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283화 (283/303)

#283

결승전 pt. 2

쐐애애애액—.

화살이 시위를 떠난 순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특히나 극도의 집중력으로 감각이 극대화된 순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

바람에 기우뚱거리는 화살의 뒷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비록 생각했던 궤적을 그리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덕준에게 후회란 없었다.

두 번의 퍼펙트 세트, 터프한 바람과 맞서 싸운 이 4세트.

그는 기량의 200%, 300%를 발휘하여 유군자와 맞섰다. 다만 그조차 군자의 실력엔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퍼어어어어억—!!

[김덕준 : 9점.]

그렇기에 마지막 화살이 꽂힌 순간,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군자를 보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크으으, 졌네—!!”

패배를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덕준이었다.

[어어··· 9점—!! 9점입니다아아—!! 김덕준, 마지막 화살이 9점에 꽂히며 29점을 기록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러면 유군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게 됩니다—!!]

[경기 여기서 끝납니다—!! 김덕준, 퍼펙트 세트에 한 끗 미치지 못한 29점으로 경기 마무리합니다—!! 유군자, 유군자 선수가 금메달을 따 냅니다—!!]

곧 해설위원들이 목청을 높였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에야말로 참지 않으며 있는 힘껏 목청을 개방한 관객들이 그 뒤를 이었다.

오진식 코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양궁 코치진들, 동료 한영, 심지어 상대인 덕준까지 군자에게로 달려와 그를 부둥켜 안았다.

“야아아, 축하한다—!!”

“아니, 어떻게 마지막까지 그렇게 인간미 없이 쏴—!?”

“하하, 수··· 숨 막힙니다—.”

“우승까지 죄다 10점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어? 군자야, 군자야, 으유우우우, 이 예쁜 놈아아아—.”

“군자, 축하해—!! 발렸는데도 기분이 1도 안 나쁘네!! 솔직히 너가 아니면 누가 금메달 딸 자격이 있겠냐—!!”

팀 대한민국과 양궁소년단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얼싸안았다. 대한민국 코치진의 배려로, 7IN 소속 동료들도 군자에게 축하를 전달할 기회를 받았다.

혹여 민폐가 될까 관중석에서 조마조마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7IN 멤버들은, 그제야 경기장 쪽으로 뛰어내려오며 군자를 얼싸안았다.

“키야아아아, 진짜 미친 거냐고오오오—.”

“아니, 진짜로 금메달을 딴다고? 것도 올림픽에서!?”

“···구, 군자 형이 해 낼 줄 알았어요!···.”

“크하하핫, 진짜 믿어지지가 않네. 내 친구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아니 잠깐, 그러면 이제 형아는 합법적으로 병역 혜택···.”

“어허, 하현재! 지금 그런 말 하면 못써.”

동료들의 격한 축하, 그 위로는 관객들이 준비한 꽃송이들이 흩날리듯 떨어졌다.

결승까지 단 한 발의 실수도 없이 모조리 10점. 군자의 경기는 대결임과 동시에 하나의 진기명기였다. 전 세계인들 앞에서 활로 펼쳐 보인 갈라쇼였다.

그 놀라운 광경에 대한 찬사라는 듯, 꽃잎은 끊임없이 군자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찰칵, 찰칵—.

모든 외신들의 카메라가 군자를 향했다. 셔터 소리와 함께 즉석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분주한 키보드 소리도 들려 왔다. 스포츠 판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들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장면은 분명히 역사에 남는다.

단 한 마디의 인터뷰라도 따기 위해 기자들이 쇄도했다. 프레스 존이 따로 만들어져 있었으나, 수많은 기자들의 인산인해에 미디어 존은 무의미해졌다. 그러나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군자는 품위를 잃는 법이 없었다.

“유군자 선수—.”

“현역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셨는데요.”

“아마 최초이자 최후의 기록일 것 같습니다만···.”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한 마디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질문을 쏟아내던 기자들도 군자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곤 탄성을 참지 못했다. 이제 막 경기를 끝낸 군자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나 경기 당시의 집중력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눈빛만큼은 형형했다.

찰칵, 찰칵—.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셔터가 부지런히 일을 하는 동안.

군자가 마이크를 잡고 현재 심경을 밝혔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와 김덕준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을 치를 고한영 선수를 도우러 갈 것입니다.”

“오오—.”

“저 개인의 힘만으로 올림픽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한 팀이라고 생각했기에, 동료들의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저도 긴장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히야아···.”

“오늘 멋진 경기를 만들어 준 김덕준 선수에게 감사합니다.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 준 고한영 선수에게 감사합니다. 머나먼 타지 불란서에서 우리가 제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오진식 코치님 외 모든 코치님들, 스태프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금, 은, 동 모두를 대한민국에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숙하기 그지없는 인터뷰에 몇몇 기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박수까지 쳤다.

“와아···.”

“야, 박수 치지 마. 마이크에 소리 들어가잖아!”

“아앗,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프레스 존을 떠나려는 군자의 귀에 질문 하나가 쑤욱 들어왔다.

“유군자 선수!”

“···.”

“대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겁니까! 유군자 선수만의 비결이 있었을까요?”

질문을 받은 군자는 싱긋 웃으며 짤막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회 전 말씀드렸듯,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활과 화살로 목표물을 맞추는 것입니다. 저는 단지 그것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 * *

[[PARIS 2024] 화제의 남자 양궁 개인전, 유군자 금메달 획득!]

[[PARIS 2024] 올림픽 첫 출전에 금메달 목에 건 유군자, 역대 최고의 대회 성적 기록하며 전승 우승.]

[[PARIS 2024] ‘전설적인 장면’ 유군자의 ‘올 퍼펙트’ 피니쉬 다시보기.]

[한국 양궁 전설 한요셉, “유군자는 역대 대한민국의 모든 궁사들 중에서도 가장 완성형의 기량을 가진 선수.”]

[당해 낼 상대가 없었다, 64강부터 파죽지세로 이어 간 여정···. 금메달까지 유군자가 무찌른 선수들은?]

[중국 리장량, 또 한 번 인터뷰 거부··· 아직도 감정의 앙금 남았나?]

[중국 팀 코치 차오슈꺼, “리장량은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뿐, 인터뷰 거절은 어불성설.”]

[역대 최초, ‘우승까지 ALL 10’ 퍼펙트 게임··· 올림픽에서 전설 쓴 유군자.]

[시원하게 첫 금메달 소식 전한 양궁소년단과 유군자, 양궁에서 금빛 행진 이어가나.]

[다음 경기는 또 한번의 ‘한중전’ 고한영 vs 리장량.]

[중국 차오슈꺼 코치, “고한영이야말로 리장량이 잡아먹기 쉬운 상대.”]

결승전 경기가 끝난 뒤,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SNS 채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터져 버렸다.

군자의 우승은 실로 어마어마한 파급효과가 있었다.

대한민국 한정으로는 엘리트 교육 시스템과 실업팀까지 존재하는 양궁이었으나, 그 범주를 전세계로 확대한다면 양궁은 비인기 종목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개인전은 달랐다. 올림픽을 시청하는 모두가 이 경기를 보았으며, 그 중 대부분이 군자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거대해지니, 처음부터 군자를 사랑해 왔던 팬들은 행복감에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진짜 우리 군자를 어뜩하면 좋음]

[끝까지 다 10점이라니 이게 가능해? 나 진짜 군자 내돌이지만 주작 아닌가 계속 의심했다곸ㅋㅋㅋㅋㅋㅋ]

[에이 IOC가 뭐 좋자고 한국 양궁선수를 밀어주겠엉]

[말이 그렇다는거짘ㅋㅋㅋㅋ나도 주작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건 아님]

[근데 솔직히 말도 안되긴해ㅋㅋㅋ너무 너무 멋지잖아]

[어떻게 한 발도 안 빼놓고 다 10점이냐곸ㅋㅋㅋㅋㅋ진짜 사람아닌가봐]

[인터뷰도 얼마나 예쁘게 했는데ㅠㅠㅠㅠㅠ다 한 팀이니까 아직 우리 경기는 끝난게 아니래]

[진짜 애들 활도 잘 쏘는데 서로 끈끈한게 보여서 넘 좋음]

[한영옵이 약간 큰형 재질이고 군자랑 덕준이는 닮은듯 완전 다른게 개귀여움 ㅋㅋㅋㅋㅋㅋ이번에 결승 보니까 완전 알겠더라]

[ㅁㅈㅁㅈ 덕준이도 매력있음 ㅋㅋㅋㅋ내동생은 덕준이 응원하던뎅]

[후 유튭에서 4강 영상이랑 결승 영상 무한반복중]

[솔직히 4강 보면서 저걸 누가 어떻게 이기냐고 생각하긴함ㅋㅋㅋㅋ]

[기량 차이는 명백했지··· 근데 그래도 덕준이도 엄청 선전하긴 한거얔ㅋㅋㅋ]

[ㅁㅈㅁㅈ이번 대회 내내 군자한테 포인트 가져온 선수가 덕준이밖에 없자나]

[궁댕이들아 요즘 진짜 행복하지 않니ㅠㅠㅠ나 진심미칠것같아]

[ㄴ 나도··· 덕질에 1도 관심없던 울 엄빠도 막 요즘 군자가 누구냐고 어느 그룹이냐고 물어보시더라ㅠㅠㅠㅠㄱ감동이야]

[무슨 이상한 영업 말고 진짜 본인 매력으로 대중픽 된게 너무 기특]

[진짜 궁댕이만큼 행복한 팬덤이 있을까ㅋㅋㅋ]

[마지막에 칠린애들 다같이 얼싸안고 덩실덩실 하는데 나까지 행복샄ㅋㅋㅋㅋㅋㅋ]

[후 한영옵도 중국애 이기고 금은동 싹다 한국이 쓸었음 좋겠다]

[내말이ㅠㅠㅠㅠㅠ리장량인가 걔 진짜 개비호감]

4강 2경기, 리장량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군자의 압도적인 기량은 금메달을 예상케 했다.

물론 덕준도 분전했지만 군자의 실력을 앞지를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 군자에게 2점이나 가져온 덕준에게 오히려 찬사가 쏟아질 정도였으니.

그러나 동메달 결정전인 고한영 vs 리장량은 다양한 예측이 엇갈렸다.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인지, 한영의 부상 소식이 언론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고한영, 부상 달고 올림픽 뛰었나?]

[고한영, 오른쪽 회전근개 부상 의심··· 동메달 결정전 뛸 수 있을까.]

[[메디컬 리포트] 회전근개 부상이 양궁에 미치는 영향은?]

[고한영, “동메달 결정전 출전엔 문제 없다. 반드시 동메달 가져올 것.”]

[의지 밝힌 고한영 선수 인터뷰, 그러나 부상 유무 질문엔 ‘묵묵부답’]

한영의 부상이 기정사실로 굳어 가는 가운데, 그를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군자와 덕준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포디움에 리장량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

이 순간, 모든 한국인들이 하나가 되어 한영을 응원했다. 심지어 7IN의 팬들은 군자를 응원하던 때보다 더 격하게 한영을 지지했다.

[나 어째 군자 응원할때보다 더 기합 들어간듯ㅋㅋㅋㅋ]

[근데 진짜 나도그럼ㅋㅋㅋ솔직히 군자는 져도 은메달이니까 나쁘지 않았는데 한영옵은 지면 노메달이자나ㅠㅠㅠㅠ]

[글고 그냥 중국애한테 진다는게 기분나쁨]

[ㅁㅈ근데 부상이라매ㅠㅠㅠㅠ괜찮을까]

[후 진짜 제발 이겨줘ㅠㅠㅠㅠㅠㅠ]

[결승 끝났는데 아직도 쫄리는거 실화냐고,,,]

어떤 의미에선 결승전보다 더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서, 마침내 고한영 vs 리장량의 동메달 결정전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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