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은 선비님-302화 (302/303)

#302

축하합니다

2024년 하반기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군자를 비롯한 7IN의 소년들에게 쉴 틈 같은 것은 없었다. 두 개의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정규 2집의 모든 수록곡이 국내 음악방송 차트를 유린했다.

멤버들이 출연하는 예능과 유튜브 컨텐츠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화제가 되었으며, 그 와중에도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을 지켜 나가고 있었다.

국내 일정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일정은 최소화했으나, 그 와중에도 7IN을 향한 러브콜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해외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기에, 소년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솔라시스템과 소년들의 선택 기준은 돈보다 명분이었다.

다른 일정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금액을 제시해 오는 곳도 많았으나 그런 제안은 모두 거절했다. 대신 빈곤, 환경파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행사에서는 오퍼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기꺼이 참석하여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비록 많은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는 아니었으나 그런 행보가 소년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7IN이라는 친구들이 가진 긍정적인 바이브와 영향력이 너무 좋아]

[그냥 양산형 K-POP 아이돌이라고 생각했는데 얘네는 확실히 뭔가 다른 것 같더라]

[생색내기용으로 자선 행사 한두번 다니는 거라 생각했는데 2024년 하반기에 꾸준히 그런 활동 하는 거 보고 생각이 좀 달라지게 됐음]

[말로만 Love & Peace 외치는 락 밴드들보다 훨씬 더 사랑과 평화를 멋지게 전파하는 팀인듯]

[지금 최전성기를 달리는 시점인데 이렇게 하기 진짜 힘든건데 대단하긴 해]

[7IN을 데뷔 초창기때부터 봐 왔던 찐팬들은 지금 너무너무 행복할듯]

[그게 바로 나야]

[오우··· 지금 기분이 어떰?]

[하루하루 칠뽕 맞은 기분으로 살고 있음. 물론 나만의 작은 아이돌이 될 수 없다는 게 좀 슬프긴 하지만··· 뭐 괜찮아 얘네는 어차피 언젠가는 월클이 될 팀이었으니까!]

[그래 보이긴 하더라]

[그래미에도 노미네이트 됐던데 진짜 신인상까지 받을 수 있을까?]

[올해 그래미는 신인상 경합도 재미있을 것 같아]

빌보드 차트의 영향 덕분에 북미와 유럽에도 7IN의 노래는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앨범 단위로 7IN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수록곡들의 차트 순위도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친 시간들을 보내며, 소년들은 연말 시상식 준비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24년의 피날레를 장식할 <2024 뮤직 유니버스>, 당연한 이야기지만 7IN은 거의 모든 분야에 노미네이트되며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었다.

작년엔 벨로체에 밀려 대상 수상에 실패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소년들에겐 동기부여가 되어 주었다. 올해는 벨로체도 7IN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루나틱은 2025년에 완전체로 컴백하니, 7IN의 대상 수상을 막을 팀은 없어 보였다.

설레발과는 거리가 먼 소년들이었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올해 <뮤직 유니버스>만큼은 그들이 대상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더욱 무대 준비에 소홀할 수 없었다.

반드시 대상 수상자다운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했다. 올해는 벨로체와의 합동 무대가 아닌, 7IN의 단독 무대로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스티비 레이와의 콜라보레이션 준비만 해도 정신없이 바쁜 만큼 국내 시상식 무대는 소년들끼리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일곱 명이서 무대를 가득 채우기 위해 소년들은 효율적인 동선을 고민하고, 새로운 안무를 추가하였으며, 새로운 무대 장치를 고안하고, 편곡으로 다이나믹을 더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가까이서 들으며 스티비 레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러분들이 작업하는 방식은 정말로 열정이 넘치면서 동시에 섬세하네요. 시력이 성치 못한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눈이 멀쩡했다면 그 멋진 춤도 함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허허, 스티비 대감 마님도 춤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물론이지요. 건반을 두드리다 보면 흥겨움에 몸이 절로 움직입니다. 물론 그것을 춤이라고 부를 수준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하.”

“우리의 크래미 무대에서 대감 마님도 춤을 춰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 내가 춤을요?”

춤 같은 것은 상상도 해 본 적 없다는 듯 스티비 레이의 고개가 기울었다. 그러나 퍼포먼스 담당 멤버인 태웅과 유찬은 꽤 재미있는 생각이라는 듯 군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휘, 휠체어를 이용한 안무도··· 있으니까요···.”

“엄청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끝내주게 재밌긴 할 것 같슴다!”

“···스, 스티비 레이 님이 춤 추는 모습···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즐거워 할 것 같아요···.”

“오오, 춤이라니! 상상도 못 해 봤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뮤직 유니버스> 무대를 준비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스티비 레이와 그래미 어워즈 퍼포먼스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마침내 시상식의 계절인 연말이 다가왔다.

* * *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던 2023년과 달리, 2024년 대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2024년은 7IN의 해였다. 게다가 하반기 활약이 도드라진 한 해였기 때문에, 올해 7IN이 대상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변일 테다.

<아육시> 때부터 <2023 뮤직 유니버스>,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언제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던 팬들도 이번 시상식만큼은 편안한 마음이었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어김없이 튀어나올 부정적인 세력의 ‘억까’였다.

대상이야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지만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엔 7IN이 단독으로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었으니, 무대의 퀄리티가 나쁘다면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물론 팬들의 눈에는 소년들이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해도 좋겠지만 안티들의 사정은 달랐다. 언제 어디서든 7IN을 물어뜯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이들인 만큼, 작은 꼬투리만 잡아도 분명 지랄발광을 시작할 터였다.

즈그들이 보기에 무대가 별로면 또 대상이라고 준비 대충 했네, 초심 잃었네, 이젠 해외 일정만 신경쓰네 뭐네 하면서 바득바득 공격하겠지.

마음 같아선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대화가 통하는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냥 무대 잘 해 줬음 좋겠다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는 연지였다. 요즘 칠린이들이 너무 말도 안 되게 바쁘긴 했다.

사실 어쩔 수 없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두 달씩 하고, 그래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고, 그 와중에 온갖 자선 행사와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며, 틈틈이 제이라이브로 팬들이랑 소통도 해 주는 갓-아이돌이 바로 우리 칠린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뮤직유니버스 무대까지 준비해야 한다니. 말도 안 된다. 퀄리티가 안 좋아도 팬들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좀 안 좋은 게 당연했다. 안티들이 아무리 물고 뜯어도 우리가 지켜 줘야지.

그렇게 다짐한 연지와 팬들이었으나, 정작 2부의 피날레에서 소년들의 무대가 시작되자 팬들의 입은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아니, 왜 이렇게 잘하고 난리야?

시상식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한 인트로가 깔리며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 두 타이틀곡만을 공연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1번 트랙부터 11번 트랙까지, 2집의 모든 트랙을 촘촘하게 배치하여 앨범의 서사 전체를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애초에 유기적으로 구성된 앨범이었기에 단순히 곡을 이어붙이기만 해도 구성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현수는 보다 세심하고 디테일한 편곡으로, 앨범 전체를 마치 병풍이 펼쳐지듯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 냈다.

거기에 소년들이 새로 짠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그 동안은 두 개의 메인 타이틀곡, 종종 써드 타이틀곡의 퍼포먼스밖에 보지 못했으니, 다른 수록곡들의 퍼포먼스는 7IN의 찐팬들에게도 선물 같은 것이었다.

[헐ㄹㄹ수록곡 퍼포 다해준다ㅠㅠㅠㅠ]

[아니 저런건 또 언제 다 짰대]

[진짜미친거아님? 안피곤한가ㅠㅠㅠㅠ]

[난 퇴근하면 누워서 칠린이들 영상 보느라 바쁜데 얘네는 진짜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것 같아,,,]

[전성기 헤르미온느급 활동량 ㄷㄷㄷㄷ]

[곧 마법부에서 조사 들어올것같아ㅠㅠ]

[그 새로운 퍼포 하면서 안무합 잘맞는게 진짜 레전드닼ㅋㅋㅋ]

[이래서 칠린이들 걱정은 하느거 아니랬듬^^]

[바빠서 연말무대 망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나년 아직도 배움이 모자란가보다]

[하긴 작년에 대상 놓치고 그렇게 아쉬워했는데 올해 시상식 무대를 대충대충 했을 리가 없짘ㅋㅋㅋㅋ]

[하 이와중에 현시우 유군자 와꾸합봐라ㅠㅠ]

[춤 빵꾸든 비주얼 빵꾸든 어디든 구멍이 나는게 정상 아니냐구,,,]

무대 아래에선 선배인 벨로체가 열광적으로 소년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하고 있었다. 비록 올해는 함께 무대를 할 수 없었지만, 타이틀곡 포인트안무까지 하이퀄리티로 따라 추는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벨로체 멤버들을 무대에 올려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벨로체 멤버들의 옆자리엔 휴가를 나온 리온의 모습도 보였다. 열광적인 벨로체 멤버들과 달리, 리온은 베레모를 쓴 채 위엄 있는 자세로 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벨로체옵들 신난거봨ㅋㅋㅋㅋ개웃기네진짜]

[저 군복에 베레모 쓴사람 리온옵 맞지?]

[맞는듯ㅋㅋㅋㅋㅋㅋ칠린이들 엄빠가 다왔네]

[리온옵 너무 오랜만이다ㅠㅠㅠ어뜨케 군복을 입어도 저렇게 잘생겼냐]

[이제 칠린의 아들래미 양정무만 오면 칠린가족 완성이넼ㅋㅋㅋㅋㅋ]

[정무도 아까 관객석에서 발광중인거 잠깐나옴ㅋㅋㅋㅋ]

[아진짜?ㅋㅋㅋㅋㅋㅋ]

[칠린 무대 한껏 즐기는 양정무쿤.gif]

[우리 정무 어디서 존재감으로 밀리는애 아니라구]

[미친ㅋㅋㅋㅋㅋㅋ오두방정 봨ㅋㅋㅋㅋ]

[ㅎㅏ 연말시상식무대가 꼭 가족모임 같아서 좋넿ㅎㅎㅎㅎ]

[올해는 대상이 거의 확정이라 팬들끼리도 분위기 안 험악하고 좋은듯]

[진짜 사람들이 다 칠린이들 축하해주는 분위기라 넘 훈훈하다ㅠㅠ]

[이와중에 퍼포먼스도 갓벽함,,, ㅎㅏ 사랑스러워라]

모두를 하나로 만든 7IN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이제는 <2024 뮤직 유니버스> 대상 발표만이 남았다. 대부분 대상이 누구일지 예측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발표 직전에는 긴장감이 시상식장을 감돌았다.

“<2024 뮤직 유니버스>, 이제 대상을 발표할 시간입니다. 올해 가장 찬란하게 빛난 K-POP 아티스트는 누구일지, 먼저 후보들을 화면으로 만나 보겠습니다!”

대상 후보군들이 지나가는 동안, 군자와 소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잡아 주었다.

“진짜 진짜 고생 많았어여.”

“맞아, 올 하반기는 우리 진짜 수고했지.”

“다들 이겨내 주어서 고맙구나.”

“···혀, 형들 아니었음 못 했을 거예요···.”

“아하하핫, 오그라들지만 맞는 말이지~”

“작년 시상식 끝나구, 우리 목표 정했던 거 기억나여?”

“당연히 기억나지. 2024년은 그것만 보고 달려왔잖냐.”

“이제 정말 코앞이네여, 헤헤.”

“그러게 말이다.”

수상자가 적혀진 카드를 든 시상자의 눈길이 대상 후보들 사이를 오갔다. 잠시 뜸을 들이던 시상자는, 이내 마이크에 다가서며 크게 입을 벌렸다.

“축하합니다, 7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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