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5화 (5/182)

제 5 화 생존 시작.

제 5 화 생존 시작.

고양이는 기분이 나쁠 때나 경계를 할 때에 소위 말하는 하악질이라는 것을 한다. 그것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라 아깽이들도 하악질을 할 줄 알 정도다.

그런데 호야가 하악질을 했다. 숲이 있는 방향을 향해. 이것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몬스터?”

하아악!

호야는 계속해서 경계를 하는 듯이 숲을 보며 하악질을 하고 있다. 난 조심스럽게 활을 들어 올렸다. 이 활도 선우가 웃으면서 챙겨준 것이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며. 활에 화살을 걸고 그대로 숲을 향해 조준하고 있을 때 숲에서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늑대였다. 얼핏 보면 대형견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대형견과는 다른 녀석으로 보였다. 그리고 녀석을 나를 향해 으르렁 거리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위협하듯이.

“호야형, 살려주세요.”

난 조용하고 단호하게 호야에게 요청했다. 매우 정중히하게.

“호야?”

정작 내가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을 했는데 호야가 보이지 않았다.

“하아, 인생.”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 크게 고생하지도 않았고, 호야가 늘 마음에 걸렸는데 호야도 다시 만나게 되어 안아볼 수 있었으니 만족한다.

부모님과 시연이한테도 체력을 올려주는 섬멧돼지 고기도 진상했으니 나름 괜찮은 삶이다······는 개뿔.

살아야된다.

난 꼭 반드시 살아남을 거다.

“이 한 발에 모든 것을 건다.”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보통 이런 말을 하는 애들은 둘 중에 하나던데.

죽이거나, 죽거나.

그간 읽은 것들을 떠올려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이 대사는 마치 그것 같다. ‘죽었나?’라는 마법 주문. 그 주문을 날리면 상대는 거의 99%살아 있는 거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요즘 저 대사를 주로 하는 녀석들은 악역 쪽이다.

활을 조준하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떠오르다니.

크릉!

내가 딴 생각을 하는 걸 눈치챈 걸까? 갑자기 늑대가 나에게 몸을 날린다. 난 정확히 녀석의 미간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 힘과 민첩성, 거기에 지능과 정신력, 손재주를 다해서 쏜 것이다.

팅!

화살은 정확하게 늑대의 미간을 향했다. 마치 대한민국 양궁 선수가 엑스텐을 맞추는 것처럼 정확했다. 역시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아주 짧게 뇌리를 스쳐갔다.

문제는.

놈의 미간이 철갑을 두른 것인지 팅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튕겨나갔다는 점이다. 어쩌면 두개골을 뚫을 정도로 화살이 강력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늑대에게 곧 물어죽을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침착함’이라는 스킬은 참 무서운 것 같다.

난 눈을 감았다.

깨갱!

고통은 없었다. 깔끔한 한방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이 자리에서 깨갱이라는 소리를 낼 존재는 하나뿐이다. 나도 호야도 아닌 늑대.

눈을 떴다. 그러자 호야가 늑대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하하하.”

뭔가 상당히 웃긴 장면이다. 견종 중에서 가장 크다는 세인트버나드 보다 큰 늑대를 호야가 말 그대로 두들겨 패고 있다. 호야의 크기는 늑대의 머리 정도 크기다. 얼핏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호야의 앞발은 눈보다 빠르다.

적어도 내 눈보다는 빠르게 늑대를 패고 있다. 그것을 보고 난 깨달았다.

“우리 호야, 오른발잡이구나?”

아마 너튜브 같은 곳에서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냥냥펀치라는 것이 양발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한 발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은 한 발만 사용한다. 호야가 바로 그 경우다. 이미 쓰러진 늑대를 호야는 열심히 오른발로 패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잠시 후에 늑대는 완전히 늘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난 늑대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늑대(10레벨, 죽음)

섬에서 살고 있는 늑대다. 좁은 섬에서 태어나서 살고 았어서 무리생활을 하지 않고 단독생활을 한다. 살이 질기고, 맛은 없다. 최초 섭취시 힘이 5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힘이 1씩 오른다.

섬멧돼지가 같은 레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레벨이 3개만 올랐다. 난 고민을 하다가 힘과 민첩 그리고 체력을 5씩 포인트씩 올렸다. 소설에서 보면 능력치는 모아놨다가 나중에 올리는 것이 국룰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미친 짓이다.

그런 것도 장비가 되거나, 뭔 특별한 클래스를 얻었다거나,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나처럼 생활스킬밖에 없는 애들은 그냥 잘 버티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물론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후회도 살아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호야! 어디 갔었어? 아빠두고.”

냐앙!

호야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어이없이 울었다. 어련히 알아서 살려줄까봐 그랬냐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호야는 숨어있다가 일격에 섬늑대를 처리한 거다. 물론 미끼는 나였겠지만.

“야, 솔직히 네 레벨이면 숨어 있을 필요 없이 그냥 내 앞에 있다가 후려쳐도 됐던 거 아냐?”

내 말에 호야가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냐아앙?

“헐, 진짜 몰랐던 거야? 아니면 그렇게 사냥하는 게 습관이 된 건가?”

따지려다가 생각해보니 호야가 이 게이트 안에서 어떻게 생존했을 지가 상상이 되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 기분이었다.

평범한 고양이가 게이트에 들어와서 혼자 생존을 한다는 것은 정말 로또에 연속 당첨될 확률보다 낮은 거 아닐까? 특히나 섬멧돼지나 섬늑대 같은 나름 저렙 몬스터만 해도 사람인 내가 상대하기도 벅찼는데 호야는 어땠을까?

“미안,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가 앞으로 아주 많이 강해져서 우리 호야 지켜줄게.”

냥! 피식.

이시키 방금 비웃었다.

“야, 너!”

냥!

호야는 재빨리 다른 베이스캠프로 달려가서 텐트 속으로 쏙 들어갔다.

“내가 뭘 바라냐. 근데 이건······. 정말 먹어야 되나?”

설명에 오죽하면 질기고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써 있을까? 그래도 최초섭취시 힘이 5나 오른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난 적당한 양을 잘라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늑대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했다. 웬만해서 구우면 어느 정도는 먹을만 하기 마련이다.

“줄까?”

호야는 배를 발라당 까고 누워서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뭔가 어제 처음 만났을 때는 엄청 반갑고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고, 호야는 호야인 것이다.

“그래, 아빠 혼자 먹을게.”

난 그렇게 얘기하면서 호야에게 짜주는 간식을 작은 그릇에 몇 개나 짜주었다. 그러자 호야는 기분좋은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그리고 난 늑대고기를 씹었다.

“냄새는 그럴듯한데······ 이게 왜 고무가 아니고 고기라는 거지?”

이건 도저히 가족들에게 먹으라고는 못하겠다. ‘침착함’스킬이 있는 나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맛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먹으니 힘이 5올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나의 요리 2레벨의 실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맛이었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말했지만, 힘을 올려주는 다른 동물을 찾지 못한다면 꾸준히 저녀석을 잡아먹어야 한다. 그렇게 늑대고기를 먹고나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호야, 아빠 잘 테니까 좀 봐줘.”

냐앙.

대답을 하면서 내 팔을 배고 누워버리는 호야. 그러고서는 내 코를 열심히 핥는다. 고양이들마다 최애가 있기 마련인데 얘는 내 코를 핥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까끌한 호야의 핥음을 나도 참 좋아했다. 그렇게 호야가 핥아주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밤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밤이다. 낮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다시 낮에 들어왔었으니까. 밤이라는 것은 그 특유의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내게도 해당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결정했다.

“호야, 집에가자.”

냐앙!

내 결정은 일단 집으로 가는 것이다.

굳이 어두운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도 좀 성장한 후에 밤을 맞이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다.

돌아와 보니 지구는 아직 낮이었다. 시간이 1:5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실감이 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두어시간 후에 다시 게이트에 들어가면 밝은 날일 거다.

일단 난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어, 무슨 일이야?

“야, 네가 준 이 활.”

-어, 진짜 같지?

그런 거냐? 이미테이션에 난 목숨을 걸었던 거냐?

“야이씨!”

-야, 그럼 그게 진짠줄 알았냐? 그거 엄청 약할 텐데? 딱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잖아?

“태어나서 활도 처음 보는데 그걸 알겠냐?”

-그런가? 그런데 이런질문을 한다는 것은 활을 쏴봤다는 거네? 너 어디 유기견한테 쏘기라도 했냐?

“이 미친놈. 그런 짓을 하겠냐?”

-하긴 넌 동물을 좋아하지.

너무 좋아해서 두 마리가 뱃속으로 들어왔을 정도다. 늑대 고기를 생각하니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걸 쏠 일이 왜 있지?

선우의 날카로운 질문에 난 쉽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황한 것은 아니다. 패시브 스킬 ‘침착함’은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그럼 산 물건을 확인도 안 해보냐? 나무판에 쏴봤는데 튕겨나오더라. 그래서 황당해서 전화했다.”

-뭐, 그건 어쩔 수가 없지. 무기는 쉽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그거 조금만 바꾸면 진짜 무기가 된다.

“어떻게?”

-해줘?

“그러면 좋고.”

-그런데 그게 왜 필요한데?

“반품할까?”

-AS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고객님! 내일 매장으로 가지고 나오시면 제가 감쪽같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오냐.”

어쩌면 선우가 게이트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호야, 맘마먹자.”

난 호야가 좋아하는 사료는 깨끗이 씻은 그릇에 담아주었다. 이 그릇은 호야가 원래 애정하던 그릇이다. 그렇게 호야의 밥을 챙겨주고 나도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 부모님댁에서 가지고 온 씨앗들을 챙겨서 게이트를 넘어갔다.

***

게이트를 넘어오니 밝은 아침이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맑은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일단 호야야, 오늘은 이것만 심고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냐앙.

호야는 옆에서 뒹굴고 난 열심히 땅을 뒤집었다. 그리고 거기에 씨앗들을 심고, 준비해온 물을 부었다. 이곳에도 민물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물이 없다면 호야가 생존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멧돼지나 늑대들도 죽었을 테니까.

“어? 이슬이라도 먹을 수 있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물이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씨앗을 뿌리고 난 뒤에 베이스 캠프를 점검한 후에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현실의 하루는 이곳의 닷새다. 그래서 혹시 씨앗이 발아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난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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