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2화 (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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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이 어려운 겁니까?

팀 구성을 시작하라는 정해진의 멘트에, 99명의 참가자들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그룹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코인’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다.

아직 그 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코인을 가진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참가자들이 코인 확보에 관심을 보였다.

코인을 획득하는 첫 번째 방법은 팀원 세 명의 조회수 합계가 300만을 넘어서는 것.

그러나 산술적으로도 인당 평균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야 했기에,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팀 구성 종료까지 30분 남았습니다.]

나레이션이 끝난 뒤, 정해진이 멘트를 덧붙였다.

“앞으로 30분 동안 자유롭게 팀을 구성하시면 됩니다.”

“네!”

“그리고, 끝까지 팀을 이루지 못한 참가자들에겐 패널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예!?”

“자, 그럼 빠르게 팀을 구성해 주세요.”

패널티라는 말에, 참가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전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각 기획사의 에이스들이 먼저 움직였다.

“형, 어떻게 하실래요?”

“뭐를?”

“팀이요. 같이 조회수 300만 고?”

“아니, 나 좀 더 보고.”

그러나, 실력과 인지도를 가진 에이스 연습생들도 ‘어벤져스 팀’을 만드는 것만큼은 소극적이었다.

아무리 에이스들만 모아 놓는다고 해도, 이건 결국 팀 미션이 아닌 개인 미션 점수의 합산이다.

팀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없는데, 괜히 뭉쳤다가 합산 조회수 300만을 넘기지 못하면 코인 한 푼 못 벌고 첫 번째 미션을 공치게 된다.

‘작년 1등도 100만을 못 찍었는데.’

‘세 명이 합쳐서 300만? 에바야.’

‘이건 대놓고 이기적인 플레이 하라는 거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조건이었다.

한 팀원이 나머지 팀원 두 명의 조회수 합산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 혼자서만 100코인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합산 조회수가 30만을 넘겨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있지만, 적어도 300만보다는 훨씬 낮은 난이도다.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은 모두 이 조건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대부분 서로의 실력과 경력을 알았다. 여기서 조회수를 깔아 줄 병풍 팀원만 잘 잡는다면, 초반부터 100코인을 확보하며 유리하게 갈 수 있다.

‘무조건 두 번째 조건으로 가자.’

‘병풍들만 잘 구하면 100코인 따고 가겠는데?’

그러나 모두 섣불리 움직이진 못했다.

사방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대놓고 약체를 찾는 액션을 취한다면, 그게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하는 거다.

시청자들은 춤 못 추고 노래 못 부르는 것보다 인성 터진 걸 더 혐오하니까.

물론,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참가자는 존재했다.

“어벤져스 어쎔블!”

“···.”

“여러분, 조회수 300만 가 봅시다!”

아까부터 어벤저스 결성을 부르짖으며 에이스 참가자들 사이를 누비던 권태웅처럼. 그는 애초에 두 번째 조건으로 코인을 따는 것 따위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진짜 아무도 없어? 왜?”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쟤는 피해야겠다.’

‘저러다가 조회수 폭망하면 어쩌려고···.’

권태웅이 화끈하게 어그로를 끄는 동안, 조용히 움직이며 잇속을 챙기는 참가자도 있었다.

“형, 건태 형.”

“으응, 정무야. 왜?”

“잠깐 이쪽으로 와 볼래요?”

17세로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양정무처럼.

그는 벌써부터 병풍이 될 만한 멤버들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협상 중이었다.

“왜, 같이 하자고?”

“나 예전부터 형이랑 연습해 보고 싶었는데, 헤헤.”

“아, 뭐··· 그럼 그럴까?”

“제가 윤수 형도 데리고 오려고요.”

“윤수? 걔 안무 잘 따나.”

“아이, 안무는 제가 따면 되죠.”

“그래? 나 너만 믿으면 되냐?”

“걱정 마요. 형 내가 캐리해 줌.”

배후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며 ‘병풍’ 둘을 섭외하는 데에 성공한 양정무는 100코인 획득에 한발짝 크게 다가섰다.

양정무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중상위권 연습생들의 본격적인 병풍 찾기 대이동이 시작됐다.

“호연아, 나랑 같이···.”

“야 야, 우리 댄스 팀 같이 있었잖아. 나랑 해야지.”

“종수! 오랜만이네?”

“내가 안무는 다 가르쳐 줄 테니까···.”

[팀 구성 종료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나레이션이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은 보다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위권 참가자 한 명에게 상위권 참가자 두 명, 세 명이 달라붙는 경우도 빈번했다.

“재윤! 나랑 할 거지?”

“형, 제가 먼저 재윤이랑 하자고 했는데.”

“뭐야, 너 재윤이랑 친해?”

“크크, 그럼 가위바위보 해요 형.”

“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럼 재윤 네가 정해 줘.”

모두가 병풍을 원하는 시점, 실력이나 인지도가 좋은 참가자는 오히려 기피 대상이었다.

중하위권 참가자들이 상위권 참가자들 사이를 저울질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상위권 참가자와 친목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

“으음, 그럼 난 영빈이랑 할게.”

“앗싸아-!”

“주영빈, 친하게 지내자?”

“응, 이번에 퇴소하면 곱창 먹으러 가자.”

“곱창 좋지이.”

그렇게 모든 참가자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가운데.

일반인 참가자인 유군자는 모두에게 기피 대상이었다.

단 한 번도 연습생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군자의 실력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군자에겐 인지도가 있었다.

촬영이 시작하기도 전, 일반인 오디션장에서부터 ‘아육시 선비남’으로 커뮤니티와 SNS를 강타했다는 화제성이.

한 번 화제에 올랐으니, 군자는 흔히 말하는 ‘대중 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중 픽의 특징은 초반 투표 화력이 높다는 것. 그러나 프로그램이 중후반부로 접어들수록 그 화력은 자연스레 떨어진다.

프로그램 극초반인 지금이야말로 군자의 화력이 가장 강한 순간.

즉, 유군자는 ‘병풍 팀원’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 선비남은 무조건 피하자.’

‘누군진 모르지만 조심해야지.’

‘무슨 폭탄도 아니고.’

모두의 기피 속에서, 군자는 꽤나 긴장한 표정으로 얼어 있었다.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는구나···.”

커다란 크로스백 어깨끈을 양 손으로 꼭 잡은 채, 군자는 불안한 눈빛을 사방으로 뿌려 댔다.

<아육시> 촬영장에 가면 함께 꿈을 향해 정진해 나가는 친구들을 잔뜩 만날 수 있을 거다. 틀림없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하하호호 꽃세상이 펼쳐지겠지.

그런 기대감을 안고 촬영장에 왔지만, 분위기는 그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사람이 사람을 뺏고 빼앗기고, 격한 감정과 고성이 오가고.

이것은 흡사 승냥이 떼들의 세력 다툼 아닌가.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먼저 대차게 말이라도 걸어 볼까 했으나.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돌이켜 보니, 전생부터 지금까지 또래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군자였다. 그렇게 참가자들 사이를 어색하게 서성이며, 군자는 소외되고 있었다.

어쩌면 내 존재감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구나. 군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님의 조언을 따라 도포 대신 깔끔한 슬랙스와 셔츠를 입었다. 오늘은 말도 안 타고 왔으니, 딱히 눈에 띌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아무래도, 내가 이 곳의 자연과 물아일체가 된 모양이구나.”

그러나,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군자를 둘러싼 모든 참가자들은 그가 ‘아육시 선비남’이라는 걸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

겉보기엔 그냥 잘생기고 뽀얀 꽃미남 연습생이었지만, 커다란 사이드백 지퍼 사이로 뜬금없는 물건이 삐죽 삐져나와 있었으니까.

‘야, 저거 서예 붓 아니야?’

‘선비남이다.’

‘미친, 선비남이잖아?’

‘쟤가 걘가 봐.’

‘컨셉 돌았네 진짜···.’

‘심지어 이름도 유군자야?’

‘이름도 선비처럼 개명한 거 아님?’

‘암튼 무조건 피하자.’

본의 아니게, 벌써부터 미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한 군자였다.

“적적하구나···.”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으니 혼자서 상황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새로운 정보가 많았지만, 군자도 상황 파악은 하고 있었다.

조회수가 무슨 개념인지는 군자도 알았다. 정해진의 설명도 모두 이해했다. 코인이라는 건 아마도 엽전 같은 화폐의 개념이겠지.

조원 모두가 엽전을 받느냐, 아니면 혼자서만 받느냐.

이 곳에 온 이상, 군자도 생존을 도모해야 했다. 그러나 어찌 이기적으로 본인의 이득만 추구하겠는가. 그것은 선비의 자세가 아닐진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군자가 무언가를 퍼뜩 떠올리며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하세요.”

정해진의 친절한 미소에, 군자 역시 해맑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만약 혼자서 조회수 300만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황당한 질문에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미친, 300만?’

‘저게 질문이야?’

‘어그로 끌려고 작정을 했구만.’

질문을 받은 정해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 그게··· 잠시만요. 제작진과 상의 좀 하고 오겠습니다.”

확실히, 군자의 발상은 참신했다. 혼자서 조회수 300만을 넘긴다면 첫 번째 조건과 두 번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지난 시즌의 개인 직캠 최고 조회수가 최종 1위 서현우의 89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겠지만.

잠시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정해진이 다시 단상 중앙에 섰다.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조회수 300만을 넘긴 참가자에게 100코인을 지급한 뒤 팀원 모두에게 100코인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결국, 조회수 300만을 넘긴 참가자는 200코인을 받게 되는 겁니다.”

“오오.”

“하하, 물론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지만요.”

정해진의 마지막 말에 군자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아, 혹시 조회수 300만이 어려운 겁니까?”

“!”

다시 한번, 군자에게로 일제히 시선이 몰렸다.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조회수 300만이 어렵냐고?’

‘패기 미쳤네.’

분위기는 싸해졌으나, 군자는 자못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궁금증이 해결됐다. 생존을 도모하며 동시에 동료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었구나!

이제는 동료들만 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군자에게 다가오는 참가자들이 좀처럼 없긴 했으나, 그에게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군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현대 문물은 잘 몰라도 경서라면 이미 수천 권을 읽었다. 지식은 부족해도 지혜라면 충만한 군자였다.

코인이라는 것도 결국 화폐 아닌가. 화폐의 본질은 유통. 단체와 개인 간의 유통도 가능하겠지만, 개인과 개인 간의 유통 또한 가능할 것이다.

즉, 팀원을 만들고 싶다면 코인으로 협상을 하면 그만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참가자와 참가자 간의 코인 거래 역시 가능할 테니.

그러나 군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처럼 꿈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친우들을 만났는데, 어찌 알량한 화폐로 그들을 유혹하려 한단 말인가. 선비답지 못한 행동이다.

[팀 구성 종료까지 5분 남았습니다.]

그보다도, 군자는 눈앞에 떠오른 새로운 상태창에 흠뻑 빠져 있었다.

[증강된 사용자 정보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타인의 상태 및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오?”

[장영우 (22)]

[용모 : C (B)]

[노래 : D (C+)]

[춤 : D+ (B-)]

[매력 : C (C+)]

“오오!”

[한기석 (23)]

[용모 : D+ (C)]

[노래 : B- (C)]

[춤 : B (B+)]

[매력 : C- (C)]

“창이야, 네가 또 한번 진화했구나!”

···우우웅···.

상태창이 달라졌다. 이제는 다른 참가자들의 현재 등급과 잠재력까지 떠올랐다. 다른 참가자들의 상태창을 보는 것이 여간 즐겁지가 않았다.

이 기능을 사용한다면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참가자도 쉽게 가려낼 수 있겠구나. 군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저기, 형···.”

한 참가자가 군자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 곳에 온 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군자가 그를 돌아본 순간이었다.

“!”

참가자의 상태창에, 알파벳 ’S’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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