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37화 (137/303)

#137

그게 그렇게 대단해?

<미션 임파서佛> 프로젝트를 끝낸 뒤, 군자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의 성공이 뿌듯했다. 담당자 공유민은 문화재청 역대 최고의 컨텐츠가 나왔다며 멤버들에게 수십 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솔직히, 군자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긴 했다.

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영상을 관람한 것처럼, 7IN 멤버들 역시 몇 번이고 모여서 본편 영상을 감상했다. 멋진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멤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 우와아, 군자 형···.”

“군자 등장 씬은 진짜 몇 번을 봐도 완벽하네.”

“야 현시우, 너 군자만 너무 예쁘게 찍은 거 아니냐.”

“아하하하, 예쁘게 찍은 게 아니라 애초에 군자가 예쁜 거지~”

“뭐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나저나 양정무 얘 연기는 진짜 잘하네여.”

“그러게. 대사 처리하는 느낌이 우리랑은 다르긴 하더라.”

“그쵸? 나 잘하죠?”

“···정무야, 근데 너 왜 자연스럽게 우리 숙소에 와 있냐?”

“군자 형이랑 인혁이 형이 놀러오라고 했어요. 왜요, 웅이 형은 나 여기 있는 거 싫어요?”

“아니 뭐 그렇다기보단··· 그래, 왔으니까 좀 묻자. 내 연기 어땠음?”

“으음, 난 솔직히 웅이 형 매력을 잘 몰랐거든요.”

“뭠마?”

“근데 연기할 때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오잉?”

“형, 연기 좀 하던데?”

“그, 그러냐.”

“그 빡빡이 가발 쓰고 감정선 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소질 있어요.”

“너 임마, 이 자식··· 앞으로 자주 자주 와라. 알겠지? 형이 피자 사줄게.”

“아하하하, 정무 여전히 정치를 잘하네~”

“야, 이게 어떻게 정치냐. 가슴으로 하는 사나이들의 대화지. 정무 콜라도 마실래?”

“넹~”

이젠 멤버들도 허울 없이 정무를 대하는 것을 보며 군자도 흡족했다.

처음엔 조금 밉살스러웠으나, 개과천선한 뒤부터는 참으로 귀여운 동생이 된 양정무였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일주일은 <미션 임파서佛> 재탕만 해도 즐거웠다. 그러나 군자의 즐거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진행한 숙소 꾸미기 프로젝트, 군자가 꾸준히 밀던 10첩 병풍 인테리어가 드디어 멤버들의 승인을 얻은 것이다.

사실 그 동안 거실에 병풍 놓는 것을 꾸준히 반대해 온 멤버들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 성공엔 군자의 공이 컸기에 그 포상으로 병풍 놓는 것을 특별히 허용하기로 했다.

“그래, 뭐 군자 네가 이번 프로젝트도 캐리했으니까···.”

“한 쪽 벽 다 덮는 건 에바긴 한데, 구석에 작게 두는 건 괜찮을 것 같아여.”

“아하하하, 그래 그래~ 군자 하고 싶은 거 해~”

“저,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이냐?”

멤버들의 허락에 군자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맙구나, 정말 고마워!”

사실 멤버들을 설득하기 위해 미리 조그마한 병풍까지 준비해 놓은 군자였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말을 해 주다니. 마음이 통해도 이렇게 통할 수가 있나!

군자는 허겁지겁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싱글벙글 웃으며 미니 병풍을 가져왔다. 아무리 미니 병풍이라고 해도, 펼쳐 놓으니 그 크기가 꽤나 상당했다. 병풍엔 군자가 직접 그린 사군자와 초충도가 있었다.

“···뭐 눈에 밟히긴 하는데··· 어차피 숙소 넓으니까···.”

“그래여. 막상 보니까 또 예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아침마다 이렇게 햇살을 받으며 사군자를 바라보면 얼마나 정신이 맑아지는지··· 너희도 꼭 한 번 해 보거라!”

“오래 살고 싶으면 군자 따라서 살면 될 것 같아. 난 짧고 야물딱지게 살다가 죽을란다.”

“태웅아,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죽는다니, 팬들이 그 말을 들으면 얼마나 슬퍼할꼬.”

“어어,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럼 취소 취소.”

“그래? 그러면 내일부터 나와 함께 아침 기상을-.”

“그럼 너도 내일부터 나랑 헬스장 고?”

“헙-.”

“나도 요즘 아롱쌤한테 PT 받는데. 아롱 쌤이 너 안부 묻더라.”

“···그 악마가···.”

“난 새벽 기상, 넌 PT 재등록. 고고?”

이아롱 선생을 생각하니 군자의 얼굴이 금방 파랗게 질렸다. 대답을 하는 대신 조용히 돌아서며 군자가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우, 우리 각자 삶의 영역을 존중하도록 하자꾸나···.”

“푸하하학, PT 진짜 싫어하네.”

며칠 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

이번엔 군자가 멤버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왔다. 병풍을 허락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첫 번째 선물은 생활한복처럼 디자인된 잠옷이었다.

원래는 군자만 입고 다니던 것이었지만, 은근히 편해 보인다며 동료들이 질투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추가 주문한 것.

생활한복 잠옷을 받자 마자 멤버들은 기뻐하며 포장을 뜯었다.

“오,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뎅.”

“···초, 촉감도 부들부들하고 좋아요···.”

“원래 7부 바지인 건가.”

“하하, 혁이 형님에게는 하의가 조금 짧군요.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야 지현수, 나 어때? 어울리냐?”

“태웅아, 슴골 좀 어떻게 해라. 더럽다.”

“넌 슴골 좀 만들어 봐라. 어떻게 가슴에 뼈 밖에 없냐?”

태웅과 현수가 가슴으로 투닥거리는 사이 군자가 두 번째 선물을 꺼냈다.

두 번째 선물은 제법 커다란 액자였다.

액자엔 일곱 멤버들의 얼굴이 멋진 수묵화로 그려져 있었다. 워낙 뛰어난 그림실력 덕에, 슬쩍 보아도 그림의 주인공이 7IN임을 알 수 있었다.

“오오 뭐야, 초상화야?”

“이거 우리잖아!”

“그래, 내 한번 그려 보았다.”

“우와, 우와, 너무 잘 그렸는데여!?”

“···구, 군자 형··· 산수화만 그리는 거 아니었구나···.”

“후후, 초상화 그리는 것도 좋아한단다.”

“안 그래도 우리 팀 사진 없었는데, 잘 됐네여!”

군자는 그림을 병풍 앞에 가져다 놓았다. 가장 애정하는 곳에 친구들의 얼굴을 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지.”

“우왕, 진짜 산타야 뭐야.”

뒤이어 상자에서 나온 것은 가느다란 막대기를 태워서 향기를 내는 ‘인센스 스틱’.

현재와 현수가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인터넷 주문을 통해 힘겹게 구입한 물건이었다.

“오오, 인센스당.”

“헐, 내가 말한 거 기억해 준 거야?”

“그래. 인센스라는 것이 이 물건 맞느냐?”

“진짜 감동이네 이건··· 와··· 난 평생 군신유의 지킨다.”

“하하, 우리 사이엔 군신유의보다 붕우유신이 더 좋겠구나.”

“노노, 군자 네가 내 주군임.”

“것 참 부담스럽게···.”

부담스럽다고 말은 했지만 현수의 호들갑이 싫지 않은 군자였다.

“후음, 이건 그럼 어디다 둘까여? 방에 두기는 좀 아까운뎅.”

“어렵게 생각할 것 있겠느냐.”

군자는 무엇이 고민이냐는 듯 태연하게 인센스 스틱을 병풍과 초상화 액자 앞에 놓았다. 확실히 향기가 가장 잘 퍼질 것 같은 위치이긴 했다.

다만 병풍과 초상화, 향기 나는 스틱이 한 곳에 합쳐지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져 버렸다.

“아니 잠깐, 잠깐만 군자야.”

“선비 형아?”

“그··· 이 위치가 최선일까?”

“이거 나만 기분 이상한 거 아니져?”

“야, 왜 우리 초상화가 병풍 앞에서 향냄새 맡고 있는 건데···.”

동료들은 그 불길한 조합이 못마땅한 모양이었지만 군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병풍을 향해 절까지 올렸다.

“이 미친놈아, 남의 초상화에 절 올리지 마!”

“아니, 초상화가 아니라 병풍의 사군자에 절을 한 것이거늘···.”

“푸하하학, 저렇게 하니까 꼭 우리 제사상 같자나여!”

“에, 에그머니나!”

듣고 보니 그랬다. 하나씩 놓고 봤을 땐 인테리어 아이템들이었는데, 합쳐 놓으니 숙소 안에 사당을 만들어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내가 또 엄한 짓을 해 버렸구나. 울적한 얼굴로 인센스 스틱을 옮기려는데, 하필 현시우가 과일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아하하핫, 얘들아~ 과일 먹어~”

“얌마, 과일 접시 거따가 놓지 마!”

“아하하하하, 향 냄새 좋다~”

“푸하하학-.”

현재는 이 모습이 웃겨 죽겠다는 듯 연신 셔터와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

“아, 눈물 나. 이건 진짜 혼자 보기 아깝네영.”

팬들에게도 이 빵 터지는 순간을 공유해야 했다.

(사진) (사진) (동영상)

군자 형한테 인테리어 맡겼더니 이렇게 돼 버렸어요ㅠㅅㅠ 병풍 앞에 초상화 금지··· 인센스 스틱 금지··· 과일접시 금지··· 오늘도 군자 형아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당! 팬 여러분들, 명절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금방 찾아갈게요 :)

마지막은 울상이 된 군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있는 사진까지.

뜻밖의 사진 폭탄 선물에 팬들은 행복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

[군자얔ㅋㅋㅋㅋ병풍 앞에 향을 놓으면 어뜩하니]

[초상화는 또 왜 이렇게 잘 그린건뎈ㅋㅋㅋㅋ]

[그래도 절 두번 안 한 게 어디얔ㅋㅋㅋㅋ]

[아 애들 다 생활한복 입고 있는거 개웃기넼ㅋㅋㅋㅋ]

[저거 군자만 입던건데 이번에 다같이 맞췄나봐 졸귀ㅠㅠ]

[근데 저 생활한복 잠옷··· 은근 므흣하다···ㅎㅎ]

[인혁옵한텐 한복이 넘 작넹 ㅎㅅㅎ ㅎㅅㅎ]

[거 사이즈는 누가 골랐는지ㅎㅎㅎ 고마워욯ㅎㅎㅎ]

[태웅이 조신하게 슴골 손으로 가린거봨ㅋㅋㅋ개킹받음ㅋㅋㅋㅋㅋ]

[하 명절연휴라 친척들 보러 가기 짱났는데 그래도 칠린으로 정화함]

[아 군자가 만들어 준 병풍 뒤에서 향 냄새 맡고 싶다]

[ㄴ미친ㅋㅋㅋㅋ불길한소리좀 하지맠ㅋㅋㅋㅋ]

“자, 이제 제삿상은 철거하자.”

“그래. 이것들은 모아 두기보단 따로따로 놓는 것이 좋겠구나.”

“그럼여. 우리 아직 제삿상 받기엔 어린 나이라구여.”

초상화와 인센스 스틱을 재배치하고, 시우가 깎아 온 과일접시가 비어 갈 때 쯤.

때마침 서은우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무실로의 긴급 호출이었다.

“뭐지? 설마 제삿상 SNS 때문에 화나셨나?”

“에이, 아닐 걸여. 서 팀장님 은근히 선비 형아 개그 코드 좋아함여.”

“맞아. 그리고 목소리가 좀 들떠 계시던데.”

“서 팀장님이? 원래 잘 안 그러시잖아.”

“···무, 무슨 일일까요···.”

“글쎄, 가 보면 알겠지.”

멤버들은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이용중 실장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회의실에서 만난 서은우 팀장은 그 어떤 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었다.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유군자 씨에게 제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군자한테요?”

“네. 유군자 씨 개인에게 들어온 제안이지만, 비밀로 했다가 추후에 알려지는 것보다는 제안 단계에서 모두와 공유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서은우 팀장의 말에 멤버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명이 한 집에서 같이 사니, 이제는 반쯤은 형제처럼 되어 버린 멤버들이었다.

그들 사이에 비밀 같은 것은 없었다. 특히 일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근데, 어떤 제안인데여?”

“최근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 마벨 스튜디오의 캐스팅 디렉터, 제레미 웨스트 씨에게서 온 메일이었죠.”

‘마벨 스튜디오’라는 단어에 모든 멤버들의 어깨가 움찔했다. 평소에 어벤져스를 입에 달고 살던 태웅은 더더욱 흠칫 놀랐다.

“허, 잠깐만. 설마-.”

“네, 그 설마가 맞습니다. 마벨 스튜디오 측에서 <미션 임파서佛> 속 유군자 씨의 액션 연기를 눈여겨 본 모양입니다.”

“헐, 헐, 허어얼—.”

“그들은 유군자 씨를 차기 마벨 시리즈의 조연급 배역으로 캐스팅하고 싶어합니다.”

“와, 와아아—!!”

“곧 캐스팅 디렉터인 제레미 웨스트 씨, 그리고 마벨 코믹스 원작 작가 중 한 명인 사라 오코너 씨가 한국을 방문할 겁니다. 유군자 씨를 만나기 위해서요.”

“대박—!! 군자야, 군자야아아—!!”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군자만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뭔 벨?”

“마벨, 마벨 임마! 유찬이랑 너랑 나랑 어벤져스였잖아!”

“그래, 어뱅저수. 그게 뭔 벨이랑 무슨 상관이더냐.”

“그 마벨 스튜디오가 어벤져스 만든 곳이야! 세계 최고의 영화 스튜디오라니까! 거기서 널 보러 오겠다는 거라고!”

“흐으음···.”

그러나 군자는 태웅의 말에도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 마벨이라는 곳에서 만드는 영화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당연하지!”

“그럼 탐구루주 형님도 마벨 영화에 나오는 건가?”

“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