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학사의 무공백과-95화 (72/114)

제95화

청수향 (2)

‘임무라고?’

낯선 단어에 멈칫할 때였다.

- 저 할망구가 드디어 미쳤구나!

- 고작 이런 일에 ‘별 부스러기’ 1개를 태워? 제정신이 아니야!

매화검선과 종남일패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임무가 무엇입니까, 스승님?”

유운이 어리둥절해 묻자, 두 스승이 동시에 외쳤다.

- 지금 그게 문제더냐? 일단 받거라! 받고 나서 이야기하자꾸나!

- 받아, 무조건 받아! 수락, 승낙, 동의 아무거나 해! 저 마녀가 제정신 차리기 전에 얼른!

두 스승이 이 정도로 흥분하는 모습은 서문요란의 공청석유 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저 손을 뗐을 뿐인데.

[‘임무(긴급)’를 수락하였습니다.]

[‘임무 : 방송 중지의 중지’에 성공하였습니다!]

[업적, ‘첫 임무 완료’를 달성하였습니다!]

펑퍼펑!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글자가 번쩍번쩍 빛났다.

[최하급 업적 보상으로 ☆ 0.1개가 지급됩니다!]

[최초 달성으로 인해 보상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임무(긴급)’ 완료 보상으로 ☆ 1개가 지급됩니다.]

..

.

주르륵, 수많은 문장이 떠올랐다.

‘이건 대체…?’

유운이 넋을 잃고 바라볼 때였다.

- 얼른, 얼른 그 손 치워! 우리 소화 안보이잖아!

소수마녀가 다급하게 외쳤다.

- 그리고 너, 먹튀하면 죽는다! 방송 끄면 죽어!

‘방송이라고?’

유운은 두루마리의 상태를 확인했다.

[현재 생방송 진행 중입니다.]

[시청자 수 : 34.]

‘뭐?’

유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무려 30여 명의 신선이 보고 있었다.

“못 때리죠? 못 때리죠?”

“으아아아! 이 쥐방울만 한 게!”

뼈를 깎는 무공 수련 장면도 아니고, 치열한 생사결전도 아닌, 꼬맹이의 술래잡기를 말이다.

- ㅋㅋㅋㅋ 고놈 참 귀엽구나.

- 눈동자가 땡그란 것이 장난기가 그득해.

신선은커녕 손주의 재롱을 보는 할아버지 같은 분위기였다.

장노의 중재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이거 내 거야. 엄마가 나 줬어.”

“아니, 내 거라고! 형은 손대지 마.”

소화보다도 작은 두 꼬마가, 나무로 만든 강아지를 가지고 다투고 있었다.

거암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소화가 스르륵 일어나더니, 옆자리로 다가갔다.

“우. 우. 덜컥. 덜컥.”

머리와 상체를 푹 숙이고,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두 아이에게 다가섰다.

“우. 우. 나는 무덤에서 일어난 시체다. 주술사께서 싸우는 아이들부터 잡아먹으라고 하셨다. 왁!”

소화가 입을 벌리며 덤벼들었다.

“으아아! 우리 안 싸워요, 안 싸워!”

“저리 가, 우리 형 괴롭히지 마!”

두 형제가 철썩 달라붙더니 열심히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벌건 대낮인데다, 통통하고 다리 짧은 소녀다.

“큭큭. 저 아이, 진짜…큭큭큭.”

“으하하하! 엉뚱한 아이로구나!”

객잔의 모두가 폭소를 터트렸다.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 으하하! 잠시라도 장난을 쉬지 않으니. 꼭 우리 손주 녀석 같구나.

‘태산권왕’이 하늘이 떠나갈 듯 웃었다.

- 이마는 넓고 하얗고, 눈동자는 깊고 검으니. 속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아이로구나. 복되도다, 복돼.

‘금불옥상’이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보는 건가.

- 그러게.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네 그려.

-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신선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태산권왕’님이 ☆ 0.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금불옥상’님이 ☆ 0.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천령화’님이 ☆ 0.1개를…]

후원금이 쏟아졌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유운이 두 스승에게 속삭였다.

- 미친놈들. 저게 얼마인데.

- 허허허. 후원질에 빠지면 집도 절도 다 날린다더니.

종남일패와 매화검선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원 문구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유운이 확인을 선택하자, 두루마리 가운데에 새로운 창이 떴다.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소화^^ 소화가 좋아하는 빙당호로, 많이 많이 사주렴. 천령화.

“후원금이라. 저것으로 빙당호로를 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유운의 말에 두 신선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 빙당호로라. 크흐흐, 빙당호로? 미친년놈들.

- 네가 아직 가치를 모르니, 그럴 수 있지, 허허허. 그냥 빙당호로 백만 개하고도 비교 안 된다는 것만 알아둬라.

“……!”

- 세뱃돈으로 금덩이, 아니 금강석을 주는 것보다도 더 어이없는 짓이지.

“저 표식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대체 무엇이길래?”

유운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 신선마다 각자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누구는 성진(星塵)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스타 포인트라고도 하는데. 우리끼리는 보통 별 부스러기라고 부른다.

“별 부스러기라. 그렇게 귀한 물건입니까?”

- 귀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 모든 신선이 그토록 원하는 것인데.

- 크흠. 아직은 이르네, 이 친구야.

매화검선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종남일패가 말을 끊었다.

- 알았네, 알았어. 휴. 그냥 쉽게 말하마. 별 부스러기 0.1개면 영약을 사고도 남는다.

“영약 말씀이십니까?”

유운이 깜짝 놀랐다.

- 내가 그저 그런 영약을 말하겠느냐? 인형설삼 실한 놈으로 한 뿌리, 아니 공청석유를 반병 사고도 남는다!

“……!”

- 물론 네가 영약이 더 필요한 경지도 아니고, 당장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 그래도 무조건 모아야지, 무조건!

- 암, 그렇고말고!

“꿀꺽. 엄청난 보물이로군요!”

그제야 유운도 실감했다.

공청석유 한 병에 부유한 서문세가가 휘청였다고 했다.

물론 병이 크고, 이것저것 더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무영신투’님이 ☆ 0.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소걸개’님이…]

어림짐작으로도 벌써 여러 개의 별 부스러기가 모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우리 소화, 참 복스럽게도 먹네.

- 나는 거암이라는 놈이 마음에 들어. 덩치답게 시원시원하게 입에 넣으니, 보는 내가 다 배가 부르잖나.

말뿐만이 아니었다.

- 간식값으로 하나 더! 우리 소화,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렴!

[‘소수마녀’님이 ☆ 0.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 거암이라는 자식, 덩치는 큰 데 왜 이리 살이 없어? 밥이라도 좀 먹여가면서 굴려라.

[‘소걸개’님이 ☆ 0.1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뜻밖의 사태에 유운보다도 두 스승이 더 놀랐다.

- 미친놈들. 저게 얼마인데. 단체로 돌았구만, 돌았어.

- 휴우. 후원질 빠지면 약도 없다던데, 정말이었네 그려.

하지만 욕하는 종남일패도, 탄식하는 매화검선도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후원 최소단위를 0.1로 올린 게 과소비 방지를 위한 것 아니었던가?

- 이를 말인가. 가산 탕진하지 말라고 일부러 올린 것이지.

- 그런데 저리 질러도 되는 겐가?

- 으하하, 우리야 좋지 않은가? 다 우리 운이 것인데.

- 허허허, 그렇지, 그렇고말고!

두 신선이 워낙 좋아하니, 유운도 덩달아 기뻤다.

간혹 특이한 취향을 가진 신선들도 있었다.

- 우리 이쁜이, 화장품 좀 사주지 않을래? 돈이 없어서 화장을 제대로 못 배웠나 봐.ㅠㅠ

무슨 특수기능을 쓴 것일까?

간드러진 음성과 함께 분홍색 문장이 떴다.

“이쁜이라니요?”

유운이 어리둥절해 물었다.

느낌상 소화를 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 누구긴 참, 우리 영이 소저지.

- 홍홍, 눈이 두 개 달렸으면 모를 수가 없는데.

또 다른 신선이 끼어들었다.

‘이, 이쁜이? 설마 설 사부?’

유운이 입을 떡 벌릴 때였다.

[‘음양신마’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영이 소저 곱게 화장시키기.]

[보상 : ☆ 0.3개.]

[‘동창제일검’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

[내용 : 옷가게에 가서 영이 소저 꽃단장시키기.]

[보상 : ☆ 0.5개.]

이건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음양신마’님의 임무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동창제일검’님의 임무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유운이 단번에 거절하자, 두 스승이 입을 떡 벌렸다.

- 저, 저게 얼마나 큰 돈이거늘!

- 그래, 눈먼 돈이니 무조건 잡아야…!

“되겠습니까?”

- ……?

“과연 할 수 있을까요?”

- …….

- …….

유운이 나지막이 묻자, 두 스승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주군이고 뭐고 이건 안 된다.

아마 백리세가주가 명령해도 안 될 것이다.

- 그, 그래. 이건 좀…, 많이 어렵지.

- 커흠. 옳지 않은 일이니, 거절이 당연하다. 허허허.

그 이후로도 후원은 계속되었다.

- 방송을 켜놓고도 우리 말을 읽지 않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원.

- 방송 초보가 다 그렇지 뭐. 방송 계속해주는 게 어디야.

- 계속하겠지. 저리 귀여운 아이가 있는데 안 하겠나?

- 암, 목놓아 기다리는 신선이 몇인데.

신선계는 아름답고, 영기 넘치고, 깨끗하지만···.

심심했다!

그런 그들에게 유운의 방송은 짜릿한 기쁨을 선사했다.

[‘탕마멸사검’님이 입장하였습니다.]

[‘단천노괴’님이 입장하였습니다.]

[‘번천장마’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

오래간만에 열린 ‘맛집’을 향해 신선들이 몰려들었다.

[생방송 시청자 50명을 달성하였습니다!]

[‘방송 편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방송에 한하여, 소폭의 ‘개연성 보정’을 받습니다.]

새로운 알림과 함께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유운이 두루마리를 들여다본 시간만 해도 꽤 되었다.

평소라면,

“또 손바닥 보신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면 눈 버린다구요!”

“주군께서 다시 명상에 드셨구나. 과연 주군! 나도 어서 본받아야 하거늘….”

소화든 설영이든, 한마디씩 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분명 유운이 손바닥을 보고 있음을 알기는 아는 눈치인데.

그저 별일 아닌 듯, 모두가 여상하게 지나쳤다.

‘두루마리의 한계는 대체···!’

사람의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실로 두렵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반대로 두 신선은 온전히 이를 반겼다.

- 허허허, 벌써 편의 기능을 해금할 줄이야.

-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겠어.

“편의 기능이라. 덕분에 이야기하기가 수월하겠습니다.”

유운이 정상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해도, 주변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변화를 알아챈 것은 두 신선뿐만이 아니었다.

- 이제 눈치 안 보고 우리랑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 흐흐흐, 이놈아 똑바로 보거라. 제대로 쏴주마!

- 이날을 위해 별을 모아왔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광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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