영련이나 한천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봤을 때, 금월보의 계략을 방해한 내가 정천맹에 발을 들여놨으니 눈에 거슬릴 게 분명했다.

한천자나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무언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면 그전에 어떻게든 나를 처리하려고 할 텐데 지난 한 달간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만일 그게 맹시의 합격자를 향한 관심이 수그러지기를 기다리는 유예기간이었다면.

이번 임무를 빌미로 놈들이 칼날을 들이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던 바다.’

나는 여전히 한천자가 있을 건물을 눈에 담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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