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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15화 (15/182)

제 15 화 제작 스킬들의 비밀

제 15 화 제작 스킬들의 비밀

남자는 나이든 소년이라는 말이 있다. 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서른이 넘어가는 내가 생각하기에 여전히 난 어릴적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좋아한다. 장난을 치는 것이나 뭔가를 만들면서 노는 그런 것들. 그렇기에 목공예라는 것은 내게 매우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것이다. 아마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다 좋아할 것이다.

내가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작은 탁자다. 이게 뭐라고 보람차고 막 재미가 있다.

“하하하, 호야 멋지지?”

냐앙?

제정신으로 묻는 거냐는 듯한 호야의 도발적인 물음. 하지만 괜찮다. 역시 예술은 예술가만 알아볼 수 있는 거니까. 이건 예술이다. 살짝 삐그덕 거리고, 중심이 살짝 안 맞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내가 계획한 그대로다······라는 또라이 같은 변명을 하지 않겠다. 설계도도 제대로 없이 내가 직접 나무를 잘라서 만든 건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호야, 앞으로 네 밥은 이 위에서만 먹는 거야.”

냥!

매우 강력하게 항의를 한다. 하지만 내 작품을 비웃은 대가는 크다. 난 대범하게 쪼잔한 남자니까. 대범하게 쪼잔한 것이 뭐냐고? 간단하다. 호야가 날 비웃은 것은 대범하게 봐주지만, 대가로 호야를 괴롭히는 쪼잔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다음 아빠의 작품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보이렴.”

냥?

호야가 어이가 없다는 소리를 내지만 난 대범하게 넘어가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공예에 쏟아부은 시간은 총 30여 시간. 작은 테이블 6개와 의자비스무리한 것 열 개를 만든 후에야 목공예 스킬이 생성되었다.

-목공예(액티브) 1레벨.

재미있는 것은 농사나 낚시, 요리, 축산 같은 제작 관련된 스킬들은 모두 액티브라는 것이다. 그런데 딱히 난 마나를 사용한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액티브 스킬이다. 그럼 마나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난 목검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마나의 절만 정도를 이번 목공예에 쏟아 붇는다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목공예를 하면서 이렇게 단순한 하나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

겨우 목검인데 목검을 만드는데 거의 열 시간을 사용했다. 그리고 난 살짝 현기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지속적으로 마나가 사용된 것이 아니라, 마지막 완성 시점에서 마나의 반 정도가 훅하고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와, 장난 아닌데?”

난 내가 만든 목검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관찰 스킬이 발동되었다.

아이템: 마나목 목검(1레벨).

섬에서 자라는 나무로 만들었으나, 제작자가 마나를 때려 부어 만들어 나무의 성질이 마나목으로 바뀌었다. 마나의 전도율이 매우 높으며, 마나를 주입할 경우 웬만한 강철로 만들어진 검보다 강도가 높으며, 날카롭다.

내가 만든 목검이 아이템이 되었다. 김밥에 이은 두 번째 아이템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능이 매우 좋아보인다.

“와, 이건 인정이지?”

냐앙.

호야도 대단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나목 목검은 약간 검은 빛을 보이는데, 이것은 내 손때가 묻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 마나가 들어가더니 색이 이렇게 되었다. 진짜다. 이건 믿어줘야 한다.

“근데 마나를 주입한다라······.”

마나라는 것이 매우 성능이 좋다는 것은 이미 깨달았다. 그리고 제작스킬의 비밀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농사, 낚시, 요리, 축산 같은 것들을 할 때에 딱히 마나를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스킬들은 ‘액티브’로 분류되었다. 내가 느끼기엔 ‘패시브’에 가까웠는데 말이다.

비밀은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결과물이 바로 이 마나목 목검이다.

“호야, 아빠가 대단한 것을 알아낼 것 같지 않아?”

냐앙.

매일이 귀찮은 호야다. 원래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는 이런 거니까 뭐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백야! 네가 보기에 대단하지?”

크뢍!

우리 백야는 나름 리액션이 좋다. 왜? 그래야 짜먹는 간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오죽하면 내가 회사에 짜먹는 간식 포장되기 전의 것을 구할 방법을 문의해둘 정도다. 이거 하나하나 짜는 것도 엄청 일이다. 백야가 한번 먹을 양이면 거의 100개쯤 짜야된다.

“너, 은근 돈 들어.”

크룽?

백야는 ‘난 모르겠고’를 시전하며 배를 까뒤집고 누워버린다. 야생의 호랑이가 어떻게 이런 스킬을 알고 있는 거지! 뭐, 중요한 것은 백야가 내게 점점 더 길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우 만족스럽다.

“이제 이 형아가 검술이라는 것을 익힐 것이다. 마나를 주입한 마나목 목검을 들고서 말이지. 내가 저 통나무를 잘라내면 그때 하산하도록 하지.”

지금 내 앞에는 내가 연습용으로 세워둔 통나무가 있다. 이것은 내가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 세워둔 통나무다. 물론 이것을 진짜로 베어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주 조금밖에 하지 않는다. 뭐 그정도 기대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일단 이건 내일 들어왔을 때 하자. 오늘은 목공예 때문에 너무 피곤했어. 자자, 백야.”

크릉.

백야는 곧장 내 침대가 되어주었고, 호야와 나는 백야를 침대 삼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열 시간쯤 숙면을 취한 나는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대략 열 시간쯤 여유가 있다. 늘 그렇듯이 이 시간에는 농사와 양계장을 둘러볼 생각이다. 일단 작물들은 점점 더 그 밭을 넓혀가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바로 옆이 바닷가인데도 여기는 짠물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섬 자체가 상식적이지가 않은 곳이긴 하지.”

따질 곳도 없고, 굳이 내게 불리한 것도 없는데 따질 이유도 없다. 난 그저 이 섬에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몇십 명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일 것 같은데? 그치, 호야?”

냐앙.

호야는 작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 채소를 아예 안 먹이면 안 되지만, 애초에 호야는 일반 고양이의 수준을 벗어난 녀석이니 나보다 오래 살지 않을까 싶다.

“어디 보자 양계장은······. 뭐가 이렇게 자꾸 애들이 늘어나는 느낌이지?”

섬닭들은 이제 대충 봐도 200여 마리가 되었다. 이 정도면 작은 양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놀라운 것은 이 녀석들이 살고 있는 울타리가 점점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세운 울타리인데.

“호야, 네가 한 거야?”

냐앙.

아니란다.

“백야, 너야?”

크뢍?

아무것도 모르는 뇌가 순수한 우리 백야는 아닐 거다. 그렇다면 내 축산 스킬과 관련된 거란 얘기다. 그러고보니 이유없이 MP가 조금 달 때가 있었는데, 그게 이거였나보다.

“와, 자동화시스템이었던 거야? 뭔가 대단한데?”

양계장은 잘 돌아간다. 닭들은 새로 병아리로 만들 달걀과 아닌 달걀을 구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달걀을 한 쪽에 모아둔다.

매우 신선한 달걀이다.

“이거 뭔가 창고를 만들긴 해야겠네. 그러고 보니 집도 좀 만들어야겠고······. 근데 지금 목공예 스킬로는 엄두가 안 난다.”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오는 걸로 마음먹었다. 요즘 아이스박스는 잘 만들어져서 뭐 며칠 정도는 끄떡없다. 그리고 애초에 양계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달걀은 상하지 않기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어디보자······. 달걀이 200알쯤 되네. 와, 달걀장사 해도 되겠는데?”

농담이 아니고, 이 정도면 내가 소화를 할 수가 없다. 내가 하루에 먹어봐야 몇 개나 먹겠는가. 그리고 주말에 부모님댁에 가져다 드려봐야 100개 정도면 끝이다. 매일 200개 넘게. 거기에 갈수록 수량이 늘어난다면 이건 정말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일단 넘어가서 고민해보고, 일단은 내가 먹을 것만 챙기고, 채소들도 마찬가지로 내가 먹을 양만 챙기고, 닭은······ 당장에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난 대충 그렇게 정리를 하고, 영어 회화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다가 잠이들었다. 그렇게 이번에도 평화로운 게이트였다.

***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는데 왜 출근을 해야 하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해보니 당장 돈을 벌어야 하니까 출근을 해야 하는 거다. 달걀을 팔아서 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팔 곳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거 아무나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량으로 달걀을 팔기 위해서는 그 달걀이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증명해야 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서투르게 일을 처리하는 나라가 아니니까.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난 공식적으로 양계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이것을 공식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다.

다행히 달걀은 최초섭취 능력은 없고, 꾸준히 먹으면 체력이 1증가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대신 맛이 끝내준다. 그러니 상품성은 있다는 이야기.

“근데 꾸준히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냐 이거지.”

이게 참 애매하다. 꾸준히 섭취하면. 꾸준하다는 것은 일정시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즉, 정기적으로 일정시간 섭취하지 못하면 체력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그 일정 시간과 양이 얼만지 몰라도 아마 웬만한 사람은 그것으로 체력이 오르기 힘들 거다.

내가 그것을 정기적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매일같이 달걀을 먹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달걀후라이 같은 음식은 웬만해서 호불호가 없지만, 매끼마다 그것을 먹는 사람은 또 매우 드물지 않은가.

그래서 난 실험을 한 가지 해보기로 했다. 일단 내 요리 스킬을 사용해서 달걀 100개를 삶은 달걀로 만드는 것이다. 완숙 50개와 반숙 50개로. 그렇게 만들어진 달걀을 가지고 난 회사에 출근했다.

“여기 아버지가 시골에서 보내주신 달걀 좀 삶아왔어요. 이건 완숙이고, 이건 반숙이요. 다들 드시고 하세요.”

직장인의 아침은 빈속인 경우가 많다. 왜? 밥먹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으니까. 그래서 출근한 후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는 경우가 많다.

난 우리부서의 사람들에게 그것으로 삶은 달걀을 제공한 것이다. 양이 많다보니 각자 취향대로 두세 알 정도씩 가져갔다.

“잘 먹을게요, 대리님.”

특히나 여사원들이 좋아해준다. 그리고 여자원들은 내가 음료라던가, 주점부리를 할 뭔가를 두고 갔다. 남사원들은 뭔가 직접적인 사례를 하려고 했지만, 내가 만류했다. 돈을 받으면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 테니까.

그렇게 다들 삶은 달걀을 먹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와!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맛있죠?”

“삶은 달걀에 뭘 넣으신 거죠? 아니, 그건 불가능한가? 그런데 왜 이렇게 맛있죠?”

동료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확실히 섬달걀의 맛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고, 내 요리 스킬이 가미되어서 더욱 뛰어난 맛을 보이는 것이다.

내가 먹어도 보통 삶은 달걀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시우야, 이거 대박인데?”

내 동기녀석이 너스레를 떨며 그렇게 말한다.

“그러냐?”

“어, 너 이거 매점에 납품해라. 장난 아니겠다.”

“야, 그거 막 그러면 걸려.”

“음······ 그럼 아버지 농장에서 납품하시는 걸로 하면 되는 거잖아?”

“오, 천잰데?”

이놈이 내게 도움이 된다니. 천재였다. 그래서 난 매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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