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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71화 (171/303)

#171

우리는 괴이한 존재

일곱 개의 하얀 불꽃과 함께 무대의 분위기는 극적으로 반전됐다.

서당을 연상시키는 얌전한 타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대신 모던한 이펙터를 입힌 국악기로 구성된 비트가 무대 위를 쿵쿵 울렸다.

구름처럼 깔린 푸른 연기를 뚫고, 도사가 된 소년들이 팬들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오른 허리춤엔 부채, 왼쪽에는 부적. 단정하기보단 꼬깃꼬깃 허름한 차림에 가까웠지만, 곳곳이 찢어진 그 복장도 어쩐지 힙하게 느껴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악—.

분위기가 전환되자 마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7IN과 도술이라니. 선비돌이 도사(道士)가 되다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결이 맞는 이 조합에 찬성하지 않는 팬들은 없었다.

무엇보다, 군자의 장발은 모든 팬들의 심장에 격한 폭격을 가했다.

“군자 장발했어어—!!”

“미쳤어, 미쳤어, 너무 잘 어울려—!!”

“꺄아아아아악—.”

현장의 팬들이 뒤집어진 것은 당연했으며, 온라인 반응 역시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미친]

[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ㅁ]

[군자 장발 군자 자아망ㄹㅈㄹㅈ군아장발]

[내가 그렇게 노래부르던 장발이ㅠㅠㅠㅠ]

[와ㅏ아랑ㄹ근데진짜미쳣다]

[저거 붙인거맞아? 왤케 찰떡임??ㅠㅠㅠ]

[ㅈ;ㅣㄴ짜 자기머리 아냐? 일주일 동안 미친듯이 야한생각 해서 기른거 아님?]

[ㄴㅋㅋㅋㅋㅋㅋ웃기기좀맠ㅋㅋㅋ]

[아니근데너무예쁜데? 미친것같은데?]

[난 웹드때부터 느꼈다구ㅠㅠㅠ남자가 그렇게 예쁠수가없었음]

[와 머리찰랑이느ㅂ거봐 나이거개찬성]

[장발도 장발인데 심지어 도술이야,,,]

[선비도 좋은데 저렇게 후리후리한 컨셉도 넘모좋다]

[얘네가 매번 내 취향 저격하는거야? 아니면 그냥 이제 칠린이들이 뭘 하든 다 좋아하게 된건가?]

[ㄴ그건아님 칠린이들이 사펑닌자 하면서 부라자부라자 했다고 생각해보샘]

[ㄴ너 천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다 모르겠고 그냥개좋다 진짜]

[비트도 미쳣어ㅠㅠㅠㅠ진짜 지현수 개천재야]

[진심 우리나라에서 국악기 제일 잘 다루는것같아]

[ㅋㅋㅋㅋ1년동안 국악기만 만졋자낰ㅋㅋㅋ]

폭발적인 반응 속에 첫 후렴이 전개됐다. 장발로 변신한 군자를 중심으로, 도사가 된 소년들이 대형을 그리며 자유로운 표정으로 군무를 시작했다.

우리는 괴이(怪異)한 존재,

용력(勇力)이 잠재된 몸에!

난세(亂世)를 뒤집는 고래,

귀신(鬼神)을 부르는 영매!

파바밧—.

후렴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 허리춤의 부채가 펼쳐지며 소년들의 얼굴을 가렸다.

무표정했던 얼굴이 부채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내 반대편으로 나온 일곱 개의 얼굴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채를 이용한 익살스런 안무에 현장의 방청객들이 괴성을 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아악—.

가디언즈의 무대도, 벨로체의 무대도 엄청난 열기였다. 그러나 7IN의 무대는 시작부터 그 무대들을 압도할 만한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도사들의 무대는 이제 막 첫 후렴이 지났을 뿐이었다.

괴력난신, 우리는 괴력난신.

손바닥 안에 돌개바람과 해일,

괴력난신, 우리는 괴력난신.

따분한 건 씹어삼켜 Killer Whale!

후렴의 후반부는 멜로디컬한 싱잉 랩으로 구성했다. 이 파트를 이끈 것은 7IN의 보컬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음정을 가진 하현재였다.

마치 오토튠 마이크라도 쓰는 것처럼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때려 박으며, 동시에 통통 튀는 댐핑감까지 충만한 현재의 보컬에 심사위원들마저 감탄했다.

“하현재 저 친구는 아육시 때보다 보컬이 훨씬 좋아졌네요.”

“쟤가 그렇게 연습중독이래요.”

“그래요? 뭔가 뺀질댈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런 댐핑감은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연습 안하면 못 만드니깐.”

“아, 근데 첫 후렴부터 너무 좋은데 이거···.”

감탄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심사위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넋을 놓고 무대를 감상할 뿐이었다.

첫 후렴이 끝나자 마자 전방으로 나선 것은 보컬 라인인 현시우와 기유찬.

현시우는 옥색과 금색의 화려하고 커다란 악세사리들을 잔뜩 달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거나 과해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유찬의 착장은 수수했으나, 대신 오늘은 눈 아래에 앙큼한 점 하나를 찍고 나타나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미쳣다미쳣어ㅠㅠㅠ유찬이 점찍은거봨ㅋㅋ]

[얘네 와꾸합 뭐야? 조합미쳣네;;;;]

[둘다 워낙 뽀얗고 예뻐섴ㅋㅋㅋㅋ]

[하 점찍은거 진자 누구아이디어야 상주자]

[넘 앙큼한거아냐????]

[후우ㅜㅜㅜ막낸데 또 피지컬은 듬직한거 개발림]

[시우는 어뜨케 저렇게 치렁치렁해도 예쁘냐]

[쟤가 진짜 얼굴천재야]

[착장이고 머고 걍 의류함에서 대충꺼내입어도 빛날듯]

[ㅋㅋㅋㅋㅋ의류함ㅋㅋㅋㅋㅋㅋ]

[저 옥색 은근 소화하기 어렵다고진짜]

[ㅁㅈ잘못하면 걍 할망구바이브 나옴]

[ㅋㅋㅋㅋㅋㅋ미친 할망구바이브는 뭔데]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유찬과 시우가 벌스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턴가,

괴이한 힘이 내 몸에 깃드니.

저 하늘을 날아,

아무런 금기도 금제도 없이.

순수하고 청아한 목소리의 유찬이 자신의 파트를 마치자 이번엔 시우가 그 벌스를 이어받았다.

시우의 목소리 역시 깔끔했지만, 순백색 같은 유찬의 보컬과는 조금 다른 끼와 애교가 묻어 있었다.

모든 건 사사로운 집착일 뿐,

너를 얽맨 사슬을 잘라.

무거운 마음으론 날 수 없으니.

이제는 내 손을 잡아 봐—.

사뿐한 스텝, 마치 도술을 부리는 듯한 손동작으로 2인 루틴 안무를 펼치던 유찬과 시우가, 벌스가 끝난 순간 돌연 도움닫기를 하며 양쪽으로 공중 옆돌기를 선보였다.

휘리릭—.

난이도 높은 아크로바틱 동작에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와, 와, 와아아, 봤어!? 지금 봤어—!?”

“어, 봤어 봤어! 미쳤다 진짜!”

“유찬이는 몸 잘 쓰는 거 알았는데 현시우 저 종이인간이 어떻게—!!”

공중 옆돌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두 소년의 표정엔 약간의 뿌듯함이 감돌았다. 집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온라인 시청자들은 그 뿌듯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아앜ㅋㅋㅋ시우랑 유차니 표정봨ㅋㅋㅋㅋ]

[졸라귀엽닼ㅋㅋㅋㅋ뿌듯한가바]

[ㅋㅋㅋㅋ아니근데 뿌듯할만해]

[저런 아크로바틱은 언제 또 연습한거야??]

[아무리 몸 잘써도 저거는 진짜 어려울텐데ㅠㅠ]

[우리애들 또 경연준비기간 내내 몸 갈아넣은듯]

[ㅠㅠㅠㅠ넘 좋은데 또 걱정되고 또 좋고 그런다ㅠㅠㅠ]

[진짜 애기들이 어떻게 이렇게 프로의식이 넘치지]

[이러니 안 좋아할수가 있냐고]

[마자 귀엽고 멋지고 사랑스럽고 다하는데ㅠㅠㅠ]

[유찬 - 시우 옆돌기 짤.GIF]

[ㄴ미친ㅋㅋㅋㅋ벌써 짤쪘어]

[급하게 쪄서 화질구지 이해좀]

[ㅋㅋㅋㅋ아앜ㅋㅋㅋ저화질인데도 뿌듯표정 다 보인닼ㅋㅋㅋ]

[개귀엽네진짴ㅋㅋㅋㅋㅋ]

팬들이 포착한 ‘뿌듯 표정’은 실화였다.

‘···해, 해냈어요, 시우 형!···.’

‘아하하, 돌아 버렸다~’

옆돌기를 완벽하게 성공시킨 뒤, 유찬과 시우는 서로를 쳐다보며 뿌듯한 표정을 교환했다.

‘자유’라는 컨셉에 맞추어 멤버들이 준비한 핵심 요소는 ‘도술’.

중력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공중을 누비고, 마음껏 몸을 쓰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멤버들은 아크로바틱 동작을 준비했다.

유찬과 시우의 예술적인 옆돌기 이후, 그 가운데에선 리프트 장치가 솟아 있었다. 리프트 장치에도 드라이아이스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리프트는 마치 하늘 위를 나는 근두운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위에 선 것은 7IN의 최장신 차인혁이었다.

쿠웅, 쿠우웅, 쿠우우웅—.

크게 떨어지는 큰북 리듬에 맞추어.

쿠우우우우우웅—!!

차인혁이 공중 리프트에서 뛰어내리며, 마치 아이언맨 같은 환상적인 슈퍼히어로 착륙을 선보였다.

큰북 소리와 완벽하게 맞은 착륙 타이밍 덕분에 박력은 배가됐다. 3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뛰어내렸음에도, 인혁은 태연하게 부채를 펼쳐 보이며 박력 넘치는 랩을 시작했다.

우리의 무대는 난장,

전방에 매력을 발산!

오방색 옷으로 단장,

3초간 애교를 발사!

언제나 수상할 정도로 애교와 귀여움에 집착하는 인혁이었다. ‘3초간 애교를 발사’ 파트에서, 인혁은 깨알 애교까지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재주가 많아서 팔방,

T.P.O 불문의 당당!

상상을 초월한 발상,

규범과 규칙에 반항!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원시원하고 단순한 구조의 라임으로 이루어진 박력 넘치는 벌스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7IN의 팬이라면 알고 있었다, 이러한 라임 구조로 벌스를 쓰는 멤버가 누구인지. 이건 태웅이 랩핑을 하는 방식이었다.

팬들의 예상대로 곧 태웅이 나타났다. 미친 운동신경을 가진 멤버답게, 현란한 백덤블링으로 요란하게 등장한 태웅은 인혁과 무술 합을 주고받는 듯한 안무를 선보였다.

싸우는 듯, 때로는 2인 루틴의 군무를 추는 듯. 커다란 피지컬의 인혁과 태웅의 합은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매력이 있었다.

도술로 무대를 방랑,

사방에 뿌리는 사랑!

애정이 돈임 난 방탕,

그게 내 유일한 사상!

가끔은 까졌지 발랑,

하지만 예의는 항상!

때로는 십구금 빨강,

미성년 눈감아 잠깐!

‘때로는 십구금 빨강’ 파트에선 인혁과 태웅이 동시에 도사 옷의 가슴팍을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단한 노출은 아니었지만, 의상이 찢어지는 임팩트에 방청객들은 헙— 하며 입을 막았다. 생방송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동시에 폭발했다.

[이 누나는,,,이 조합이,,,최애란다,,]

[하아 쇄골이랑 가슴라인 보이는거봐 진짜 미춰버리겟넹]

[나 변태야? 우리 변태야?]

[노노 내남친도 쟤네 보고 얼굴 빨개짐]

[ㄴ미친ㅋㅋㅋㅋㅋㅋ그건좀이상하잖앜ㅋㅋㅋㅋ]

[ㄴ남친단속좀잘햌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인즈 몸짱즈 갑빠즈 넘좋다]

[20대 후반으로서 찬성 안할 수가 없는 조합,,,]

[언니들 저 고3인데 갑빠즈 넘모조은데 어뜩해여]

[역시 고3이라 그런가 잘배웠네;;ㅎㅎ]

[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

[하 동작 시원시원한거 봐]

[춤도 피지컬이야ㅠㅠ저 큰 피지컬로 시원시원하게 추니까 진짜 시각적쾌감 오짐]

모두를 긍정적으로 놀라게 한 인혁과 태웅의 벌스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장발 군자가 전면에 나서며 두 번째 후렴이 시작됐다.

우리는 괴이(怪異)한 존재,

용력(勇力)이 잠재된 몸에!

난세(亂世)를 뒤집는 고래,

귀신(鬼神)을 부르는 영매!

“우리는 괴이한 존재!”

“용력이 잠재된 몸에!”

이제 두 번째 듣는 후렴임에도 팬들은 벌써 가사를 따라하며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팬들의 떼창이 따라붙자 멤버들 역시 점점 흥이 올랐다.

괴력난신, 우리는 괴력난신.

손바닥 안에 돌개바람과 해일,

괴력난신, 우리는 괴력난신.

따분한 건 씹어삼켜 Killer Whale!

이어진 현재의 후렴 파트, 백업댄서들과 함께 만든 거대한 V자 대형은 일말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했다.

짜릿하게 맞은 대형으로 추는 군무는 그것 자체로 마치 도술을 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소년들이 준비한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 후렴이 전개되는 사이, 무대엔 어느새 새로운 장치가 들어와 있었다.

“어어?”

“저거, 설마···.”

그걸 본 심사위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옆돌기, 슈퍼히어로 착륙도 놀라운데 저 장치까지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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