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작가 우하루-8화 (8/69)

8화. 주, 중학생이시라구요?

*****

하교해 집에 들어온 우하루.

집에 불이 꺼져 있다.

어머니는 오늘 야근하신다더니 역시나 아직 들어오시지 않은 모양이다.

강세영과 아이들이랑 간단히 저녁을 먹고 들어오길 잘 했다.

노트북을 켜고 문스피아에 접속.

승급 신청을 하려던 그의 눈에 ‘쪽지’ 알림이 반짝이는 게 보인다.

“뭐야. 15개?”

메시지가 갑자기 밀려들어와 있다.

그동안 무심했던 탓인가.

이미 3일 전부터 온 것들이 쌓여 있는 것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짱구미디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이데이 작가님. KJL퍼블리싱입니다!]

[안녕하세요, 코돈 출판사에서 작가님께 제안 드립니다.]

.......

우하루는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읽어봤다.

저마다 내용과 분량은 다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자신들과 계약하자는 것.

우하루, 즉 ‘에이데이’의 ‘회귀 서자는 군주를 꿈꾼다’를 읽고 감명이 깊었으며 최고의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하니 자신들과 함께 미래를 펼쳐나가자.

뭐 그런 메시지였다.

‘아, 이게 준환이가 말한 그 ‘컨택’이란 거구나. 이렇게 쪽지가 오는군.’

그러다 밑에서 세 번째 있는 매니지먼트 이름이 익숙하게 눈에 띈다.

[안녕하십니까? 문스피아 매니지먼트 오정민 피디입니다.]

문스피아라면.

지금 자신이 글을 올리고 있는 바로 그 웹소설 플랫폼 아닌가.

‘뭐지? 문스피아에서 직접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던 우하루는 곧장 윤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 뭐? 문스피아 매니지에서 연락이 왔다고?

“응.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 하아, 부럽다.

대답 대신 한숨부터 내쉬는 친구다.

쓸 데 없이 전화 걸어서 친구 복장 터지게 한 건 아닌지.

괜히 염려가 되는 우하루다.

“미안한데, 설명 좀 해줄래?”

- 문스피아는 웹소설 플랫폼 회사면서 자체적으로 매니지먼트사를 산하에 두고 있어. 거기에서 연락을 준 거야.

“오, 그래? 그럼 여기도 검토를 해봐야겠네.”

- 뭘 검토를 해봐, 해보긴.

“응?”

- 무조건 거기하고 해.

“왜?”

- 넌 지금 신인이잖아. 물론 실력은 기성 못지않지만, 어쨌든 웹소설 업계는 처음이니까.

“당연하지. 나 신인이지.”

- 나중에는 몰라도 처음에는 가장 튼튼하고 안정적인 회사하고 하는 게 좋아. 게다가 거기는 정산 비율이 다른 데보다 유리하단 말이지. 사실 나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 잘 되면 내가 졸라서라도 문스피아 매니지하고 하고 싶다고.

“그래?”

윤준환은 거기를 추천하는 이유를 몇 가지 더 이야기를 해줬다.

그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후 우하루가 가장 기분 좋았던 건, 컨택 대상 선정에 까다로운 문스피아에서 직접 연락이 올 정도면 벌써부터 우하루의 작품에 확신을 갖고 있는 증거란 코멘트였다.

“그럼, 나 유료화도 가능성이 있는 건가?”

- 너 나 놀리는 거지? 지금 네 지표 보면 유료화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환이 어느 정도만큼 나올지 기대가 되는 정도라고.

윤준환의 보이스에는 확실히 시샘과 질투가 배어나온다.

물론 그 안에 악의나 적의 같은 건 전혀 없다.

“그래, 고맙다. 내가 내일 빵 쏠게.”

- 뭘 이 정도 갖고. 이왕이면 크림 들은 걸로.

“당연하지.”

전화를 끊은 우하루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친구를 믿으니까.

‘하긴. 내가 다른 데 아는 것도 아니고. 준환이 말대로 하자고.’

그는 곧장 오정민 피디에게 전화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다시 글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다소 지친 얼굴의 우지연이 귀가를 했고, 우하루가 그녀를 따스한 미소로 맞이했다.

아들의 환한 웃음 한 방에 그녀는 피곤함이 싹 씻어지는 느낌이다.

샤워를 한 뒤 과일 타임을 가지는 두 사람.

오늘은 우하루가 어머니한테 할 말이 있단다.

‘예전엔 내가 말을 걸어도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아이가. 하아,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아니지, 내가 열심히 살아서 하루가 잘 되는 거 봐야지, 무슨 소릴.’

그녀가 아들과 마주앉았다.

“엄마.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 금요일에 진학상담이 있대요. 그래서 그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그렇지 않아도 너하고 한 번 의논해 봐야겠다, 하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그래, 하루 생각은 어때? 혹시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전 글을 쓰고 싶어요.”

“글?”

“네. 소설, 시나리오, 극본 같은 거요.”

“아...”

어머니의 반응에 좀 긴장된다.

그간의 히스토리를 잘 모르기에.

아주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던 그녀의 입이 이내 다시 열렸다.

“그래. 네가 글 쓰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은 줄은 알고 있었어. 늘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같은 데에만 빠져 있었으니까. 그동안 습작하고 있는 것도 눈치는 챘었고.”

휴우, 다행이다.

이미 눈치를 채고 계셨다니 안도하는 우하루다.

“아직 확실히 결정한 건 아니지만 예고를 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술고등학교?”

“네. 송하예고에 문예창작과가 있다고 하네요. 거기도 고민해 보고 싶어요.”

“송하예고라. 거기 좋지. 예고 중에서 최고 명문 중에 하나잖아. 연예인들이나 감독들도 많이 배출했고.”

“네,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진학상담 전날까지 엄마도 고민해봐 주시면 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잠시 생각을 하던 우지연이 따스한 눈빛으로 하루의 손을 잡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루야.”

“네, 엄마.”

사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우하루의 어머니는 예고의 교육비가 일반고와 비해 꽤 비싸다는 걸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그런 자신을 책망했다.

이 아이가 어떤 아들인가.

죽을 뻔했던 살아 돌아와 여기 있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게 그녀에게는 기적이다.

게다가 남들과 조금 달랐던 부분도 극복해냈다.

그런 우하루를 위해 뭐든 못해주랴.

“그렇게 하자. 난 네 편이야.”

“엄마...”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살기를 바래. 내가 어떻게 해서든 서포트를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네 꿈을 향해서 힘차게 걸어가.”

우하루의 속에서 울컥 감격이 올라온다.

이런 게 피가 섞인 친엄마의 모정이란 건가.

이번에는 그가 엄마를 꼭 안아드렸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쪼르르 흘러내렸다.

*****

수업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한 우하루.

‘아무래도 문스피아 같은데...’

내일 연락달라고 답장을 남겼으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쉬는 시간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에이데이 작가님 되시죠?

“네, 맞습니다.”

- 반갑습니다. 전 문스토리 매니지먼트 오정민 피디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추측이 맞았다.

- 지금은 통화 가능하세요?

“네, 가능합니다. 수업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어요.”

- 아, 대학생이시군요.

“아닙니다. 지금 중3입니다.”

-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목소리가 좀 어리신 거...네?

우하루의 대답에 잠시 정적.

분명 상대방이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말까지 헛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 주, 중...학생이시라구요?

“네.”

담당 피디의 깜짝 놀라하는 반응에 우하루도 덩달아 놀랐다.

‘뭐지. 중학생이면 문제가 되는 건가.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 준환이는 벌써 몇 작품이나 올렸다잖아. 물론 유료화까지는 못 갔다고 하지만.’

괜한 걱정을 하며 그가 스마트폰 저편에게 물었다.

“혹시, 중학생은 안 되는 건가요? 제가 처음이라서요...”

- 아,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요. 전혀요.

오정민 피디가 놀란 정도는 경악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판타지라 소재는 뭐 그렇다 쳐도, 분명 글의 구성력이나 기본기, 문장력의 노련미와 완성도가 절대 학생에게서 나올 법한 수준이 아닌데.

심지어 동료 피디들은 ‘에이데이’가 아이디를 새로 판 기성이라 추측들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하물며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이라고?’

속으로 ‘헐’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오정민 피디다.

잠시 말을 잊었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저기, 한 번 만나서 말씀 나누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네. 근데 시간상 아무래도 저녁이나 토요일밖에 안 될 거 같은데요. 수업이 있어서.”

- 하하, 상관없습니다. 제가 편하신 곳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오 피디가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자 옆 자리로 돌아오던 동료 장 피디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물었다.

“왜 그래, 오 피디?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좀 전에 ‘회귀 서자는 군주를 꿈꾼다’ 작가님한테 전화를 했거든.”

“오, 그래? 드디어 컨택 했구나. 그래, 뭐라고 해? 설마 다른 데하고 계약 벌써 한 건 아닌가?”

“아니, 그건 아닌데.”

“다행이네. 근데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입을 벌리고 있어? 혹시, 아는 기성? 맞지? 부계정?”

“그게 아니고, 중학생이래.”

“무슨 말이야, 그게?”

“그 ‘에이데이’ 작가가 중학생이라고.”

“저, 정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장 피디마저 얼어붙었다.

이 소식은 호외처럼 문스피아 매니지먼트 사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

“커피...아차, 중학생이라 안 되나...”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전 핫초코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게 낫겠네요. 하하.”

문스피아 매니지먼트의 오정민 피디가 통화를 한 다음날 저녁 우하루를 찾아왔다.

근무시간이 지났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그는 이 놀라운 신성의 얼굴과 정체를 일 분 일 초라도 빨리 보고 싶었던 것이다.

“혹시 그 동안 웹소설 써서 올려본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었어요?”

“네.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면 소설을 많이 읽었나 보네요.”

“웹소설은...아니고요, 그냥 종이책으로 나온 소설들, 그런 건 꽤  봤죠.”

분위기를 보아 하니 웹소설 매니아도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반응도 예상보다 덤덤한 편인 듯하고.

오 피디는 우하루의 표정이나 행동, 태도 등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게다가, 중3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다.

역시, 뭔가 좀 신비한 친구인가.

흔히들 말하는 진짜 그 천재과?

“솔직히, 많이 놀라워요. 중학생이 작품을 올리는 게 전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수작으로 인기를 끄는 케이스는 드물거든요. 아니, 없었다고 말해야겠네요.”

“아, 네.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 구상은 얼마나 오래 하신 거예요? 세계관이 기존 작품들하고는 꽤 달라서요.”

“좀 오래 걸렸습니다. 한 시간도 넘었던 거 같아요.”

갑자기 어이가 없는 오 피디다.

솔직히 잘못 했으면 짜증이 확 밀려올 뻔.

너무도 해맑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

내심 일주일에서 한 달 이상은 걸렸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하루도 아니고 고작 한 시간?

장난하는 거냐는 말이 튀어나올 뻔.

“하...한 시간요?”

“네. 그나마 많은 부분을 북유럽 신화를 참고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한두 시간 더 걸릴 뻔했어요.

비록 아직 16화에 불과하지만 몇 번을 읽었는데.

오 피디는 그 완벽하고 치밀한 설정과 구성이 저 정도의 시간에 나왔으리라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뭔 반응이 저리 쉬워...’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다시 미소를 장착하고 우하루에게 물었다.

“혹시, 비축분이 좀 있나요?”

“네. 지금 42화 쓰고 있어요.”

비축을 무려 25화나 해놓고 있다라.

그럼 일단 연중할 가능성은 없는 거네.

“쓰기 시작한 지 꽤 됐군요, 그럼.”

“네. 벌써 보름 지났네요.”

“보...름요?”

“네.”

뭐지.

그럼 하루에 대충 세 편, 즉 만 육칠천 자를 쓰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학교 수업 끝나고 쓰는데, 진도가 그렇게 나간다구요?”

“네.”

“혹시,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건...”

오 피디로서는 좀 오지랖이긴 하지만, 괜스레 걱정이 되는 그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계약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학생의 본분을 해치는 일이 되어서는 왠지 찝찝할 수밖에 없으니까.

“전혀요.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번 시험에서 성적이 많이 올라서 기뻐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아...

오 피디는 그냥 결론을 내렸다.

‘아 아이, 천재 맞네! 나하고 같은 류가 아니야.’

인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없이 편하다.

자신도 글을 쓰고 있고 언젠가는 웹소설로 히트작을 내보는 게 꿈인 그.

그래서 히트작 제조기 과의 기성들을 늘 부러워하고 흠모하는데.

이 정도면 괴물이 하나 나타난 것 같다.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든 오 피디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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