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인 환생했다-96화 (96/150)

#96. 6장 전조(1)

[강호를 집어삼키고자 놈들이 이를 드러낸 곳은 태산. 태산을 시작으로 월영련은 천하오주의 세력과 정천맹마저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으며…….]

내가 섬서에서 맹으로 복귀하는 와중에 정천맹은 성명을 발표했다.

월영련의 발호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와 금월보주, 화월각주의 계략이 무엇이었는지. 그로 인해 태산파와 정천맹, 선우약가가 어떠한 피해를 보았고 어찌 대항하여 해결했는지 등.

놈들이 태산과 정천맹에서 벌인 계략은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섬서에서의 사건은 수많은 강호인이 관심을 기울였었다.

무려 선우약가가 마공에 손을 댔다고 소문이 난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역시 월영련의 계략이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강호인들은 크게 당황했고 크게 분노했다.

특히나 섬서 무림인들의 분노가 가장 컸다.

하마터면 자신들 손으로 죄가 없는 선우약가와, 강호의 큰 어른인 동시에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천의를 해칠 뻔하지 않았던가.

마공에 손을 댔다는 그 사실 하나에 시야가 흐려져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무지함과 어리석음에 섬서 무림은 자책감 역시 느끼고 있었다.

또한 섬서 무림 연합회를 이끌었던 공동파를 향한 원망도 피어올랐다.

칠성검 막능제가 월영련과 손을 잡고 일을 주도했다는 사실 역시 밝혀져서였다.

[공동파는 결코 천하오주에 뒤지지 않는 강대한 문파이자 섬서 무림의 정의를 대표하는 문파였다. 하나, 그들은 명성과 욕망에 눈이 멀어 월영련과 결탁하고 섬서 무림을 어지럽힌 죄가 있는바…….]

공동파의 멸문.

정천맹은 섬서 무림을 향해 공동파의 멸문을 지시했다.

계략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어찌 됐든 섬서 무림 연합회에 소속된 문파와 무가들 역시 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공동파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죄를 물어야 하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천맹은 그 모든 죄를 월영련과 공동파 하나에게만 집중시켰다.

공동파의 멸문으로 섬서 무림의 과오를 무마하여 섬서 무림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월영련과의 전쟁에 앞서 섬서 무림의 안정을 꾀해 그들의 힘을 보존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를 위해 섬서 무림 연합회를 유지하고 연합회주의 자리를 천의 선우청에게 맡기도록 했다.

연합회가 안정기를 찾을 때까진 동악검선이 선우약가를 돕겠다고 나선 만큼 섬서 무림은 무리 없이 선우약가가 장악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천하오주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월영련의 의지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월영련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야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월영련. 놈들이 마교만큼이나 무서운 세력이라며?”

“그렇다는구먼. 정천맹의 장로인 한천자나 공동파가 배신까지 결심하며 놈들과 결탁한 걸 보면.”

“배신이라니. 어찌 그런…….”

“그만큼 놈들은 지금껏 암암리에 천하 각지에서 음모를 꾸며두었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마교보다 더 까다로운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정천맹은 그런 놈들의 계략을 모두 보란 듯이 저지하지 않았나. 마교도 물리친 정천맹이야. 월영련 역시 금세 사라질 걸세.”

정천맹이 있는 하남에 접어들었다가 날이 깊어 객잔에 들른 상황이었다.

성명이 발표된 만큼 객잔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월영련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구석 자리에서 식사하며 분위기를 살펴본 바로 현 강호는 정천맹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나로 뭉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태산파든 선우약가든, 혹은 정천맹이든 월영련 놈들의 계략에 빠져 피해를 보았다면 자칫 강호가 혼란한 분위기에 휩싸일 수 있었다.

하지만 놈들의 계략이 모두 저지당했다는 사실 하나에 강호는 정천맹을 향한 신뢰를 더욱 키웠고 강호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정천맹. 정확히는 총군사 묵가후가 그런 부분까지 계산하여 숨겨야 할 건 숨긴 채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리라.

그 하나가 바로 수월림주와 월영련주. 그리고 검신 영감에 대한 것이었다.

나보다 앞서서 맹으로 복귀한 천영검대주에게 그 부분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테니 지금쯤 대안을 마련했을 터.

검신 영감이 있다는 요동의 천산으로 여러 고수가 이미 파견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 역시 당장은 맹으로 복귀한 뒤 곧장 천산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검신 영감이 쉬이 당할 리는 없겠지만, 월영련주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은 분명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이었다.

“자네, 백의문에 대한 얘기는 들어봤나?”

“백의문?”

“그래. 근래에 산서에서 등장한 신흥 문파라고 하던데.”

“물론 들어봤지. 백의문의 등장 이후 산서의 사파 세력들이 크게 움츠러들지 않았나. 게다가 그곳의 문주가 산서에서 가장 강한 고수라며?”

“그 문주가 이번 섬서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더구먼. 게다가 소문엔 태산파의 장문인인 동악검선과도 인연이 깊다고 하네.”

“나도 들었네. 소문엔 섬서에서조차 그를 당해낼 자가 없다고 하던데. 그런 이가 정도의 길을 추구하니 정파 세력은 크나큰 복이 아닐 수 없지.”

객잔 손님들의 대화에서 이름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로 어느새 백의문은 제법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하남에서부턴 가면을 벗어둔 상태였기에 나는 덤덤히 행동했다.

지금은 다시 유씨세가의 소가주이자 복룡추호대원인 유진휘로서 움직일 때였으니까.

***

“쯧.”

화려한 장식으로 둘러쳐진 옥좌에 앉아 있던 노인은 보고서를 손에 쥔 채 혀를 찼다.

보고서 안에는 섬서 계략의 실패와 함께 화월각주와 수월림주가 정천맹에 생포되었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정천맹이 월영련의 존재를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그들을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사실까지.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군요.”

옥좌의 옆에 시립하고 있던 중년인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칠 척에 달하는 거대한 풍모는 흡사 맹장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은은히 흘러나오는 기세 또한 그가 범상치 않은 고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옥좌에 앉아 있는 노인은 그런 중년인의 기세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일월성주(日月城主).

월영련에서는 월영련주만큼이나 강하다고 알려진 인물이 바로 일월성주였다.

“금월보나 화월각의 시답잖은 계략 덕에 본련의 정체가 밝혀졌구나.”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습니까? 계략이 성공했다면 천하오주의 세력 중 둘이 사라졌을 테니 중원을 향한 침공이 더욱 수월했겠지요.”

“수월은 무슨. 그딴 계략이 없어도 현 강호는 본련을 당해낼 수 없다.”

일월성주가 보고서를 허공에 내던졌다.

펄럭거리며 추락하던 보고서들은 순간 허공에서 불길에 휩싸여 단숨에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련주께선 어쩌고 있나?”

일월성주의 물음에 중년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며칠 전 천산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검신 백도천이라.”

턱을 쓰다듬던 일월성주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본좌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싶었거늘.”

“저희는 따로 할 일이 있잖습니까?”

중년인의 말에 일월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준비되었나?”

“예. 그릇은 물론 재료와 대법까지 시행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이번 몸은 련주님께서도 만족하실 만할 겁니다.”

“검신도 죽고 련주님도 죽는다. 정천맹 놈들에겐 그렇게 알려질 테지.”

“하지만 련주님께선 죽지 않으실 테지요.”

일월성주와 중년인은 그 말과 함께 조소를 지어 보였다.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 그게 바로 월영련의 주인이었다.

“그건 본좌도 마찬가지지.”

검신 백도천.

현 강호에서 자신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은 검신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사라진다면 일월성주인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인물은 강호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월영련의 존재가 천하에 널리 알려지고 말았으니 이제는 굳이 숨어 지낼 필요도 없었다.

“금월보주, 화월각주, 수월림주. 그들의 복수 정도는 해줘야겠지?”

일월성주가 천천히 옥좌에서 일어나자 중년인은 목덜미를 긁었다.

“복수입니까?”

“아니. 더 이상 손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있어야지.”

“하하.”

일월성주의 대답에 중년인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련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월영련이나 자신들에게 있어서 소모품 따위에 지나지 않았다.

‘아. 목월방주(木月幇主)는 제외할까.’

일월성과 목월방.

두 세력이야말로 월영련의 핵심이었다.

그때, 일월성주가 옥좌의 뒤편. 벽면에 그려져 있는 중원 지도를 응시했다.

“련주께서 검신을 처리하는 동안 본좌는…….”

그런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은.

“진천문으로 할까.”

***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으로 복귀하자마자 독고태문의 부름이 있었다.

나는 그대로 맹주전에 들어섰고 그곳에는 독고태문과 묵가후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단은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전하마. 네 덕에 선우약가는 물론이고 섬서 무림 전체가 무사할 수 있었다.”

“예.”

“게다가 네가 생포한 화월각주와 수월림주. 두 인물 덕에 월영련에 대한 적잖은 정보를 파악하는 게 가능했다. 너는 물론이고 백의문에게도 이에 대한 보상을 따로 내리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짧게나마 논공행상이 이어졌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환기되지 않았다.

검신 영감 때문인지 혹은 월영련의 대한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궁금했기에 나는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번에 입을 연 것은 묵가후였다.

“전대맹주님이 은거하고 계시는 천산. 그 주변에서 월영련주로 추정되는 인물의 움직임이 포착됐네.”

“놈 혼자입니까?”

“예상과 다르게 그는 혼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네.”

혼자라.

놈의 무위가 대단하다는 건 분명하나 검신 영감을 상대로 혼자라니.

“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월영련주를 확실하게 처리해 두려고 하네.”

묵가후의 판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인 만큼 놈을 추격해 처리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로 보이긴 했다. 아직 검신 영감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천산으로 천영검대와 천군지사대까지 출전시켰지.”

천군지사대(天君指使隊).

천영검대가 맹주의 기밀 검대였다면 천군지사대는 공식적인 맹주의 친위대였다. 지사대주 휘하 여섯 개의 조로 구성된 최정예 무력 집단.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월영련주를 정말로 확실하게 처리하려면.

“저도 천산으로 가겠습니다.”

결심했던 대로 나 역시 천산으로 향하는 게 확실한 방법이었다. 앞에서는 검신 영감이. 뒤에선 천영검대와 천군지사대. 그리고 나까지.

이 정도의 합공이라면 제아무리 월영련주라도 당해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나조차도 이 정도의 합공 속에선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불가였다.

“월영련에 대한 성명을 발표해서인지 놈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네.”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본격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는 뜻일세.”

화월각주와 수월림주. 두 사람을 통해 캐낸 정보를 토대로 월영련의 세력을 파악해 두었다고 한 만큼 묵가후의 입에서 새로운 세력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일월성. 그 역시 월영련 산하의 세력 중 하나일세. 그 세력이 진천문을 노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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