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6화 (6/182)

제 6 화 이게 게이트산이라고?

제 6 화 이게 게이트산이라고?

“네? 출장이요?”

-어, 시우 씨가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공장에 출장을 다녀오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거다.

“그건 제 업무가 아니지 않나요?”

-알지. 우리부서 업무가 아니라는 거.

“그런데 왜 저한테?”

-지금 업무가 비어 있는 사람이 자네밖에 없어서 그러지.

“아무리 그래도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세, 그리고 이 업무한 하고 자네는 내일 휴무처리를 해줄 테니 모레 출근 하면 될 걸세.

하루를 공으로 쉰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 업무를 내가 꼭 해야되는 것이냐지만, 회사 일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청주 공장에 가서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청주 공장에서 주는 것을 가지고 국립과학연구소에 분석을 맡기기만 하면 될 걸세.

“그렇게만 하면 된다는 거죠?”

-그래, 부탁 좀 할게. 이번에 새롭게 우리 사료에 추가할 거라는데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해롭지 않은 것인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뭔가를 새롭게 추가한다는 것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성분이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는 하나를 생각할 수 있다.

‘게이트 안에서 가지고 나오는 건가?’

난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거, 뭐 위험하고 그런 것은 아니죠?”

-안전하게 밀봉을 해서 준다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걸세.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자네가 임의로 열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게이트 안에서 얻은 물질로 의심되니 나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냥 이 일을 맡기로 했다. 어차피 위에서 하라는데 내가 안 하겠다고 하면 인사고과에 안 좋은 점수가 반영될 테니까.

-그래, 그것만 맡기고 결과는 어차피 회사로 올테니까 자네는 하루 쉬고.

“네.”

하루 쉬라는 것이 뭔가 괜히 자가격리를 하라는 의미로 들리는 것은 내 착각이겠지? 일단 난 준비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냐앙.

문제는 이 녀석.

호야는 나와 밖에서 돌아다녀도 안전하다. 물론 이 안전하다는 나와 호야를 말하는 것이다. 호야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 혹은 동물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냥냥펀치 한방에 그 큰 늑대가 날아가는 마당에 인간의 연약한 몸은 당연히 한 방에 주님 곁으로다.

그래서 얘를 데리고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가 결정했다.

“호야는 집에 있자. 아빠는 회사가서 돈벌어서 호야 맛있는 거 사줘야지.”

냐앙.

기껏 고민해서 어렵게 말했건만 호야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혼자 괜한 고민을 한 셈이다. 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캣타워에 올라가는 호야를 보며 난 밥과 물을 새로 챙겨주며 잡을 나섰다.

***

청주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차가 막힐 시간도 아닌지라 점심 먹을 시간이 될 즈음에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아, 본사에서 오신 분 맞죠?”

“네, 최시우라고 합니다.”

“청주 공장장 김택수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개인적인 친분을 맺는 것이 아닌 업무적 관계이니 당연한 일이다.

“식사를 아직 하지 않으셨으면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우리 구내식당 밥이 맛있습니다.”

“아,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공장장님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했는데 그는 진심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먹을 것을 만드는데도 매우 진심이었다. 이런 부분은 나도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네, 정말 맛있었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그럼 샘플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요?”

“네, 저도 궁금하던 참입니다.”

“아마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공장장님의 안내를 받아서 난 샘플이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샘플의 정체는 바로 상당히 덩치가 큰 닭이었다.

보통 알고 있는 닭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이게······.”

“네, 이게 바로 문제의 샘플입니다.”

난 닭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닭의 털은 매우 하얀 편으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백계라고 불리는 종이었다. 그때 알림이 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름: 브란 닭(1레벨).

브란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닭이다. 살이 연하고, 매우 맛있다. 꾸준한 섭취시 기력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브란이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닭이라는 설명, 그리고 기력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회사에서 왜 이 닭을 사료에 넣으려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치료용 사료에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음, 생긴 것은 그다지 특이할 것은 없어 보이는군요. 크기가 크다는 것을 빼면.”

“맞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맛이 있습니다.”

“성분도 제대로 검사해보지 않았는데 드신 겁니까?”

내 말에 공장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가 게이트 주인입니다. 그 친구 게이트 안의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녀석이고, 그 게이트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매우 좋아하는 식재료라고 합니다.”

“게이트산이라는 얘기네요?”

“그렇죠.”

왜 이 닭이 여기에 샘플로 도착을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공장장님의 친구라는 분이 게이트 안에서 양계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고.

“그 게이트 안에 지구인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산다고 합니까?”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자 웃으면서 말한다.

“게이트 안이야 다른 세상이고, 거기는 공기도 있고, 물과 먹을 것들도 있는데 사람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 친구 게이트에서는 아직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고 하지만요.”

공식적으로 이계인이라 불리는 존재들과 조우한 기록은 없다.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없을까?

물론 없을 수도 있다. 이계라는 곳에서는 인간이 원주민이 아닌 다른 종족이 원주민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게이트에는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작은 섬에 이계인이 살아가기에는 그다지 좋은 곳으로 보이지는 않으니까.

아무튼,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게이트산 닭을 사료로 사용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그런데 단가가 맞을까요? 게이트산이라면 비쌀 텐데요.”

“뭐 보통 닭보다는 비싸긴 하지만, 결국 치료용으로 만드는 사료에 사용될 것이고, 효과만 좋다면 그정도는 감안해서 살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맞는 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날리는 털들? 아니면 배변을 치우는 것? 물론 이런 것들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동물병원이라는 곳은 원래가 비싸다. 동물이 우리처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닌지라 한 번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면 수십만 원이 깨지는 것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보통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적금을 드는 것처럼 반려동물 치료통장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부모님이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낼 때에 상당히 큰 금액이 들어서 치료를 했던 기억이 있다.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아플 때에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없다. 거기에 반려동물 대부분은 자신이 아픈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아닌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그래서 아프다는 것은 반려인이 인식하게 될 때에는 이미 심각한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니 사료로 치료 자체를 하지는 못해도 기력을 회복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아마 조금 비싸더라도 충분히 구매하려고 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살아 있는 상태로 데려가야 되는 거죠?”

“네, 특수하게 만든 케이지입니다. 방사능 같은 기본적인 검사는 이미 했으니 위험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나도 알 수 있다. 관찰 스킬을 이미 사용해보았으니까. 그래서 데리고 가는 것에 큰 부담은 없었다. 다행히 내 차는 SUV라 어렵지 않게 한 쌍의 닭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럼 전 올라가 보겠습니다.”

“네, 검사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그러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이라서요.”

“하하, 저도 집사입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공장장님과 인사를 하고 난 국립과학연구소로 차를 몰았다.

***

연구소에는 우리말고도 여러곳에서 온 게이트산 동식물들, 그리고 광물 같은 것들의 의뢰가 많이 몰려든다고 한다. 대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서 게이트산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연구원을 통해 들었다. 물론 그런 부분은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먹은 섬멧돼지나, 섬늑대, 레인보우 피쉬 같은 것들만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가.

난 연구소에 브란 닭을 맡기고 회사에 연락을 해서 진행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전에 선우한테 들렀다. 활의 개조를 위해서다.

“너, 이거 사람한테 쏘면 안 된다?”

“미친놈아, 사람한테 쏘겠냐?”

“하긴 네가 그렇게 미친놈은 아니지.”

“그렇게 미친놈이 아니라는 것은 미친놈은 맞긴 하다는 거네?”

“몰랐냐? 너 좀 미친 놈인거?”

“처음 듣는 이야기를 진심어리게 해서 당혹스럽네.”

“크크크. 네가 언제 그런 거 신경이나 썼다고.”

이놈이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 이놈은 내가 살짝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스킬 ‘침착함’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당황할 상황에서도 당황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니까? 아마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됐고, 우리 호야 찾았다.”

“뭐? 진짜? 어디서?”

“그냥 돌아왔어.”

“와, 미친. 주인이나 고양이나······. 아무튼 다행이다. 나 네가 당황하고 난리치는 건 너 만나고 호야 잃어버렸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랬다. 그때의 나는 침착함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난리를 쳤었다.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침착할 수는 없으니까. 혹시 ‘침착함’의 레벨이 오르면 그래도 침착하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반쯤 인간으로 돌아왔구나.”

“반은 여전히 아니라는 거네?”

“뭘 따지냐 시캬. 그리고 이거 어떠냐?”

“이거?”

선우가 보여주는 것은 다른 활이었다. 그것도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이는 것.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것인데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이게 이래 보여도 각궁이라는 물건이다. 심지어 게이트산 재료들로 만든 각궁이다.”

“각궁? 조선의 비밀병기라는 그 각궁? 그거 실전된 거 아니냐?”

“뭐 복원을 했다고 하더라. 이건 주문제작이다. 어떻게 하나 주문해줘? 300이다.”

스파르타를 외치고 싶은 가격이다.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자.”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우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선우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한다.

“게이트냐?”

선우의 질문에 난 조금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어.”

“어떤 곳인데?”

“작은 섬이다. 뭐 대단한 것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동물들은 몇 있더라. 낚시도 되고.”

“괜찮네. 근데 비밀로 해라. 앞으로 매장으로 오지 말고, 전화로 나한테 따로 주문하고.”

선우의 말에 난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관찰 스킬이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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