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화 새로운 스킬.
제 11 화 새로운 스킬.
이제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몇 가지 선택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 게이트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사실 대상의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준다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또 다른 것은 아예 숨기는 것이다. 선우나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처럼 완전히 이 게이트의 존재를 숨기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가능할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벌써 내가 말하기 전에 선우도 알아차리고, 아버지도 알아차리셨다.
그렇기에 비밀을 완전히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사실 크게 하지 않는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지는 숨긴다는 것이지. 비밀을 유지한다는 것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만 입을 다물면 되지 않느냐? 그럼 내 행동은 달라지지 않을까? 내가 의도를 하건, 의도를 하지 않건, 내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힘이 달라지고, 민첩, 체력, 지능, 정신력이 달라진다. 그런데 그 전과 내가 같은 행동과 행동양식을 보일 수 있을까?
솔직히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숨길 수 있을 때까지는 숨겨야겠지만, 숨기는 선택지가 완전하지 못하다면 지킬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에 최선을 다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치, 호야?”
냐앙!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는 호야. 생각해보면 내가 자기를 부를 때마다 대답은 참 꼬박꼬박 잘 해주는 우리 호야다. 나름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리라.
“호야! 아빠가 강해져야 할 것 같다. 들어가자, 아빠 렙업시켜줘.”
냥!
호야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게이트로 들어갔고, 난 뒤를 따랐다.
***
“아, 공기. 우와, 작물들도 잘 자랐네. 하하하, 수확을······ 아니지! 호야, 사냥가자!”
습관적으로 수확을 하려다가 멈추고 호야를 따라서 사냥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저 숲에 뭔가가 있지?”
냥.
그렇다는 대답이다. 이제 호야의 대답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것도 같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같은 스킬을 안 생기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난 강해져야 한다. 내가 강해지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헌팅, 사냥이다. 그리고 그 사냥을.
“가라, 호야!”
냥!
호야가 어느 정도는 대신해 줄 것이다. 다들 집에 호야 같은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있지 않은가? 사람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어쩌지 못하는 호야 같은 고양이······라는 미친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로또 맞은 것보다 백만 배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호야는 숲으로 달려들어가더니 뭔가와 함께 숲에서 튀어나왔다. 그걸 보고 난 호야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호야, 형이 있었니?”
보통 고양이 이름이 호야인 경우는 비슷하다. 어딘가 뭔가가 고양이가 호랑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거나, 호랑이처럼 튼튼했으면 하는 마음이나 생각.
우리 호야는 무늬가 백호를 닮아서 호야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아메리칸 컬이라는 흔히 보기 힘든 종류의 고양이인 호야의 무늬는 백호를 닮았다. 그래서 호야고, 지금 호야가 데리고 나온 애는 암만 봐도 호야보다 훨씬 백호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진짜 백호다.
냐앙?
멧돼지, 늑대. 물론 얘들도 매우 무서운 동물이긴 했다. 하지만 백수의 왕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와는 하늘과 땅사이가 아닐까?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백호(25레벨)
섬에서 살고 있는 백호다. 매우 공격적이고, 자비가 없는 성격이다. 살이 질기고, 매우 맛없다. 최초 섭취시 힘이 7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힘이 1씩 오른다.
“자비가 없다는데, 호야?”
냐앙! 하아악!
크롸아아앙!
우리 호야의 귀여운 울음 소리와 하악질 소리. 그리고 살이 떨릴 정도로 무서운 호양이의 포효소리. 이건 뭐 비교가 안 되는 부분이다. ‘침착함’스킬을 가지고 있는 나까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침착함’스킬이 없었다면 기절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백호의 상태가 이상하다. 기껏 힘차게 포효를 해놓고 꼬리가 쑥 내려갔다. 마치 조심스러운 성격의 고양이처럼. 반대로 호야의 꼬리는 바짝 올라가 있는 상태다. 누가봐도 백호가 호야한테 겁을 먹은 모습이다. 애초에 그럼 왜 따라온 거지? 난 원인을 모르겠어서 호야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의 정보가 갱신되었다. ‘관찰’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정보가 보이게 된 것 같았다.
다른 것들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한 가지는 달랐다. 바로 스킬 부분.
스킬: 귀여움(패시브) MAX, 도약(액티브) 9레벨, 할퀴기(액티브) 10레벨, 냥냥펀치(액티브) MAX.
원래 이렇게 나와 있던 부분에서 스킬이 하나 추가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스킬: 고양이의 왕(패시브) MAX.
다시 스킬의 설명을 자세히 보았더니 설명이 보였다.
-고양이의 왕(패시브) MAX.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고양잇과 동물들을 지배한다.
“대애박!”
그러니까 저 백호가 겁을 먹고서도 호야가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 스킬인 것 같았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물론 이 서열이라는 것을 보통 같은 종끼리의 이야기일 경우겠지만. 저 특성은 상대가 고양잇과면 통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호야. 쟤는 왜 데려온 거니?”
냥냥! 냥냥냥냥!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저러다가 언제 사람말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성대 구조상 그건 불가능한가?
아무튼, 뭔가를 이야기하는데 앞발로 백호를 가리키는 것을 보니 대충 쟤를 이용해서 사냥을 하자는 이야기 같다. 쉽게 말해서 ‘내 짬밥에 직접하리?’라는 느낌이랄까?
“근데, 쟤가 내 말을 듣겠어?”
크르릉.
백호가 나를 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린다. 그리고.
퍼억! 퍼버버벅!
낑!
백호가 낑하고 운다. 호랑이도 개처럼 저런 소리로 우는구나. 하긴 고양이도 잘못해서 꼬리를 밟히거나 하면 저런 비명소리를 냈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화장실가다가 호야의 꼬리를 살짝 밟았을 때 호야가 저랬다. 꼬리가 부러졌을까봐 병원으로 직행했던 기억이 있다. 꼬리는 멀쩡했다.
슬금슬금.
백호가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리고 한 번 나를 째려봤다. 저건 분명히 째려본 거다.
“호야, 얘가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하아악!
호야의 인정사정없는 하악질. 그러자 백호는 내 앞에서 나에게 배를 까뒤집고 눕는다.
야생동물이 배를 보인다는 것은 복종을 의미한다고들 한다. 물론 배를 보일 수 없는 구조인 애들이라면 다르겠지만. 고양잇과나 개과 동물들은 그렇다고 들었다. 배라는 것은 가장 취약한 약점이다. 살속에 바로 내장이 있고, 등처럼 뼈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니까. 그래서 배를 보인다는 것은 목숨을 맡긴다는 이미라고 어디서 얘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호야는 그냥 사람처럼 드러눕는 것을 좋아해서 그러는 것도 같지만.
“배를 만지라는 거야?”
백호가 내 질문에 꼬리를 팔랑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눈빛에 진실함과 간절함이 잔뜩 담겨 있다. 저건 얻어맞기 싫어서 나에게 부탁을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어? 저거 눈물인가?’
고양이도 눈물을 흘리긴 한다고 들었다. 호야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못 봤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사람과 같이 슬퍼서라던가, 아파서일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저 백호의 눈물은 뭔가 짠하다.
난 백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양손으로 백호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백호가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허.”
그리고 놀라운 일은 또 벌어졌다.
-동물친화(패시브) 3레벨,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놀랍게도 스킬이 생겼다. 그것도 1레벨짜리도 아니고, 무려 3레벨짜리 스킬이다. 내가 그동안 동물들이랑 잘 지냈나보다. 사료를 만드는 회사에 다녀서 그런 것일까? 회사에는 각종 크기의 강아지들과 각종 품종의 고양이들이 있다. 각 크기와 품종에 따른 사료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용 동물들이다.
그렇다고 학대를 하거나, 막 그런 것은 아니다. 잘 맞을 것 같은 사료를 주고, 가끔 피를 뽑고,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곳에서 힐링을 한다.
호야를 잃고서 나도 그곳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거기를 찾아갔었다. 아마 그때의 행동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싶다.
“좋아, 그럼 넌 앞으로 백야라고 하자.”
대충 지은 것 같은 이름이지만, 나름 신경 쓴 거다.
골골골골.
의외로 이녀석 성격이 좋다. 자비가 없는 성격이라더니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리라.
-백야를 길들이시겠습니까?
“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호야를 쳐다보았다. 뭔가 눈치가 보인다랄까? 양다리를 걸치려다가 여친에게 걸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냥!
호야는 귀찮다는 듯이 앞발을 휘젓는다. 알아서 하라는 의미리라. 호야의 공식적인 허락이 떨어졌으니 백야를 길들이기로 했다.
“길들일래.”
-백야가 임시로 길들여집니다. 당신은 백야의 임시 주인이 되었습니다. 진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시로 길들여졌다는 의미가 뭔지 잠깐 생각을 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일단 당장에는 시스템이 인정한 내게 길들여진 백야라는 것이 중요했다.
“백야, 가서 사냥감 물어와.”
크뢍!
백야가 잽싸게 일어나더니 숲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런 숲을 가만히 보다가 호야에게 물었다.
“호야, 저 숲······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 작은 섬에 있는 숲 주제에 호랑이가 살아?”
물론 멧돼지나 늑대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호랑이를 보니 그게 진짜 실감이 되었다.
냐앙.
호야는 알게 뭐냐는 듯한 의사표시를 하고는 텐트로 가서는 활 가방을 입에 물고 돌아왔다. 호야의 의사는 분명했다.
‘넌 약하니까 장비빨이 필요해!’라는 의미일 거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찬성.”
당연히 맨손으로 사냥이 가능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우가 개조를 해준 활의 위력도 궁금하기도 했고.
가방에서 활을 꺼내서 화살을 먹인 후에 난 숲의 나무 하나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그러자 화살은 내 생각대로 날아가 내가 원하는 곳에 재대로 명중했다.
“좋았어.”
막 자신감이 생기고 그런다.
“역시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말을 하고 옆을 보니 호야가 생수통의 뚜껑을 열고 있다.
“······. 너 사람이지?”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얘가 원래 사람인데 고양이인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
그때 백호가 숲에서 슬금슬금 걸어나온다. 입에 뭔가를 물고서.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