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77화 (177/303)

#177

여기서 군무가?

군자와 유찬은 재료 손질.

현재와 태웅은 마트 가서 장 보기.

스테이션 정리와 조리기구 재배치는 현수와 인혁.

마지막으로, 영어와 스페인어가 가능한 시우가 부스 홍보를 맡았다.

분업을 마친 소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라이더 클랜 ‘The Bulls’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오오, 오오오···.”

“인혁, 이 친구들이 네 새로운 팀이냐?”

“멋진 팀을 만났구만!”

“우리도 도와 줄게. 이건 이 쪽으로 옮기면 되는 거지?”

가죽자켓 형님들의 가세로 작업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파바바바바밧—.

칼 다루는 데엔 일가견이 있는 군자와 유찬은, 거의 검무를 추듯 순식간에 소고기를 손질해 나갔다. 그 화려한 칼질에, 주변 관광객들의 시선이 천천히 모이기 시작했다.

“우와, 쟤네들 좀 봐.”

“예쁘게 생긴 애들이 칼을 엄청 잘 쓰는데?”

타다다다다다다—···.

군자가 고기를 얇게 저며 놓으면 유찬이 칼등으로 고기를 두들겨 부드럽게 만들어 놓는다.

첫 칼군무에서도 메인 롤을 맡았던 두 사람의 현란한 칼질은, 산처럼 쌓여 있던 고기를 순식간에 처리해 나갔다.

파바바바—···

타다다다—···.

그렇게 군자와 유찬이 고기 손질을 마쳤을 때쯤, 마트로 갔던 현재와 태웅이 할리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왔다.

“우와, 우와, 얘들아! 이 오토바이 미쳤어! 뒷자리 탔는데 막 심장이 쿵쾅쿵쾅한다!”

“형아들, 여기 재료!”

두 사람이 토스해 준 재료를 받은 군자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먼저 양념장을 만들어 고기를 재워 놓은 뒤, 계란물을 풀어 입힐 준비를 마친다.

감칠맛 나는 양념장이 고기에 충분히 베어들었을 때쯤, 찹쌀가루에 고기를 앞뒤로 굴려 하얀 찹쌀옷을 입혀 준다.

그 다음은 고기에 계란물을 입혀 줄 차례.

계란은 노른자를 더 많이 쓰는 것이 고소한 맛 내기에 좋다. 군자가 미리 노른자와 흰자 비율을 맞춰 놓았기에, 고기에 예쁜 노란색 옷을 입힐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육전을 구울 차례. 전 요리답게 기름을 충분히 사용하여, 앞뒤가 노릇노릇 익도록 약불에서 잘 구워 준다.

치이이이이익—···.

식욕을 자극하는 육전 냄새에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멎기 시작했다.

그 사이 ‘The Bulls’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고추장아찌를 완성해 놓은 시우는, 가장 먼저 만들어진 육전 두 점을 재빨리 챙겼다. 시식을 통해 관광객들을 잔뜩 모으기 위함이었다.

“허어어, 시우야! 나 그거 한 입만 먹어 보면 안 되냐?”

“아하하, 안 돼~ 따끈따끈할 때 영업 나가야지~”

“딱 한 조각마아안···.”

“알았어~ 그럼 여기~”

육전을 먹은 태웅과 현수의 눈이 번쩍 커졌다. 맛있었다. 즉석에서 종목을 바꿔서 만든 요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 뭐야 이거! 개맛있어!”

“하아, 군장금이 또 군장금했구만···.”

“군자! 너무 좋은데!? 딱 이렇게만 만들면 될 것 같아!”

“하하하, 내 수라간 나인 출신의 이모님께 직접 배운 육전이다.”

“쟤 또 뭐라냐. 암튼 개그 코드 진짜 이상하다니깐.”

“무튼 넘 좋아! 계속 만들어 주라!”

첫 육전은 모두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영업부장 시우는 육전 샘플을 가지고 나가서 본격적인 부스 영업을 시작했다.

“맛있는 육전 먹고 가세요~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게, 맥주 안주로 딱이랍니다~”

“육전? 그런 음식은 처음 들어보는데.”

“아하하, 아마 한 입만 먹어도 사랑에 빠지게 될 걸요~”

“그래요? 뭔가 호기심 생기네.”

“샘플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흐음, 그럼 어디 한번···.”

육전을 입에 넣은 외국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눈을 크게 뜨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고소하며 기름기 많은 육전은, 맥주 안주로도 찰떡 같이 어울리는 요리였다.

“이, 이거 어디 가면 살 수 있어요!?”

“저 쪽이에요~”

“저기 잘생긴 애들 모여 있는 부스?”

“아하하, 맞아요~”

“어머, 이건 가야 해!”

시우의 홍보는 특히 여성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성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The Bulls’ 부스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육전 주세요, 육전!”

“와, 이거 너무 맛있는데!?”

“다섯 개 포장해 갈게요!”

소년들이 가세한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리만 날리던 부스에 엄청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부스의 원 주인인 ‘The Bulls’ 멤버들은 마치 신이라도 만난 듯 거룩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Oh, my God···.”

“인혁, 네 친구들은 사람이 아니야. 신이 내린 천사님들이 분명해!”

“신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신 거야. 우리가 좋은 일을 할 수있도록, 천사님들을 내려 주신 거라고!”

“저 잘생긴 친구 이름이 군자라고 했나?”

“네, 맞아요. 유군자.”

“오오. 군자엘 천사님···.”

이제 우락부락 가죽아재들은 아예 군자를 ‘군자엘’ 천사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군자 뿐만 아니라 현재는 현재엘, 시우는 시우엘, 유찬은 유찬엘··· 모든 멤버들의 이름 뒤에 ‘엘’이 붙으며 천사화되었다. 딱 한 명 태웅만 빼고.

“헤이 태웅, 우리가 뭐 도와주면 될까!”

“뭐야, 난 왜 그냥 태웅인데요! 젠장, 태웅엘이라고 불러 줘요!”

“흐하하하, 태웅엘은 입에 안 붙잖아. 게다가 너한테선 어쩐지 우리랑 같은 냄새가 난다고.”

“으으, 뭔가 좋으면서 열받네?”

“그래서, 우리가 뭐 하면 될까?”

“일단 육전 굽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새로운 메뉴도 준비해야 하니까, 형님 두 분만 마트에서 새로운 재료 좀 공수해다 주시고요!”

“오케이, 형제여!”

“푸하핫, 이제 나는 그냥 형제 된 거야?”

‘The Bulls’ 멤버들까지 육전 조리에 가세하자, 조리 속도가 빨라지며 판매에 불이 붙었다.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순조롭게 줄어들었다. 먼지만 쌓여 있었던 현금 박스가 순식간에 지폐로 차올랐다.

“육전 3개 더! 고추장아찌 하나 추가!”

“오케이, 2분만 기다리면 바로 나갑니다!”

판매 개시 한시간 째, 육전은 여전히 불티 나게 팔리며 인기를 과시했다.

“좋아 친구들, 이제 모금액 목표까지 벌써 절반은 채웠어!”

“우하핫, 이러다가 우리 판매 1위 하는 거 아냐?”

“1등 하면 주최사에서 보너스를 지급한다더라. 그 돈까지 함께 기부하면 분명 더 큰 도움이 될 거야!”

“오케이, 그럼 이왕 하는 거 1등 목표로 달려 볼까요?”

명백한 목표까지 생기자 멤버들의 페이스는 더욱 올라갔다. 아육시 때부터 서바이벌로 길들여진 덕분일까, ‘1등’이라는 목표는 멤버들을 더욱 신나게 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페스티벌 종료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다른 부스에서도 슬슬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고.

날이 천천히 어두워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우와아아아—!!”

중화요리 안주 부스에서 불쇼를 시작했다. 커다란 웍에서 발생시키는 엄청난 크기의 불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궁보기정, 사천식 닭고기 볶음 요리입니다! 톡 쏘고 매콤한 것이, 맥주 안주로 딱이지요!”

“궁보기정? 그런 요리는 처음 들어 보는데?”

“일단 저 불쇼가 너무 흥미진진하지 않아? 난 저 쪽으로 가 봐야겠어.”

불쇼를 앞세운 중화요리 부스가 ‘The Bulls’의 대기열을 빠른 속도로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3m의 높이로 타오르는 불 쇼는, 밤이 되자 더욱 현란하고 멋있어 보였다.

빠져나가는 손님들을 보며 ‘The Bulls’ 멤버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어어? 잠깐만, 가지 말아요!”

“젠장, 어떡하지? 우리가 가서 붙잡아 올까?”

“절대 안 돼요. 형님들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위협적이란 말이에요.”

“으으, 이런 식이면 판매량을 채울 수 없을 것 같은데···.”

“흐음—.”

‘The Bulls’ 멤버들에게 조리대를 맡겨 놓은 뒤, 군자는 빠르게 멤버 간 회의를 소집했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문제는 중국 부스다, 저 쪽에서 우리 손님들을 많이 가져갔어.”

“아오, 또 중국이야? 다이너스티 때도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근데 이번엔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어여. 따지고 보면 저 중화요리 부스 분들이 뭘 잘못한 건 아니니깐.”

“현재 말이 맞아. 화려한 퍼포먼스로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잘못은 아니지. 오히려 중화요리 부스 분들이 전략을 잘 짠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할까아···.”

문제에 대한 진단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중화요리 부스의 ‘불 쇼’.

육전이 맛있긴 했지만, 조리 과정에서의 볼거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렇기에 일단 눈부터 즐거운 불쇼에 손님들을 빼앗겨 버린 거다.

“우리도 비주얼적으로 손님들을 잡아끌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흐음, 군자랑 시우 얼굴로 밀고 나가?”

“그건 안 될 것 같아. 내가 보니까, 여기 분들은 얼굴도 얼굴인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쪽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거든.”

“그으래에··· 그러면 몸짱 대작전은 어떰?”

“몸짱 대작전?”

“혁이 형이랑 나랑 군자가 상탈 하고 육전 굽는 거지.”

“으으, 나는 반대에여.”

“나도 개연성 없이 벗는 것은 싫구나···.”

“게다가 이미 우락부락한 불스 분들이 계셨는데도 부스에서 파리만 날렸잖아.”

“앗, 맞네.”

“몸짱 대작전은 폭망 대작전 아닐까?”

“끄으응···.”

소년들의 고민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용중 실장이 조심스레 대화에 끼어들었다.

“얘들아.”

“네 실장님.”

“너무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마. 너희들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도운 거야. 아마 저 분들도 되게 감사해 할 걸?”

“···.”

“일단 유튜브용 영상 소스는 잘 나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뭐 끝까지 해 보다가 안 되면···.”

그러나 소년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엥?”

“이왕 시작한 거, 끝장 볼 각오로 해야져.”

“그, 그러냐.”

“···부, 분명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아하하, 맞아요~ 우리는 1등에 중독됐다구~”

“후우··· 그래, 뭐 그러면 끝까지 해 봐야지. 약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실장님께서도 저희를 걱정해서 해 주신 말씀이지 않습니까.”

“맞아. 다이너스티 하는 내내 안무 짜고, 연습하고, 힘든 거 다 봤는데 여기서도 또 힘들까 봐···.”

“···잠깐만.”

“응?”

그 순간, 군자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실장님 말이 맞습니다.”

“음? 뭔 말이 맞는데?”

“경연을 하는 동안엔 내내 안무를 짜고 연습하느라 힘들었지요.”

“그건 그렇지만··· 그게 육전이랑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 순간도 같은 걸 해 본다면 어떨까.”

“우음?”

“지금은 육전을 굽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건 공연 아니더냐.”

“그··· 렇지?”

“전을 굽고, 공중에서 뒤집고, 손님께 내는 그 과정.”

“?”

“이 일련의 동작을 안무로 만든다면 어떨까?”

“??”

“우리의 조리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 되는 것이다.”

“!”

“일곱 개의 전이 공중에서 동시에 뒤집어지는 칼군무라. 웃기지만, 꽤나 짜릿하지 않겠느냐?”

군자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나머지 여섯 멤버들은 마치 군무라도 추듯 동시에 무릎을 짝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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