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인 환생했다-137화 (137/150)

#137. 4장 작전(2)

오룡일화의 하나인 잠룡이 천하십대고수인 권왕을 꺾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운대산 수유봉에서 직접 그 싸움을 지켜봤다는 사람들이 수십 명인 데다가 권왕이 가주로 있는 하남장가가 그 소문의 진위를 인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전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호 전체가 들썩였다.

또한 잠룡에 관한 소문은 자연스레 유씨세가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유씨세가의 소가주라고?”

“그렇다니까. 알아보니 산서 무림에서도 이미 유씨세가를 당해낼 문파나 무가가 없다고 하더군.”

“산서 제일 무가의 소가주가 천하제일 후기지수를 넘어 이제는 천하십대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제는 유씨세가를 산서 제일의 명가라고까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뿐인가.

“자네. 그 얘기는 혹시 알고 있나?”

“어떤 얘기 말인가?”

“천하오주의 하나인 태산파가 실은 월영련이 꾸민 음모 덕에 한차례 큰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었다네.”

“그게 무슨 소리야? 천하의 태산파가 위기라니?”

“믿기 힘들겠지만 전부 사실이야. 최근에 태산파의 장문인이신 동악검선께서 직접 밝힌 얘기들이네. 그동안은 행여나 강호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질까 하여 숨기고 계셨으나…….”

태산파의 장문인인 동악검선은 지난날 월영련의 세력 중 하나였던 금월보의 계략에 빠져 자신은 물론 태산파까지 무너질 뻔했었던 사정들을 자세히 털어놓았다.

모든 전말을 털어놓은 뒤에는, 그러한 태산파를 위기에서 구해낸 게 다름 아닌 유씨세가의 소가주인 잠룡 유진휘라는 말을 덧붙이며 그를 태산파의 은인으로 대우하겠다는 의지까지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태산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진 줄 까맣게 모르고 있던 강호인들로서는 경악할 만한 순간이었다.

정파의 다섯 기둥이라 불리는 태산파와 그 태산파를 이끄는 동악검선이 월영련에게 큰 화를 입을 뻔했었다니.

점차 커지던 놀람과 분노는 뒤따라 덧붙인 동악검선의 한마디에 다시금 자연스레 유진휘를 향한 찬탄으로 이어졌다.

‘잠룡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본인과 본문이 큰 화를 입는 건 고사하고, 월영련이란 배후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을 터. 잠룡의 등장은 태산파 뿐만 아니라 정파 무림의 홍복이라 할 수 있다.’

동악검선 덕에 불이 붙었던 잠룡의 명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작에 불과했다.

태산파가 입을 열자, 선우약가주 천의와 진천문주 도제가 차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신들 역시 잠룡의 도움 덕에 월영련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는 말을 공표했다.

그 과정에서 유진휘가 벌인 활약은 어느 정도이고 그의 무위가 천하십대고수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음을 주장하자 강호인들은 불세출의 영웅이 등장했다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어린 나이의 후기지수가 믿기지 않는 무위와 함께 홀로 월영련과 맞서 천하오주라 불리는 태산파, 선우약가 그리고 진천문을 구해냈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를 떠나 강호인으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아닌가?”

“그러니까 말일세.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파 무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보게.”

“게다가 그 모든 일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감당해냈다는 게……. 이번 일로 잠룡에 대한 소문이 커지지 않았더라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을 일들 아니냔 말이야.”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잠룡에 대한 강호의 시선은 어느새 경외와 존경으로 탈바꿈되었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정천맹의 공식발표였다. 그들은 그동안 공표를 미루고 있었던 사실들을 숨김없이 토로했다.

월영련주와 전대 맹주 검신 백도천.

두 사람이 요동의 천산에서 양패구상했으나 월영련주는 단룡위의 몸으로 되살아나 마교의 재건을 획책하고자 여러 가지 계략을 꾸미고 있고 실상 놈들은 이미 마교라 부를 정도의 성세를 이루었다는 말부터, 놈들 덕에 세외 세력인 북해빙궁 역시 반란에 휩싸였다가 잠룡과 소룡단 덕분에 화를 모면했다는 사실까지.

그로 인해 정천맹과 북해빙궁은 단룡위와 그가 재건한 마교에 대항하고자 동맹을 체결했음을 모조리 공론화 한 것이다.

그 발표로 인해 예상대로 강호는 큰 혼란에 휩쌓였다.

마교의 부활과 그걸 가능하게 만든 단룡위라는 이름 역시 머릿속에 크게 각인되어갔다.

하지만 그 혼란도 잠시.

단룡위라는 이름 이전에 강호인들의 심중에 깊숙이 자리 잡은 유진휘라는 존재감 덕분에 놈들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결의와 의기가 혼란을 밀어내고 있었다.

천하오주 뿐만 아니라 북해빙궁 마저 구해낸 잠룡 유진휘라면.

그 젊은 영웅의 이름이 어느샌가 검신 백도천을 대신하여 정파 무림인들의 버팀목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

“작전이 유효했네요?”

내가 피식 웃자, 총군사 묵가후는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일언반구도 없이 멋대로 자네를 이용했네. 그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지.”

그는 맞은편 탁자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총군사라는 지위에 상관없이 묵가후는 항상 이처럼 매사에 진심인 인물이었다.

나는 빠르게 내기를 일으켜 그의 몸을 제어해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도움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 이용해 먹으셔도 됩니다.”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마음이 더욱 불편해지는군.”

“그렇습니까?”

나는 계속 웃으면서 탁자 위에 올려진 서류들을 몇 장 들춰봤다. 권왕에게 들은 대로 천룡작전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묵가후와 함께 천하오주의 주인들이 합심하여 계획한 작전이라고 하더니.

권왕과 벌인 승부에 대해 소문이 퍼지자마자 태산파와 선우약가 그리고 진천문이 차례차례 입을 연 것도 전부 의도된 부분이었다.

“전대 맹주님께서 몸 상태가 온전하셨다면 굳이 필요한 작전은 아니었을 것이네.”

묵가후의 말대로 검신이 멀쩡했었더라면 이런 일을 꾸미지도 않았을 터였다.

검신이야말로 존재 자체만으로 정파 무림의 검이자 방패이며 하늘이었으니까.

그걸 알기에 단룡위 역시 되살아나기 전의 육체를 희생하여 검신을 쓰러트린 거였다.

그러나 검신은 병상에 누워있긴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었고 강호 역시 묵가후의 작전으로 치솟은 내 명성 덕에 혼란에 침몰당하지 않았다.

“아무튼 자네 덕분에 큰 혼란 없이 마교에 대한 사실을 공론화 시킬 수 있었네. 비록 작전으로 빚어진 명성이지만, 자네의 그 명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일 뿐이니 자네도 너무 노여워…….”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니까요.”

묵가후가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진심 어린 표정으로 괘념치 않는다는 심정을 전해주었다.

그 말에 묵가후는 이내 옅은 미소와 한숨으로 자책감을 털어내는 게 보였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이지 않습니까? 이다음 작전은요?”

내가 묻자 묵가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에 말을 이었다.

“여전히 놈들의 본거지와 몽마의 흔적을 뒤쫓고 있는 실정이라 아직 다음 계획이라고 할 건 없네만……. 대신 머지않아 놈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네.”

“놈들이 먼저요?”

원래라면 현 강호는 궤멸했던 마교의 부활이라는 소문 아래 혼란에 휩싸여있는 게 정상이었다.

단룡위는 그 불안정한 분위기를 틈타 예전처럼 또다시 여러 가지 계책을 꾸미려고 했을 터.

하지만 천룡작전 덕분에 강호의 분위기가 예상과 달리 안정적이니만큼 무언가 수를 낼 거라는 게 묵가후의 추측이었다.

물론 놈들의 그 수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단순한 견제 정도가 아니라 마교라는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등장일 터. 그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해두어야겠지.”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묵가후와 한동안 대화를 나누던 와중이었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라는 말에 묵가후와 나는 고개를 돌렸다.

“누구의 손님?”

묵가후가 묻자 입구에서 수하 하나가 계속 말했다.

“유 공자를 뵙고자 산서에서 찾아오셨다고…….”

내 손님? 그것도 산서에서?

유씨세가의 인물이거나 혹은 백의문의 제자일 수도 있었기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묵가후는 그런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향에서 찾아온 손님이라니 얼른 가보게나.”

“예.”

묵가후와는 이후 특이사항이 생기면 다시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고 나는 건물을 벗어나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객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겼다.

“도련님!”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왕삼이 그곳에서 팔을 뒤흔들고 있었다.

***

“강호의 분위기가 재밌게 흘러가더군.”

폐관수련 이후 정식으로 마교의 교주 자리에 오른 단룡위가 중원의 지도를 내려다봤다.

그의 옆에선 마교의 총군사 직을 겸하는 목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룡위의 시선을 쫓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정천맹 놈들이 도리어 앞서서 본교에 대한 사실을 공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혼란을 염려해 끝까지 숨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정천맹이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강호의 분위기를 쥐고 흔들 심산이었다.

그걸 위해 수라몽령시를 비롯한 여러 무력 부대를 앞세워 중원을 침공할 계획까지 마련해두지 않았던가.

한데 침공을 시작하려는 그 시기에 맞춰 잠룡이라는 별호와 그의 명성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진휘. 그놈을 불세출의 영웅이라며 칭송하고 있더군. 검신을 꺾어놨더니 그 자리를 놈이 대신 꿰찬 꼴이야.”

“놈의 행보가 번번이 저희와 맞물린 까닭도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이 놈을 처리해 두었어야 했는데…….”

“이미 여러 차례 놈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있었지 않았나? 번번이 실패했을 뿐이고.”

“…….”

목마가 입을 다물자 단룡위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얘기했듯이 어쩌면 놈은 본교에 있어 검신 보다도 더 까다로운 존재일 수도 있어.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찌할 텐가?”

“강호의 분위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분위기일 뿐입니다. 예정대로 계획을 진행한다면 분위기는 금세 저희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산서와 광동.”

유씨세가와 독고세가.

현재 마교가 노리는 건 두 가문 중 하나의 궤멸이었다.

그걸 위한 성동격서의 계책이지만 여전히 서쪽을 정해두지 않은 상황.

목마는 대답을 위해 단룡위를 조심스레 쳐다봤다.

“희망과 결의로 가득 찬 강호의 분위기를 단번에 부숴놓으려면 역시나…….”

단룡위는 이내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검마도 함께 보내라.”

“검마까지… 말입니까?”

“마교가 다시금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확실하게 해둬야지.”

“예.”

명령에 따르는 목마가 지도의 한 곳을 주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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