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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일 하나 하자 (무료 마지막 회차입니다)
“제주도 돌발 미션 1위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결승전 팀원 우선 선택권입니다!”
임무의 보상은 군자의 예상대로였다.
팀원 선택권. 첫 번째 미션 때부터 느꼈지만, 멤버들의 능력치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군자에겐 이만한 특권도 없다.
게다가 생존자가 열다섯 명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팀원 선택권은 더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열다섯 명을 두 팀으로 나눈다면 한 쪽은 반드시 홀수, 나머지 한쪽은 짝수가 된다.
지금까지 세 번의 팀 미션을 거친 결과 군자는 깨달았다.
무대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엔 항상 홀수가 더 유리하다. 한 명의 인원을 중앙에 두고, 나란히 늘어서는 대칭형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팀원 선택권을 가져갔다는 것은 곧 ‘홀수 팀 선택권’까지 얻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
“자, 유군자 참가자! 그럼 지금부터 결승전을 함께할 팀원을 선택해 주십시오. 혹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아닙니다, 바로 선택하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운을 뗀 군자가 동료들의 이름을 불렀다.
유찬, 태웅을 시작으로 현재, 인혁, 현수, 시우까지.
거기에 군자를 합하니 총 일곱 명의 조가 되었다. 호명된 멤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장소에 모였다.
“크으, 드디어 이렇게 모이네.”
“···너무 너무 좋아요, 이렇게 한 팀···.”
“데뷔는 모르겠고, 마지막에 이렇게 팀이 돼서 좋은데여.”
“야, 모르긴 뭘 몰라! 딱 이 멤버로 데뷔 가야지.”
“아하핫, 그럼 너무 좋고~”
지금까지 군자와 한 번 이상은 무대를 했던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일곱 명이 오롯이 모여 한 무대를 준비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무대를 함께해 온 동료들이자, 영의정 대감 마님 댁에 방문했던 참가자들이다.
현시우와 기유찬 정도를 제외하면 현 순위는 아슬아슬하거나 데뷔권 바깥의 멤버들. 그러나 군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이 친구들과 함께해아 한다.
민강열, 주하성을 비롯한 남은 멤버들도 팀 선택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듯 안도하는 눈치였다.
물론 짝수가 되어 버렸다는 것은 악재였지만, 그래도 팀원 선택권을 빼앗긴 와중에 이 정도 순위권의 참가자들끼리 묶였다는 것은 다행이었으니.
“그럼 이어서 결승전 경연 방식을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결승전에선 두 개의 무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먼저, 첫 번째 곡의 리스트를 공개하겠습니다.”
설명과 동시에 정해진이 칠판의 스티커를 걷어 냈다.
군자도 알 만큼 유명한 곡부터 모두에게 생소한 곡까지, 총 다섯 개의 노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곡들 중 하나를 선택, 편곡하여 1차 공연을 마친 뒤, 두 번째로는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의 테마곡 를 공연하시면 됩니다.”
테마곡의 이름이 나오자 몇몇 참가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외우고 안무를 창작해야 하는 창작곡과는 달리, 는 이미 모두에게 익숙한 노래였기 때문에.
그러나 정해진은 아직 설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다만, 테마곡 대신 다른 창작곡을 준비하여 경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물론, 무조건 창작곡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 경연에 임할지, 아니면 열흘 동안 새로운 창작곡을 하나 더 준비할지. 팀원들과 상의하여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창작곡이라는 단어에, 군자의 팀원들은 모두 지현수 쪽을 쳐다보았다.
프로듀싱 가능한 멤버가 없는 상대팀은 아마 테마곡인 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군자의 팀에겐 선택권이 있다.
그냥 안정적으로 테마곡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곡을 준비할지.
사실 창작이란 양날의 검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한 곡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게다가 퍼포먼스까지 새로 짜야 하기에, 준비된 테마곡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이 따른다.
아마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될 멤버는, 곡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야 하는 지현수일 것이다. 그렇기에 멤버들의 시선이 현수에게로 몰린 것이고.
하지만 현수는 자신 있다는 듯, 퀭한 눈동자를 활활 불태웠다.
“야, 무조건 창작 하자.”
“!”
“나우리 선배님이랑 송캠프까지 다녀왔는데, 창작곡 해야지.”
“오오, 지현수우!”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밤 새면 돼.”
지현수가 제시한 해답은 간단하면서도 우직한 것이었다.
사실 첫 번째 임무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다. 상대가 사술을 부리든 말든, 그들은 항상 꼿꼿한 대나무처럼 우직하게 정도만을 걸었다.
결승전 경연 방식 설명이 끝난 뒤엔 코인 분배가 이루어졌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개인방송 미션의 최종 시청자 순위에 따라 보너스 코인이 지급됐다.
1등 군자는 총 2000코인을 추가로 지급받았고, 2등을 차지한 주하성도 1000코인을 받았다.
급격한 코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며 태웅이 볼멘 소리를 했다.
“뭐야, 처음엔 100코인 주면서도 겁나 생색 내더니···.”
“그러니까여. 꼭 수련회 레크리에이션 때 점수 주는 것 같네.”
“크크, 맞네. 그것도 처음엔 10점씩 주다가 나중엔 막 3만 점씩 퍼 주잖아.”
코인 지급이 끝난 뒤, 다시 MC 정해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공식적으로 코인을 획득할 기회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이 코인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
“자, 이것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코인의 현황입니다.”
정해진이 리모콘을 누르자, 대형 LED 화면에 생존자들의 코인 보유량이 표시됐다.
[유군자 : 5,900코인]
[현시우 : 2,710코인]
[기유찬 : 1,815코인]
[주하성 : 1,420코인]
···.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은 이 코인을 화폐 삼아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한 가지가 달라집니다!”
정해진이 리모콘을 한 번 더 누르니, 화면에 표기되어 있던 숫자가 조금 달라졌다.
[유군자 : 5,900만원]
[현시우 : 2,710만원]
[기유찬 : 1,815만원]
[주하성 : 1,420만원]
‘코인’ 대신 ‘만원’.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모은 코인은 모두 현금으로 환전됩니다!”
“!”
“코인 하나 당 만원! 즉 1위 유군자 참가자에겐 5,900만원의 현금이 주어진 셈이죠!”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룰의 등장에, 참가자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자, 지금부터 한 사람씩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진 현금을 상금으로 가지고 갈지, 아니면 이 무대에 투자할지!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 *
면담실에는 트레이너 장민혁, 소예진, 영은채, 그리고 총괄 PD인 김석훈이 앉아 있었다.
코인 보유량 15위부터 시작한 면담, 하이라이트는 역시 총 5,900만원을 획득한 군자의 차례였다.
“군자는 어떻게 할까요?”
“흐음··· 걔 성격 상 상금으로 가져가겠다는 말은 안 할 것 같은데.”
“그럼 오천구백 다 무대에 올인?”
“···군자··· 님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실 수도···.”
“영 쌤, 아직도 참가자한테 님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러나 군자의 선택은 트레이너들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사용 가능한 현금을 확보한 순간부터, 군자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면담실에 들어오자 마자, 군자는 먼저 김석훈 PD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돈으로는 오로지 무대 장치나 소품만 구매할 수 있는 것인지요?”
“음, 그렇지?”
김석훈 PD의 대답을 듣자 마자 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내놓았다.
“그럼 오천 구백만 원 중, 총 천 구백만 원을 무대 장치에 투자하겠습니다. 아직 무대 구상이 끝나지 않았기에, 어떤 무대장치나 소품을 사용할지는 추후에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럼, 당연하지. 근데 그럼 나머지 사천만 원은···.”
“그건 제가 먹도록 하겠습니다.”
“—!?!?”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답변에, 면담실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의 입이 동시에 떡 벌어졌다.
“머, 먹는다고? 돈을? 사천을?”
“예.”
“군자 너, 생각보다 자낳괴였구나?”
트레이너들과 김석훈 PD는 놀란 눈치였으나, 군자의 태도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제 사천만 원은 제 돈이 맞는지요.”
“그, 그렇지. 그렇긴 한데···.”
“하하, 이건 진짜 예상 밖인데.”
“제 돈이니, 무엇을 하든 제 자유입니까?”
“뭐, 그것도 그렇지?”
김석훈 PD의 말에, 군자는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PD님, 저와 일 하나만 같이 하실 수 있을지요.”
“?”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물론 돈은 드리겠습니다. 저에겐 사천만 원이나 있으니까요.”
“???”
김석훈 PD는 황당하다는 듯 군자를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외주를 맡기겠다는···?”
“예.”
“진심으로?”
“다 같이 잘 되자고 하는 일입니다.”
“푸하핫, 나 진짜 미치겠네. 그래, 군자야.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 * *
그렇게 모든 면담이 끝나고, 두 팀은 각자 연습 공간으로 나뉘어져 결승 무대를 준비했다.
1차 경연곡으로 ‘팀 유군자’가 선택한 곡은 걸그룹 포니타의 .
편곡을 담당한 지현수의 강력 추천으로 결정된 노래였다.
“이 노래 주제가 ‘비밀스러운 사랑’이거든. 이번엔 군자가 가져온 비파를 샘플링해서 편곡해 볼 건데, 의 주제나 탑라인 멜로디가 비파 소리랑 굉장히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찬성이야. 이제 지현수 편곡은 그냥 믿고 듣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노래는 창작곡이잖아? 그래서 가능하다면 이 노래 뒤에 바로 이어질 수 있는 메쉬업 무대를 준비해 보고 싶은데···.”
“오오, 그거 멋지겠는데여?”
“아하하, 그러게. 로는 그렇게 안 되잖아.”
‘두 노래를 연결하자’는 아이디어엔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두 번째 창작곡의 컨셉을 어떻게 잡아야 두 곡이 자연스럽게 붙을까.
실로 어려운 과제에, 멤버들이 머리를 싸맸다.
“흐음, 두 번째 노래 컨셉이 문제네.”
“그냥 ‘비밀스런 사랑’으로 밀고 가면 재미 없으려나?”
“난 그건 반대예여. 는 보컬이 되게 강조되는 곡인데, 첫 곡부터 사운드가 빵빵 터질 테니까 관객들은 지루해 할 거란 말이져.”
“맞아, 나도 현재 말에 동의해. 컨셉을 바꿔서 지루함을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어.”
“어어, 그럼 안 비밀스런 사랑은 어때?”
“안 비밀스런 사랑 노래? 레퍼런스가 있나?”
“있지! 존 레전드의
도 있고···.”“P.D.A? 공공장소 애정행각? 윽-.”
“형아, 우리 아이돌이에여.”
“그, 그건 좀 그런가? 하핫.”
“컨셉, 컨셉··· 으으, 머리 아프네.”
새벽까지 회의를 했지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후우, 잠깐 쉽시다.”
“오케이, 딱 20분만 쉬자.”
군자 역시 잠시 머리를 식히러 숙소 뒷마당으로 나왔다.
“새벽 공기가 참으로 시원하구나-.”
텁텁한 지하 연습실에 갇혀 있을 땐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는데, 밖으로 나와 코에 바람을 넣으니 조금은 살 것 같은 군자였다.
그렇게 뒷짐을 지고 잠시 뒷마당을 산책하고 있는데, 우연히 주하성을 만났다.
“···하성 형님.”
뒷마당엔 카메라가 없었다.
최종장을 앞둔 시점, 이제 주하성은 더이상 군자에 대한 적개심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 유군자다.”
“예, 형님.”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밥맛 떨어지니까.”
“···.”
주하성은 군자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넌 산책도 뒷짐 지고 하냐?”
“···.”
“웃기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면 진짜 컨셉에 잡아먹혔니?”
“형님은 제가 그렇게 미우십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주하성은 노골적이었으나, 군자는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쩐지 이제 그에겐 화도 나지 않았다.
“이해합니다.”
“?”
“번번이 패배만 반복하시니, 속이 말이 아니실 테지요.”
“뭐 임마?”
“저라도 그렇게 계속 진다면 화가 끓어오를 것 같습니다.”
“!?”
“형님, 지나친 승부욕을 버리십시오.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입니다.”
“너, 너 이···.”
“혹여 반드시 이길 수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또 진다면 속만 더 상하지 않겠습니까.”
어두운 와중에 보아도 주하성의 얼굴은 시뻘개져 있었다. 그 안색을 보니 아차 싶은 군자였다.
조언이라고 하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런 말은 오히려 도발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럼, 강녕하시길···.”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 황급히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야!”
주하성이 군자의 등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 컨셉충 새끼야.”
컨셉충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군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그 컨셉충 짓거리가 언제까지 먹힐 것 같냐?”
“···.”
“그게 끝까지 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나 주하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군자가 그를 향해 홱 돌아서며 달려왔다.
“!”
순간 움찔한 주하성이었지만, 군자는 주먹을 휘두르는 대신 그를 와락 안았다.
“형님, 감사합니다!”
“—!?”
“덕분에 풀리지 않던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그게 뭔···.”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자신을 끌어안고 해맑게 웃는 군자를 보며, 주하성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릴 뿐이었다.
허나 그로부터 11일 뒤인 생방송 경연 당일.
[자, 지금부터 ‘일곱 선비들’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유군자의 팀, ‘일곱 선비들’의 무대를 보고 나서야 주하성은 마침내 깨달았다.
그 날 새벽, 군자가 어째서 자신을 끌어안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