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195화 (195/303)

#195

같이 봅시다

콘서트를 일주일 앞둔 시점, 연습실엔 소년들의 곡소리만이 가득했다.

“에고, 에고고고···.”

“푸하핫, 현수 형! 앉을 때마다 아저씨 소리 내지 좀 마여.”

“어쩔 수가 없어. 연습 한 바퀴 돌고 나면 삭신이 쑤신다고···.”

“하긴, 이번 연습이 유독 힘들기는 해여. 읏차, 아고고—.”

“뭐야, 너도 아저씨 소리 내는구만.”

“헉, 그러게여? 나도 모르게··· 허어···.”

“너도 이제 20대다 현재야. 지금부터 몸 관리 잘하렴~”

“우씨, 현수 형 왜 이렇게 신나 보여요?”

“후후, 신난 이유가 다 있지.”

그렇게 말하며 지현수는 티셔츠를 살짝 걷어올렸다. 평소엔 말랑말랑한 뱃살이 볼록 튀어나와 있던 배가 어느새 홀쭉해져 있었다.

“태웅아, 이거 봐라. 나 복근 생겼다?”

“올, 진짜? 봐 봐.”

“엣취, 엣취—!!”

“무, 뭔데? 감기 걸렸어?”

“아니, 기침 하면 복근 더 세게 나오더라고.”

현수의 배를 스윽 들여다 본 태웅은 안쓰럽다는 듯 티셔츠 자락을 내려 주며 말했다.

“너도 배에 근육이 있긴 했구나?”

“당연하지, 사람이면 다 있는 거 아냐?”

“그건 그렇긴 하지.”

“어때? 평가 좀 해 주라.”

“근데 이건 복근이 생겼다기보단··· 그냥 체지방이 너무 빠져서 있던 복근이 드러난 것 같은데···.”

“그, 그래?”

살이 빠진 건 현수 뿐만이 아니었다. 고된 콘서트 연습 일정 때문에, 모든 멤버들의 체중이 평균 2~3kg 정도 빠져 있었다. 기존 체중을 유지한 멤버는 시우 정도 뿐이었다.

“아하하핫, 다들 괜찮은 거 맞아~? 나 빼고 다이어트 한 건 아니겠지~”

“이렇게 보니까 연습이 힘들긴 한가봐여···.”

“그러게. 지현수 말랑똥배는 진짜 시그니쳐 같은 거였는데, 그게 어디 가고 복근이 튀어나왔냐고, 섭섭하게.”

솔라시스템 측에서도 멤버들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연습 스케쥴이 워낙 빡빡하다 보니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고된 연습을 한 번 하고 나면 입맛까지 뚝 떨어져 버려서, 제 때에 식사를 챙겨먹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맛집메이커> 같이보기 라방이 오늘이지?”

“넹 맞아여. 이따가 여덟 시부터 시작임여.”

“메이크업 좀 신경써서 해 달라고 말씀드려야겠다. 너무 살 빠진 것처럼 보이면 팬 분들이 걱정하실 텐데.”

“그냥 지금 라면이라도 왕창 먹을래여? 그럼 얼굴 뿌어서 살 좀 올라 보일 텐데.”

“어우, 그건 못하겠다. 연습 너무 빡세게 했더니 속이 다 뒤집어져서 뭐가 들어가지가 않을 것 같아.”

홀쭉한 볼을 메이크업으로 최대한 커버한 뒤, 7IN 멤버들은 <맛집메이커> 같이보기 제이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컴백 및 콘서트 준비로 최근엔 팬들과 소통을 할 시간이 없었으니, <맛집메이커> 같이보기 컨텐츠는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소중한 기회였다.

“안녕하세여~”

“칠링즈! 보고 싶었어요!”

“아하하핫, 벌써 엄청 많이 들어오셨어~”

“망극하옵니다···.”

오늘의 주제는 3월 경 녹화했던 예능 <맛집메이커>의 본방을 같이 보는 것. 함께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는 컨셉을 잡았기에, 멤버들 앞엔 간단한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칠린이들아ㅠㅠㅠㅠㅠ]

[하아ㅏㅏ 진짜 보고싶었다]

[푸할아하아ㅏ 숨 오래참았어]

[얼굴 보자마자 두근두근한다♥︎♥︎]

[유차니 현재 피부톤 진짜 무슨일이야ㅠㅠㅠㅜ]

[우리가 더 망극해 군자야]

[웅이 가슴이 쫌 작아진 것 같은뎅^ㅅ^]

[라방 켜자마자 슴가부터 보는 웅녀 진자 즈질이야]

[ㅋㅋㅋㅋㅋ미얀~~]

[후우 후우 오늘을 위해서 이주일동안 치킨참아따]

[칠린이들이랑 같이 티비 보면서 먹방이라니]

[이게 진짜 무릉도원이지]

“다들 잘 지냈져? 우리는 요즘 콘서트 준비 한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여. 그 동안 자주 못 찾아와서 미안해여··· 그래두 SNS엔 계속 인사 남겼는데! 봤어여?”

언제나 그렇듯, 대화는 소통왕 현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당연히 다 봤짛ㅎㅎㅎㅎ]

[현재야 우릴 머라거 생각하는거얗ㅎㅎㅎ]

[그래두 SNS 틈틈이 남겨 줘서 안 심심하구 좋았어]

[콘서트 연습 하느라 힘들지ㅠㅠㅠㅠㅠ]

[바쁠텐데 신경써줘서 넘 감동이야··· 현재 넌 어쩜 그렇게 셀카도 잘찍니]

[혁이옵한테 제발 스노우카메라좀 쓰지 말라고 전해죠 현재야]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진짜웃을일아님]

[188cm 근육맨이 왕방울만한 눈으로 초롱초롱거리고 있는거 보면 진짜좀 킹받는다거]

[ㅋㅋㅋㅋㅋㅋ혁이옵 진짜 셀카 잘못찍긴함]

[근데 또 은근 귀여운거는 좋아해섴ㅋㅋㅋㅋ]

[현재랑 시우가 셀카 원데이클래스좀 만들어서 운영해봐··· 제발······]

[ㄴㄴ 혁이옵은 원투데이로는 안됨]

[하아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찍는 거 가르치고 싶다^^]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맛집메이커> 본방 방영 시간이 됐다. 대부분의 팬이 커다란 모니터로 <맛집메이커> 본방을, 스마트폰으로 7IN의 제이라이브를 켜 놓고 두 개의 화면을 번갈아 가며 시청했다.

<맛집메이커> 양홍석 PD의 연출은 국밥처럼 슴슴했다. 에피소드는 멤버들이 회의실에서 ‘등산로 식당’ 아이디어를 내는 시점부터 시작됐다.

본편 영상을 보며, 멤버들은 괜히 초조하다는 듯 연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팬들이 보기에 재미있어야 하는데, 영상이 지나치게 차분한 것 아닌가 싶은 걱정 때문에.

그러나 그런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팬들은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음에 200% 만족했으니까.

굳이 웅장한 배경이 없어도, 짜릿한 스토리가 없어도 괜찮았다. 그저 소소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진과 소통하며 때로는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모습만으로도 팬들은 행복해 했다.

[이래서 등산로 식당 한 거구낰ㅋㅋㅋ]

[울애들이랑 넘나 찰떡 컨셉이얔ㅋㅋㅋㅋ]

[요즘 20대들도 등산 엄청 마니 가자나]

[뭔가 구수한 동시에 힙하면서 트렌드랑도 찰떡임ㅋㅋㅋ진짜 우리애들은 왜케 아이디어도 반짝반짝해?]

[아이디어 하나로 경연프로그램 다 씹어먹고 1등한 그룹이라구~]

[군자랑 유찬이 칼쓰는건 볼때마다 두근거린다ㅠㅠ]

[ㅁㅈㅁㅈ 파사사삿 할때 내 염통도 같이 회쳐지는 기분]

[ㅋㅋㅋㅋㅋ끔찍한소리하지맠ㅋㅋㅋㅋㅋ]

[하 힐링이다진짜 이 피디님 우리멤들 얼굴 예쁘게 찍는거 고민 많이하신듯]

[글게 ㅋㅋㅋ움짤만 찌면 다 레전드야··· 넘 예쁘게 나왓다ㅠㅠㅠ]

[흰셔츠에 앞치마 착장 칠린이라니 이거 진짜 범죄아니냐구]

처음엔 지나치게 내용이 없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했던 멤버들도, 곧 <맛집메이커>의 국밥 같은 연출에 빠져들며 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저거 봐여, 군자 형아 끼 부리는 거 좀 보셈여. 홀에 자기 최애라고 하는 손님들 있으면 꼭 감자전 하트 모양으로 깎아서 내 줬다니까여.”

“거 민망한 부분을 지적하는구나, 쑥스럽다.”

“유군자 너 진짜 끼쟁이 다 됐구나?”

“후후, 수줍음이 조금 사라졌을 뿐이란다. 내 옛부터 사랑하는 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는 결코 인색하지 않았음이야.”

“웅이 형도 일만 하지 말고 홀 좀 나와 보지 그랬어여. 웅녀 분들도 은근 많이 오셨다구여.”

“아니, 주방에서 무거운 거 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러냐.”

“어? 지금 팬들의 사랑은 무겁지 않다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오!”

<맛집메이커> 본방을 시청하랴, 멤버들의 리액션을 따라가랴. 팬들은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하ㅏㅏ 온 집안에 칠린이들이 가득한 기분이얌]

[맛메 본방이랑 제이라이브 풀버젼 나중에 꼭 다시 봐야겠닼ㅋㅋㅋ]

[ㅁㅈㅁㅈ 밥먹으면서 보니까 제대로 음미가 안돼]

[그래도 칠린이들이랑 같이 밥먹는건 또 포기가 안되고ㅋㅋㅋㅋ]

[맛메 편집방향성 진짜 좋다ㅠㅠㅠㅠ일부러 자극 안찾고 멤들이랑 손님들 대화하는 장면 하나하나 살려준거 너무 고맙]

[홀이 엄청 시끄러운데 사운드도 디게 잘잡은듯··· 확실히 타채널 SSS급 괴식 그거보다 맛메가 내취향이야ㅠㅠ]

[나도 등산 엄청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맨날 등산 가자고 조르는데 친구들이 들은척도 안해서 속상했는데ㅠㅠㅠ이번 맛메 에피 보여주면서 다시 같이 가자고 해 봐야징]

[먼가 이번 맛메 엄청 화제되면 1020 사이에서 등산도 같이 유행될 수도 있을듯ㅋㅋㅋ]

[진짜 그럼 좋겟다ㅠㅠㅠ너무 과한 바람인가?]

[ㄴㄴ아니얌 충분히 가능성있지]

[예전에 <혼자만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곱창 먹으니까 막 전국에 곱창 대란 났잖움ㅋㅋㅋㅋ 등산도 충분히 가능이지]

[맞넼ㅋㅋㅋㅋ]

편집된 프로그램을 보니 촬영 당시가 다시 떠오른 멤버들이었다.

일할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차분한 환경에서 영상을 보니 손님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생생하게 떠올랐다. 심지어 지금 라이브 방송에 접속해 있는 손님도 있었다.

[저 저기 있었어요ㅠㅠㅠ]

[헐허렇러허러]

[진짜여!?!?!? 와 너무부럽잖아]

[언제요? 며칠에가심???]

[저 첫날이요! 진짜 우연히 부모님 따라서 등산 갔다가 가게 들어갔는데 칠린 멤버들 다 만나고ㅠㅠㅠㅠ아침일찍 등산 가는거 때문에 찡얼댔느데··· 앞으로 평생 효도하면서 살려구요]

[와 진짜 나만 계 못타 나만·········]

[진심너무넘누무루무넘무부러워요ㅠㅠㅠㅠ]

[저도 셋째날 갔어요! 전 맛메 프로그램에서 신청자 뽑는걸로 해서 갔는데 칠린이들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욬ㅋㅋㅋㅋ덕분에 입덕했습니다···ㅎㅎㅎㅎ]

[하아ㅏㅏ 칠린 나오는줄 알았으면 나도 신청했다구여픂퓨ㅠㅠㅠ]

[어땠어여? 우리 애들 다 잘생겼음???]

[진심 실물이 344693486배 더 잘생겼어요 진짜루]

[ㅁㅊ이렇게 모니터로만 봐도 심장떨려서 사망하겠는데 실물은 43903465346배 더 잘생겼다고요!?!?]

[ㅋㅋㅋㅋㅋㅋ왜 그사이에 숫자 더 올름ㅋㅋㅋㅋㅋㅋ]

[하 부럽다 부러워요 저도 그 기억좀 공유해주세요ㅠㅠㅠ···]

[나 진짜 앞으로는 맨날 등산도 다니고 등산로식당도 다 다닐거야······]

귀여운 부러움과 질투가 난무하는 채팅창을 보며 멤버들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팬들도 멤버들의 성향을 따라간다고, 7IN의 팬들은 대부분이 귀엽고 무해했다.

그렇게 함께 밥을 먹으며 <맛집메이커> 본방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프로그램은 끝이 나 있었다.

[후아ㅏㅏ 진짜 2분 같은 2시간이었움]

[빨ㄹ리 다음주 됐음 좋겟다ㅠㅠㅠㅠ]

[맛메 다음 회차도 빨리 보고싶고 단콘도 가고싶고]

[단콘 티켓팅 성공한 사람들 진짜 너무너문머너무부러워요ㅠㅠㅠ]

[그나저나 오늘도 장풍아저씨는 괴식 만듬ㅋㅋㅋㅋ]

[ㅁㅈ시청률!! 이번엔 어떻게 됐을까]

[칠린이들 나오는데 이번엔 맛메가 SSS급 괴식요리사 이겻음 좋겠으뮤ㅠㅠㅠ]

[마자··· 시청률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두! 그래두 이겼음 좋겠엉]

7IN 멤버들 역시 팬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힐링’을 컨셉으로 하는 <맛집메이커>였지만, 항상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한 스태프들도 있었으니까.

“헤헤, 우리도 이 회차는 시청률 이겼음 좋겠어여 솔직히. 저도 장풍아조씨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두 우리 프로그램이 1등 하면 좋잖아여!”

“곧 시청률 기사가 뜰 것 같은데에···.”

현수의 예측대로, <맛집메이커>와 방영이 끝나자 마자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비교 분석한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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