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화 다른 게이트의 주인
제 10 화 다른 게이트의 주인
다른 게이트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렸다.
“그 사람도 ‘관찰’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부분이다. ‘관찰’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도 나를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거로 생각했다.
브란닭을 관찰로 확인했다면 그녀석을 그냥 닭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내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은 확실히 확인을 해봐야 했다.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알려진 바로 한국 내에 존재하는 게이트는 50개가 되지 않는다. 게이트의 주인도 50명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그런 희귀한 게이트의 주인을 직접 만나볼 일이 지금까지 살면서 있을 리가 없다.
일단 난 공장장님을 만나러 청주 공장으로 향했다. 그 전에 우리 호야를 챙겼다. 최소한 내 안전은 보장되어야 하니까.
***
냥!
호야는 매우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호야를 태우고 곧장 청주 공장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두어시간 운전을 하고 공장에 도착하니 공장장님이 나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또 뵙네요.”
“네, 그럼 바로 가시겠습니까?”
“기다릴 이유는 없겠죠?”
“네, 안내하겠습니다. 제 차로 가실까요?”
“아, 가능하면 제 차로.”
호야 때문에 내 차로 가기로 했다. 차에 타자 공장장님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한다.
“고양이를 이렇게 데리고 다니시는 건······.”
그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기에 호야가 차에 타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니까.
“죄송합니다. 얘가 분리불안이 심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가 그렇다고 해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때였다.
냐앙!
호야가 재빨리 공장장님에게 애교를 부린다. 발라당 배를 까뒤집으면서.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가식적인 애교지만, 그 애교에 공장장님은 정신이 혼미해진 것인지 입가를 씰룩이며 말한다.
“하긴 세상 모든 고양이가 다 같다고 할 수는 없겠죠. 애 건강 상태도 좋아보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은 아니네요.”
사료 공장에서 사료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사람라 그런지 반쯤은 수의사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렇게 잠깐의 헤프닝이 있고서 우리는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친구분이시라구요?”
“네, 어릴적부터 동네에서 같이 자란 친구입니다.”
“혹시 성격이······?”
이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계약을 하기 위해서 상대를 알아야 하니까.
“성격 좋습니다. 애초에 게이트의 주인이 된 후에 특별히 제한없이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기도 했고 말이죠.”
“그럼 공장장님도 들어가 보셨습니까?”
“하하, 이 나이에 게이트에 들어가서 뭘 하겠습니까? 헌터가 되고 싶은 꿈도 없구요.”
보통의 웹소설에 나오는 헌터 이야기의 헌터는 매우 돈을 잘 벌고, 힘이 있는 사람들로 묘사가 된다. 분명 그 세계관에서는 그게 옳다. 거기는 세상에 몬스터가 나오고,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헌터는 상당히 각광받는 직업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게이트 밖으로 아직 몬스터가 나온 적이 없다. 최소한 알려진 것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선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잘 나가는 헌터라고 해봐야 겨우 20레벨 수준. 그렇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 비해서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슈퍼맨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
물론, 그렇다고 해도 보통 회사원들보다는 월등하게 수입이 많을 수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많을 수도 있다는 부분.
헌터를 꿈꾸는 젊은 이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 일에 도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내 주변에도 실제로 헌터인 사람은 선우뿐이니까. 선우가 헌터라는 것도 이제 알았을 정도니 아마 헌터를 희망하는 이들은 많아도 진짜 숫자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공장장님은 친구가 게이트의 주인이라고 해도 헌터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 왔네요. 제 친구는 상식적이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니 계약이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죠.”
공장장님이 가리키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전원주택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 게이트가 있었다. 내 방에 있는 게이트와 생긴 것은 똑 같이 생겼다. 난 가만히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알림이 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쌍방향 게이트 57BA(소유자: 강미영).
이 게이트 역시 내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쌍방향 게이트고 소유자는 강미영이라는 분이다. 그것을 보고 있을 때 거실에서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걸어 나온다.
“왔니?”
“어, 나와있네?”
김택수 씨의 친구는 여성분이었다. 게이트의 주인이 남자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반이 여자인데 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 이분은?”
“우리 회사 본사에서 오신분.”
“안녕하세요? KF 최시우 대리입니다.”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었어요. 강미영이라고 해요.”
난 강미영 씨와 악수를 하면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관찰이 발동되기 전에 알림이 하나 더 떴다.
-관찰 스킬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강미영(3레벨).
힘: 12, 민첩: 10, 지능: 14, 정신: 13, 체력: 11, 돌봄: 20.
잔여 포인트 : 0.
스킬: 돌보기(액티브) 5레벨, 요리(액티브) 4레벨, 축산(액티브) 4레벨.
레벨도 나보다 낮았고, 능력치도 나보다 훨씬 낮았다. 특이한 것은 돌봄이라는 스탯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돌보기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사 스킬은 없으시고, 축산과 요리의 레벨은 높았다.
결정적으로 관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점에서 난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즉, 저분은 내가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닭이 아주 실하다고 실험결과를 받았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납품을 하실 수 있으신 건지······ 물량이 상당할 텐데요.”
“아, 그건 걱정마세요. 게이트 안에서는 닭이 번식을 잘 하더라구요. 빠르게.”
“그렇습니까? 듣기로는 게이트와 이곳의 시간이 다르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혹시 그런 건가요?”
“그런 이상한 얘기를 어디서 들으셨어요? 아니, 다른 게이트는 그런 곳도 있나? 넌 들어봤어?”
강미영 씨의 질문에 공장장님도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나도 처음 듣는데? 시우 씨는 어디서 그런 얘기를?”
“아, 인터넷에서 떠도는 카더라였나보군요. 하하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게이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좀 과장된 것도 있고 그러니까요. 다른 게이트는 모르겠지만, 우리 게이트는 그래요.”
“그렇군요. 그럼 게이트 안에는 어떤······?”
“아, 우리 게이트 안에는 동물들이 많아요. 주로 초식동물들이구요. 육식동물이 있긴 한데 소형 육식동물들이라 사람에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죠.”
게이트 안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라면 레벨을 올리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헌터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양계장만 하시나요?”
“아뇨, 소도 키우고, 돼지도 키워요. 조금 생긴 게 다르긴 하지만 소랑 돼지죠. 말도 찾아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말은 찾지 못했어요.”
강미영 씨는 자신의 게이트가 매우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았다. 성향 자체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아무튼 납품에 차질이 없다면 계약하시죠.”
“네, 일단 읽어볼게요.”
“천천히 살펴보세요.”
“아, 그 사이에 한 번 게이트에 들어가 보시겠어요?”
혹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호야가 내 다리를 잡아끈다.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리라. 그런 호야의 뜻에 난 반하지 않았다.
“아뇨, 제가 겁이 많아서, 하하하.”
“이해해요. 모두가 게이트에 들어갈 필요는 없죠.”
나중에 호야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호야는 분명히 나를 막아섰다. 호야의 지능이나 정신이 나에 비해서 훨씬 압도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리라.
“그럼 조금 살펴볼게요.”
“네.”
강미영 씨가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사이에 게이트에서 사람들이 몇 나왔다. 그런 사람들을 관찰로 살펴보았다. 레벨은 대부분 4에서 6사이다. 전투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궁술이나 검술, 혹은 창술. 특이한 스킬은 함정 같은 스킬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생활스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익히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익히지 못한 것인지. 특수 능력치를 가진 사람도 없었다. 선우의 경우와는 달랐다. 게이트에 따라서 다른 것인지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강미영 씨에게도 인사를 한 후에 집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손에는 게이트 안에서 잡은 것으로 보이는 동물 사체와 식물 같은 것들이 있었다.
관찰로 살펴보니 기력을 회복한다거나, 활력을 북돋는다는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나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은 없었다. 아마 이 게이트의 특색인 것 같았다.
“저분들은?”
“아, 주마다 사용료를 내시고 사냥을 하시는 분들이예요. 우리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들이 나름 비싸게 팔린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이 게이트의 시스템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미영 씨는 게이트를 사람들에게 이용하게 해주고 이용료는 받는다. 그리고 안에서 농장을 가꾸는 것 같았다. 축사를 여러 개나 운영한다고 하니.
“다른 분들도 안에서 축사를 만들 수는 없나요?”
“이상하게 다른 분들이 키우는 동물들은 번식이 빠르지 않더라구요. 일종의 게이트 주인이 가지는 특권이 아닐까 싶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게이트 주인은 특권을 가진다. 이건 내가 막연히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생각을 다른 게이트 주인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게이트의 주인이 가지는 뭔가가 많은 것 같다. 출입권한도 게이트의 주인이 가지고 있고, 게이트 내에서도 특권을 가지는 것 같으니까.
강미영 씨는 꼼꼼히 계약서를 살피고 사인을 해주었다. 그녀를 통해서 난 게이트에 대해서 몇 가지를 더 배우게 되었다.
***
계약을 마치고 난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호야에게 물었다.
“호야, 거기 아빠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 거지?”
냐앙!
맞는다고 대답을 한다.
“내가 들어가면 위험해?”
냐앙!
이것도 그렇다는 대답으로 들린다.
“왜?”
냥냐냥냐냐냐냥냥냥.
뭔가 잔뜩 설명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애초에 고양이의 말을 내가 알아들을 수는 없으니 설명을 알아들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호야는 본능적으로 내가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건 어쩌면 게이트 주인의 특권과 반대되는 것이 아닐까? 일종의 패널티랄까?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