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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34화 (134/303)

#134

광목천

특별한 홍보나 선공개영상 없이도, <미션 임파서佛>은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수 백만 단위를 넘기는 화력을 선보였다.

시작부터 뛰어난 영상미, 아사달 설화를 첩보 액션으로 뒤집어 표현했다는 재기발랄함, 인혁과 군자의 미친 비주얼, 심지어 멤버들이 직접 제작사를 만들어 영상을 연출했다는 특수성까지.

7IN의 팬덤으로선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팬들 뿐만 아니라 외국 팬들까지 빠르게 소식을 듣고 달려와 N회차 시청을 달리고 있었다.

[나의 소년들! 나는 이 동양적인 분위기를 사랑합니다♥︎]

[인혁의 망치가 나의 심장을 쪼개어 놓았다.]

[불가리아어 자막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설정을 확인하십시오.]

[Ah-bbul-ssa!]

[군자의 얼굴을 보라! 그녀는 프롬 파티의 퀸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고 있어]

[한국의 석가탑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멋진 유적지와 건축물!]

[여자가 된 유군자가 나의 성 지향성을 모호하게 한다.]

해외 팬덤까지 가세하니 조회수 상승폭에도 불이 붙었다. 24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조회수는 400만까지 치솟아 올랐다.

지금까지 문화재청에서 만든 그 어떤 영상도 하루 만에 이만한 조회수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400만은커녕 40만도 넘은 것이 없었으니까.

홍보 컨텐츠로 대박을 터뜨린 문화재청은 축제 분위기였다. 담당자인 공유민 주무관은 어딜 가든 개선장군처럼 환영받았다.

그러나 공유민은 결코 우쭐대지 않았다.

내가 뭘 했다고. 우리 군자랑 애들이 다 한 거지. 이번 영상으로 7IN의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공유민이었다.

···솔직히, 그녀의 직장인 문화재청이야 잘 되든 망하든 알 바가 아니었다.

1화의 놀라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아직 두 발이나 남아 있었다. 바로 다음 날 같은 시각, <미션 임파서佛> 2화가 문화재청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2화는 여정과 함께 시작했다. 아사녀 역할의 군자와 몸종 현돌이 역할 지현수의 케미가 시작부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SSS급 몸종으로서, 아사녀를 철저하게 뒷바라지하는 지현수의 연기력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사 처리는 물론 손짓, 몸짓 하나까지. 몸종 지현수의 연기는 군자를 추앙하는 것이 그냥 몸에 베어 있는 사람 같았다.

그에 비해 군자는 대사를 내뱉자 마자 연기바보가 되어 버리고 말았고.

“내, 남편을··· 구하러 가야겠다.”

“그럼요, 그러셔야지요! 저 현돌이도 따라가겠습니다요!”

“너는, 오지 않아도 된다···.”

“예에?”

“논 이제 자유의 모미야.”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요! 안 됩니다, 안 될 말씀이지요!”

[ㅋㅋㅋㅋㅋ군자연기뭐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아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여기서 인간미까지 보여준다고?]

[아 손발 오그라들어 미치겠는데 끌수가없어ㅠㅠㅠㅠㅠ미친 악마의 영상이야]

[저 예쁜 얼굴로 발연기하는게 왜케 귀엽고웃기냨ㅋㅋㅋㅋㅋ]

[군자눈빛봨ㅋㅋㅋㅋ졸라초조함ㅋㅋㅋㅋㅋ]

[팬들이 다같이 불안해하는중ㅋㅋㅋㅋㅋㅋ]

[아니 무대천재 액션천재 얼굴천잰데 연기는 왜이러냐겈ㅋㅋㅋ]

[군자 대사량,,, 현감독 이게 최선이었어?]

[왜그랰ㅋㅋㅋ귀엽고좋기만한데]

[아 진짜 개 사랑스럽닼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딕션은 또 개좋음ㅋㅋㅋㅋ대사 하나하나 꼭꼭씹어서 발연기 하는거 봐랔ㅋㅋㅋㅋㅋㅋ]

팬들에겐 군자의 발연기조차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물론 팬이 아닌 이들이 보기엔 조금은 어색한 연기였으나, 그 또한 오래 가지 않았다. 연기를 조금 못한다고 해도 그 연기를 덮어 버릴 만한 S급의 용모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순간마다 들어가는 타이트한 컷이 모든 것을 괜찮아 보이게 만들었다. 여차하면 얼굴로 밀어 버리자. 그것이 연출 현시우의 계략이었다.

긴 여정 끝에 서라벌에 도착한 아사녀 일행은 불국사를 찾았으나, 아쉽게도 건립 중인 불국사는 금녀(禁女)의 제재가 있었다.

“아니, 부정을 탄다니요! 그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요! 우리 마님께서 낭군님을 만나 뵈어야 하니, 제발 한 식경만이라도 들어가게 해 주십쇼, 예!?”

“글쎄 안 된다니까요.”

완고한 불국사 관리인들의 입장에, 두 사람은 발만 동동 구르며 그 주변을 맴돌았다.

“마님, 어떻게 할깝쇼? 이렇게 된 거, 전부 썰어 버리고···.”

“그것은, 안 된다.”

“예? 어째서 그렇습니까요?”

“재상 김대성이, 연루된 사업이야. 게다가 아직 심증만이, 있을 뿐. 섣부른 행동은, 내 남편을 더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허어···.”

그 때, 파계승 정무가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얼마나 타락했는지 머리까지 보라색로 물들인 파계승이었으나, 그는 두 사람을 도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

“혹 아사달 님의 아내, 아사녀 님이 맞으신지.”

“···그렇소.”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나는 이 곳 주지에 의해 파문당한 승려입니다. 아사녀 님도 느끼셨겠지만, 주지는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

“그의 목적은 아사달 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사달 님이 석가탑을 제대로 만들 수 없도록 말이지요.”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불공을 드려야 합니다.”

“불공?”

불공을 드리라는 말에 몸종 현돌이가 나섰다.

“거 파계승께서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구만요. 이미 파문당했다는 분이, 불공을 드리라니 말에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주지로부터 파문당했을 뿐이지, 부처님을 져버린 것은 아니오. 내 기도는 언제나 부처님을 향할 뿐이니, 파문당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

“!”

대사 하나하나 감정이 정확히 느껴지는 양정무의 연기는 군자의 연기와 확실히 달랐다. 팬들은 모처럼 7IN 멤버들과 함께하는 정무의 모습을 보며 환호해 마지않았다.

[헐ㄹㄹㄹㄹㄹ 쩡뭌ㅋㅋㅋㅋㅋㅋ]

[뭐야뭐얔ㅋㅋㅋ여기서 양정무가왜나와!?!?]

[와 넘반갑다ㅠㅠㅠㅠㅠ정무 잘지내구있었구나]

[요즘 웹막드에서 막장연기하던뎈ㅋㅋㅋㅈㄴ앙칼짐]

[여기선 또 파계승이라닠ㅋㅋㅋㅋ17세 연기 스펙트럼 실화?]

[군자 발연기 보다가 정무 연기 보니까 편안해지는구나]

[그럼 칠린 완전체에 쩡무까지 같이 나오는 웹드인거임? 진짜 졸라 귀하다 귀해ㅠㅠㅠㅠㅠ]

[그룹 합류는 좀 에바여도 나중에 프로젝트성이라도 뭐 같이 해주면 좋겟다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쩡무 연기 진짜 ㄹㅇ잘하는뎈ㅋㅋㅋㅋ갑자기 영상퀄리티 훅올라감]

파계승 정무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사녀를 향해 대사를 뱉었다.

“아사달 님이 석가탑을 잘 만드실 수 있도록, 매일 호수를 찾아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십시오.”

“···.”

“아낙네다운 모습으로, 최대한 조신하게. 그래야 낭군님께 그 마음이 닿을 수 있습니다.”

“···.”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면 머지않아 호수에 석가탑의 모습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 그림자가 불국사 완공(完工)의 신호이니, 그 때 절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입니다.”

“···.”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당신의 기도만이 주지의 음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파계승 정무가 떠나자 마자 몸종 현돌이가 허겁지겁 호숫가를 찾기 시작했으나, 정작 아사녀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님, 어서 호숫가로 가셔야지요! 스님께서 조언을 해 주시지 않았습니까요!”

“···아니.”

“예?”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구나.”

아사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낙네다운 모습?

최대한 조신하게?

아사달은 단 한 번도 아사녀에게 그런 모습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으로 기도를 올린들, 아사달에게 그 마음이 닿을 리 없다.

“우리는 계획대로, 불국사로 들어갈, 것이야.”

“예에? 하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막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더냐, 밤에 몰래 들어가면, 그만인 것을.”

“—!?!?”

아사녀가 잠입이라는 선택지를 고르자 마자 그의 앞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이번엔 진짜 아군, 보따리장사꾼 현재였다.

“아 골라 골라~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보부상~”

쾌활한 모습으로 다가온 현재는, 아사녀가 허리춤에 찬 부채를 보자 마자 눈빛을 바꾸었다.

“당신이 아사녀로군.”

“···그걸 어떻게···.”

“허리춤의 쥘부채, 그것이 지옥참마선(地獄斬魔扇) 아니던가.”

“!”

“나 역시 삼한정보국 소속이요. 당신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이미 예전 일입니다.”

“당신이 왜 이 땅에 왔는지 알아.”

“···.”

“유용한 정보가 있소.”

현재는 아사녀에게 진짜 정보를 제공했다. 불국사 잠입을 위한 경로, 호위병력의 머릿수, 조심해야 할 인물 목록 등등.

“특히 수호신 광목천을 조심하시오. 그 자와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제 아무리 지옥참마선의 아사녀라 해도 말이오.”

아사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에게서 받은 정보를 챙겼다. 지도와 초상화를 보고 또 보며, 아사녀는 깊은 밤을 기다렸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보름달빛만이 휘영청 밝은 한밤중, 아사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우우욱—.

바닥에 끌릴 듯한 긴 옷자락은 찢어서 짧게 만들었다.

파바바바바밧, 파아아아앗—!!

민첩한 발놀림으로 담벼락을 뛰어넘어, 달빛의 인도를 받으며 별채 지붕에 안착했다.

허나 발소리를 줄였음에도 불국사의 보안 체계는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단숨에 출격한 네 명의 호위 병력이 아사녀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일 대 다수 액션 씬의 시작이었다.

빠아아악, 퍼억, 쩌걱, 파바바바바바밧—.

때리고, 뛰어넘고, 코를 짓이기고, 굴려 떨어뜨리고···.

대역 한 번 없이 온전히 군자의 연기로 이루어진 액션 씬의 퀄리티는 모두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현장에서 모든 촬영과정을 지켜본 정윤철조차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 이미 한번 놀랐지만, 완성본은 더욱 감탄스러웠다.

현란한 액션, 스피디한 몸짓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아사녀의 아름다운 얼궅, 흩날리는 머리칼은 블록버스터 액션 사극의 한 장면 같았다.

본격적인 액션 신이 나오자 팬들의 반응 역시 대폭발했다.

[세상에세삿에엣세상에]

[미친 와 ㄹㅇㅁㄹ임ㅊ진짜미쳣어]

[어떡헤ㅠㅠㅠㅠ와진짜 뭐야이거]

[설마 대역없이 군자가 다한거임?]

[에이 설맠ㅋㅋㅋㅋ말도안돼 저렇게 펄펄 날아다니는데]

[근데 대역이라고 하기엔 얼굴이랑 액션 넘어가는 컷들이 넘 자연스럽자나;;;]

[원래 대역이면 얼굴 안 보이게 찍지 않음?]

[그러게··· 대역이라 하기엔 넘 자연스러워]

[아니 그럼 저게 진짜 군자라는거임???????]

[와 진자 너무 예쁘고 멋지고 섹시하고 치명적이고 혼자 다하는데]

[실시간으로 짤 찌다가 포기햇다 그냥 모든 장면이 다 킬포야]

[와ㅏㅏㅏㅏ나 숨도못쉬겟어]

[미쳣다 진짜 이건진짜미쳣다]

[아니 문화재청 홍보영상 퀄리티가 이래도 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거대한 덩치의 호위 승려가 삼절곤을 꺼내 든 순간, 반응은 최고조로 치솟아 올랐다.

빠각, 퍼어억, 쩌어어어어어어엉—!!

싸움은 아슬아슬했다. 순간 이마에서 피까지 흐른 군자였으나, 기어이 그를 물리치고 실신에 이르게 할 때 팬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와아, 와아, 와아아···.”

함께 팬이 된 친구들과 함께 <미션 임파서佛> 2화를 시청하던 연지도 마찬가지였다. 군자에 대한 팬심이 연지만큼 크지 않았던 친구들도, 월광 아래의 미친 액션신에는 두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진짜 미쳤다···.”

“얘 뭐야? 아이돌 맞아?”

“···아니 솔직히 진짜 너무 멋진데?”

“그치? 그치?”

친구들의 인정에 연지의 어깨는 파워숄더가 되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러나 연지의 친구 한 명은 유독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효주 왜 그래.”

“아니 유찬이는···.”

“응? 유찬이?”

“유찬이 분량은 다 짤렸나봐···.”

“아, 너 최애 유찬이였지.”

“효주야, 괜찮아. 난 태웅이 안 나와서 오히려 다행인데 뭐. 그 대머리 분장 한 거 박제될 거 생각하면···.”

권태웅이 최애인 친구 한 명이 효주를 위로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한 <미션 임파서佛> 2화 감상회가 끝나려는 찰나.

파슷, 파스슷—.

멀리서부터 들려온 검격(劍擊) 소리, 동시에 푸르스름한 칼날이 초승달처럼 번쩍 하고 빛났다.

반사적으로 몸을 눕힌 아사녀였으나 옷소매가 예리하게 잘려 나갔다.

별채 건너의 누각 위에서, 누군가가 검격만으로 아사녀의 옷소매를 찢어발겨 놓은 것이다.

“···광목천.”

아사녀가 나직이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했던 상대. 수호신 광목천, 기유찬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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