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67화 (167/303)

#167

결과는!

“<다이너스티> 제 3차 경연 ‘약점 미션’, 1위를 차지한 팀으으은—.”

언제나처럼 MC 정해진이 한껏 뜸을 들이며 장내를 안달나게 했다. 벨로체와 7IN 멤버들은 안달이 난다는 듯 정해진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으으, 해진이 혀엉. 빨리 가르쳐 줘요···.”

“제발, 제발, 이번엔 1등···.”

마침내, 정해진이 크게 숨을 들이쉬며 이번 경연의 1위 팀을 발표했다.

“놀랍습니다! 결과는 동점! 이번엔 벨로체와 7IN이 공동 우승을 차지했습니다아아—!!”

“—!?”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두 팀 멤버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곧 전광판에 세부점수가 공개됐다. 놀랍게도, 두 팀은 정말로 끝자리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동점을 기록했다.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전문가 평가에선 벨로체가, 청중 평가단 평가에선 7IN이 아주 미세하게 더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완벽하게 일치하는 총점이 나왔습니다! 두 팀, 모두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동시에 긴장감이 풀린 두 팀의 멤버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소년들은 고생한 서로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해 주었다.

“형들, 수고하셨어요!”

“너네도 고생 많았다.”

“이제 우리가 1무 1패네여.”

“아니지 자식들아. 지난 번에 말했잖아, 우린 그 결과 인정 못한다고. 우리가 1무 1패지.”

“헤헤, 무튼 고생 많으셨어요. 이렇게 공동 우승도 해 보구, 좋은데요?”

“그러게. 오늘 밤에 왕 숙소 놀러 와. 뒷풀이나 하자!”

“헐, 한밤에 전하의 침소로 오라는 말씀을 하시다닝··· 소첩 벌써 설레옵니당.”

“푸하하하학, 뭐라는 거야.”

시도때도 없이 견제타를 날려 왔던 중국, 일본 팀들과 달리 7IN과 벨로체는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있었다.

벨로체와 축하의 말을 주고 받으며, 군자는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동안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테이보나 SHINO 같은 팀을 상대하며 은근히 심력을 소모한 군자였다.

그러나 벨로체 멤버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다이너스티> 출연은 가치 있는 행동이었다. 이 정글 같은 바닥에서, 이토록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

축하 시간이 끝나고 다시 MC 정해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7IN의 유군자 씨에게 묻겠습니다. 이제 벨로체와의 상대전적은 1무 1패가 되었는데요, 4차 생방송 경연에서는 선배 가수 벨로체를 꺾을 수 있을까요?”

질문을 받은 군자는 벨로체 멤버들과 동료들을 스윽 돌아보았다.

물론 공손한 대답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마지막이지 않은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끝까지 고개만 숙이다가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예, 이길 겁니다. 가장 짜릿한 순간에 첫 승을 거두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군자답지 않은 패기 넘치는 답변에 모두가 환호성을 보냈다. 벨로체 멤버들 역시 ‘저 놈 보게’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 했다.

“오오, 이 패기는 평소답지 않은데요! 재미있습니다. 그럼 이제 벨로체의 리더, 파엘 님의 말씀도 안 들어볼 수 없겠죠?”

마이크를 건네받은 파엘이 웃음기를 거두며 입을 열었다.

“칠린 친구들은 자꾸 본인들이 1무 1패를 했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 안 하고요. 2차 경연에서는 분명 칠린이 우리를 앞질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1무 1패는 저 친구들이 아니고 우리 전적이죠.”

“오오오—.”

“그래서 4차 경연은 양보 못 하겠습니다. 후배들 상대로 1승은 거둬야죠!”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번엔 벨로체 팬들을 중심으로 큰 환호성이 퍼져 나갔다.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격려하는 두 팀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반드시 서로를 이기고 싶다는 호승심도 공존했다.

군자는 이런 승부욕이 좋았다. 진짜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건강한 승부욕. 아직 주제도 듣지 못했지만, 4차 경연은 분명 즐거울 것 같았다.

순위 발표와 인터뷰를 마친 정해진이 각 참가팀의 신분을 발표했다.

최악의 무대를 펼친 SHINO가 노예 계급으로 떨어지며 테이보와 나란히 섰고.

QUAN은 한 계단 하락, AKIRA는 한 계단 상승하며 평민 계급에 안착했다.

그리고 이번 경연에서 3위를 차지한 가디언즈가 처음으로 귀족 신분까지 올라섰다.

“Yeahhhh——!!”

“We are fxxking noble—!!”

“하하, 가디언즈 여러분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동점을 기록한 칠린과 벨로체 사이의 계급 변동은 없습니다. 챔피언 타이틀전에서도 무승부가 나오면 챔피언이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승부가 <다이너스티>의 왕좌를 바꾸진 않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선 확실한 승리가 필요합니다. 과연 어떤 팀이 최후의 왕좌를 차지하게 될지, 저도 벌써 막 기대가 되는데요!”

7IN은 다시 한번 귀족, 그리고 왕좌는 여전히 벨로체의 차지.

모든 멤버들은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노예부터 시작한 7IN이었으니 평민 정도의 대우만 받아도 감지덕지였다. 귀족 대우는 당연히 차고 넘치게 만족스러웠다.

중요한 것은 신분이 아니었다. 마지막만큼은 선배 벨로체를 뛰어넘을 만큼 좋은 무대를 남기는 것.

“이번엔 진짜 이겨 보자구여.”

“···다, 당연하죠··· 저 더 잘할 거예요···.”

“유찬이는 항상 잘했지. 내가 잘해야 돼, 내가.”

“아냐, 너네 다 최고임. 문제는 나지. 내가 더 잘 할 거야.”

“아니거든? 내가 더 문제거든?”

“아하하, 다들 기합이 엄청나~”

7IN의 모든 멤버들은 이미 그 하나의 목적에 의기투합한 것 같았다.

* * *

3차 경연이 마무리된 뒤, 웹플릭스엔 3차 경연 준비과정과 경연 내용을 담은 <다이너스티> 5화가 방영됐다.

‘약점 미션’을 주제로 ‘청량’이라는 컨셉을 배정받은 7IN을 보며,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의 반응을 보였다.

[드뎌 칠린이들 청량청량 무대 한번 보는거야ㅇㅅㅇ?]

[우리 애들 얼굴만 보면 세상 인간 포카리가 따로없는데ㅠㅠㅠ그동안 청량무대 얼마나 기다려 왔다구]

[하 벌써부터 데님에 셔츠 착장 생각하니 심장이 벌렁거린당]

[현수 사클에 트로피컬 하우스 노래도 엄청많음!! 얘 진짜 재능충이얔ㅋㅋㅋ아마 청량한 노래도 잘 만들듯]

[근데 나만 걱정됨?ㅠㅠㅠㅠ]

[그래두 경연인데 안 해본거 하는게 좀 걱정되는뎅]

[막 무리수 두다가 망하면ㅠㅠㅠㅠ]

[나야 망하는 것도 귀엽고 예쁘게 볼건데 억까충들 기어나올거 생각하니까 벌써 짱남]

[다들 너무 미리 수투레수 받지마ㅠㅠㅠ우리애들 머든 다 잘하는거 알자나]

[그렇긴한데ㅠㅠ후우 서바는 진짜 적응이 안된다]

물론 현장 방청을 다녀온 연지는 이들의 걱정이 기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아··· 다들 정말 귀여웠었지.”

아직도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잔망을 부리는 군자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빨리, 빨리 본방으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싶은 연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군자와 친구들이 그 청량한 무대를 준비한 과정도 보고 싶었다. 분명 그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테니까.

연지의 예측대로, 군자는 ‘청량’ 미션을 받은 초반부터 헛발질을 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창포에 수리떡! 단오(端午)의 여름날!

아주까리 기름은 반짝반짝, 오늘은 서당도 문을 닫는 날!

앞에는 계곡, 뒤에는 심산(深山)! 오늘은 하루종일 놀 심산!

“아악, 저게 뭐야! 귀여워—!!”

군자의 어딘가 잘못된 청량청량 프리스타일은 연지를 비롯한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짴ㅋㅋㅋㅋ단오의 여름날이래]

[귀엽다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어떻게 저런 가사가 찌르면 툭 튀어나오는거임?]

[진짜 프리스타일 장인이얔ㅋㅋㅋ]

[우리애 쇼미 한번 내보내야될것 같아요]

[뒤에는 심산! 하루종일 놀 심산! 라임봨ㅋㅋㅋㅋ]

[근데 저가사 은근 좋지않움?]

[몰라 난 이제 군자가 하는거 머가 좋고 머가 나쁜지 판단불가능이야]

[뭐가 씌였낰ㅋㅋㅋ그냥 다 좋아보인다]

[앜ㅋㅋㅋ개공감ㅋㅋㅋㅋㅋ]

그 뒤로도 7IN의 분량은 낭낭했다. 이번엔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년들의 모습이 나왔다. 특히 군자의 첫사랑 이야기는 모두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었다.

[뭬야?]

[유군자 첫사랑??????]

[장난? 군자 지금 나랑 장난?]

[어떤냔이야 나 진짜 지금 멱살잡을 준비 다돼있어]

[우리 군ㅈㅏ···언제는··· 팬들이랑 결혼한다더니···.]

[우리집에 아직도 원앙 나무조각 있눈뎅······]

[근데 듣고싶엌ㅋㅋㅋ흥미로워ㅋㅋㅋㅋ]

[ㅋㅋㅋㅋ오며가며 눈만 마주쳤댘ㅋㅋㅋ]

[귀여웤ㅋㅋㅋ완전 애기때였나]

[헐 군자가 먼저 손 내밀었대!!!!!!!]

[이 요오오오오망한 남자같으니]

[거 뉘신진 모르겠지만 부럽소]

[제발 나한테도 손 한번만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

[나 진짜 그거 잡고 질질 끌려다녀도 좋으니까 한번만···]

[미친또시작이야이사람들ㅋㅋㅋ]

그렇게 군자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 동안, 팬들은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아니근데 잠깐만ㅋㅋㅋㅋㅋ]

[이거··· 완전 고양이 얘기 아냐?]

[그러게?]

[ㅋㅋㅋㅋ눈맞춤부터 냥냥펀치까지 이거 완전 고양이자낰ㅋㅋㅋㅋㅋ]

[아머얔ㅋㅋㅋㅋㅋ나 무릎에 앉았다는 얘기 들으면서 식겁했는데]

[아니근데 진짜 정신승리가 아니라 너무 고양이 얘긴데?]

[고양이100%임ㅋㅋㅋㅋ울집 냥아치도 홍시 개조아함]

[나 왜 안심하는 것?]

[나 왜 안도의 한숨 내쉬는 것?]

[진짜 군자 시집가기전에 성공해야한다]

[근데 고양이라 생각하니까 넘넘 귀엽닼ㅋㅋㅋ]

[군자도 고양이 좋아하나바]

그렇게 끝난 첫사랑 이야기는, 7IN의 경연곡 가사에 그대로 표현되었다.

이번만큼은 무겁고 진지한 기믹을 벗어던지고, 청량한 착장과 웃음기 넘치는 표정으로 무대 위를 사뿐사뿐 누비는 멤버들을 보며 팬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와아··· 하아··· 진심너무너무좋다]

[진짜 이건 주접을 안떨수가업서]

[하아ㅏㅏㅠㅠㅠㅠ나 미친듯이 짤찌는중 이거맞아? 이거 진짜약점맞아?]

[SHINO 옵들한테 절하고싶다ㅠㅠㅠㅠㅠ청량 골라주셔서 감사함니다]

[분명 엿먹이려고 한것 같은데 오히려 떡상해버리기~]

[애들 피부톤봐ㅠㅠㅠㅠ울애기들 셔츠 너무 너무 너무 잘받는다]

[군자 갓경 진짜 미쳣다미쳣어]

[우리 군자는 안어울리는 착장이 없네ㅠㅠㅠ진짜 천재돌이야]

[이런 표정 할 수 있었다니ㅠㅠㅠㅠ]

[진짜 소중하고 보물 같은 무대다··· 넘조아]

[애들 동물머리띠 한것도 너무 귀엽지않아?ㅠㅠ]

[또 그 와중에 자기들한테 찰떡같이 어울리는거 하고있듬]

[군자는 시고르자부종 같고 유찬이는 말티즈 같음ㅋㅋㅋㅋㅋ]

[현재 = 포메 시우 = 요크셔테리어 인혁 = 사모예드 현수 = 그레이하운드]

[우리 웅이는 왜 빼먹어]

[태웅 = 프렌치불독 (근육 많아야됨)]

[ㅋㅋㅋㅋㅋㅋ아왴ㅋㅋㅋㅋㅋㅋㅋㅋ]

[이무대는 진짜 복습 3만번 각이다]

[내인생팍팍하고힘들고족같을때마다돌려봐야지]

[웃ㅈㅏ··· 칠린이들처럼···.]

[ㅋㅋㅋㅋㅋㅋ아 햄복행]

그렇게 모두를 행복하게 한 7IN의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문제의 무대 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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