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7화 (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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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선비가 너무 실물깡패임

[사용자 : 유군자]

[용모 : B]

[노래 : D]

[춤 : C]

[매력 : A]

[포인트를 투자할 항목을 선택하세요.]

“흐음-.”

눈앞에 띄워진 상태창을 보며, 군자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상태창을 통해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은 이미 익숙했다. 300년 전에도 상태창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면 노래와 춤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을 체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렇게 선택권을 가져 본 것은 또 처음이다. 아무래도 시공을 건너뛰며 상태창의 작동 방식 역시 달라진 것 같다.

우선 매력은 ‘A’라는 높은 등급을 받았으니 우선순위에서 미뤄 두고.

외모는 ‘B’ 등급이었으나, 글쎄. 외모만큼은 이 평가가 정확한지 알 수 없었다. 당장 얼마 전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S’ 등급이라고 평가하지 않으셨던가.

S라니. 내가 S라니···.

다시 생각해 봐도 울적했다. 헤아려 보니, A등급에서 무려 열 아홉 등급이 떨어져야 S등급이 되는 셈이었다. 거울 앞에 선 군자는 자신의 외모를 이리저리 살폈다.

“내가 그렇게 심각한 못난이란 말인가···.”

이목구비가 딱히 모난 것 같진 않은데. 지나치게 곧은 눈썹뼈와 콧대 때문인가. 아니면 이 시대엔 커다랗고 또렷한 눈이 오히려 추남의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뽀얗고 촉촉한 피부 때문일지도 모르고.

실력파 가수의 길을 걷기로 했지만, 그래도 못생겼다는 건 꽤나 슬픈 일이었다. 군자는 애써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을 정리했다.

“못난이에겐 못난이의 길이 있는 법이겠지.”

이제는 음악만 생각하기로 한 군자였다.

그렇다면 D등급인 노래를 올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터.

이번 오디션을 통해, 어째서 노래 등급이 ‘D’가 나왔는지 깨달았다.

유군자 참가자의 목소리는 아이돌에 어울리지 않는다.

장민혁 트레이너님께서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다.

군자가 알던 노래와 아이돌 세상의 노래는 분명 다르다. 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아이돌 노래를 들어 왔기에, 군자 역시 어렴풋이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아이돌을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내 실력이 미미하다는 뜻이겠지.”

음악은 그걸 듣는 사람들의 것이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 선비의 길이라면, 무엇보다 그들의 수요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면 아이돌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우선은 노래의 등급을 올리는 거다.

결심을 굳힌 군자가 손가락을 상태창 쪽으로 움직였다.

[선택 완료.]

* * *

[사용자 : 유군자]

[용모 : B+]

[노래 : D]

[춤 : C]

[매력 : A]

실력파 아이돌이 되기로 한 유군자.

그의 선택은 용모였다.

“흠흠, 크흠.”

거울 앞에 선 군자는 꽤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미세하긴 하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바뀌었다.

‘노래는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 하지만 용모는? 답이 없다.’

물론 이 시대엔 성형술이라는 것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했다.

어찌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신체에 칼을 댄단 말인가?

“으음, 절대 안 될 말이지.”

벌써부터 정신승리 하는 법을 배운 군자였다.

올라간 용모 등급을 보니 괜히 기운이 났다. 군자는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

이 몸의 원 주인은 내내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신체 단련을 게을리 했다. 그러니 짧은 노래 하나 부르는 데에도 호흡이 부족했던 것이다.

300년 전이었다면 물동이와 지게를 이고 산길을 오르내리며 체력단련을 했겠지.

그러나 이 시대의 단련법은 다르다. 헬스장이라는 곳에 가면 효율적으로 신체를 단련시켜 주는 스승이 있다고 들었다.

당장 한 달 후면 합숙이 시작되니, 그 전까지 신체를 단련해 놓아야 한다.

군자는 망설임 없이 헬스장을 찾았다.

“오오···.”

헬스장엔 군자가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한 쇳덩이들이 가득했다. 형틀처럼 생긴 쇳덩이 위에 올라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아아악-!”

“더, 더, 더-!”

“못 하겠어요!”

“아닐 걸요!”

딱하구나,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극형에 처해진 것인가.

“어젯밤에 떡볶이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먹었어요!”

“잘못 했어요 안 했어요!?”

“했어요!”

“그럼 두 개 더 하셔야지!”

“아아악—!!”

끔찍한 비명 소리에 소름이 다 돋았다. 밤에 떡볶이를 먹는 것은 죄악이었구나. 나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관계자로 보이는 이를 찾아가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아, 예. 어서 오세요.”

“이곳에서 신체를 단련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PT 등록 하러 오셨구나. 잠깐만 기다리세요.”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뒤, 직원은 군자에게 PT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다. 두툼한 가슴에 기골이 장대한 호인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아롱입니다!”

아롱이라, 참으로 어여쁜 이름이로다.

이아롱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군자의 섬섬옥수를 잡고 힘차게 흔들며 껄껄 웃었다.

“회원님 엄청 잘생기셨네요! 부럽슴다!”

“벼, 별 말씀을 다.”

외모 등급을 올리길 잘했구나. 이아롱의 칭찬에 군자는 내심 뿌듯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 이아롱은 군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군자의 운동 경력에 대해 조사하려는 것 같았다.

“유군자 회원님, 운동 경력이 어떻게 되세요?”

“경력이라···.”

다섯 살 때 부터 가검을 잡았다. 이듬해부터는 각궁을 쏘았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각궁(角弓)을 쏘려면 꽤나 많은 근력이 필요하다. 한 번은 숙부의 호위무사를 맨 손으로 셋이나 때려눕힌 적도 있었다.

아무튼 운동으로는 어디 가서 져 본 적이 없는 군자였다.

“뭐, 한 십이 년 정도 됩니다만.”

“예? 아니, 저보다 구력이 더 기신데?”

이아롱은 놀란 눈치로 군자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쓰읍, 그래요? 좀 쉬엄쉬엄 하셨나···.”

“어쨌거나 경력은 그렇습니다.”

“예,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삼대 기록은 있으세요?”

“삼대 기록?”

삼대(三代)기록이라. 이 자가 지금 내 삼대 직계 가족의 기록이 있는지 묻는 것인가?

당연히 있다. 문원 유씨라면 족보 있는 집안이니. 그게 운동과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자는 성실히 대답했다.

“예, 당연히 있습니다.”

“아, 그럼 삼대는 얼마 정도 치시는지.”

“무어라?”

이번엔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 유주원, 할아버지 유성용, 모두 당대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학자였다 들었다.

비록 요절하여 높은 관직까진 오르지 못했지만, 얼마로 치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도내 최고 수준은 족히 될 터.

“아마 경기도에선 최고로 칠 겁니다.”

“예에? 아니, 경기도 전체에서요?”

“못 믿으시겠습니까?”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와, 엄청 실전압축근육이신가 보네.”

“흠흠.”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운동 시작해 볼까요?”

이아롱은 군자의 수준에 맞춰 운동 레벨을 재조정했다.

구력 12년에, 3대는 경기도 최고? 이 정도면 군자가 이아롱을 가르쳐야 할 판이다.

“자, 우선 머신으로 워밍업부터 간단하게 할까요?”

“잠깐, 이것은 형틀 아닙니까?”

“하하, 농담도 잘 하시네. 일단 앉아 보세요.”

“어어?”

형틀에 앉는 것이 운동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군자는 자신감이 넘쳤다.

몸 쓰는 걸로 어디 가서 빠져 본 적이 없다. 현대의 운동법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겠지.

“회원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 * *

10분 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학-!”

군자가 죄를 뉘우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허, 몇 개나 했다고.”

“으으, 으으으···.”

바닥에 쓰러진 군자가 고통에 신음했다. 선비의 체면이고 뭐고, 이건 정말 견디기 힘들구나.

“잠깐, 저 잠깐만···.”

“회원님, 빨리!”

떡볶이를 먹었다고 고문을 당하는 여인을 봤을 때 알아차려야 했다. 헬스장이 바로 현대의 의금부였던 것이야.

삼대(三代) 논란도 모두 군자의 오해였다. 이아롱 선생의 말에 따르면, 헬스장에서 말하는 ‘삼대’란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의 운동을 일컫는다.

괜히 선한 사람을 오해할 뻔···.

“어허, 빨리 안 일어납니까아-.”

아니, 딱히 오해는 아닌 것 같다. 이아롱 선생은 악마가 확실했다.

그렇게 간신히 운동을 마쳤는데, 앞으로는 식단까지 이아롱 선생이 관리한다고 한다. 이게 악마의 현신이 아니면 무엇인가. 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도 헬스장을 나오니 온 몸이 당기는 것이, 확실히 격한 운동을 한 느낌이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몸이었으니, 이렇게 해서라도 빠르게 몸을 만드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집에 가는 길, 지하철 통로를 거닐다 보니 커다란 판이 군자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항상 빛나는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THEGAME 유해성 갤러리]

빛나는 판 위에 활짝 웃는 얼굴. 군자도 분명 본 적 있다. 유해성, 지난 <아육시>에서 최종 합격하여 아이돌이 된 자였지. 군자에게는 한 기수 선배인 셈이다.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치구나. 순간, 군자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문원 유씨의 남자들에게 생일이란 죽음의 카운트다운이었다. 모두 서른 번째 생일을 넘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으니.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숙부 유형원은 군자를 엄하게 다그쳤다.

이제 네게 남은 생일은 열 다섯 번 뿐이다.

그 전까지 반드시 고결한 선비가 되어야 한다.

그게 너의 유일한 존재 가치이니라.

그런 과거 때문일까, 군자는 생일이 기쁘지 않았다. 축하는 커녕 추궁만 받는 날이었으니까.

언젠간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빛나는 판 속의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조금 부러워졌다.

“부럽구나···.”

<아육시>에 출연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인기도 얻어야겠지.

그러나 지금은 인기도, 인지도도 없다.

바닥에서 시작하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야.

정진하다 보면, 언젠간 이런 멋진 생일 축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군자였으나.

“어? 야, 저 사람···.”

“그 아육시 오디션장에 말 타고 왔던 사람 아냐?”

“커뮤에서 난리 났었잖아.”

“아 그 미친 선비?”

생각과는 달리, 군자는 이미 은은한 인지도를 쌓아 나가고 있었다.

“나도 그 사진 트위티에서 봤는데?”

“야, 다시 열어봐.”

“잠깐만··· 야, 맞네!”

“와, 개존잘.”

일반인 오디션 당일, 백마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 군자였다.

SNS가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그런 미친 짓을 했다간 누군가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촬영장까지 극성 팬들이 상주하는 <아육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더더욱.

“야, 실물이 더 나은데?”

“근데 왜 유해성 광고판 앞에 있어?”

“몰라, 인증샷 연습하나 봐.”

“어떡하지? 싸인 받을까?”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마침 그 때, 소녀들과 군자의 눈이 마주쳤다.

“음?”

저들은 어이하여 나를 쳐다보고 있는가? 연유를 모르겠구나.

그러나 군자는 습관처럼 그들을 향해 가볍게 웃어 주었다. 거 뉘신지는 몰라도 좋은 하루 보내시게.

“헉!”

그런데, 군자의 미소를 본 소녀들이 비치적거리며 군자를 향해 다가왔다.

이건 또 어인 일인가, 안면은 또 왜 저렇게 붉고? 어디 아픈 것인가?

마침내, 군자와 소녀들이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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