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82화 (82/303)

#82

겸손은 어려워

“두 시간 남았다···.”

티저 공개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7IN과 유군자의 팬 연지는 노트에 한자성어를 적어 넣고 있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군자의 제이라이브 컨텐츠 ‘오늘의 한자성어’에서 배운 고사성어였다.

목이 빠지게 앨범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 7IN에 대한 소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다행히 소속사 솔라시스템은 꽤나 부지런히 일을 해 왔다.

벌써 팀 공식 컬러와 응원 굿즈, 공식 팬클럽 이름 ‘칠링즈’ 등을 빠르게 발표했으며, 하이버스와 제이라이브 등 소통 창구도 빠르게 확보하여 컨텐츠 부족 현상을 최소화했다.

숙소 생활을 시작하며 진행된 리얼리티 예능 <칠린데이즈>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적절한 컨텐츠와 맛있는 편집 덕분에, 오디션 중엔 잘 보이지 않았던 멤버 간 케미스트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ㅋㅋㅋ인혁이 친해지니까 말 많아지는거 개웃김ㅋㅋㅋ]

[그와중에 서열 낮은것도 씹덕터졐ㅋㅋㅋㅋㅋㅋ]

[ㅁㅈㅁㅈㅋㅋㅋ현재가 머라고 하면 되게 얌전해지더라ㅠㅠㅠ]

[원래 대형견들이 쪼매나고 활발한 냥이들한테 쪼는거라궄ㅋㅋ]

[현시우 엄마롤 모먼트 내 씹덕포인트ㅠㅠㅠㅠ]

[아육시땐 그냥 흔한 얼굴천재인줄 알았는데]

[은근 멤버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네]

[군자 붓펜도 첨에 시우가 준거라몈ㅋㅋㅋㅋ]

[그걸로 도원결의 맺고 3차 같이한거라곸ㅋㅋㅋㅋㅋ]

[유군자 납치하려면 붓펜··· 메모···]

[ㅇㅏ 나도 군자가 해주는 수수부꾸미 먹으면서 전국노래자랑 보고싶ㄷㅏ]

[캐리비안베이보다 계곡능이백숙이 끌리는 나··· 이제 궁댕이 다된걸지도?]

[ㅅㅂㅋㅋㅋㅋ유군자 내젊음 돌려냌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군자 많이먹고 볼살 오른거 ㅈㄴ러블리함ㅋㅋㅋㅋ]

연지 역시 숱하게 <칠린데이즈>를 정주행했다. 특히 댄스팀 ‘퀘이사’와 함께한 회의실 장면에서, 군자의 말랑말랑 뽀짝한 배가 공개되는 장면은 5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하아, 봐도 봐도 모자라네.”

솔라시스템이 꽤나 많은 컨텐츠를 풀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히딩크처럼 아직도 배가 고팠다.

티저 영상은 잘 뽑았겠지.

솔직히 조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가뜩이나 이틀 전에 대형 보이그룹 페이버릿’이 먼저 티저를 공개해 버린 참이었다.

현 시점 페이버릿 티저의 조회수는 180만.

조회수 경쟁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7IN이 밀린다면 괜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업로드가 늦은 만큼 조회수는 밀리겠지만, 그래도 영상 퀄리티만큼은 잘 나왔으면 했다.

듣기로는 이번엔 기존 작업하던 팀이 아닌 다른 팀과 뮤비 작업을 했다던데.

게다가 군자의 귀여운 뱃살도 조금은 걱정이었다.

군자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 있는 연지였지만, 막상 티저나 뮤직비디오에서 후덕한 모습으로 나와 버린다면 분명 안티들이 다시 들고 일어나 스트레스 받는 소리들을 해 댈 테니까.

···초콜렛은 끊었으려나···.

[18 : 00]

“올라왔다!”

그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업로드된 티저 영상을 확인한 순간.

연지는 자신의 모든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영상 퀄리티가 미친 수준이었다. 검은 배경에 강렬한 색감의 오브제, 멤버들의 얼굴에 떨어지는 백색의 조명, 짧은 티저 안에서도 세 차례나 바뀌는 배경까지.

의상 역시 연지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현대적인 분위기로 리폼한 한복은, 단정한 기존 한복과는 달리 곳곳이 훤히 트여 있었다.

군자가 팔을 드는 동작을 취할 때마다, 연지는 군자의 허리에 집중했다. 절대 사심 때문이 아니었다. 오직 군자의 뱃살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제대로 화나 계시는구나!”

흐르는 코피를 스윽 훔치며 연지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군자의 몸은 3차 경연 때 그녀가 봤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티저 진짜 미쳣다미쳣어;;;;;;;]

[솔라시스템 = 갓갓갓갓갓]

[우리군자 다요트 개빡세게했구나]

[피둥피둥 굴러댕기는건 세상에 나뿐인가보뮤ㅠㅠㅠ]

[마지막에 크레딧 봄? 뮤비 비주얼라이즈랑 했나바]

[엥 비라는 BET랑 작업하는 팀 아님?]

[어쩐지 퀄리티개쩐다햇엌ㅋㅋㅋ아 이게 돈맛인가봄]

[솔라시스템이 돈은 많긴해ㅋㅋㅋ]

[ㅠㅠㅠ아나진짜 뮤비어케기다림 존ㄴㅏ맛있을삘]

[ㅅㅂ 칠링이 된게 내 인생 커리어하이다]

[ㅇㅇ나도 이제 이력서에 당당하게 ‘2022 칠링즈 가입’ 적어넣음]

[그르냐 난 어제 사직서냄 이제 칠링즈가 내 직장이고 직업이고 준거집단이야]

[난 칠곡 칠 씨로 개명신청함 칠링즈 내가족 나 그 자체]

[ㅁㅊㄴ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들갑 떠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회수 상승 추이 역시 심상치 않았다. 7IN의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내 팬들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업로드와 동시에 솟구쳐 오른 티저 영상 조회수는, 첫 날에만 무려 270만을 기록하며 페이버릿의 티저 조회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조회수가 밀릴 것을 걱정하여 이틀이나 먼저 영상을 올린 컬리뮤직만 우습게 된 꼴이었다.

오매불망(寤寐不忘),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티저 공개 후, 연지가 적어 넣은 새로운 고사성어였다.

티저가 공개되고 나면 갈증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한 티저 영상에, 7IN의 다음 컨텐츠를 더욱 간절히 기다리게 됐다.

이제 다음 순서는 드디어 전 음원과 뮤직비디오 공개.

앨범 발매일을 기다리는 것은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7IN의 멤버들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 마침내 앨범 발매 당일.

벌써 400만이 넘은 티저 영상의 조회수가 성공을 예견했다. 페이버릿의 컴백 티저 영상도 조회수 200만을 넘기긴 했지만, 7IN의 티저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 미친 추이를 보며 민강후가 손톱을 씹었다. 이젠 루삐 인형만 봐도 진저리가 났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유군자와 7IN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 봐야 아직 코어 팬덤 부족한 신인일 뿐이다.

음원 순위, 앨범 판매량, 뮤직비디오 퀄리티, 모두 페이버릿이 앞설 것이다.

급조한 뮤비, 안무 팀으로 만든 노래가 얼마나 대단하겠어?

애써 정신승리에 취해 보는 민강후였으나, 현실은 그의 상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 * *

7IN의 데뷔 앨범 더블 타이틀 <근본 (Origin)>의 뮤직비디오는 공개되자마자 미친 조회수 상승 추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영상미 역시 티저의 기대감을 전혀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이었다.

매화, 대나무, 상감청자 등의 오브제를 사용한 동양적인 배경에서 사이버펑크 느낌이 나는 오브제가 가득한 공간으로.

고즈넉하며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서원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현대적인 석조 건물 앞으로.

아름답게 휘어져 뻗은 기와 지붕의 꼭대기에서, 달에 닿을 듯한 마천루의 꼭대기로.

뮤직비디오의 테마는 ‘공간의 전환’이었다.

한복을 기반으로 디자인 된 의상, 동양적인 느낌이 철철 흘러 넘치는 악세사리는 그들이 왜 ‘일곱 선비들’이라 불렸는지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음악과 안무는 손톱만큼도 촌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중독성 강한 거문고 리프, 깔끔하게 빠진 베이스 리듬 위에서 소년들은 물을 만난 듯 펄펄 날았다.

아육시를 통해 다져진 팀워크 덕분에, 군무 파트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2 : 02 ~ 2 : 11 군무 진짜 개 짜릿ㅠㅠㅠㅠ]

[기유찬이 센터 설 때마다 심장 뻐렁침]

[애들 춤선 다 무슨일이야ㅠㅠㅠㅠ]

[퀘이사 안무는 진짜 믿보 ㅋㅋㅋㅋㅋ]

[미칠것같아 나 군무파트만 계속돌려보는중ㅋㅋㅋㅋ]

[1 : 51 Love this moment]

[나는 소년들의 단체 무용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아주 사랑스러운!]

[저 무용이 나의 배변 활동을 돕습니다! 우리 집의 속옷은 몇 장입니까?]

[ㅋㅋㅋㅋㅋㅋ번역기뭐야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양덕들 존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정은 브릿지의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었다.

상의를 여미고 있던 옷고름을 풀어 눈에 감은 뒤, 텃팅(Tutting, 팔과 손, 손가락 등을 이용하여 각을 살리는 절도 있는 안무) 동작을 가미한 군무가 시작됐다.

절도 넘치는 텃팅은, 마치 임금의 대전에 들어선 선비가 왕에게 예를 갖추는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느슨해진 의상 덕분에 팔을 들어올릴 때마다 몇몇 멤버들의 하복부와 옆구리가 드러났다.

[2 : 59 2 : 59 2 : 59]

[ㅋㅋㅋㅋㅋㅋ아무말없이 시간만 세번 써놓은거 개웃기넼ㅋㅋㅋㅋ]

[티저로도 봤지만 길게 보니까 더 좋구나 군자야^^]

[칠데에서 토실했던 뱃살 다 어디간거냐구]

[하 수혈하고 와서 다시봐야징]

[선비 세계관이라고 해서 평생 도포에 두루마기만 입을 줄 알았는데]

[10점··· 10점이요]

[옷고름 풀때부터 물구나무 서서 박수침]

[그냥 마냥 야할라고 작정한게 아니라서 더좋다ㅠㅠㅠ]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 끝난 뒤엔 후렴구의 반복과 함께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됐다. 7IN 멤버들 역시 가편집본이 아닌 최종본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태웅아! 조회수가 벌써 17만이다!”

“뭐? 벌써?”

“아니, 아니구나! 23만이구나!”

“어!?”

“어라, 아니다! 28만이란다!”

“뭐야!? 뭔데—!?”

군자가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조회수는 몇만 단위로 뛰어올랐다. 군자의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뮤직비디오 속 군자의 모습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촬영할 땐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춤을 추었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정말 멋진 결과물이 나올까, 약간의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완성본 뮤직비디오를 보니 절로 입이 벌어졌다. 휘황찬란한 영상과 현란한 움직임에 이목(耳目)은 도무지 쉴 새가 없었다.

그 화려한 영상의 가운데에 군자가 있었다.

화면을 뚫어 버릴 듯한 눈빛을 보내며, 몸이 부서질 것처럼 춤을 추는 군자가.

“···이게 나라니···.”

겸손은 군자(君子)의 미덕이다. 무릇 선비란 인덕을 쌓을수록 겸양(謙讓)의 자세를 필히 갖추어야 하는 법.

겸손하자, 겸손하자···.

열심히 되뇌어 봤지만,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자꾸 속된 생각이 가슴 속에서 떠오르는 군자였다.

“태웅아.”

“응, 왜?”

“나··· 조금 멋지게 나온 것 같구나.”

“뭐? 푸하핫, 당연하지! 네가 멋지니까 멋지게 나왔지.”

태웅의 솔직한 칭찬에 군자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베시시 웃었다. 제 아무리 선비 기질을 타고난 군자라도 이건 참기 어려웠다.

처음엔 원단을 꽤나 아껴 쓴 한복을 의상이라고 주기에, 무슨 이런 숭한 것을 입고 춤을 추는가 했는데.

어쩌면 섹시 야시시 선비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컨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군자였다.

“으음, 으음-.”

만족스런 표정의 군자가 뮤직비디오를 4회차 째 정주행하던 중이었다.

삐비비빅-.

알람 소리와 동시에, 현재가 핸드폰을 낚아채며 음원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열었다.

“형아들! 한 시간 됐음여!”

“!”

“우리 진입 순위 봐야져!”

드디어, 7IN의 데뷔앨범 의 음원 차트 진입 순위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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