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화 게이트 주인이 별 건가?
제 4 화 게이트 주인이 별건가?
난 관심을 가지고 가족들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세 명에게서 딱히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처럼 게이트 안에서 상태창을 개방하지 않으면 메시지도 뜨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아무래도 좋았다.
왜냐?
맛있으니까.
“와. 멧돼지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대애박!”
시연은 호들갑을 떨면서 고기를 씹어먹었다. 그런 시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시연과 나는 띠동갑 남매다. 그래서 그런지 여동생이라는 생각보다는 조카라는 느낌이 더 든다.
“학교는?”
“뭐?”
“공부 잘 하고 있어?”
“내가 오빠야? 당연히 열심히······.”
“놀고 있다고?”
“귀신인데?”
나는 나름 공부를 잘 했다. 소위 스카이라고 부르는 대학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 바로 아랫 단계 정도의 대학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들어가서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을 하려다가 아버지 사업이 무너지고 지금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 내가 갈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근데 호야는 어떻게 찾은 거야?”
시연의 말에 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은 미뤄두기로 했다. 게이트 내부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나중에 안전이 담보되면 그때 가족을 데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어제 집으로 돌아왔더라고.”
내 말에 시연이는 호야를 번쩍 들더니 꼭 껴안으면서 말한다.
“이 녀석! 앞으로 가출하면 혼나!”
냐앙?
호야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울었지만, 목소리가 워낙에 귀여운 녀석이라 시연이는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오구오구 우리 호야 아빠 슬프게 했어요? 할머니한테 혼나요?”
냐앙.
호야는 어머니한테 애교를 부리고는 금방 나한테 안겨왔다. 그동안 혼자 살았으니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얘는 진짜 아빠밖에 몰라, 흥.”
시연이가 샘을 내며 말했지만, 가족들은 모두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섬멧돼지 고기 파티를 끝내고 난 내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호야가 내 팔을 베고 자리를 잡았다.
“호야야,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까?”
섬이라는 특수성을 보자면 딱히 자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 자체가 무슨 제주도만큼 큰 것도 아니고. 아마도 없을 거라는 생각. 그렇기에 다른 게이트 주인들처럼 게이트의 자원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냐앙?
“하긴 애당초 게이트에서 돈 벌 생각도 하지 않았긴 하지. 그냥 처음 생각처럼 생활스킬이나 익혀서 우리 오순도순 잘 살아보자. 맞다, 거기 농사도 되려나?”
냥냥냥.
호야는 내 품이 좋은지 흥얼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품에 더 깊게 안겨왔다. 난 그런 호야를 쓰다듬으면서 잠이 들었다.
***
“훅훅훅!”
“호호호호호!”
“이얏!”
시끄러운 가족들의 소리에 난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부터 뭔 난리를 치는 것인지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오니.
“뭐하세요?”
아버지는 역기를 들고 계셨고, 어머니는 팔벌려뛰기를, 그리고 시연이는 목검을 들고 설치고 있었다. 시연이는 검도를 오래 했는데, 학교에서도 대표선수로 활약을 할 정도다. 부모님도 원래 운동을 좋아하시기도 하셨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아침부터 이럴 이유가 있나?
“이상하게 기운이 막 샘솟는 것 같구나.”
아버지의 말씀.
“20년은 젊어진 것 같아.”
어머니의 말씀.
“나 곧 검기 나갈 듯.”
정신나간 시연이의 말.
“갑자기요?”
“어, 자고 일어나니 그렇던데? 네 엄마랑 시연이도 그런 것 같고. 넌 안 그러냐?”
기운이 샘솟는다는 것. 그말에 난 뭔가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섬멧돼지 고기.
“그래요? 그거 참 좋은 일이네요.”
난 모른척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네가 가지고 온 고기가 보통 고기가 아닌 것 같다. 그 게이트라는 곳에서 가지고 온 고기가 아닐까? 네 지인이라는 분한테 한 번 물어봐라.”
오래 사업을 하셨던 분답게 아버지는 통찰력이 뛰어나셨다.
“그럴수도 있겠네요. 한 번 물어볼게요.”
“그래, 이렇게 귀한 걸 주신분께 선물이라도 하나 해드려라.”
“네, 아버지.”
난 가족들과 아침을 먹은 후에 집으로 출발했다.
***
나에게 주어진 행운은 내가 뭔가를 해서 얻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운을 외면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난 집으로 오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다시 마주했다.
“가자!”
냐앙!
다행히 호야는 게이트를 넘어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혹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내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에게 안겨서 그대로 게이트로 넘어가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게이트로 넘어왔을 때 그 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밖과 이곳의 시간이 1:5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텐데 훼손된 물품은 없었다.
“책이나 읽을까?”
냐앙?
호야는 내 말에 내 옷깃을 물고는 낚싯대가 있는 곳으로 끌었다.
“낚시하자고? 호야 물고기 먹고 싶어?”
냥!
“그래, 그런데 아빠가 잘 할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랑 어릴 때 자주 다니긴 했지만, 대부분은 아버지가 해주셨었거든.”
그래도 본 가닥은 있어서인지 미끼를 끼우고 대충 캐스팅을 흉내낼 수 있었다. 낚싯대에는 릴이 달려 있었는데, 이것도 기계라고 하면 기계장치일텐데 왜인지 몰라도 작동이 되었다. 그렇게 낚싯대를 드리운 상태로 난 책을 폈다. 예전에 나온 책으로 주인공이 게이트와 현실을 오가면서 부자가 되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힐링물······은 아니다.
주인공으로 인해서 게이트의 침략이 시작되고, 주인공은 발에 땀나도록 그것을 막으러 다니는 내용이 주된 이야기다.
“호야, 여기에도 몬스터가 있어?”
냐앙?
“그러니까 섬멧돼지 말고 괴물들.”
내 말에 호야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한 방향을 쳐다본다.
“뭐, 뭐야! 저기 있다고?”
냐앙!
그렇다고 하는 것 같다.
“정말 여기에 몬스터가 있다고? 아직 게이트에 살고 있는 몬스터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는데······.”
몬스터가 여기에만 있을까?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게이트마다 모두 한 곳이 아니라는 가설은 많다. 게이트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그런 가설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존재한다면 여기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 정보를 감춘 거겠지.”
이유가 뭘까?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세상에서 많은 것들의 이유는 하나다.
바로 돈.
아마 몬스터가 돈이 되거나, 몬스터가 알려지면 돈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몬스터 위험해?”
냐앙.
호야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내게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하긴 넌 만렙토끼······가 아니라 만렙냥이지. 뭐 만렙은 아니겠지만. 아빠가 섭섭하게 한 거 없지?”
냥냥냥냥!
많은가보다. 난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몬스터가 있고, 그게 정말 위험하다면 호야가 혼자 생존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뜻하지 않게 게이트를 넘어와서 만렙 팻을 공짜로 얻은 기분. 원래 테이머는 본체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 국룰!
그렇게 책을 보고 있는데 찌가 움직였다.
“얍!”
나름 각오를 하고 낚싯대를 당기는데 뭔가 좀 허무할 정도로 물고기가 당겨졌다.
“헐, 나 낚시에 재능이 있는 듯.”
내 말을 들은 걸까?
-낚시(액티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시스템이 응답했다. 드디어 생활스킬을 하나 더 얻는 순간이었다.
낚시 스킬을 관찰해보니 낚시를 잘 하게 해준다는 단순한 설명이 나왔다. 딱 봐도 그거 외에는 없어 보이긴 했다.
“어디 보자. 이게 뭐냐?”
난 내가 잡은 물고기를 한참 쳐다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레인보우 피쉬.
섬 연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다. 살이 쫄깃하고, 매우 맛있다. 최초 섭취시 지능이 3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지능이 1씩 오른다.
레인보우 피쉬.
이름처럼 무지개색이 영롱한 물고기다. 딱 보면 먹기 꺼려지는 비쥬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설명을 보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내가 똑똑해지는 방법이니까.
“근데 여기 생물들은 다 이렇게 능력치를 올려주는 건가?”
냐앙?
호야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호야는 상태창이 보일까? 보여도 읽을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얘는 회로 먹자!”
냥!
호야의 기쁜듯한 울음 소리에 난 웃음이 나왔다.
“근데 나 회를 뜰 수 있나? 아버지가 하는 건 많이 보긴 했는데. 한 번 해보자.”
회칼은 이미 준비를 해왔다. 준비성 철저한 선우가 이런 것도 팔았다. 아니 준비성이 아니라 내가 호구라서 산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녀석이 권한 것 중에 쓸모 없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다. 내 하나뿐인 친구니까.
난 레인보우 피쉬의 비늘을 긁어내고 조심스럽게 회를 뜨기 시작했다. 의외로 난 회를 뜨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그때다.
-손재주가 1 올랐습니다.
-스킬 요리(액티브) 2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헐! 나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호야.”
요즘은 요리를 잘 하는 남자가 대세라던데 나도 대세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요리 스킬은 내가 노리고 있던 생활 스킬이다. 당연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의외인 것은 2레벨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아마도 혼자 살면서 그간 요리를 해먹은 것들의 경험치가 합산된 것이리라.
“자, 먼저 먹어.”
호야는 내가 회를 뜬 레인보우 피쉬의 고기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한 입을 먹었다.
“와, 돌았네.”
쫄깃하고 맛있다더니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난 서둘러 미끼를 끼우고 다시 캐스팅을 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회를 호야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지능이 3 올라서인지 뭔가 내가 더 똑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하긴 이렇게 따지면 지능이 100정도 되면 뭐 아인슈타인이라도 되지 않겠어?”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난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오늘은 낚시로 끝장을 보는 거다.
하지만 아직 나의 낚시 스킬은 참 하찮은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 시간 정도를 계속 낚시를 해보았지만, 더는 한 마리도 낚지 못했으니까.
“난 포기가 빠른 남자지.”
난 깔끔하게 포기하고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다. 커다란 텐트를 오늘은 설치를 해봐야 할 때다. 선우가 무려 200만원짜리라고 이건 절대 사지 말라면서 눈을 반짝이며 팔았던 대형 텐트.
거의 군대 있을 때 보았던 야전막사를 방불케 하는 크기다. 그래도 난 큰맘먹고 이걸 샀었다. 여기에 통나무 집이라도 지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해봐라. 그게 쉬워보이는 일인지. 그래서 난 현대의 물품으로 그것을 대신하고자 했다.
그렇게 텐트를 다 설치하니 다시 손재주가 1올랐다. 의외로 이 능력치 잘 오르는 느낌이다.
“아, 기준치 이하라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하아악!
호야가 전투모드로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