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221화 (221/303)

#221

4주차

스테이지에 오르자 마자 멤버들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데이빗 펠런의 맞은편에 앉아 인터뷰에 응할 때까지만 해도 나이에 걸맞은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사냥의 시간> 전주가 깔림과 동시에 그들의 얼굴엔 사냥꾼의 모습이 깃들었다.

“끄아악—.”

이미 <사냥의 시간> 무대를 많이 본 연지와 팬들이었지만 이 모습은 꽤나 자극적이었다. 일곱 멤버 모두 정장 풀 착장의 무대라니. 한국 활동 중에는 항상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었기에 이런 자연스러운 의상과 함께하는 무대를 볼 기회가 없었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시청자들의 어깨도 함께 들썩였다. 미국의 근본 예능답게, 핸드마이크엔 별다른 보정 효과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특별한 이펙터도, 오토 튜닝도 없이 오롯이 멤버들의 가창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하기 위한 마이크 세팅.

그러나 보컬 멤버 현재, 군자, 시우, 유찬의 목소리는 그 건조한 음향을 통해 들어도 마치 음원 파일을 씹어 삼킨 듯 완벽했다.

[ㅁㅊ라이브뭐야;;;;;;]

[춤추면서 이 라이브가 말이 돼?]

[에잌ㅋㅋㅋ보정한거아님? 개역대급인데]

[아니; 데이빗펠런쇼잖아 뭔 보정 타령이야]

[그건맞음 여기 막 개 쌉월클 락스타들 나와도 보정없이 쌩목 라이브 내보내던뎈ㅋㅋㅋ]

[근데 그럼 라이브 왜이렇게 잘하냐곸ㅋㅋㅋㅋㅋㅋ]

[우리 칠린이들 라이브 잘하는거 이제 알앗듬?]

[아니 잘하는거 알긴 알았는데 이건 선넘는거아냐?ㅋㅋㅋㅋ]

[그래도 중간중간 숨소리 같은거 들어보면 확실히 라이브는 맞아]

[얼탱이가 없넼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한국이랑 다르게 이펙터를 다 빼니까 목소리가 더 잘 들려서 좋게 들리는것 같기도 하닿ㅎㅎㅎ]

[아니 유찬이 목소리 뭐야진짜ㅠㅠㅠ완전 디즈니공주 목소리임]

[하아ㅏㅏ 진짜 펠런아저씨 감사해요]

[이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뭘좀아넼ㅋㅋㅋㅋ칠린을 섭외했으면 퍼포를 보여줘야지]

[이러다가 우리돌 월클되는거 아니냐고,,,나너무설렣ㅎㅎㅎㅎ]

[스태프들 표정좀봨ㅋㅋㅋㅋ다들 사랑에 빠졌어]

간주 중에는 카메라가 잠깐씩 <데이빗 펠런 쇼>의 스태프들을 비춰 주었다. 스테이지를 바라보는 스태프들의 눈동자 속엔 모두 커다란 하트가 뿅뿅 떠올라 있었다. 애초에 7IN을 알고 있었던 젊은 여성 스태프들도,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남성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크으으···.”

가슴 가득 뽕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으며, 연지는 그저 크으으 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덕후몰이를 하고 있는 군자와 멤버들을 보니 가슴이 벅차지 않을 수가 없었다.

퍼포먼스까지 선보였으니 이제 안티들의 마지막 기대감마저 무너진 셈이지만, 그 순간은 안티팬들 생각조차 나지 않는 연지였다.

정신은 오롯이 무대 위의 멤버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으니 <사냥의 시간>의 파워풀한 안무가 더욱 절도 있고 깔끔하게 느껴졌다.

보컬 멤버들의 브릿지 파트에선 청량하기 그지없는 고음이 팡팡 터졌고, <데이빗 펠런 쇼>만을 위해 새로 구성한 댄스 브레이크 역시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200% 만족스런 무대가 끝난 뒤에야, 연지는 자신이 움짤 찌는 것도 까먹은 채 무대에 몰입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맞다 움짤!”

낭패감에 이마를 탁 쳤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 정도 무대라면 아마 연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움짤이 쏟아질 테니까. 아니나다를까, 방송 전까지만 해도 7IN에 별 관심이 없었던 잡덕들까지 게시판에 움짤을 쏟아 내며 트래픽을 만들고 있었다.

[뜬금없이 해외 토크쇼 보다가 선비돌 입덕해버린 건에 대하여.gif(움짤많음)]

[펠런쇼 사냥의시간 유군자 극락파트.avi]

[하아ㅏㅏㅏ 여운 미쳤다]

[입덕을 부르는 비주얼에 국뽕까지 비벼서 한그릇에 줘 버리네]

[이게 K-비빔돌?]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사랑스럽긴해]

[오늘로 잡덕 생활 청산하게될듯ㅎㅎㅎㅎ]

[나 얘네 일상적인 대화 하는건 첨봤는데,,, 갭 좀 두근두근하넿ㅎㅎ]

[절라 똑똑하게 영어 또박또박 쓰면서 생글생글 웃다가 무대 뿌시는게 ㄹㅇ임]

[머야 한국대표아이돌 맞네]

[사실 다이너스티 우승했으면 한국대표 맞긴해 ㅋㅋㅋㅋ]

[루나틱 리온이랑 벨로체 파엘이 왜케 얘네 좋아하는지 알것같다]

[다른건 모르겠고 최근에 이렇게 개미친퀄리티로 라이브하는 아이돌은 첨보긴함]

[친구가 미친듯이 영업할때도 시큰둥했는데,,,]

[다들 그렇게 칠링즈가 되는 거라구]

[입덕 영상 추천좀 해주실수 있나유]

[뭐어어 입덕 영상 추처어언? 님 죽었닼ㅋㅋ딱대 오늘 하루종일 알고리즘을 헤매게 해드림]

[아 칠링이들 신난거봨ㅋㅋㅋ근데사실나도신남ㅋㅋㅋㅋㅋ]

<데이빗 펠런 쇼>는 끝났지만 팬들의 입꼬리는 꽤나 오랫동안 올라가 있었다.

7IN 팬의 입장에선 완벽한 두 시간이었다. 영상 조작 논란을 해명했고, 릴 핌프라는 월드클래스 래퍼를 친구로 만들었으며, 마지막에는 멋진 퍼포먼스로 다시 한번 세계에 7IN의 매력을 알렸으니까.

방송이 끝나자 마자 국내 언론 역시 7IN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국뽕’은 언제나 가장 잘 팔리는 컨텐츠 중 하나이기에, 모든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7IN의 <데이빗 펠런 쇼> 출연에 대해 보도했다.

[K-아이돌 그룹 7IN, 루나틱에 이어 두 번째로 <데이빗 펠런 쇼> 출연!]

[3년 만의 최고 시청률 견인한 7IN, 활약상 모아보기]

[데이빗 펠런, 방송 이후 SNS를 통해 “최고의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포스팅··· 7IN, 본격적인 미국 진출로 열리나.]

[데뷔 1년 만에 월드와이드 아이돌 입지 다져 가는 7IN, 빌보드 차트 최종 순위는?]

오점 없는 활약을 펼치고 돌아온 7IN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SNS와 유튜브 구독자 수 역시 수직 상승했다. 모두 <데이빗 펠런 쇼> 출연으로 인한 효과였다.

얼핏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고뭉치 래퍼 릴 핌프와 7IN이 가까워졌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 근데 릴핌프;; 나만 좀 쌔해?]

[ㄴ나도좀ㅠㅠㅠ]

[솔까 릴핌프 같은 애랑은 친하게 안 지냈음 좋겠는데ㅜㅜㅜ]

[왜들그랰ㅋㅋㅋㅋ방송 보니까 웃긴애같던데]

[총 맨날 들고다니는것도 BB탄총이드만ㅋㅋㅋ그냥 미국초딩아니야?]

[ㄴ근데 사고를 너무 치는 이미지라ㅠㅠㅠ불안함]

[군자가 근묵자흑이라고 했엉,,, 괜히 말썽피우는 애랑 어울려서 물들까봐 걱정됨]

[에이 좀 오바아냐? 걔 돌아이긴 해도 막 총기나 마약 관련해서 사고친적은 없을텐데?]

[ㄴㄴ그냥 나는 내돌이 졸라 졸라 안전하고 퓨어했음 좋겠음. 오바라는거 아는데 그냥 사건사고 볼때마다 PTSD 와서 그래]

[나두··· 머 조금 괜찮아서 파볼까 싶으면 이상한 사고 치고 그런거 이제 질려서 사고 안칠것 같은 칠린이들 파는건데 왜 릴핌프랑 친목하냐구ㅠㅠㅠㅠㅠ퓨ㅜㅜ]

[에이 넘 걱정안해도될듯 우리 애들이 뭐 그런거에 흔들릴 애들이야? 아마 릴핌프한테 선비사상 가르쳤으면 가르쳤겠짘ㅋ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긴한데ㅠㅠㅠㅠㅋㅋㅋ]

[다른건 몰라도 걔 음원주작한건 거의 팩트잖아··· 괜히 얽히는거 싫음··· 그냥 손절했음 좋겠어ㅠㅠㅠ SNS 서로 팔로우시작한것도 쌔함]

[하긴 음원주작은 좀 그르킨하지]

그러나 그런 팬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듯, 릴 핌프가 소속사 CB뮤직과 이별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동시에 2천만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릴 핌프의 계정에 짤막한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Hey, 잘 지냈냐 내 팔로워들아. 주작 주작 말이 많았는데, 그 동안 쌩까 왔지만 오늘은 한 마디 해야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는 조작된 음원이 맞단다. 변명은 안 할게. 이 바닥 들어온 뒤로 멋대가리 없는 짓은 죽어도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그냥 내 의지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 주라. 다들 기사 봤겠지만 CB뮤직이랑은 끝장 봤어. 10년이나 붙어 먹었으니 이제 헤어질 때도 됐지. 다른 소속사로 갈 거냐고? No, 당분간 나는 뻐킹 인디펜던트야. 혼자서 뭐든 다 할 거라고.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비록 븅신 같은 짓일지라도 말야. 뭐? 세금 신고도 혼자 할 거냐고? 그건 엄마가 해 주기로 했으니까 걱정 마.]

언제나처럼 장난기와 약간의 욕설이 섞인 영상. 그러나 음원 조작 사실을 담백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CB뮤직과의 관계가 끝났다고 말하는 순간엔 진지한 표정이 된 릴 핌프였다.

[근데 왜 갑자기 이딴 짓을 하냐고? 내 새로운 친구 덕분이지. 너네 유군자라고 아냐? 데이빗 펠런 쇼에서 만난 친군데, 이 놈이 내 눈을 뜨게 해 줬어. 이 자식이 내 마빡을 때려 준 덕분에 정신 차렸다고. 게다가 요즘은 이 놈 덕분에 ‘Seon-Bi’ 챌린지까지 하고 있지. 그게 뭐냐면, 하루에 한 번씩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거지. 멍청한 애새끼 짓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 ‘Hyo’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존나게 중요한 거야. 아까는 뻐킹 인디펜던트라 했지만 사실 언제나 가족이 내 뒤에 있지. 선비 챌린지를 시작한 뒤로는 그걸 알게 됐다니깐. 무튼 유군자는 7IN이라는 그룹에 속한 놈인데, 얘네 음악도 졸라게 힙하고 끝내줘. 뭐? 시발 뒷돈 받고 광고 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내 SNS에서 다른 놈팽이들 샤라웃하는 거 본 적 있냐? 지랄 염병 말고 7IN 음악이나 처 들어 임마. 내 추천 트랙은 뭐냐면···.]

그때까지 릴 핌프와 가까워지는 것이 걱정이었던 팬들도, 그가 올린 SNS 영상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릴 핌프가 군자를 물들인 게 아니라··· 군자가 릴 핌프를 물들였잖아?”

<데이빗 펠런 쇼> 출연과 릴 핌프의 SNS 영상은 <사냥의 시간>의 반등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뒤늦게 치솟기 시작했다. 동시에 SNS 상의 언급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북미와 유럽의 케이블 채널에서는 연신 <사냥의 시간> 뮤직비디오를 내보냈으며, 라디오에서도 어렵지 않게 7IN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총알 가르기 챌린지’ 역시 계속해서 성행해 나갔다. <데이빗 펠런 쇼>를 통해 총알 가르기가 진짜라는 것이 증명된 이후, 더 많은 이들이 이 챌린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챌린지가 흥하니, 그 배경으로 깔린 <사냥의 시간> 음원 역시 자연스럽게 바이럴 될 수밖에 없었다.

릴 핌프부터 <데이빗 펠런 쇼>, SNS 챌린지까지 모든 요소가 <사냥의 시간>의 흥행을 돕고 있었다. 3주차 17위까지 치솟은 빌보드 순위였지만, 이제 모두가 그 다음을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 지난주엔 17위였져?”

“이거 이러다가 진짜··· 진짜 10위권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 아냐?”

“···에, 에이··· 설마요···.”

“후후,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낳는 법. 모두 마음을 명경지수처럼 고요하게 만들어 보자꾸나.”

“명경지수는 블핑지수 선배님이랑 무슨 관계냐?”

“블핑이여? 빌보드 최상위권 선배님들이잖아여···?”

“빌보드··· 빌보드으···.”

“아하하핫, 우리도 최상위권 가보자고~”

“어허어··· 그 놈의 빌보드 이야기는···.”

“그러는 군자 너도 기대감 가득한 표정이구만 뭐.”

“크흠, 큼—.”

묘한 기대감이 감도는 가운데, 마침내 <사냥의 시간>의 4주차 빌보드 차트 성적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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