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2화 (2/182)

제 2 화 다시 만난 호야

제 2 화 다시 만난 호야

“그런데 무슨 스킬을 얻으면 회사에서 사랑받는 사원이 되는 거지?”

내가 다니는 회사는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고양이와 강아지들의 사료를 만드는 회사다. 흔히 말하는 오가닉 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들기에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이라는 것이 단점이지만, 의외로 상품이 잘 팔려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중에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수출이었다. 내가 주로 하는 업무는 미국에 수출을 하면서 재료를 수입하는 것.

“영어?”

영어도 가능할 것 같았다. 회화책을 가지고 들어와서 여기서 주구장창 영어를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카세트 같은 것은 가지고 들어와도 작동을 하지 않으니 책으로 하면 된다.

“일단 영어를 스킬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부터 생각해보고, 다른 것은 천천히 생각하자.”

영어가 스킬로 만들어지면 과연 몇 레벨일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업무영어라고 할까? 내 업무와 관련된 말만 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다. 정확히 생각하면 1레벨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둘러보자.”

텐트에 짐을 놔두고 가볍게 난 한 손에 야구 방망이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구 방망이가 있던 것은 얼마전에 선우가 놓고 가서 그렇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거라 나름 튼튼할 것 같다.

***

섬의 크기는 내 생각대로 작았다. 외곽을 위주로 돌았는데, 두시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속보로 걸은 것도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걸었다. 모래사장을 걷는 것은 상당히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부분은 있었는데 맨발로 걸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은 미친 짓이기에 참았다.

“낚시라도 해볼까?”

낚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확실히 낚시를 하기에 좋아 보이는 동네였다. 그리고 섬 중심으로는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숲이 있어서 뭔가 좀 꺼려지는 느낌이다. 저길 가려면 아무래도 정글도 같은 거라도 구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제 좀 쉬어볼까.”

내가 게이트에 들어와서 보낸 시간은 대략 4시간이다. 그래서 난 일단 텐트 안에서 누워버렸다.

이 주변에 내가 탐험을 시작하기 전에 물건들을 두고 갔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뭔가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내가 탐험을 가기 전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다. 일단 내일까지 이 자리에 이대로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 그렇게 잠깐 누워 있다가 난 일단 내 방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것저것 챙겨올 것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엇?”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깜짝 놀났다. 이유는 시계에 있었다.

“겨우 한 시간?”

내가 저쪽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다섯 시간 정도였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시간은 겨우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하나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간의 비율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1:5가 아닌가 싶다. 현실의 한 시간이 저쪽의 다섯 시간.

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와, 개꿀! 잠은 디지게 잘 수 있겠다.”

그리고.

“책도 마음대로 보겠군. 그런데 이북을 못 보는 게 아쉽네.”

요즘은 다 이북으로 책을 보니 이북을 못 본다는 것은 나름 슬픈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들은 웬만해서 책으로 나오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 이미 나와 있는 책들과 옛날 책들을 빌려서 보면 되는 문제니까.

“일단 선우를 봐야겠다.”

선우는 캠핑용품을 판매하는 녀석이다. 정확히는 녀석의 아버지가 캠핑샵을 하신다. 그리고 녀석은 그 아버지의 샵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짜고짜 녀석을 찾아갔다.

***

“왜? 집에 게이트라도 생겼냐?”

‘이 자식, 눈치가 뭐 이렇게.’

난 스킬에 있듯이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좀 힐링이라는 것을 좀 해보면서 살려고.”

“하긴, 너도 회사를 참 열심히 다니고 있지. 이제 30대 초반에 과장 진급을 눈앞에 누고 있다고 했지?”

“그래서 조금 쉬면서 가려고.”

“잘 생각했습니다, 고객님. 이쪽으로 오시죠!”

“그래, 이 집은 뭘 잘 하나?”

“닥치고, 목적이 뭔지를 말해.”

“목적?”

“그러니까 캠핑장이냐? 아니면 산 속을 찾아다니면서 그런 캠핑을 할 생각이냐?”

“뭐가 다른데?”

“캠핑장은 쉽게 말해서 주변의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 생존키트보다는 편의성에 초점을 뒀다고 봐야지.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생존이 우선이고.”

“뭔 우리나라 산에서 캠핑을 하는데 생존을 거론하는 건 오바 아니냐?”

“오바일 수 있지. 그런데 말이다. 사람이 생존을 두고는 오바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난.”

선우의 진지한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생존이 제일 중요한 것이니까.

“그럼 혹시 모르니까 생존 세트로 가자.”

“이쪽입니다, 호······고객님.”

뭔가 속은 느낌이 들지만 괜찮다. 그래봐야 이녀석은 내 둘도 없는 친구고, 이놈한테는 조금 바가지를 써도 기분좋게 속아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쇼핑을 한 후에 선우는 내 차에 바리바리 짐을 다 실어주고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주 만족한 미소를.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캠핑용품을 내리는대로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던저버렸다. 게이트 안에 뭐가 있는지 아직은 나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당장 게이트 앞이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난 동네에 있는 헌책방으로 향했다. 헌책방이 동네에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곳에서 책을 잔뜩 산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게이트 안으로 책들을 집어 넣었다.

“좋았어. 가보자!”

난 곧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지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가 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를 반기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고양이다. 그것도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몇 년 전 잃어버린 내 사랑하는 고양이 ‘호야’와 너무도 닮은, 아니 똑같아 보이는 고양이다.

“호야!”

냐아!

내 부름에 호야가 나를 쳐다본다. 특유의 착한 눈빛으로.

“정말 호야 맞니?”

호야로 보이는 녀석은 나를 보고 반갑게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 다리에 자신의 머리와 몸을 부비적거린다.

난 조심스럽게 호야를 안아보았다. 녀석은 내가 안으면 늘 내 팔을 자신의 양앞발로 꽉 잡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도 똑같았다.

내 팔을 잡는 호야의 감촉.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호야가 사라졌을 당시에 나는 호야를 찾아서 미친 듯이 동네를 돌아다녔고, 고양이 탐정도 동원해서 정말 이잡듯이 동네를 뒤졌었다.

문을 열어두지도 않았고, 집안에 숨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봤지만, 호야는 없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할 수 있는 실종이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이렇게 태연하게 이 안에 있다니.

“야! 내가 너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냐앙?

“아냐, 아빠가 화 낸 거 아냐. 너무 좋아서 그래.”

난 설치해둔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누웠다. 이것은 호야와 나와의 약속 같은 것이다. 내가 누워서 팔을 펴면 호야는 슬그머니 내게로 와서 내 팔을 베고 눕는다. 그리고 지금 호야는 정확히 내 팔을 베고 누웠다. 처음 봤을 때부터 확신했지만, 역시 호야였다.

“호야, 그동안 어디에 가 있던 거야? 너 혼자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냐앙! 냥냥! 냐앙!

뭔가 내게 한참을 수다스럽게 떠드는 호야. 뭔가 서럽다는 듯한 표시를 하는 것도 같고,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까 너도 모르게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 아냐?”

냐앙?

호야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되었건 이제는 상관 없다. 우리 호야를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까. 이곳으로 오면 이것저것 할 것을 계획했지만, 호야를 찾은김에 난 그대로 누워서 이 행복을 만끽했다.

“다행이다.”

난 뭔가에 그다지 집착을 하면서 살지 않았다. 그저 몇 가지에 조금 집착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호야였다. 그래서 호야를 잃었을 때 난 정말 몇 달을 미친놈처럼 지냈다. 오죽하면 회사에서도 나에게 휴직을 권할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반려동물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인지. 호야는 내게 그냥 반려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가족을 잃었는데 제정신일 수가 있을까?

그래서 이렇게 만난 호야는 더욱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야를 한참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관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 알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처음 손기술이 생겼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난 관찰이라는 스킬을 한참 쳐다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스킬: 관찰(액티브) 1레벨.

대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대상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레벨에 따라 알 수 있는 정보는 다르다.

관찰 스킬을 관찰 스킬로 알게 된 어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리고 난 곧장 호야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의 정보가 보였다.

[ 호야(47레벨)]

반려인: 최시우.

힘: 97, 민첩: 132, 지능: 54, 정신: 67, 체력: 99, 후각: 98.

스킬: 귀여움(패시브) MAX, 도약(액티브) 9레벨, 할퀴기(액티브) 10레벨, 냥냥펀치(액티브) MAX.

“와씨! 호야! 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

호야는 말로만 듣던 고렙냥이었다. 그것도 대충 내가 스치면 사망하게 될 법한. 그리고 이 아이가 공식적으로 내가 잃어버린 호야가 맞다는 인증과 함께 반려인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 뭐라고 이게 이렇게 뿌듯한지 모르겠다.

“호야, 근데 힘, 민첩, 후각은 그렇다 치고 지능, 정신력 뭔데? 나보다 더 똑똑했다는 거야?”

냐앙!

호야가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본다. 저 정도 능력치면 사실 가소로운 것이 맞다. 난 호야를 안아서 내 다리에 놓아다. 그러자 기분 좋은 골골송을 하면서 호야는 자신의 털을 그루밍하기 시작한다.

레벨 47.

이런 레벨이 되기 위해서 호야는 무슨 일을 했던 걸까? 그것을 생각하니 또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다.

“맞다.”

난 가방에서 짜먹이는 고양이 간식을 꺼냈다. 언제 호야를 다시 볼지 몰라서 늘 챙겨다니던 것이다. 대부분은 길냥이들에게 주게 되었지만, 오늘은 제대로 주인을 만난 거다.

“자.”

냐웅냐웅냥냥냥!

호야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 잘도 받아먹었다. 덕분에 내 기분도 매우 좋아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내가 설치해둔 수동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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