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22화 (2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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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칼군무가 끌리는군

“제가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군자였다.

그 갑작스런 움직임에, 옆에 있던 유찬과 태웅이 가장 크게 놀랐다.

“이, 이렇게 갑자기?”

“군자 형, 조금 신중하게 해도···.”

“아니.”

두 사람은 걱정스런 표정이었으나 군자는 단호했다.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확실한 우위는 자본이야.”

“그렇긴 한데.”

“처음으로 이 자본을 사용해서 판을 짤 기회가 온 거다.”

“···그런가.”

“어영부영 망설이다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군자의 이론엔 막힘이 없었다. 처음엔 당황했던 두 사람도, 군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 자식은 어떨 때 보면 어리버리 왕인데.’

‘결정적일 땐 되게 똑똑한 형이라니까···.’

냉철한 판단으로 첫 번째 팀장 자리를 차지한 군자가, 유찬과 태웅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게다가, 이렇게 해야 우리가 다음 미션에도 함께할 수 있잖니.”

“!”

“내가 너희들을 다 사들일 거다. 난 엽전이 많으니까.”

군자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에 존경심이 뿜뿜 샘솟았다.

‘멋져!’

‘아니, 이 녀석이 아이언맨이었잖아!’

그렇게 첫 번째 팀장이 된 군자에게 팀원 우선 선택권이 주어졌다.

98명의 참가자 중, 군자가 원하는 팀원을 선택하여 영입하는 방식. 선택권이 주어지자 마자, 군자는 고민 없이 유찬과 태웅을 선택했다.

“군자 혀엉-.”

“또 한 번 잘해 보자!”

두 팀원은 의리를 지킨 군자에게 감동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군자의 입장에선 사실 일거양득의 선택이었다.

군자의 눈에는 모든 참가자들의 능력치가 훤히 보였다.

능력치가 높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플래티넘 등급에 모여 있었다. 그 와중, 유찬과 태웅은 플래티넘 급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평가된 등급의 참가자들이었다.

게다가, 참가자들에게 가격을 매기는 방식만 봐도 훤히 보였다.

이 임무는 자본을 많이 가진 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골드, 실버 등급이었음에도 100코인을 보유한 유찬, 태웅을 선택하는 것은 실리적인 측면으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군자 형, 우리 평생 가요!”

“충성충성!”

“하핫, 그래 그래.”

···하지만 굳이 그런 속셈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한 군자였다.

“자, 빠르게 두 명을 영입한 유군자 참가자! 다음으로 선택하고 싶은 참가자가 있을까요?”

“예, 하현재 참가자를 영입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군자가 고른 것은 하현재.

그의 탄탄하고 안정적인 노래 등급은, 어떤 곡을 선택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일전 초콜릿의 은혜까지 있고.

“자, 혹시 다른 참가자 중 하현재 참가자를 영입하고 싶으신 분이 계실까요?”

정해진은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말했으나, 군자의 폭풍 영입 행보를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아무도 없으시다면, 이대로 하현재 참가자까지 유군자 참가자의 팀에 합류합니다!”

“앗싸아아! 선비 형아—!!”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코인이 없거나 100코인을 보유한 것이 전부였으니. 이 시점에서 골드, 플래티넘 등급의 참가자를 마구 영입하며 플렉스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군자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슬슬 남은 참가자들이 군자에게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군자 씨이-.”

“혹시 메댄 필요하진 않으신지.”

“우리 전에 테마곡 연습할 때 잠깐 인사 했었죠?”

“편곡 가능한 인재가 여기 있슴다.”

본인의 코인으로 좋은 팀을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참가자들의 플랜B는, 군자의 팀에 합류하는 것.

개중에는 100코인을 보유한 골드, 플래티넘 등급의 참가자도 꽤나 있었다.

그러나 군자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공짜로 얹혀 가겠다는 심보로군.’

세 사람을 영입하며 사용한 코인은 총 90, 남은 코인은 110.

정해진의 말대로라면 동료 뿐만 아니라 곡, 무대 장치 등 공연에 필요한 것들도 모두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을 터.

여기서 팀 구성을 위해 코인을 전부 소모해 버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상위 등급 참가자들을 알차게 영입했으니, 이제는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야 할 때.

‘브론즈’ 등급 참가자들을 향해 눈을 돌리자 마자, 다른 참가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커다란 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차인혁 (22)]

[용모 : B- (A+)]

[노래 : C+ (B)]

[춤 : C+ (A+)]

[매력 : B- (S)]

[저주 : 수많은 잔걱정]

[지금은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무섭게 비춰지진 않을까 걱정 중]

별 희한한 저주도 다 있구나.

그나저나, 자신의 모습이 무섭게 비춰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저렇게 딱딱한 표정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브론즈 등급임에도 춤과 노래의 잠재력만큼은 플래티넘 등급 참가자 못지 않다. 게다가 브론즈 등급의 영입 비용은 0. 불러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음으로 차인혁 참가자를 영입하겠습니다.”

“!”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듯, 차인혁이 화들짝 놀라며 커다란 어깨를 들썩였다.

저것이 기쁜 표정인지, 아니면 화가 난 표정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바로 성큼성큼 뛰어서 군자 조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보니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 한 명만 더 뽑으면 팀 구성은 끝난다. 잠시 고민하던 군자는 브론즈의 정동우를 추가 인원으로 선발했다. 뛰어난 능력치는 아니었으나, 적어도 구멍은 되지 않을 수준은 갖추고 있었다.

“정동우 참가자를 영입하겠습니다.”

“네! 이것으로 유군자 참가자가 여섯 명의 팀원을 모두 선발했습니다.”

군자가 자신의 팀을 완성했다. 이제 코인을 가진 참가자들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게 됐다.

이 타이밍에도 머뭇대다가 좋은 참가자를 모두 빼앗긴다면, 그야말로 쩌리 브론즈들만 데리고 무대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플래티넘의 양정무, 주하성, 노엘을 시작으로 코인을 가진 고등급의 참가자가 차례로 팀을 구축해 나갔다.

곧 열여섯 개의 팀이 완성됐다. 이 16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행자 정해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제 열여섯 개의 팀이 완성됐습니다.”

“···.”

“각각 두 팀씩, 총 여덟 번의 맞대결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진 팀은, 전원 탈락하게 됩니다.”

“!”

룰은 심플했다. 팀끼리의 1대 1 맞대결, 진 팀은 전원 탈락.

물론 구제 제도는 존재했다. 패배 팀의 최다 개인 득표자가 승리 팀의 최소 개인 득표자보다 득표 수가 높을 시, 승패와 상관없이 부활할 수 있다.

패배 팀의 에이스를 위한 최소한의 구제 장치인 셈.

“팀이 결정됐으니 이제 노래를 선택할 시간입니다. 모두들 예상하셨겠지만, 노래 역시 코인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단, 노래는 팀원들이 가진 코인을 함께 모아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정해진의 말에, 군자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의 예상이 맞았다. 이번 임무는, 팀의 보유 자산이 높을수록 유리하게 돌아가는 구조다.

“팀을 위해 얼마의 코인을 투자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코인을 많이 투자한 참가자일수록 더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이번 미션에서 승리한 팀에겐, 기본적으로 각각 100코인이 지급됩니다. 또한, 코인을 투자한 팀원들에겐, 그 세 배만큼의 코인이 추가 지급됩니다.”

“—!!”

반드시 이겨야 살아남는 게임.

이기기 위해선 좋은 노래를 고르고 화려한 무대 장치를 구매해야 한다. 그걸 위해선 코인 투자를 아껴선 안된다.

투자한 코인은, 승리만 한다면 다시 개인에게 돌아올 테니까.

“지금부터 경연곡 목록, 그리고 그 가격을 공개하겠습니다!”

정해진이 두 번째 판넬의 스티커를 힘차게 뜯었다. 이번엔 경연곡 목록에 대한 힌트, 그리고 가격표가 일목요연하게 공개됐다.

[#데뷔곡 : 200C]

[#월드스타 : 150C]

[#걸그룹 : 100C]

[#청량청량 : 150C]

···.

[#칼군무 : 200C]

[#스웨그 : 100C]

[#역주행 : 150C]

[#상남자 : 200C]

열여섯 개의 힌트가 동시에 공개되자 마자, 각 팀은 머리를 맞대고 추론을 시작했다. 군자의 팀도 마찬가지였다.

“형 형, 우리 뭐 골라야 돼요?”

“힌트만 보면 감이 잘 안 오긴 하네.”

“뭘 고르든 병맛 노래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떡할까?”

순간 모든 팀원들의 시선이 군자에게로 향했다.

첫 번째로 팀장을 지원하는 판단력, 호쾌한 팀원 선택, 90코인을 사용했음에도 아직 110코인을 보유한 최고 갑부.

리더를 정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팀원들은 군자를 리더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군자, 네 생각은 어때?”

“그래요, 선비 형아가 끌리는 거 선택해 봐요.”

“흐으음···.”

팀원들의 말에 군자가 판넬을 바라보았다. 글쎄, 이렇게만 봐선 잘 모르겠다만···.

유독 하나의 단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칼군무 : 200C]

칼군무, 칼군무라. 어쩐지 몹시 끌리는구나.

“난 칼군무가 좋을 것 같은데.”

“오오, 칼군무 좋지.”

“역시 군자 형!”

“칼군무가 제대로 하기만 하면 진짜 멋지긴 해.”

“가격도 높은 게, 어째 좋은 노래일 것 같고.”

군자는 내심 뿌듯했다. 이 친구들도 칼군무의 가치를 알아 주는구나.

팀원들끼리 이렇게 마음이 잘 맞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럼 칼군무 하는 걸로?”

“오케이, 코인은 누가 투자할래?”

이기기만 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멤버들은 앞다투어 코인을 투자하겠다며 나섰다. 군자의 중재 하에 유찬이 70코인, 태웅이 70코인, 그리고 현재가 60코인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오케이, 그럼 바로 가시죠!”

결정을 내린 군자가 망설임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 ‘칼군무’ 스티커 위에 자석을 붙였다.

“이번에도 유군자 팀장이 가장 먼저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코인을 지불하고 ‘칼군무’ 곡을 선택했군요! 자, 과연 어떤 곡이 나올까요!”

곡을 선택한 군자는 정해진에게 플라스틱 구슬을 받아 들고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함께 열어 본 플라스틱 구슬 안에는 보이그룹 LUNATIC의 <월광>이 들어 있었다. 곡을 확인한 멤버들은, 애매한 곡이 나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 여기서 이게 나오네.”

“루나틱 슨배님들 칼군무 지리긴 하지.”

“노래는 너무 좋은 노랜데···.”

“좀 애매하네.”

팀원들의 표정은 과히 좋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던 군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왜? 노래가 별론가?”

“아니, <월광>은 너무 좋은 노래지.”

“너무 너무 좋은 노래라서 문제예요. 이미 커버가 엄청 많이 됐거든요.”

“진짜 기깔나게 칼군무 맞춰도 본전일 것 같은데···.”

“하필 나와도 월광이 나오냐.”

“엄청 참신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노래는 좋은 거 뽑았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가.”

그렇게 모든 팀이 곡 구입을 마친 뒤.

대진표 추첨 결과, 군자의 팀은 양정무가 이끄는 팀과 맞붙게 됐다.

양정무는 대진표가 꽤나 마음에 든다는 듯 군자에게 다가와 한껏 이죽거렸으나.

“군자 씨, 어떡해요? 하필 월광이 나와 버렸네에?”

“아, 눈의 형태를 고친 소년?”

괜히 시비 걸었다 본전도 못 찾고 얼굴만 새빨개지고 말았다.

“어디 잘 해 봐요. 월광 커버 영상은 유튜브에 3천 개는 있을 테니까 많이 참고하시고. 아, 참고로 제가 커버한 것도 있어요! 베끼려면 베끼시든가.”

“그래, 꼭 참고하마. 하지만 널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건 무슨-.”

“그 땐 분명 의원의 도움을 받지 않은 얼굴···.”

“아오, 진짜!”

군자가 양정무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였음에도, 팀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하필 외나무다리 경연에서 쉽지 않은 노래가 나와 버렸으니까.

군자는 동료들을 독려하듯 등을 팡팡 두들겼다.

“요컨대, 칼군무만 잘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뭐, 그렇긴 한데.”

“일단 하는 데까지 해 보자.”

“그래. 군자 말대로, 칼군무만 잘 맞추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연습실에서 모일까?”

“난 칼군무 준비물부터 좀 챙겨야겠다.”

“음? 칼군무에 준비물이 있어?”

“그래, 뭐든 챙겨와. 우리 먼저 연습실로 가 있을 테니까.”

먼저 연습실에 도착하여 스트레칭을 하던 군자의 동료들은, 뒤늦게 나타난 군자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굳어 버렸다.

“...군자야?”

“혀, 형, 그게 뭐예요?”

양 손에 장난감 칼 세 개 씩.

군자는 확실히 칼군무 준비물을 챙겨 가지고 왔다.

전혀 다른 의미의 칼군무 준비물을.

“분명 함께 칼군무를 고르지 않았나.”

“자, 잠깐만···.”

“칼군무를 좋아한다기에 얼마나 기뻤는데.”

“그러니까 군자 너, 칼군무를···.”

“함께 칼군무를 출 생각에 조금 두근거렸는데 말이다···.”

잔뜩 시무룩한 표정의 군자에게, 팀원들이 되물었다.

“아니 아니, 너 칼군무를 뭐라고 생각한 건데.”

“음? 칼군무가 칼군무지.”

“그니까 그 단어의 뜻이 뭐냐구.”

“칼군무, 칼을 들고 추는 군무 아닌가.”

“맙소사.”

몇몇 팀원들이 이마를 짚으며 두통을 호소했다.

“아이고 군자야, 우리 군자야아-.”

“형, 분명 팀원 선택 땐 겁나 똑똑해 보였는데···.”

“내가 지금··· 멍청한가?”

“아니, 아니, 그런 말 아니에요. 상처받지 말아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유찬이 나섰다.

“형. 칼군무는 칼을 들고 추는 군무가 아니라, 멤버들이 칼처럼 합을 맞춰서 추는 춤이에요.”

“아하···.”

“이 노래에 검무를 춰도 엄청 멋지고 특별할 것 같긴 하지만··· 우린 못 하죠.”

“어째서?”

“당연하죠, 검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어째서?”

“에?”

“어째서 검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지?”

그렇게 말하며, 군자가 장난감 칼 하나를 양 손으로 잡고 우아한 준비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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