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3화 (3/182)

제 3 화 내가 뭐 잘못 한 건 없지?

제 3 화 형이 뭐 잘못 한 건 없지?

갑작스러운 알람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에 호야는 재빨리 간식에서 입을 때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런 호야를 따라 밖으로 나가보니 밖에 뭔가가 보였다.

“멧돼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때 호야가 멧돼지에게 몸을 날렸다.

“안 돼!”

작고 여리고, 연약한 호야가 멧돼지에게 달려들······ 더니 그대로 멧돼지를 한 방에 주님곁으로 보내드렸다.

“어억?”

생각해보니 호야는 나 같은 인간 열 명을 합친 것보다 나은 아이였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상당한 강자이리라. 귀여움이라는 초필살기에 여러 가지 전투 스킬도 있는 아이니까.

놀라운 점은 그 뒤에 벌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고, 호야가 때려잡았을 뿐인데 내 레벨이 올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파티를 맺었던 거냐?”

어쩌면 반려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확인을.”

[ 최시우(5레벨)]

반려동물: 호야.

힘: 10, 민첩: 9, 지능: 12, 정신: 13,

체력: 11, 손재주: 1.

미분배 포인트 : 20.

스킬: 침착함(패시브) 2레벨, 관찰(액티브) 1레벨.

난 일단 미분배 포인트를 이용해서 각각 능력치를 15에 맞췄다. 손재주에도 포인트를 줘볼까 했는데 손재주는 기본 능력치가 아니라서 그런지 미분배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죽어 있는 멧돼지를 살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멧돼지(10레벨, 죽음)

섬에서 살고 있는 멧돼지다. 살이 연하고, 매우 맛있다. 최초 섭취시 체력이 5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체력이 1씩 오른다.

“뭐야! 그러니까 얘는 먹는 것만으로도 능력치가 오른다는 거잖아. 호야, 이거 알고 있었어?”

호야는 내 질문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내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까 먹다 말았던 간식을 요구하는 것이리라.

“드세요.”

난 공손하게 두 손으로 간신을 조공했다. 이분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호야. 너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문득 그게 궁금했다. 호야가 실종되고 이곳에서 나를 만났다는 것은 호야는 그동안 이 안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호야는 게이트를 건너왔다는 것이고, 내가 본 게이트는 내 방에 있는 게이트가 전부다. 그렇다면 호야는 어떤 게이트를 통해서 이곳으로 건너 온 것일까?

“호야, 네가 건너 온 게이트 어디 있어?”

내 말에 호야는 고개를 저었다. 알아듣는 걸까? 하긴 지능이 내 몇 배나 높은데 알아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냐앙.

호야가 앞발을 들어서 내가 들어온 게이트를 가리킨다.

“저거?”

냐앙!

고개를 끄덕인다. 그말은 저 게이트로 호야가 이곳에 왔다는 것이고, 그것은 벌써 한참 전의 이야기다. 그럼 그동안 내 눈에는 왜 게이트가 보이지 않았을까?

난 게이트에 다가가서 게이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관찰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쌍방향 게이트 73A(소유자: 최시우).

아마도 지금 관찰스킬의 레벨로는 이 게이트의 정보를 다 볼 수 없는 것 같았다. 나오는 것은 이름과 소유자 정보 뿐이었다.

“어?”

난 순간 이름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쌍방향 게이트?”

분명 이름은 쌍방향 게이트라고 써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쌍방향이 아닌 게이트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호야는 게이트를 가리켰는데 호야가 가리키는 것은 이 게이트가 아니라 ‘게이트’그 자체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예전에 호야는 자기도 모르게 게이트에 들어왔던 것이다. 고양이들의 호기심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쌍방향 게이트가 아니라, 단방향 게이트로 넘어오면서 실종된 것.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도 호야를 찾지 못했던 이유가.

애초에 내 노력은 무의미 했던 것이다. 호야는 단방향 게이트를 타고 이곳으로 와 있었을 테니까.

“호야, 무서웠지?”

냐앙.

애기때부터 내 품에서 자랐던 호야가 야생에 갑자기 버려졌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그래도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빠가 일찍 못 찾아서 미안.”

냐앙.

호야는 내게 몸을 비벼오며 애교를 부린다. 다행인 것은 이 섬에서 호야를 만났다는 것과 호야가 건강하다는 점. 이거면 충분히 난 행운이 아니라, 행복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근데 이걸 먹어야 한단 말이지?”

난감하다. 살면서 동물을 해체해본 적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난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섬멧돼지를 들어올렸다. 중형견 크기의 섬멧돼지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내 힘이 15가 되었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섬멧돼지를 들고서 일단 호야와 함께 집으로 넘어왔다. 다행히 호야는 나와 함께 게이트를 건너올 수 있었다.

냐앙!

호야는 재빨리 자신이 좋아하던 캣타워에 올라가서 딩굴거리기 시작했다. 호야가 사용하던 용품들은 하나도 버리지 못했다. 가끔 여동생인 시연이가 놀러오면 버리라고 구박을 했지만,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사라졌던 대로 금방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희망은 드디어 내가 옳았음을 말해준 것이다.

“이걸 일단 부모님댁으로 가지고 가자.”

난 호야를 보며 물었다.

“호야, 부모님한테 갈 건데 같이 갈래?”

원래라면 고양이는 집에 있는다. 하지만 지금의 호야라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은 것이다.

냐앙!

호야는 캣타워에서 내려와서 곧장 내 다리에 부비적거렸다. 아마도 그러겠다는 표현이리라.

“가자.”

선우가 챙겨주듯이 내게 팔았던 대형 아이스박스에 다행히 섬멧돼지가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나 큰걸 판 거냐.”

생존 세트라면서 이런걸 들고 생존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이렇게 쓸모가 있게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난 아이스박스를 차에 실어두고, 호야가 좋아하는 방석을 내 조수석에 깔았다. 그러자 호야가 그 위로 올라가서 그루밍을 하기 시작한다. 보통이라면 고양이를 이렇게 데려가는 놈이 보인다면 돌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호야는 특별한 고양이다. 신체능력이 내 열배 가까이 되는. 그러니 불편한 케이지에 두는 것보다는 이게 나을 것이다. 실제로 뒷자리에 케이지를 두기도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님댁으로 출발했다.

***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은 가평의 전원주택이다. 원래 이곳은 우리집의 별장이던 곳이다.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부도까지는 아니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남긴 것이 가평 별장과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흔히 볼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으리으리한 그런 집은 절대 아니고 아담한 사이즈의 집이다. 방이 3개에 화장실이 2개. 그리고 작은 마당이 있는 그런 집.

하지만 가평의 이 집은 별장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그런지 일단 넓고, 넓으며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부모님은 이곳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기 원하셔서 이곳에 자리를 잡으셨다. 내 여동생 시연이도 지금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내년에 고3이 되고, 대학을 서울로 오게 된다면 아마도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오게 되리라.

“저 왔어요.”

내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시연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뭐야, 오빠! 호야 찾았어?”

반가운 것은 내가 아니라 호야인 것 같지만.

“어.”

“이 녀석! 누나가 얼마나 찾았는데.”

시연이는 달려와서 호야를 안아들었다. 호야는 그런 시연이에게 얌전히 안겨준다. 매우 귀찮다는 얼굴로. 고양이의 표정을 알아보는 것은 정말 반려인이 아니라면 힘들 것이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의 무뚝뚝한 말투.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오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우리 아버지는 표현이 서툰 분일 뿐이다.

“멧돼지를 구해서요. 이거 같이 먹을라구요.”

“멧돼지?”

아버지는 내가 들고 온 아이스박스에 관심을 보이신다. 아이스박스를 열어보이자 매우 흥미로운 눈빛을 보이신다.

“처음 보는 종류 같은데?”

“멧돼지 자주 보여요?”

“아무래도 여긴 산이 가까우니까.”

“그렇구나. 아는 분이 선물로 주셨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먹으라고.”

“고맙다고 전해드려라.”

“네, 그럴게요.”

고맙다, 호야.

“어머, 아들!”

부엌에서 요리를 하시다가 늦게 나오신 어머니가 나를 반기신다.

“잘 지내셨죠?”

“당연하지. 이게 뭐지?”

“멧돼지요.”

“음? 당신.”

“왜?”

“이거 해체할 줄 알아요?”

“내가 이래봬도······.”

“모른다는 거네.”

“크흠.”

왜 아버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안 해보셨을 것이 당연한데. 서울 출생에 서울에서 쭉 사시다가 가평으로 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가평 사람이라기 보다는 아직 서울사람이었다.

“당신이 이장님한테 좀 부탁 해봐요. 이장님이 옛날에 도축장에서 일하셨다고 하셨으니까.”

“알았어. 아까운 술이 하나 날아가게 생겼네.”

시골의 정, 그런 거는 오고가는 선물 사이에 싹트는 법이라고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었다. 사실 그게 제일 깔끔하니까.

시연이는 호야와 정신없이 놀고 있고, 어머니도 호야에게 관심을 집중하셨다. 몇 년 만에 돌아온 자식을 보시듯이.

그렇게 좀 있으니 이장님이 마당에 보이기 시작했다. 난 아이스박스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시우 왔구나.”

“네, 이장님.”

“어디 보자.”

난 아이스박스를 열어서 섬멧돼지를 보여드렸다. 그러자 묘한 눈으로 이장님이 섬멧돼지를 쳐다보신다.

“신기하게 생긴 녀석일세. 얼핏 보면 새끼 같은데 이게 다 큰 녀석이야. 세상에 이렇게 작은 멧돼지도 있네 그려.”

이게 다 큰 녀석이라는 것에 난 크게 놀라지 않았다. 관찰로 본 이 녀석의 이름에 새끼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어디 한 번 솜씨를 발휘해 볼까?”

칼을 꺼내는 이장님을 보고 난 그에게 물었다.

“이장님.”

“응?”

“저도 옆에서 배워도 될까요?”

“도축을?”

“네.”

“이걸 배워서 뭐에 쓰려고?”

“세상에 배워서 쓸모 없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큭, 그건 그렇지. 그럼 한 번 가르쳐 볼까? 일단 여기를 이렇게 결대로······.”

이장님은 가르치는데 상당한 재주를 가지신 분이었다. 덕분에 난 도축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

“더 배우고 싶으면 한 번씩 내려와.”

“네, 이장님. 그리고 이거 챙겨가서 드세요. 이거 고기가 장난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네.”

“오늘 우리 와이프가 포식을 하겠구만.”

이장님은 껄껄 웃으면서 아버지가 챙겨드린 술을 들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 가족의 바비큐 파티.

“와, 미쳤다.”

시연이는 고기를 먹자마자 욕을 하듯이 말했다.

“넌 이제 고2나 되가지고 여자애가 좀.”

“뭐? 어쩔?”

“됐다. 넌 서울로 올라오기만 해라. 그때 보자.”

“엄마! 오빠가 나 때려.”

“손도 안 올렸거든.”

시연 행동에 부모님은 웃으시면서 고기를 드셨다. 그리고 그때 내게 알림이 떴다.

-섬멧돼지 최초섭취로 체력이 5 오르셨습니다.

여기서 난 궁금했다. 내가 그렇다면 우리 가족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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