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작가 우하루-12화 (12/69)

12화. 저는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요

“뭐라고?”

“정말 그렇게나 많다고?”

억 소리 나는 액수!

모두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아 참. 속고만 살아왔나. 내가 어디 너희들한테 뻥치는 거 봤어?”

“응. 가끔 그러잖아.”

“하아. 아니라고. 이건 진짜라니까. 나 이래봬도 3년 가까이 이쪽 바닥 연구하고 공부한 사람이라고! 한 번 제대로 계산해 볼까, 어디?”

자신의 신뢰성을 의심 당하자 윤준환이 폭주를 했다.

하지만 이내 여지없이 그를 진압하는 강세영.

“알았어. 왜 흥분하고 그래. 내가 보기에도 이번엔 허풍은 아닌 것 같네.”

“흠흠. 진즉에 그럴 것이지. 축하한다, 우하루!”

“하루야, 축하해! 와, 진짜 웹소설 장난 아니구나.”

“웹소설이 장난 아닌 게 아니라 우리 하루가 장난 아닌 거지.”

“그건 맞네, 하하.”

이미 문스피아와 계약할 때 오정민 피디에게 대략 들었던 금액.

하지만 방금 전 윤준환이 말한 액수는 그것보다 더 많았다.

당연하게도, 그 때의 예상 성적보다 전환률이 더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정산 페이지에 접속한 우하루는 이제야 제대로 실감이 난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던 구매수 표시와 지급예정액 표시.

그 숫자가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미친 듯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한 달 후면 저 돈이 통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묘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사실 우하루는 이 소설로 얼마를 벌게 될지 그 액수에 대해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오 피디가 좋게 말해줬다고 해도 결과는 모르는 일이니까.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만족하자는 생각이었다.

이 첫 작품으로 부자가 될 욕심은 더욱이 없었다.

그래서 윤준환처럼 예상 금액을 감 잡아 볼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의 다소 관조적인 태도는 그가 이전 삶에서 느꼈던 것에 기인했다.

살아가는 데 단지 돈을 얼마만큼 버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의 허무함이랄까, 소용없음이랄까.

삶을 마감할 때 떠올랐던 건 돈도, 명예도, 심지어 사람도 아니었다.

정작 그 순간 파노라마같이 스쳐지나갔던 건 살아오면서 가치 있게 성취했던 것들에 대한 만족감과 경험이었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걸 해보며 보람을 찾고 내 스스로 만족하는 것. 그리고 내게 주어진 소중한 능력을 발휘해 세상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선물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부와 명예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니까.

그런 그의 인생관과 가치관은 이번 생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직접 정산금액이 자꾸 올라가는 걸 보니까 감회가 남다르긴 하다.

“아, 너무 부럽다. 나도 어서 대박 작품 하나 내서 저런 기분 느껴봤으면 좋겠다.”

윤준환이 진심을 숨기지 않는다.

“하루야. 나중에 얼마 벌었는지 우리한테 말할 필요는 없는데, 한 턱 쏘는 건 잊지 마라.”

“그래. 내가 꼭 근사하게 쏠게.”

“약속했다!”

“으이그. 그건 하루가 알아서 하겠지. 왜 아직 정산도 받기 전에 부담부터 주고 그러냐.”

“아얏!”

결국 강세영에게 꿀밤을 한 대 맞는 윤준환이다.

둘이 그러는 거 보면 아무래도 전생에 누나 동생 사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렸다.

“얘들아, 이거 먹고 공부해라.”

후식을 갖고 들어오신 강세영 어머니.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보자 다시금 다들 식탐의 눈빛이 타오른다.

“근데 무슨 좋은 일들 있어? 방금 전에 박수 소리 들리던데.”

“엄마, 하루가 소설을 썼는데 대박이 났어. 글쎄 오늘 하루에만 얼마를 벌었냐 하면...”

딸에게서 사정 설명을 들은 그녀가 두 손을 마주잡고선 놀라워했다.

“어머나. 정말?”

“하루, 장난 아니지? 내가 말했잖아. 아차...”

결국 자기 입으로 집에서 우하루 이야기를 자주 해왔단 걸 자백해버리고 만 강세영이다.

“아니, 이렇게 잘 생긴 데다 공부도 잘 한다면서, 그런 재주까지 있다니. 진짜 기특하네! 하루도 송하예고 연영과 지망한다면서?”

이것 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이야기한 모양이네.

강세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이 좀 붉어졌다.

이제 포기한 모양이다.

“네. 연영과에 영상연출 전공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가보려고요.”

“잘 생각했네. 근데 입학하면 다들 연기 전공인 줄 알 거 같다. 워낙 잘 생겨서.”

“전 제 자신이 그렇게 잘 생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다들 송하예고 함께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접시를 두고 나가는 강세영 어머니.

그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계속 우하루에게 머물렀다.

무척 마음에 드는지 바라보는 눈빛에서 호감의 하트가 뿅뿅 뿜어져 올라오는 듯했다.

*****

약 한 달 후.

우하루의 계좌에는 전달 정산금액이 정확히 약속된 날짜에 입금이 됐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은행에서 통장을 정리하고 온 그.

저녁에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게 그걸 내밀었다.

우지연은 거기에 찍힌 액수를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이게, 정말 하루 네가 지난달에 번 돈이라고?”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문스피아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계약할 때 한 달 수입 예상금액을 말해주긴 했었지만, 그걸 백퍼센트 곧이 믿지는 않았던 그녀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꽤 부풀려 말해준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아들의 통장에 찍혀있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다.

이제 눈으로 확인했으니 믿지 못할 이유가 없어졌다.

“웹소설이란 게 정말 이렇게나 많이 버는 거였어?”

당연히 그 시장상황을 정확히는 모르는 그녀.

우하루가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뇨. 다 그런 건 아니구요. 제가 좀 잘 썼나 봐요. 올해 런칭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다나 봐요. 그래서 이렇게 많이 벌게 된 거예요.”

“엄마는 이걸 이렇게 봐도 잘 믿어지지 않네. 뭔가 인자가 잘못되거나 한 건 아닌지...”

“하하, 그럴 리가요. 근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게 쭉 계속되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산금액이 점점 줄어들 거예요. 뒤로 갈수록 더 이상 안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거든요.”

“그래?”

“네. 아 참. 나중에 문스피아 말고 다른 사이트에도 판매된다는데 그 때 되면 또 금액이 올라갈 거라네요. 저도 정확한 건 아직 모르겠어요.”

우지연의 시선이 다시 통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가 눈으로 보고 있는 그 금액은 본인이 1년에 버는 연봉을 넘는 금액이니까.

그런 거금을 아들이 한 달 만에 벌어들였으니까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있을 리 없다.

“송하예고 간다고 제가 말씀드렸을 때 등록금과 학비 때문에 걱정 좀 하셨죠? 이제 앞으로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마 조금 더 벌면 대학 학비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에서 은둔하던 우하루.

식사 때에도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대화도 제대로 안 되던 아들이 이런 말까지 한다.

울컥하는 걸 억지로 참아내는 우지연이다.

그녀가 우하루를 여느 때처럼 꼭 품에 안았다.

“우리 아들, 대견하고 기특해. 엄마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너무 감격스러워.”

돈을 벌어와서가 아니다.

학교를 마치고 나서 제대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아픔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담당의사 말대로 진짜 그의 남과의 다른 틈이 완벽히 메워진 것 같다.

그래서 더 이상 걱정도, 아픔도 겪고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게 너무 기쁘고 좋은 것이다.

품에서 풀어낸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는 그녀.

우하루는 어머니의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발견했다.

그게 흘러내리면 닦아드리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

“응?”

“앞으로 저도 이렇게 계속 돈을 벌게요. 그러니까 일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하루야.”

“네.”

“네 마음은 알아. 엄마 덜 힘들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 물론 이렇게 큰돈을 네가 버는 것에 나도 너무 기뻐. 하지만 지금은 네가 미래를 위해 공부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 할 시기야. 자칫 웹소설에 너무 시간을 빼앗겨서 지금 이 때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걸 놓치는 건 엄마가 원치 않아.”

우하루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구요. 하지만 지금은 소설 쓰는 게 절대 힘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가 되서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걸요.”

“그게 정말이야?”

“네. 만약 엄마 걱정하시는 바대로 공부나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에는 저 스스로 그만 둘게요.”

억지로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둘러대는 말이 아니었다.

우하루의 진심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웹소설을 쓰면서도 근래 들어 우하루의 성적은 계속 상승 중이다.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래. 그러고 보니 하루 말이 맞네. 그렇게 해. 대신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안 된다.”

“명심할게요. 그리고 돈은 엄마 계좌로 이체할 테니까 생활비에 쓰세요.”

그의 말에 우지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냐. 그러지 마.”

“네?”

“우리 생활비는 지금 내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고 남아. 하루 네가 버는 건 어디까지나 네 거야. 앞으로 너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저축을 했으면 좋겠어.”

“그래도요...”

“그게 맞아. 하루야.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네, 엄마.”

“돈은 버는 것보다 다스리는 게 더 힘든 법이야. 갑자기 돈을 많이 벌게 됐다고 절대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사치를 부리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돈이 자칫 너의 미래와 인관관계를 망가뜨려버릴 수 있어. 그 돈은 노력의 대가야. 그러니까 한 푼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치 있게 써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겠어요. 명심할게요.”

“내가 주는 용돈 이외에 필요한 게 있으면 검소하게 쓰고, 나머지는 예금자보호 되는 금액만큼 분할해서 정기예금으로 예치할 수 있도록 해줄게. 이번 기회에 금융 경제 공부도 할 겸, 내가 차근차근 알려줄 테니까.”

아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깊은 그녀는 지혜롭기까지 했다.

우하루는 어머니가 너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다시 태어난 것 이상으로 이런 엄마의 아들이 되어서 진심으로 기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그다.

어느덧 두 사람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 애틋한 모자지간이 되어 있었다.

*****

문스피아 매니지먼트의 콘텐츠 3팀 회의실.

팀원들이 팀 주간회의를 위해 속속 입장했다.

유난히 밝은 표정들이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 팀이 담당하고 있는 ‘회귀 서자는 군주를 꿈꾼다’가 기록적인 전환률과 연독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그 덕분에 이 작품을 담당하고 있는 오정민 피디와 김상문 팀장은 사내의 거의 모든 화제와 부러움을 받고 있다.

“나는 ‘에이데이’ 작가님한테 너무 고마워.”

“우리 팀 성과 높여주니까요?”

“아니.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팀장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게 해줘서.”

“아하. 큭큭.”

“솔직히 바로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인상 찌푸리고 다니셨냐. 그 스트레스 그대로 우리한테 다 떨어졌었잖아. 지금 보면, 완전 천지개벽 아니냐.”

“맞아요, 그건. 진짜 그 작품 하나 때문에 우리 팀이 다 피었어요.”

그들이 담화를 나누고 있던 바로 그 대상인 김 팀장이 문으로 들어섰다.

즉시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팀원들.

“자, 시작합시다! 오 피디!”

역시나 오늘도 오정민 피디가 첫 번째 타자다.

그가 ‘에이데이’ 작가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담당 작가와 작품 하나로 불리는 순서가 달라진 것이다.

“네, 팀장님. 우선, ‘회귀 서자는 군주를 꿈꾼다’ 현재 성적 현황과 특이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우하루 작품의 1주일간 경과를 보고했다.

말미에 소식 하나를 추가하는 그.

“어제 네온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네온’이라면 국내 최고 최대의 포털 플랫폼이다.

“무슨 제안?”

“네온에서 ‘회귀 서자는 군주를 꿈꾼다’를 웹툰화하고 싶다고 합니다. 강력히 원한다는 표현을 덧붙였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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