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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14화 (14/182)

제 14 화 스킬의 의미 -2

제 14 화 스킬의 의미 --2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아이템: 섬 야채비빔(1레벨).

섬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진 비빔밥, 매우 맛있다. 최초 섭취시 모든 능력치 1이 오릅니다. 지속적인 섭취시에 렌덤한 능력치 1이 오릅니다.

놀랍게도 섬에서 재배한 작물들 위주로 만든 비빔밥은 아이템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초섭취지 모든 능력치 1이라는 대단한 스펙을 보이고 있다.

요리로 만든 비빔밥이기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내가 제작 스킬로 뭔가를 만들면 그것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건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일단 비빔밥을 먹었다. 맛은 훌륭했다. 최소한 비빔밥으로 유명한 체인점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맛이다.

냐앙?

호야는 ‘그게 맛있냐?’라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어, 맛있어. 먹어볼래?”

냥!

호야가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반면 백야는 비빔밥을 하나 내밀자 바로 먹어버린다.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고 간장을 살짝 넣고, 들기름으로 맛을 내서 거부감이 없었나?

크릉.

그리고 화를 낸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하는 듯했다.

“싫음 먹지마.”

백야는 입맛을 버렸다는 듯이 격렬하게 자기 발바닥을 그루밍한다.

고양이들한테는 확실히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난 비빔밥을 먹어서 모든 능력치를 +1하게 한 후에 잠시 소화시킬겸 백야의 배에 기대고 누웠다. 그리고 목공예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공예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은 상당히 많다. 일단 가구에서 시작해서 여러 가지 식기들도 있고 말이다. 이 중에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목검을 만들고, 활을 만드는 방법이다. 물론 이부분에 대해서 목공예 책에 나와 있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목공예를 배운 후에 따로 책을 구해서 그것들을 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집중해서 책을 읽었지만, 목공예 스킬은 생성되지 않았다.

“왜지?”

생각해보니 책만 읽는다고 목공예 스킬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디. 결국 이건 직접 뭔가를 만들어야 생성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경우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말을 해보고 그러는 것이 ‘행동’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겠지만, 목공예는 그것이 아니니까.

“일단 이건 도구들이 필요하니까 나중에 하고. 조금 쉬다가 궁술 스킬이나 올려야겠다. 백야, 알지?”

크릉.

우리애들은 참 대답을 잘 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잠깐 잠이 들었다.

***

현재 내 궁술 스킬은 2레벨이다. 아직은 조금 더 활을 잘 쏠 수 있다는 느낌 정도다. 그런데 이 레벨을 계속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선우의 궁술 스킬은 3레벨이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점은 녀석은 패시브 스킬이었다는 것. 같은 이름의 스킬이지만, 선우가 가지고 있는 궁술과 내가 가진 궁술은 다를 것이다.

보통은 패시브와 액티브의 차이는 뭘까? 패시브는 상시발동 스킬이라는 것이고, 액티브는 작정하고 발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편리함은 패시브 스킬이 앞서지만 위력은 액티브 스킬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똑같이 궁술 3레벨이 되면 내 스킬이 더 강력할 거라는 이야기.

“근데, 뭔가 마나라던가 그런 게 있어야 액티브가 발동하는 거 아닌가? 근데 지금까지는 그냥 발동이 되던데······ 뭘 사용해서 액티브 스킬이 발동되는 거지?”

이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뭘 사용하는지 알아야 계획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다.

-마나를 깨달았습니다. 상태창에 마나가 표시됩니다.

“헐!”

난 내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마나, 그러니까 MP라는 것이 표시가 되어 있었다.

HP: 350 MP: 210

내 체력이 35라는 것을 생각하면 HP는 체력과 관련된 것 같았고, MP: 210은 지능이나 정신과 관련된 것 같았다. 두 수치가 같아서 어떤 것이 MP를 나타내는 것인지는 당장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신이 MP수치가 아닐까 싶었다. 보통 게임에서는 그러니까.

“상태창이라는 것이 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군.”

이게 오늘 깨달은 제일 중요한 포인트였다. 상태창은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깨닫고, 알아가야 된다는 의미였다.

“나름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 백야, 사냥가자!”

크뢍!

백야는 사냥을 참 좋아한다. 왜? 사냥이 끝나면 내가 츄······ 짜먹는 간식을 주니까. 백야는 엄청난 속도로 숲으로 들어갔고, 숲은 꿀렁이며 백야를 삼켰다. 지난 번에는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보면 그때는 저런 것을 느낄 수준이 안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저 숲은 결계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숲에 관찰을 사용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정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내 관찰 스킬이 더 오르지 않는 이상은 뭔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크르릉.

그런 생각을 할 때 백야가 뭔가를 물고 나왔다.

“오크?”

백야가 이번에 물고 나온 것은 돼지코에 근육질을 가진 몬스터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오크였다. 관찰 역시 그렇게 말해준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오크(18레벨).

섬에서 살고 있는 오크다. 다른 오크들과 달리 단독 생활을 한다. 고기는 오염되어 먹을 수 없다, 먹으면 죽을 수 있다. 먹는다고 딱히 능력치가 오르지 않는다.

18레벨의 오크.

난 일단 활을 날리면서 화살에 내 마나를 집중해서 넣는다는 느낌으로 발사했다.

슈웅! 펑!

크뢍?

오크가 한 방에 터져버렸다. 활을 쏜 나도 놀랐고, 옆에 있던 백야도 놀랐다.

-궁술 레벨이 비약적으로 올랐습니다. 5레벨.

-마나를 무기에 담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차징(패시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세 가지의 알람이 떠오르는 행복한 상황. 일단 궁술의 스킬이 비약적으로 올라서 5레벨이 되었다. 이건 아마 방금 그 폭발적인 파괴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무기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차징이라는 스킬은 마나를 집중시키는 스킬이라고 관찰이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마나를 집중해서 방금 궁술을 사용했다는 거다. 난 그것을 해내서 큰 보상을 받은 것이고.

“개이득.”

그리고 레벨이 올랐다. 잔여포인트 5를 난 정신을 25로, 지능을 22로 만들었다. 그러자 MP포인트가 250으로 늘었다. 예상대로 MP는 정신과 관련된 것이리라. 그렇다면 지능은?

“이건 스킬의 위력과 관련된 것이려나? 아니면 마법? 그런데 마법을 쓸 수 있어? 지금까지 게이트에서 마법을 배웠다는 사람은 못 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게이트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비밀이 더 많으니 누군가는 마법을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마법을 얻었다고 해도 그건 극소수일 거라는 생각이다. 아니라면 누군가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자랑질을 SNS에 올리고도 남을 테니까. 세상에 또라이는 넘쳐나는데 헌터 중에 또라이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뭐, 마법사가 되면 좋겠지만, 방법도 모르고, 판타지 소설을 열라 읽는다고 마법이 생길 것 같지도 않고. 일단 궁술이다! 가자, 백야!”

물론 가자라고 하지만 백야만 간다.

크뢍!

백야는 다시 숲으로 들어갔고, 난 석궁에 마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백야에게 쫓기듯이 오크 다섯 마리가 튀어나왔다. 난 녀석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사이좋게 한 발씩 볼트를 먹였다.

퍽! 퍼버버벅!

한발에 모든 것을 집중하지 않았기에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발, 한 발이 강력했다. 특히 오크들 모두의 미간을 제대로 뚫었기에 녀석들은 그대로 절명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다섯 마리를 잡았는데 1레벨만 올랐다. 사실 이게 맞긴 하다. 난 이번에는 정신에 5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래서 내 MP는 300이 되었다.

“요거요거 묘하게 중독성이 있네.”

레벨이라는 것은 참 묘한 중독성이 있다. 심지어 눈에 보이고, 강해지는 것이 실감이 나니까 더욱 그렇다.

“좋아, 오늘 20레벨까지만 찍어보자.”

크뢍!

***

열 시간 정도를 사냥하고 결국 20레벨을 만들 수 있었다.

최종 내 능력치는 이렇다.

힘: 41 민첩: 41 지능: 22 정신: 30  력: 40 손재주: 8

힘민체가 우선이다. 일단 난 생존형 게이트 주인이니까.

그렇게 20렙이 되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직업이 회사원인데,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단다. 물론 여기서 직업은 보통 게임에서 말하는 전투직업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상하다. 선우는 9레벨이었는데 궁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20레벨이 되어서야 직업 선택이 나올까.

“일단 뭐가 있는지 보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정예 사냥꾼, 정예 궁사.

뭔가 많을 거라고 기대를 한 것이 잘못이다. 그런데 확실히 20렙에 생기는 직업이라 그런지 선우의 것과 달랐다. 앞에 ‘정예’라는 것이 붙어 있으니까. 이건 누가 봐도 그냥 궁사보다는 강력한 직업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난 직업을 선택하지 않앗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앞으로 어떤 발전을 가져올지, 그리고 어떤 제약을 가져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건 보류. 그리고 어디보자 시간이.”

시간을 확인해보니 앞으로 10시간 정도가 남아 있다. 난 그 시간 동안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출근을 하는 것은 언제나 참 즐······거울 수가 없다. 회사가 놀이터도 아닌데 그게 즐거우면 이상한 거다. 물론 가끔 일 중독인 사람들이나, 집보다 회사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게 이상한 거지 않은가? 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기에 그렇지 않다.

그래도 회사에 출근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시간이 빨리 간다. 그리고 내가 남의 돈을 받는 것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 그래서 난 열심히 일을 했고, 오늘은 별다른 일은 없었다. 원래 회사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매일 무슨 일이 있으면 그 회사가 이상한 거다.

난 퇴근을 하고 선우와 잠깐 만나서 직업에 대해서 물었다. 선우는 지가 궁수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궁수라고 가르쳐주니 놀라는 것이 웃겼다. 그러니까 자기가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궁술을 익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궁수가 되었다는 이야기. 난 진검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선우에게 물었고, 선우는 구해준다고 했다.

오늘은 그냥 게이트에서 목공예 스킬을 생성하는 것이 목적이라 퇴근길에 이런저런 도구들을 샀다. 그리고 게이트로 넘어갔다.

게이트 안은 오늘도 평화로웠는데, 이제는 이쪽을 노리는 길잃은 동물들은 없는 것 같았다. 어쩌면 당시에는 내가 레벨이 낮아서 만만해 보여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상태로는 멧돼지나 늑대는 원샷원킬이 가능하다. 18레벨 오크도 잡는데 뭐 그런 놈들이야.

“자, 이제 작업을 시작해 볼까?”

난 작정하고 책에서 본 목공예들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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