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학사의 무공백과-96화 (73/114)

제96화

청수향 (3)

[‘금불옥상’님이 ‘임무(반복)’를 제안합니다.]

[내용 : 소화 볼 살짝 누르기.]

[보상 : ☆ 0.2개.]

이제 유운도 별 부스러기의 가치를 안다.

그러니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 일단 해! 무조건 해!

유운이 망설이자 종남일패가 소리를 질렀다.

- 크흠, 이럴 때는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하는 게다, 운아.

점잖기는 했지만, 매화검선의 의견도 같았다.

어차피 해가 되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잠시 망설이던 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화야, 부탁이 있는데.”

“히히, 공자님 부탁이라면 뭐든 가능! 항상 가능!”

“그새 또 이상한 말투를 배웠구나.”

유운이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너의 볼을 잠시 눌러봐도 되겠느냐?”

“우와, 공자님이? 우리 공자님이? 히히. 좋아요. 물론이죠!”

소화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더니,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 아이구, 귀여운 것! 한입에 넣고 싶구나!

- 깨물고 싶어, 깨물고 싶어!

찐빵처럼 변한 모습에 신선들도 난리가 났다.

“그럼….”

유운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소화의 볼을 눌렀다.

뽁.

소화가 입으로 방귀 소리를 내며, 눈으로 웃었다.

“고맙구나.”

“헤헤헤.”

유운이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임무 : 소화 볼 누르기(반복)’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 0.2개가 지급됩니다.]

‘고작 이런 일로 이리 큰돈을 받아도 되나?’

유운이 고민할 때였다.

- 운아, 지금 뭐 하느냐?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느냐!

두 신선이 다급하게 외쳤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느냐?

- 암암. 이건 기연이 덩굴째 굴러떨어진 것과 같지.

“기연이라니요?”

- 그저 누르기만 하면 영약이, 보패가 쏟아지는 데 뭘 망설이고 있는 게야!

- 맞다. 녀석이 정신 차리고 취소하기 전에 어서 계속해!

“계속이라니…. 설마?”

유운은 지나간 대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중 유독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반복.

“설마?”

- 그 설마가 맞다.

- 빨리, 빨리!

두 신선이 하도 급하게 외치니, 유운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뻗었다.

푹.

뾱!

유운이 다시 누르니, 소화도 기뻐하며 화답했다.

“히히히, 공자님이 드디어 소화의 매력에 넘어왔어! 나의 승리다!”

신나게 외치며 볼을 더욱 빵빵하게 부풀렸다.

푹.

뾱!

[보상으로 ☆ 0.2개가 지급됩니다.]

푹.

뾱!

[보상으로 ☆ 0.2개가 지급됩니다.]

푹.

뾱!

[보상으로 ☆ 0.2개가 지급됩니다.]

..

.

누를 때마다 보상이 쏟아졌다.

“이, 이래도 됩니까?”

너무나 쉬운 임무에, 너무나 과한 보상이 아닌가?

유운이 황당해서 되물었다.

- 주는 놈이 저리 좋아죽는데 무슨 상관이냐?

종남일패의 말에 시청자들의 대화 기록을 보았다.

- 허허허, 꼬마 보살께서는 참으로 귀여우시구나.

- 허허허, 꼬마 보살을 보기 위해 이 나이까지 살아왔나 보네.

일단 임무를 준 ‘금불옥상’부터 더없이 만족했고.

-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소화 잘한다!

- 옳지, 우리 아가. 참으로 어여쁘구나.

시청자도 아빠·엄마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했고.

- 무량수불, 금불 도우 덕분에 눈이 호강하는구려.

- 금불옥상, 이 친구. 고맙네. 내 그간 자넬 욕한 걸 사과하겠네!

- 금불, 자네가 최고야!

금불옥상에 대한 칭찬과 인정이 넘쳐났다.

‘이건 대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운은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푹.

뾱!

[보상으로 ☆ 0.2개가 지급됩니다.]

..

.

이 모습을 매화검선이 탄식했다.

- 후원질에 빠지면 온 집안을 말아먹는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귀한 별 부스러기를 저리 물 쓰듯 쓰다니?

아무리 아이가 귀여워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금불, 저 친구가 꿍쳐놓은 재산이 많은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리 저 친구라도 재물이 무한하지는 않을 터인데.

저런 속도로 별을 쏘면, 아무리 부유한 신선이라도 거지가 되고 말 터였다.

-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매화검선이 말을 삼켰다.

“히히히!”

소화가 엄청 행복한 표정으로 방실방실 웃었다.

신이 났는지 입을 물고기처럼 뻐금거렸다.

- 귀, 귀엽구나!

매화검은 자기도 모르게 상상했다.

‘저 아이가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화면으로 손을 뻗다가 깜짝 놀랐다.

- 이, 이 무슨? 허허허. 나는 아직 멀었구나!

고작 저 꼬맹이가 수백 년의 수행을 흔들다니?

매화검선은 귀여워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 *

광란의 시간이 지나간 후.

“달콤한 것 먹고 싶은데. 당과 조금만….”

소화가 유운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충분히 먹지 않았느냐? 그만하는 게 좋겠구나.”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였다.

유운도 어지간하면 소화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아니었다.

부스럭, 부스럭.

소화의 탁자 앞.

당과를 감싼 포장 종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이리 많이 먹다니.’

유운이 두루마리 보는 사이, 소화가 이때다 싶어 먹어 치운 것이다.

- 무슨 소리야, 우리 소화가 먹고 싶다는데.

- 돈이 없니? 이 누나가 줄게. 얼른 사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임무가 내려왔다.

[‘소수마녀’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소화에게 당과 10개 사주기.]

[보상 : ☆ 0.2개.]

당과 값으로는 터무니없는 거액이었다.

“안 됩니다.”

하지만 유운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허어. 이 친구, 벌써 밀고 당기기를 배웠구만.

- 방송 초보가 언제까지 초보가 아니지.

- 하하하, 보는 맛이 있겠어.

다른 신선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소수마녀가 조금 까칠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흥, 이제 몸값 좀 높아졌다 이거지? 이쁜 게 권력이지. 알았다. 옜다!

[‘소수마녀’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소화에게 당과 10개 사주기.]

[보상 : ☆ 0.3개.]

“안 됩니다.”

소수마녀가 눈썹을 꿈틀했다.

- 흐응. 그래?

[‘소수마녀’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소화에게 당과 10개 사주기.]

[보상 : ☆ 0.5개.]

유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 이래도? 보상을 더 올리…

“아무리 많이 주셔도 안 됩니다.”

- 흥, 거짓말. 액수가 적다 이거지? 이것도 거부하나 보자.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임무가 내려왔다.

[‘소수마녀’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소화에게 당과 10개 사주기.]

[보상 : ☆ 5개.]

팡, 파방!

액수가 커서인지, 임무 정보창이 화려하게 번쩍거렸다.

- 미, 미쳤구나, 소수!

- 야, 이건 아니지. 무슨 애 간식 하나 먹인다고 별 부스러기를 5개나 줘?

- 그 돈 있으면 나 줘라. 나 동부(洞府) 사는 데 보태게!

후원에 익숙한 신선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히 유운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 흐응, 그러면 그렇지. 결국 더 큰 돈 앞에는 모두가 무너지…

“안 됩니다.”

- …뭐?

- 어이, 이봐! 너무 욕심부리면….

모두가 놀라 외칠 때였다.

“열 개를 주신들, 백 개를 주신들 안 됩니다.”

- 대체 왜?

“이가 썩습니다.”

- ……?

- ……?

- ……?

모든 신선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가? 하는 얼굴로 서를 쳐다보았다.

“살도 찌겠지요.”

- 무슨 소리를….

- ……!

“소화는 성장기입니다. 영양 균형이 중요한데, 과도한 당분은 몸을 해칩니다. 뼈도 삭을 것이고. 피부도 푸석푸석해질 것입니다.”

- 야, 그래도 10개쯤은….

“안 됩니다. 건강과 관련된 일에 타협은 없습니다.”

유운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그 모습을 본 신선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 아…!

- 저런 얼굴의 사내는, 죽어도 마음을 바꾸지 않지.

- 억만금을 줘도 안 되겠군.

무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이다.

인간 이하의 말종도 많이 보았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로 고고한 이들도 보았다.

지금의 유운이 딱 그랬다.

- 칫. 내가 뭐 나쁜 뜻으로 그랬나. 알았어, 뭐.

소수마녀가 삐죽 입술을 내밀더니, 입을 다물었다.

- 허허허. 별 다섯 개랑 당과를 바꿔?

- 고작 당과 때문이겠나. 꼬맹이를 생각하는 마음인 것이지.

- 부끄럽구만, 내가 나이를 헛먹었어.

신선들이 허허롭게 웃으며 진정할 때였다.

- 그럼 너는 어떠하냐?

조용히 지켜보던 다른 신선이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 네가 대신 먹는 건 되잖아?

“네?”

- 너 정도면 거의 다 컸고. 무인이라 몸도 튼튼하지 않으냐.

“그, 그렇긴 한데.”

유운은 꾸준하게 팽육의 ‘근육파괴술’을 수련했다.

시간은 짧아도 운동량은 많은, 압축된 외공 수련법!

어지간히 먹어서는 티도 안 났다.

- 나는 먹여야겠다.

“무엇을….”

- 저것.

신선이 가리킨 곳은, 소화의 탁자 앞이었다.

수북이 쌓인 당과 껍질 사이.

반쯤 남은 요리가 보였다.

유운의 시선을 눈치챈 점소이가 환하게 웃었다.

“아, 이게 마음에 드셨군요. 저희 숙수님의 특제 간식, ‘당밀락’입니다. 옥수수와 고구마를 설탕에 졸이고 기름에 튀긴 후, 꿀을 굳혀서 실처럼 만들어서 장식한 후, 딸기를 갈아서 뿌린 다음에….”

“…….”

보기만 해도 입이 아릴 것만 같은, 설탕 덩어리.

아무리 보아도 유운의 취향이 아니었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두 스승을 바라보았는데.

- 뭐 하느냐, 냉큼 수락하지 않고!

- 이게 생각할 거리나 되느냐? 무조건 가야지! 이건 거절하는 게 미친놈이니라.

매화검선과 종남일패가 흥분해서 외쳤다.

“그, 그렇긴 합니다.”

유운도 후원금의 가치를 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교환비.

옛 성현들도 감사하다며 공중제비를 돌 일이었다.

[‘황궁제일숙수’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눈앞의 요리를 먹어라.]

[보상 : ☆ 0.2개.]

유운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꾸역꾸역.

너무 느끼해서 속이 니글거렸지만.

너무 달아서 온몸이 가려울 지경이었지만.

결국 다 먹었다.

“고, 공자님?”

너무 유운답지 않은 행동이라 다들 얼이 빠졌다.

그러나 임무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쯧쯧, 잘 먹었으면, 잘 먹었다는 티를 내야지. 그래야 요리한 보람이 있지 않은가?

[‘황궁제일숙수’님이 ‘임무(일반)’를 제안합니다.]

[내용 :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 숙수에게 경의를 표하라.]

[보상 : ☆ 0.5개.]

입이 마비된 기분에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어, 어떻게 말입니까?”

유운의 물음에 신선은 그림으로 답했다.

화면 위로 커다란 주먹이 나타나더니.

척.

엄지손가락을 뻗었다.

“…….”

- 부끄러울 것 없다.

- 그럼, 그럼. 고작 이거 한다고 별 부스러기를 뿌리는 저놈들이 미친 거야.

유운은 눈을 질끈 감고 손가락을 뻗었다.

굉장히 어색하고, 뻣뻣한 자세였다.

“……?”

“……?”

일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

유운이 갑자기 단 요리를 먹는 것도, 손가락을 치켜세운 것도 모두 뜬금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운이었다.

바로 모두가 믿고 있는 유운.

“와아아아!”

“히히히, 공자님도 드디어 맛을 깨우치셨군요!”

“와하하하!”

진중한 유운이 우스운 행동을 하니 더욱 재미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웃음보를 터트릴 때였다.

객잔의 이 층 특실이 문이 벌컥 열렸다.

“이놈들, 시끄럽다!”

거친 목소리와 함께 거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꿈틀꿈틀.

온몸에는 푸른 뱀 문신이,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하니.

딱 보아도 일반인은 아니었다.

“강호의 영웅들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늘. 비천한 것들이 감히!”

“……!”

“……!”

갑작스러운 시비에 객잔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꿀꺽.

‘저, 저자는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독사견이잖아?

‘이거 잘하면 사달이 나겠구나.’

일반인들은 침만 삼키면서 슬슬 엉덩이를 뺐다.

그런데 두루마리 속은 달랐다.

- 캬아아! 이게 얼마 만이야.

- 그립구나, 그리워!

- 옳거나, 역시 객잔 하면 싸움이지!

신선들이 환한 얼굴로 환호했다.

- 싸워라~! 싸워라~!

- 이기는 편, 우리 편!

흥분해서 노래를 부르는 신선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그냥 방송을 지켜보는 것보다 참여하는 게 또 묘미 아니겠나? 나는 탁자 부서지는 것에 0.1개를 걸겠네.

- 고작? 나는 일 층 붕괴에 0.2개를 걸지.

- 흐흐흐. 다들 통이 작군. 무림인데 객잔 절반은 날아가야지. 0.4개 간다!

신이 나서 내기를 하는 신선들도 있었다.

- 적적했는데 잘 되었어. 이기는 자가 다 갖는 걸세.

- 이 바닥 하루 이틀 인가? 객잔이 가루가 된다는 데 3개를 건다!

- 오오오오!

- 이거 판이 확 커졌는데?

- 가즈아! 가즈아! 판 한 번 쓸어보자!

두루마리 밖은 싸늘한데.

두루마리 안은 내기로 인해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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