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31화 (131/303)

#131

미션 임파서佛

칠린픽쳐스가 비밀리에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군자의 팬들은 궁금증에 미칠 지경이었다.

현재의 SNS 업로드를 시작으로 태웅, 현수가 차례로 포스트를 게시하며 떡밥을 던졌다. 사진 속 현재는 보따리장사꾼이 되어 있었고, 태웅은 뜬금없이 대머리가 된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 과묵한 인혁마저 돌덩이를 만지는 알 수 없는 사진을 올리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가운데, 멤버 중 오직 군자만이 SNS를 올리지 않았다.

멤버들이 뭔가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어째서 군자만 SNS를 올리지 않는 것일까. 서툴긴 했지만 그래도 팬들과의 소통은 열심히 하는 군자였기에, 팬들은 더더욱 궁금해 했다.

[ㅠㅠㅠㅠ왜 군자만 트윗없엉?ㅠㅠㅠ]

[원래는 꼭꼭 소통해주는데ㅠㅠㅠㅠㅠ]

[어디아픈거아니야?]

[그럴리가ㅠㅠㅠㅠㅠㅠ아닐거야]

[ㅁㅈㅁㅈ군자 아픈거 본적없음 은근 강철인간이라구]

[ㅋㅋㅋㅋ컨셉충 드디어 스케쥴에서 배제당하는듯]

[솔까 ㅇㄱㅈ 그룹 이미지 지가 다 처먹는거 꼴불견이었는데 잘됐음ㅇㅇ]

[느그 ㅇㄱㅈ말고 다른 멤 팬들은 다 공감할걸?]

[ㅋㅋㅋ배제가 아니라 혼자 다른 스케쥴 간거겠지]

[우리군자가 칠린에서 젤 잘나가는데 뭔 배제]

[하 악개들 또 ㅈㄹ시작했네]

[군자야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니ㅠㅠㅠㅠ]

때마침 군자의 SNS가 업로드됐다.

[(사진)]

[#군발이]

[#여군]

웬만한 여자 아이돌 뺨치게 예쁜 셀카와 함께 업로드된 의문의 문구는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

[뭔데이건또]

[아니;; 잠깐만]

[군발이? 여군?]

[우리군자 군대감?]

[것도 여군으로?;;;;;]

[ㅋㅋㅋㅋ말도안돼]

[아이돌 불교 귀의도 개 에바인데 성전환 후 여군입대는 이게 말이 되냐]

[혹시 여자판 가짜사나이 나가는거 아님?]

[그건 말 된당ㅋㅋㅋㅋㅋ]

[근데 그냥 남자편 나가면 되지 왜 굳이 여장을 하고 여자편에?]

[진짜 혼란하다 혼란해]

[군자야 저게 대체 뭔말인지 설명좀 해줘ㅠㅠㅠ]

서은우 팀장과 이용중 실장 역시 혼란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아···.”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서은우 팀장이었다. 군자의 의도를 의심하진 않았다. 이제 군자가 선량한 아이라는 것은 솔라시스템의 모두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단어를 떡밥이랍시고 뿌리는 것은 문제가 된다. SNS를 확인하자 마자 서은우 팀장은 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군자의 설명은 명쾌했다.

“군자의 발연기, 이쁘게 봐 주세요.”

“···.”

“여장한 군자.”

“···.”

“를 줄여서 올려 보았습니다. 이번엔 줄임말을 제대로 사용했답니다, 후후.”

골이 살살 아파 왔지만 이미 업로드한 SNS를 어찌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와서 삭제해 봐야 어차피 볼 팬들은 이미 다 봤을 테니까.

차라리 팬들의 걱정을 해소시켜 주고, 궁금증을 유발하여 하나의 떡밥으로 가지고 놀게 하는 편이 더 낫겠다.

판단이 선 서은우 팀장이 솔라시스템 공식 계정에 해명문 아닌 해명문을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솔라시스템 소속 아티스트 7IN의 군 복무 계획은 미정입니다.

7IN 멤버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때가 되면 반드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남군 혹은 여군에 복무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 아이돌 그룹을 관리하면서 여군 입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니.

이용중 실장도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했다.

“남군 혹은 여군에 복무할 계획이 없다니··· 참 편견 없는 해명문이네요.”

“어쩔 수 없지요. 팬들 사이에서도 7IN은 무슨 일이든 가능한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팬들도 불필요한 걱정은 안 하시겠죠?”

“그러길 바라야지요.”

다행히, 팬들 역시 SNS 여군 사건을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해명문 상태봨ㅋㅋㅋㅋㅋㅋ]

[남군 혹은 여군에 복무할 계획이 없음을ㅋㅋㅋㅋ앜ㅋㅋㅋㅋ]

[분명 군자가 또 뭔가 착각해서 SNS 올린거겠지]

[ㅁㅈㅁㅈ 남돌이 여군이라니 그건 너무 개연성 박살이자나]

[ㅋㅋㅋㅋ서팀장님 한숨푹푹 쉬면서 해명문 쓰시는 표정 상상하는거 내 웃음벨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가치중립적인 해명문 좋닼ㅋㅋㅋㅋㅋ]

[근데 그러면 군발이, 여군 이게 무슨 뜻일까?]

[설마 군인비하 단어는 아니겠지??;;;;]

[그럴리가 있냐 그건 절대 아닐듯]

[그리고 그건 군바리잖아 군자가 쓴거랑은 다름]

[으으음 무슨 줄임말 같은 거 아님?]

[오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뎅!]

팬들의 접근 방식은 정확했다. 그러나 올바른 정답을 도출해 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여군 이건 여장 군자 인것 같고]

[#군발이 이게 대체 뭘까?]

[군자 발사이즈 이백칠십오]

[그럴싸하긴한데 그럼 이백육십오 이백칠십 이백칠십오 다되자나]

[맞넹]

[군자 발냄새 이십오만원에 삽니다]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 욕망 표현하는 자리 아님]

[군자언니 발색예뻐요 이제품정보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이크업을 예쁘게하긴했엌ㅋㅋㅋㅋㅋ]

[그러게 군자야 나도 립 정보좀ㅠㅠㅠ]

[근데 군자 원래 입술색이 개예뻐]

[마자마자 쌩얼도 입술색 미쳣더랑]

줄임말을 추리하는 팬들의 반응을 보며, 군자는 재밌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 아무도 정답에 근접하는 이가 없구나.”

“으이그, 재밌어여? 앞으로 형아는 줄임말 쓸 때 무조건 나한테 검사부터 받아여. 특히 군발이는 진짜 위험했어여. 혐오단어랑 진짜 한끗 차이였다고여.”

현재의 호된 꾸지람에, 군자가 대번 시무룩해지며 어깨를 축 떨궜다. 언제나 군자의 편이었던 지현수도 이번만큼은 군자의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래, SNS 올리는 건 진짜 조심해야 돼. 현재 말이 백 번 맞아.”

“오오, 지현수 니가 웬일로 군자한테 싫은 소리를 다 하냐.”

“진정한 충신이라면 주군이 잘못된 길을 갈 때에 그걸 바로잡는 충언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니.”

“크으, 대단하구만.”

그렇게 짧은 SNS 해프닝이 마무리된 뒤, 촬영은 이틀을 더 이어졌다.

총 분량 30분 남짓의 짧은 웹드라마였기에 촬영은 3회차로 깔끔하게 끝났다. 석공 아사달이 완벽한 석가탑을 만드는 최종 씬을 마지막으로, 칠린픽쳐스의 첫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막상 끝날 때 되니까 아쉽네.”

짧은 촬영이었으나 모두가 시원섭섭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양정무가 가장 울적해 보였다.

“정무야, 뭘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느냐.”

“내가 언제요.”

“언제냐니, 바로 지금이지. 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

“네, 마음에 안 들었어요.”

“하하, 괜찮다. 너도 앞으로 조금씩 더 발전해 나간다면···.”

“아뇨, 내 연기 말고 형 연기가!”

“으음?”

“형, 마지막까지 완전 발연기였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 줬는데 하나도 안 늘었어.”

SNS 사건부터 여기저기서 많이 혼나는 군자였다. 이번에도 양정무의 따끔한 일침에 군자의 두 어깨와 눈썹이 축 늘어졌다.

“···말넘심···.”

“아악, 줄임말 쓰는 것도 열 받아!”

“미안하구나···.”

“됐어요. 진짜 어디 가서 나한테 연기 배웠다고 하지 마요. 알았죠?”

“하지만 스승을 감추는 것은 선비 된 도리가 아니다.”

“스, 스승이라니.”

“게다가 난 너에게 연기를 배우며 참으로 즐거웠단다.”

“!”

귀까지 새빨개진 양정무를 보며 군자는 다시 한번 반성했다.

저렇게 안면이 시뻘겋게 변할 정도로 내 연기가 민망했구나.

연기에 있어선,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테다.

“부끄러운 제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마. 그러니, 다음에도 꼭 함께 연기하자꾸나.”

“그, 그럼 연기 연습을 조금 더 하시든가.”

“알았다. 내 약속하겠다. 다음엔 분명 달라진 모습일 것이야.”

“···알았어요. 혹시 잘 모르겠는 거 있음 전화해요.”

“그래. 성형외과 광고도 꼭꼭 전달해 주마.”

“?”

“이번에 보니 얼굴이 훤히 편 것이, 전에 보내 준 광고가 유용했···.”

“아, 진짜! 아니라고요!”

* * *

경주에서 뿌려진 떡밥의 열기가 식어 갈 때 즈음.

칠린픽쳐스와의 작업에 참여한 한 스태프가 SNS에 글 하나를 업로드했다.

현장 사진 여러 장과 함께 업로드된 글은, 아이돌 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사진) (사진) (사진)···.

요즘 가장 핫하다는 7IN과 광고 촬영!

클라이언트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분명 모두 즐거워 할 결과물이 될 듯. 나 역시 모처럼 너무도 행복한 작업이었다.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너무 너무 착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른 친구들이라 오히려 스태프들이 다같이 몸둘바를 몰랐음ㅋㅋㅋㅋ

어째서 이 친구들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은 3일이었다.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앞으로도 7IN은 계속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언젠가 촬영장에서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

7IN과 함께한 스태프의 간증 글에 팬들은 환호했다.

[헐헐헗ㄹ허헐헗렇ㅎ헐]

[드디어 경주 떡밥이 풀리는건가!?!?]

[ㅠㅠㅠㅠ진짜 우리애들 파파미야]

[글을 너무 예쁘게 잘 써 주셨다ㅠㅠㅠㅠ]

[진짜 인성영업 하기 싫은데 칠린이들은 누구나 인정할거임 역대급 천사그룹임진짜]

[인성문제없고 다들 순둥순둥 선량한게 너무 좋다]

[그래서 선비아이돌이자나]

[마자 진짜 펴어어어어ㅓㅇ어엉ㅇ생 사고 같은거 안 칠듯ㅠㅠㅠㅠ]

[썰 더 풀어줬음 좋겠당]

[엠바고 풀린것 같은데 다른 스탭들 SNS는 안올라오나]

[광고 촬영? 근데 뭔 광고를 3일씩이나 찍움?]

[드라마타이즈 광고인거 아닐까? 길게 뽑은]

[길었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

그러나 안티들은 그 와중에도 트집을 잡아 7IN을 비난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ㅋㅋ머 대단한거 하는것처럼 떡밥 뿌리더니]

[결국 광고임? ㅋㅋㅋ]

[아니 뭔 광고를 3일을 찍어? 돈독올랐냐?]

[3일이면 절대로 한편짜리는 아니고 아마 1년치 다 찍어서 분절해서 올릴 생각일듯]

[어디랑 찍었길래 그렇게 거창하겤ㅋㅋ]

[하긴 땡길 수 있을때 땡겨야지?]

[언제 비호감으로 나락갈지 모르는뎈ㅋㅋㅋ]

[오디션 아이돌들 수명 짧은거 다 알자나]

[컨셉충들 빨리좀 망했으면]

[ㅋㅋㅋㅋ으 진짜 패배자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

[여기 뭐 인간쓰레기 처리장임?ㅋㅋㅋ]

[망하는건 칠린이 아니라 느그들 인생이야~]

[응 돈독오른 상업그룹 빠느라 수고많아]

[그렇게 떡밥 처뿌려놓고 한다는게 광고촬영?]

[ㅋㅋㅋ난 또 뭔 리얼리티라도 나오는줄ㅋㅋㅋ]

[온갖 분장 치덕치덕 한거 보니까 모바일 겜 광고 같던뎈ㅋㅋㅋ]

[하긴 모바일겜 광고가 돈 많이 벌긴 해~]

[데뷔 1년도 안돼서 모바일겜 광고를 하는 아이돌이 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문화재청과 7IN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하나씩 업로드됐다.

[<미션 임파서佛> ep.1]

[<우리는 칠린픽쳐스!>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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