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화 스킬의 의미 -1
제 13 화 스킬의 의미 --1
예전에 그런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시트콤이었는데, 회사 야유회를 갔던 길인가? 그러다가 사람들이 무인도에 고립이 되는 드라마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중 한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었던 것과 로또 당첨금 수령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로또 당첨금에 수령일자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은 그래서 섬을 탈출해서 당첨금을 찾았을까? 못 찾았을까? 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그 드라마는 이상한 시점에서 끝나며 시즌2를 예고했던 것 같은데 결국 시즌2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람은 로또 당첨금을 찾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거다. 로또 당첨용지라는 것은 결국 그것을 당첨금으로 바꿨을 때에 가치가 있다는 것. 지금의 나의 상황과 비슷하다. 게이트의 주인이고, 거기에서 엄청난 것이 나오지만, 그것을 내다 팔 수는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회사를 나가야 한다.
“아, 꼬여도 너무 꼬였어. 그치, 호야?”
냐앙.
주섬주섬 출근준비를 하며 호야를 돌아보자 호야는 캣타워에서 귀찮다는 듯이 앞발을 휘둘렀다.
“이제 대답도 귀찮은 거냐?”
아예 대답도 없다.
“알았다. 집 잘 보고 있어라. 아빠 갔다올게.”
냐앙.
호야는 귀찮다는 듯이 캣타워에서 나와서는 내가 다가와 살짝, 진짜 살짝 다리에 부비적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는 캣타워서 쌩하니 가버렸다.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그게 참 묘하게 위안이 된다. 다시는 호야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살 때 그렇게 그리웠던 일상이었으니까.
난 억지로 호야를 안아서는 호야에게 뽀뽀를 하고 내려놨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
회사에 출근을 하니, 샘플 사료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심험용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이들이 어떻게 먹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중에는 질병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사료를 먹은 아이들은 사료를 먹기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기력을 회복시켜준다는 브란닭의 효능.
“확실히 사료를 먹은 후에 아이들의 활동성이 달라졌네요.”
내 말에 실험실에 있는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눈에 확 보일 정도로 아이들이 기력을 찾고 있습니다. 마치 수액을 한 통은 맞은 아이들처럼 말이죠.”
수액을 맞으면 아픈 아이들은 금방 활동성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검사결과는 어떻습니까?”
“일단 1차로 피검사를 해봤는데, 전체적으로 지표가 좋습니다. 특히나 신부전이 있는 아이들과 방광염이 있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신부전과 방광염은 고양이들에게 참 흔하게 생기는 병이고, 치명적인 병이다. 신부전의 경우 사람이라면 이식수술이나 투석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고양이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부전이 심한 아이들은 관리를 하면서 아이들이 편하게 살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료 회사를 다니다보니 그런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방광염도 마찬가지다. 방광염이라고 하면 우습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고양이의 사망원인 중에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방광염이다.
방광염이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상황도 많고, 급성 방광염은 그것만으로 고양이가 사망할 수도 있다. 강아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신부전과 방광염의 수치가 좋아진다는 것은 이 사료가 매우 우수한 사료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력을 회복한다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 거군요.”
“네?”
“아, 아닙니다.”
브란닭의 효능은 기력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 기력이 뭘까를 생각하면 참 복합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란닭을 몇 마리 데려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란닭을 내 게이트 안에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 그럼 기력을 회복한다는 능력을 보일까, 아니면 능력치가 오를까? 아니면, 둘 다일까?
당장에 내다팔 수는 없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많을수록 좋다.
“참, 연구원님.”
“네, 최대리님.”
“혹시 호랑이 사료 같은 것이 있을까요?”
“호······랑이 사료요?”
“네, 호랑이들이 좋아할만하고 영양쪽으로도 좋은?”
“음, 글쎄요. 대형동물 사료는 그다지 돈이 안 되니까 별로 연구를 안 하죠. 그런데 호랑이용 사료도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결국은 단백질의 비율과 영양소들이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고양이 사료 중에 영양분이 많은 것을 먹이면 될까요?”
“가능하죠. 양이 어마어마하겠지만요.”
양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거라는 이야기. 당연한 일이었다. 덩치의 차이가 있으니까. 아마 고양이 한달 먹을 것을 호랑이는 한 번에 먹지 않을까 싶다.
뭐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해결방법을 찾긴 해야 한다.
회사에서 사료를 확인한 후에 난 사료의 샘플들과 하루만에 보인 유의미한 혈액검사 결과는 알고 있는 몇몇 회사에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가 스킬로 생성된 후에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상당히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겨우 1레벨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네.”
영어 스킬이 생겼을 때 난 1레벨이라서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거였다.
따르릉.
전화가 와서 받으니 미국의 유통업체였다. 이메일을 봤는데 정말 아픈 아이들의 상태가 나아졌는지 물었다. 그래서 자세하게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랬더니 당장 좀 샘플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래서 나도 특급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영어가 정말 많이 능숙해졌다는 칭찬을 한다.
“하.”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었다. 영어1레벨은 내가 생각한 것을 어렵지 않게 상대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는 거였다. 이렇다면 게이트 안에서 생활스킬을 얻어서 회사생활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내 계획이 알차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 시파.”
괜히 현타가 온다. 내가 이러려고 게이트 주인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사실 그것도 운이니까 현상황이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시던 오마니 뜻을 따르면 참 세상이 행복해지는 거네.”
기독교인이셨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셨다고 했다. 셨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교회는 안 나가시니까. 아무튼,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호야를 찾은 것만해도 내 인생 행운은 다 쓴 거지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럼 능력있는 회사원이 되어 볼까나.”
회사의 업무가 끝난 후에 난 서점을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몇 책들을 구입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등등의 유럽권 언어 회화책들과 중국어, 일본어 같은 회화책도 구매했다. 그것 외에 농축산에 대한 책들과 검술, 무술에 관련된 책들도 구매했다.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다 구매한 후에 난 집으로 돌아왔다.
***
“호야, 가자!”
냐앙!
호야와 함께 게이트를 넘은 시간은 지구 시간으로 오후 8시였다. 그리고 내가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은 오전 8시다. 즉, 12시간의 여유가 있는 거였고, 게이트 안에서는 60시간의 여유가 있는 거다.
“백야가 안 보이네?”
들어와 보니 백야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난 큰 소리로 백야를 불러보았다.
“백야!”
그러자 숲이 꿀렁이더니 백야가 튀어나왔다. 말그대로 꿀렁였다. 마치 백야를 토해내듯이.
크왕!
백야가 나를 향해 몸을 날린다. 저거 나 죽이려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난 어렵지 않게 백야를 안을 수 있었다.
“와씨!”
전력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일 테다. 힘 40의 위엄이었다.
크릉크릉크르릉.
백야가 뭔가 많이 섭섭한 것이 있었는지 막 떠든다. 생각해보면 얘한테는 말도 없이 며칠 동안 길들인 사람이 안 보인 것이니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그래그래. 형아가 섭섭하게 했지? 미안.”
난 백야를 한참 달래주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짜먹는 간식 두 통이다. 그것을 큰 그릇에 짜주는 것도 일이었는데 백야는 순식간에 그것을 삭제시켰다. 민첩을 올려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후딱 짜줄 수 있었다.
백야는 간식을 다 먹고 섭섭한 것이 풀렸는지 그대로 드러누웠다. 마치 나에게 쇼파를 마련해주는 느낌?
“일을 해야 하는데 잠깐만 쉬었다 할까?”
냐앙.
호야는 백야의 품에 파고들었다. 얘들의 관계는 도대체 뭘까? 서열은 호야가 위가 확실한테 하는 짓은 새끼고양이 같으니 알 수가 없다.
난 호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 책은 일본어 회화책이다. 중국과 일본 중에 뭘 먼저 배울까 싶었는데 일단 일본으로 정했다. 중국은 우리 회사랑 별로 거래가 많지 않다. 일본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어디보자.”
다행인 것은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워서 기초는 조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금방 집중 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책을 한 권을 읽고, 또 한 권을 읽고, 다시 한 권을 읽었을 대에 알림이 떴다.
-일본어(패시브) 1레벨,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아싸!”
그리고 알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스킬 집중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
‘집중’의 스킬레벨이 올랐다. 이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내가 책을 읽은 시간을 보니 거의 10시간에 가까웠다.
“이제 일부터 하자.”
난 곧장 닭장을 살펴보았다. 닭은 이미 50여 마리로 불어 있었고, 누가 교육을 시킨 것인지 몰라도 한쪽에 달걀을 잔뜩 쌓아두었다. 달걀을 관찰로 살펴보니 최초섭취시 능력치가 오른다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섭취할 경우 체력이 1오른다고 나온다.
“부모님 가져다 드리면 좋아하시겠네.”
체력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거니까.
“호야, 네가 교육시켰니?”
냥!
그렇다고 대답한다. 난 호야를 쓰다듬어준 후에 이번에는 농작물들을 살펴보았다. 원래 심었던 것들을 수확하고 새로 심은 것들을 확인해보니 최초섭취시 능력치 상승이 붙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이었다. 처음 심었던 것들이 그게 다 붙어 있던 것은 아마도 최초보상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얘들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러다가 떠올린 것은 비빔밥이었다. 여러 가지 아채를 넣고 만드는 음식이니까.
“요즘 내가 너희들 챙겨주느라고 정작 내가 먹을 것들은 별로 못챙겼단 말이지. 안 그래?”
호야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백야의 옆에 가서 누웠다. 백야는 누운 상태로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확실히 덩치가 커도 고양잇과는 고양잇과인 것 같았다.
그렇게 요리를 만들어서 그것을 관찰로 살펴보니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