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91화 (191/303)

#191

Haters gonna hate

<맛집메이커> 촬영현장에서 군자에게 혼쭐이 난 뒤로, 형광바지 패거리는 복수심에 이를 갈고 있었다.

당시엔 이미 만취 상태였기에 정황을 파악할 새도 없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하루 뒤, 우연히 인터넷에서 7IN 멤버들의 얼굴을 본 형광바지 패거리들은 어렵지 않게 <북한산 둘레집> 근무자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야, 이거 그 새끼들 아니냐?”

“어 시발?”

“맞지?”

“그 개새끼들, 아이돌이었어?”

7IN의 정체를 확인한 형광바지 패거리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약약강을 인생의 모토로 살아 온 이들이었기에 강자 앞에서 꼬리를 내렸지만, 상대가 아이돌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시발, 그냥 인터넷에 확 폭로 글 올려버려?”

세 명의 양아치는 순식간에 의견을 모았다.

그들의 목표는 간단했다. 그들에게 개망신을 준 군자와 7IN 멤버들에게 어떻게든 위해를 끼치는 것. 물리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여론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 그 PD 새끼가 카메라도 전부 꺼 버렸잖아. 영상 같은 것도 안 남았을 걸?”

“가게 안에 다른 사람들도 없었어.”

“확실해?”

“당연하지 병신아. 그 새끼한테 업어치기 당하고 정신이 확 들었다고, 시발.”

“주변에 블랙박스 같은 건?”

“야, 뭔 블랙박스가 가게 안까지 찍어 주겠냐?”

“좋아 좋아, 크크.”

전후 관계야 어찌 됐든, 군자가 양아치들을 업어친 것은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양아치들이 혼절할 정도의 데미지를 입은 것도 사실이었고.

게다가 사건 당시, 적어도 식당 내부엔 객관적인 증언을 할 만한 제 3자는 없었다.

“야, 무조건 부풀려서 써. 어차피 제대로 증언해 줄 놈도 없었다며.”

“그래? 분명 소속사에서 반박 기사 내려고 할 텐데.”

“븅신아, 너 연예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소속사는 뭐 컵라면 끓이듯이 반박기사 내냐? 증거 모아야 되지, 정리해야 되지, 그 동안 이미지는 이미 더러워진 다음일 거라고.”

“오올, 이 새끼 대가리 좀 굴리는데?”

“흐흐, 로드매니저는 꽁으로 뛴 줄 아냐.”

양아치들은 연예계의 생리를 알고 있었다.

아이돌이 폭력 사태에 연루되는 순간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소속사는 반박 기사를 내겠지만, 반박을 준비할 시간에 이미지는 벌써 떡락한 뒤일 테고.

그렇기에 양아치들은 온갖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폭로글을 작성했다.

[선량한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돌 7IN을 고발합니다]

그들이 작성한 글에 전후 관계는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으로 포장했고, 군자의 행위는 과장했다.

퍼억, 퍼어억—.

“아오 시발, 아파!”

“븅신아, 좀 참아. 멍이 확실히 들어야 더 심각해 보일 거 아냐.”

스스로를 폭행하여 만든 멍 사진을 첨부하여, 폭로글의 자극을 끌어올렸다.

익명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7IN이라는 이름과 ‘폭력’이라는 키워드는 모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을 지르기 충분한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헐?]

[뭐임이거;;]

[폭력? ㄹㅇ? 칠린이들이?]

[멍사진봐··· 심각한데]

[;;;;;;]

[미친]

[진짜 칠린이 사람침?]

[데뷔 1년도 안된 남돌이?ㅋㅋ]

[인성영업 오지게 하더니 ㅉㅉㅉ]

[선비돌 어쩌고 하더니 이게맞는거야?ㅋㅋ]

[난 전부터 쌔했음]

[헐··· 나도나도 사실ㅠㅠ]

[세상이 다 좋아죽길래 나빼고 다 몰카중인가 싶었음ㅇㅇ]

[ㅋㅋ어김없이 쌔믈리에 등판하셨고요]

[응 개주작이야]

[ㅅㅂ익게에올라온 근거도없는글에 단체로 선동당하는수준봐]

[근데 근거가 마냥 없진 않은것같은데ㅠㅠ]

[어제랑 엊그제 칠린이들 북한산 근처에서 뭐 촬영중이라는거 스포 뜨지않음?]

[칠린이들이 저 가게에 있었던 건 맞는것 같은데]

[ㅋㅋㅋ사진에 문신안보임?ㅋㅋ]

[문신이 머? 왜 그런걸로 사람 판단함?]

[에휴시발 진짜 칠린팬덤이 최고 악성임]

[물타기하지말고 제대로 반박을 해 보시라구요~]

[다들 중립기어 몰라? 이런사건 한두번 보냐고]

[중립기어 뜻 = 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믿을래]

[지금 중립기어 부르짖는 애들 싹다 칠퀴들ㅇㅇ]

글을 올린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폭력 행위에 대한 폭로글인 만큼, 반응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개중에는 글 자체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우르르 들고 일어난 부정적 반응에 묻히는 추세였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악플들을 보며 형광바지 삼형제는 낄낄 웃었다.

“봐라, 이렇게 반응이 빨리 오는데 뭔 해명이고 반박이야. 어차피 해명기사 뜰 땐 이미 게임 끝난 상황일 거라니까?”

“이 새끼, 갑자기 존나 똑똑해 보이네?”

“반박기사 내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릴 거라고.”

로드매니저를 뛴 적이 있다는 형광바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어?”

“야, 이거 뭐냐?”

[2023년 3월 15일 <맛집메이커> 촬영 중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한 해명 및 증거 영상 자료입니다.]

“···어어어?”

형광바지 삼형제가 폭로글을 올린 지 한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솔라시스템 측에서 모든 포털에 반박 기사를 냈으니까.

* * *

서은우 팀장은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맛집메이커> 제작진들에게 전해 들은 바, 멤버들과 시비가 붙은 자들은 꽤나 질 나쁜 양아치들이었다.

그런 인간들이라면 추잡스런 짓을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아이돌 폭행 사건’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든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 가장 좋았으나 이미 사건은 터진 뒤다. 그렇다면 최선의 대처를 해 내야 할 터.

다행히, 서은우 팀장은 이미 대처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보유한 상태였다.

<맛집메이커> 촬영장은 제작진이 만든 세트였지만, 그 안에는 솔라시스템 측에서 의뢰한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도 사운드까지 녹음 가능한 고성능의 CCTV.

첫 날 촬영은 손님을 섭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반인 손님들을 받는다는 기획을 보자마자 서은우 팀장이 의뢰한 시설이었다.

덕분에, 방송 카메라는 꺼졌지만 CCTV에는 형광바지 패거리들이 패악질을 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사건을 인지하자 마자, 서은우 팀장은 CCTV 영상을 확보하여 정리했다. 깔끔하게 정리한 영상을 토대로 사건의 타임라인과 녹취록을 정리하여, 대형 언론사와 주력 온라인 플랫폼에 해명 기사를 대기시켜 놓았다.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반박 기사를 낼 수 있도록, 완벽한 대응 체계를 갖춰 놓은 것.

아니나다를까, 사건 발생 사흘 뒤 형광바지 패거리들은 온라인에 글을 올렸다.

언제나 7IN의 버즈량을 모니터링하는 솔라시스템이었기에, 해당 글 역시 순식간에 인지할 수 있었다.

글을 확인하자 마자 서은우 팀장은 지체 없이 반격의 버튼을 눌렀다. 그 결과, 폭로글이 퍼진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해명 기사와 자료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나갔다.

[뭐야 이거? 설마 해명이야?]

[ㅋㅋㅋㅋㅋㅋ아니 뭔ㅋㅋㅋㅋㅋ]

[해명이 이렇게 빠르다고???]

[반응속도 미쳤닼ㅋㅋㅋㅋㅋㅋ]

형광바지 패거리의 패악질을 본 네티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폭로글에서 본인들을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이라고 묘사한 패거리였으나, 영상 속 그들은 클리셰 같은 양아치의 모습이었으니까.

[영상 봐바;; 얼탱이가 없네]

[아 문신 양아치들 취해서 행패부리는거 개극혐이네]

[1:48 여기 보면 양아치들이 먼저 여자 스태프 때리고 군자 목덜미 잡았음]

[폭로글에선 엄청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들이라 하지 않았음?]

[이게 어디가 무고하고 선량한ㅋㅋㅋㅅㅂ]

[그냥 개 쌩양아치들이었잖아]

[이새끼들이 먼저 폭력 쓴거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문신 양아치들이 촬영장 와서 패악질 부리고 나가라는 말 개무시하고 여자스태프 때리고 욕지랄 하다가 군자한테 참교육 당한거네?]

[ㅇㅇ근데 그걸 즈그들이 개짓거리 한 내용은 쏙 빼고 인터넷에 처올린거]

솔라시스템이 작성한 해명 기사의 말미엔, 군자가 직접 작성한 사과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군자의 사과문은 깔끔했다.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사과했으며, 사건으로 인해 실망한 팬들과 대중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렇듯 가능한 한 최선의 대응을 한 서은우 팀장과 솔라시스템이었으나, 모든 부정적인 반응을 일소할 수는 없었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되었든, 아이돌이 폭력을 휘두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랑을 받는 그룹인 만큼, 안티팬 역시 그에 비례하여 많았다.

안티팬들은 분명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서은우 팀장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은 발광하듯 댓글을 달며 여론 만들기에 열심이었다.

[먼 말인진 알겠는데 그렇다고 폭력이 정당화되는 건 아님ㅇㅇ]

[깡패들이 있으면 경찰을 부르면 되지 왜 본인들도 깡패짓?]

[응 이미 폭력아이돌이야~]

[시발~ 아이돌이 사람 치네~ㅋㅋㅋ]

[데뷔 1년도 안 돼서 폭행사건에 연루된 아이돌이 있다?]

[응 군자야 그래서 앞으로도 선비돌로 먹고살 거야? 팬들은 계속 인성영업 할 거고? ㅋㅋㅋ]

제 아무리 일 잘하는 소속사라고 해도 이런 반응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상황에서도 7IN을 미워하던,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니까.

“팀장님, 괜찮을까요?”

“···.”

“반박을 내긴 했는데, 여론이 계속 안 좋아지면···.”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이제는 대중이 호도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요.”

“정말 그랬음 좋겠네요.”

“이 실장님, 멤버들 정신건강 각별히 챙겨 주세요. 이런 상황은 처음이니 당황스러울 겁니다. 절대 자책하지 않도록,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실장님께서 더욱 마음 써 주셔야 합니다.”

“네 팀장님, 더 신경 쓰겠습니다.”

부단한 안티팬들의 노력은 슬슬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폭력 아이돌’ 언급에, 대중들이 반응해 주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안티팬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어휴 지겹다 지겨워]

[뭘 자꾸 폭력아이돌이랰ㅋㅋㅋ]

[선동 재밌어? 그게 지금 느그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

[아이돌은 사람 아니냐? 머 개같은 일 당해도 다 참아야 됨?]

[솔직히 양아치들 공중회전 할때 짜릿하던데?;;]

[연예인이면 무조건 참고 무조건 웃어야 된다는 건 대체 어느 시대 사상임?]

[폭력 잘못했지ㅇㅇ 그럼 법적으로 처벌받고 합의금 내면 됨]

[근데 확실한건 적어도 나한테는 칠린 더 호감됐다는거임]

[진짜 무고하고 선량한 사람을 때린게 아니잖아]

[ㄴ너네들 진짜 다 미침? 폭력이라고 폭력;;;]

[ㄴ에휴 벌레새끼 진짜 열심이다]

[ㄴ안티 븅신들 기껏 한다는게 형광바지 양아치들 편들기야?]

[아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라고ㅋㅋㅋ]

형광바지 패거리와 안티팬들에겐 불행한 일이었지만, 대중은 더 이상 허접한 선동에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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