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201화 (201/303)

#201

중요한 건 새로운 모습

콘서트를 한 달 앞둔 봄날, 7IN 멤버들과 벨로체 리더 파엘은 비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루나틱의 리더이자, 현재 해병대 복무 중인 리온에게 면회를 간 것.

“푸하하학, 그래도 삭발에 이 정도면 선방했구만!”

“···.”

“온아, 우리가 여자아이돌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여돌들이 와야 너도 선임들한테 기가 살았을 텐데, 그치?”

“됐어, 온다는 애들도 다 오지 말라고 했다.”

“오오, 그 와중에 난 받아준 거임?”

“너 하나였으면 고민해 봤겠지만, 후배들도 같이 온다고 하니까.”

파엘에게는 세상 냉랭한 눈빛을 쏘았지만, 7IN 멤버들을 바라볼 때엔 한없이 따뜻한 표정을 짓는 리온이었다.

“바쁠텐데 이 먼 곳까지 면회를 다 오고, 상담할 거라도 있어?”

“에이, 꼭 용건이 있어야 오나여. 그냥 선배··· 아니, 형 보러 왔져.”

다정한 현재의 말투에 부드럽게 미소 지은 리온은,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파엘을 불렀다.

“파엘아.”

“왜.”

“너도 이렇게 말하는 법 좀 배워 봐라.”

“엥? 내가 저렇게 말하면 너 아마 되게 짜증날 걸?”

“···그건···.”

“아잉, 나도 우리 리온이 건강하게 지내나 보러 왔지이~”

“···.”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밤마다 걱정한다구~”

“···.”

“리온 오빠, 나 인편 보내도 돼? 손편지 답장 써 줄 꼬야? 히힛!”

“···그만···.”

“그만이라고? 흐윽, 내 맘도 몰라주고! 순 나쁜 새끼!”

괜히 파엘을 건드렸다가 정신만 피폐해진 리온은 다시 7IN 멤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이었기에 할 이야기는 꽤나 많이 쌓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루나틱 대신 나간 <다이너스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함께 온 파엘의 벨로체까지 이기며 만든 우승이었기에 더욱 리온의 마음에 쏙 들었다.

“나도 생활관에서 너희 무대 전부 다 봤다.”

“정말요?”

“그럼. 결승전에서 벨로체를 꺾고 우승하는 것까지, 아주 생생하게 다 봤지.”

“으으, <다이너스티> 얘기 말고 다른 거 하면 안되냐.”

<다이너스티> 이야기를 시작으로, 소년들과 리온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면회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군자가 리온에게 질문을 던졌다.

“형님, 여쭙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음, 뭔데?”

“곧 저희의 단독 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안 그래도 그 시기에 맞춰서 휴가 써 놨어. 파엘이랑 같이 보러 가려고.”

“감사합니다 형님. 열심히 준비하고 있기는 한데, 그럼에도 모자람이 있을까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첫 콘서트니까, 아무래도 불안하겠지.”

“그래서 말인데, 콘서트라는 것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군자의 질문에 대한 리온의 답은 놀랍도록 간단명료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

“···.”

“콘서트는 말 그대로 콘서트야. 수많은 팬들이 입시보다 더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오시지.”

“···.”

“그런 팬들께 음악방송에서 했던 무대나 보여드리는 건··· 그건 직무유기다.”

군자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은 폭풍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다른 친구들 같았으면 그저 다치지만 말라고 해 줬을 거다. 하지만 전에 말했듯 너희에겐 재능이 있어. K-POP의 부흥을 이끌어 나갈 재능이.”

파엘은 오그라는다는 듯 으으 하는 신음소리를 냈지만 리온은 세상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너희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리온에게 그 조언을 들은 이후, 7IN 멤버들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것을 준비했다.

현수는 모든 셋리스트를 콘서트용으로 어레인지했고, 태웅과 유찬은 안무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안무와 동선을 완전히 뜯어고쳤으며, 시우와 현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화음과 애드립 라인을 새롭게 짰다.

그러나 멤버들은 기존의 노래를 재구성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은 밴드 기반 아이돌인 가디언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곡이었다. 즉 가디언즈 멤버들이 없이 7IN 멤버들만으로는 공연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년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동안 언제나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여 왔던 7IN이기에, 직접 악기를 잡고 락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분명 새롭게 다가올 터였다.

다행히 멤버들 모두 악기 하나 정도는 다뤄 본 경험이 있었다. 기존의 연주 능력을 기반으로, 멤버들은 연습 시간을 쪼개 가며 합주실을 오갔다.

리온의 말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멤버들은 기어이 의 7IN 버전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 같은 락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팝 기반의 넘버들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팬들에게는 악기를 연주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너무도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허얼, 허어어얼, 유찬이가 베이스를 친다고—!?”

“인혁 오빠 목소리 넘 멋져어어—···.”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피크를 입에 문 채 기타를 치는 군자는 팬들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미쳤어, 미쳤어, 군자 좀 봐 봐—!!”

“저런 건 또 누구한테 배웠대—!?”

그러나 ‘피크 물기’는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었다.

기루에서 가야금을 배우던 때, 군자 역시 기생들에게 거문고 뜯는 법을 가르쳐 주곤 했다. 잠시 현을 조율하기 위해 술대를 입에 물 때면, 기생들은 항상 꺄악 하는 소리를 내며 군자의 볼을 꼬집곤 했다.

“어머, 어머, 얘 좀 봐.”

“?”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그게 무슨···.”

“그 도톰한 입술에 그런 걸 물면, 그만한 교태가 어디 있겠니.”

“···???”

여성들은 군자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을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그것을 좋아한다면 재현하는 것이야 하등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기타 피크는 거문고로 치자면 술대와 마찬가지인 도구. 그것을 입에 살포시 문 채 기타를 연주하니, 팬들도 어김없는 환호성을 보내 주었다.

영문은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현대에서도 이 술법이 통하는구나!

7인의 안무가 칼 같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도 짜릿했으나, 각자 악기 하나씩을 맡아 조화롭게 연주하는 것 역시 극상의 즐거움이었다.

이미 나우리와의 기타 - 비파 합주로 그 즐거움을 알고 있던 군자였다. 둘이서 연주를 해도 그만큼 즐거운데, 일곱 멤버들과 함께 하나의 소리를 만드니 즐거움은 배가됐다.

그 행복감은 멤버들의 표정 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처음 보는 7IN의 락 밴드 버전, 심지어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 곁들여졌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듯, 곳곳에 잠입해 있던 홈마들이 대포 렌즈를 치켜들었다.

찰칵, 찰칵—.

덕분에 시큐리티들은 진땀을 빼야 했다.

“젠장, 이 놈의 콘서트 언제 끝나는 거야!”

검은 양복을 입은 시큐리티가 불평하듯 투덜댔지만, 콘서트는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폭발적이었던 무대가 끝나고,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 오나 했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특별한 게스트까지 나타나 무대를 발칵 뒤집어 놓기 시작했으니까.

“유교우먼이다아아아—!!”

“의정 언니이이이이—!!”

그 동안 그래도 본업에 충실해 온 시큐리티들이었으나 영의정이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는 그들도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애써 침착함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내적 바운스가 그들의 몸을 움직이게 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연예인’이라는 별명답게 영의정은 무대에 오르자 마자 엄청난 존재감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딱히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영의정은 어색함 하나 없이 그 넓은 무대를 꽉 채워 버렸다.

“영 선배님이 게스트를 오셨다고!? 진짜 개 부럽구만!”

“넌 영의정 선배님이랑 무대 해 본 적 없구나.”

“당연히 없지! 넌 있냐?”

“···나도 없지.”

무대 아래의 파엘과 리온도 소년들이 부럽다는 듯한 눈치였다. 웬만해서는 피쳐링이나 콘서트 게스트를 서지 않는 영의정이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의정이 이해되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7IN 멤버들을 보고 있노라면, 파엘과 리온 역시 그들 사이로 들어가 함께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7IN은 팬은 물론, 같은 아티스트들조차 끌리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유교우먼>에 이어 <십덕(十悳)>까지, <노래해 듀오> 경연곡 두 개를 마치고 난 뒤에야 잠시 간의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그 순간까지 정신 없이 뜀박질하던 관객들도, 그제야 무릎 관절이 고생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공연은 잠시 쉬어 갔지만 눈은 계속해서 즐거웠다. 공연장의 대형 LED 화면에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 신곡 녹음 메이킹 필름이 재생되었으니까.

메이킹 필름은 콘서트만을 위한 영상이었음에도, TV 송출 예능 수준의 편집 완성도를 자랑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연기를 연습하는 모습, 군자에게 승마를 배우는 멤버들의 모습, 안무 선생님들과 함께 새로운 포인트 안무를 만들어 가는 모습, 바다 씬을 찍기 위해 태웅과 함께 복근을 만드는 멤버들의 모습···.

멤버들 역시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킹 필름을 함께 봤다. 다소 수치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멤버들은 얼굴을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 했다.

“으윽, 저 볼록뱃살 장면 그대로 들어갔네···.”

“저게 최고 웃긴 포인튼데 빼면 안 되지.”

“그래도··· 팬 분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잖냐···.”

그러나 멤버들의 걱정과는 달리, 팬들은 멤버들의 어설프고 허당 같은 순간조차 아낌없이 귀여워 해 주었다.

오히려 방금 전까지 세상 멋지게 공연하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모습까지 보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악—.

무대 너머로 들리는 환호성 소리를 들으며 멤버들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진짜 신기하지 않냐.”

“머가여?”

“분명 추태 같은데, 팬 분들은 다 좋아해 주시잖아.”

“맞아여,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돼여. 귀여운 거랑 선 넘는 실수는 다르니깐.”

“아유, 알지 알지. 근데 어디 우리 애들이 선 넘을 애들이냐구.”

“아하하핫, 솔직히 웅이 물구나무 서서 걸어다니는 건 조금 아슬아슬하긴 해~”

“그, 그게 왜··· 건강에 좋다고···.”

“그래도 맨날 찌찌가 보이니까는~”

메이킹 필름이 끝난 뒤엔 신곡 <사냥의 시간> 뮤직비디오가 이어졌다. 공연장에 앉은 대부분의 관객이 이미 시청한 뮤직비디오였지만, 커다란 화면과 최고급의 음향 시스템을 통해 감상하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크아아, 역시 좋은 건 크게 봐야 돼!”

“승마 씬이랑 바다 씬 진짜 미쳤어···.”

그렇게 4분 간의 눈 정화가 끝난 뒤, 콘서트도 어느덕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것은 7IN의 정규 1집, <七巧 : 7 Pieces>에 수록된 신곡의 공연 뿐.

“이제 신곡 두 개만 남은 거지? 아쉽다···.”

“나머지 공연은 또 얼마나 멋질까, 후우—.”

“근데 신곡이니까 아직 좀 엉성할 수도 있어.”

“에이, 엉성하면 어때. 난 다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음.”

그러나 마지막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 멤버들의 모습에서 엉성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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