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6화 (16/182)

제 16 화 수박? 수우바악?

제 16 화 수박? 수우바악?

매점에 삶은 달걀을 납품하려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잉여 달걀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 삶은 달걀과 구운 달걀을 만드는 과정에서 요리의 스킬레벨을 올리는 것을 노려볼 수 있는 부분.

또 중요한 부분으로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하루에 200개의 삶은 달걀을 개당 500원에 납품하기로 했다. 그러면 하루에 10만원이라는 돈이 생기고, 이게 소문이 좀 나면 더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에 별로 큰 수익은 아니지만, 크게 힘드는 일이 아닌 이상 어렵지 않게 부수입을 올리는 일이다.

“달걀팔아 갑부가 되겠다!”

“그게 되겠어요, 최 대리님?”

내 부끄러운 다짐을 뒤에 있던 신미연 사원이 보고 있었나보다. 이럴 때 부끄러워하는 것은 하수가 아는 짓.

“될 때까지 하는 게 중요합니다. 월급 외에 이런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이런 것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앗, 농담한 건데요······.”

“저도 농담입니다. 하하.”

난 그렇게 상황을 무마하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하루에 10만원은 우습게 볼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판매되는 것을 보고 수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양계장은 점점 커져가고, 달걀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이걸 처분하는 것과 그것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백야가 좀 많이 먹어야지.

사실 게이트산이라고 밝히면 훨씬 비싸게 팔리겠지만, 수익에 비해 위험성이 늘어날 거라는 판단에 그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달걀 자체가 맛있다. 달걀이 맛있어 봐야 달걀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먹어보면 안다.

그때 전화가 왔다.

“네, KF 최시우 대리입니다.”

-안녕하세요? 톰입니다.

“아, 톰. 샘플은 잘 받았습니까?”

톰은 미국의 유통업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나에게 샘플을 빨리 보내달라고 했던 사람이다.

-네, 감사하게도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와우! 효과가 아주 끝내줍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사료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키우고 있는 스무살 메리의 건강이 눈에 보이게 좋아졌습니다. 별다른 병이 있는 것이 아닌 노화로 기력이 약해진 상태였는데 말이죠.

아마도 메리 때문에 샘플을 빨리 보내달라고 한 것이리라. 나라도 우리 호야가 아픈데 그것 낫게할 방법이 보인다면 안절부절못할 테니까.

“그래서 계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보스와 이야기를 해보니 KF에서 만드는 전량을 수입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량을 말입니까?”

-네, 이건 반려동물계의 혁신입니다.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긴 했다.

“단가는 확인하신 거죠?”

-물론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보다 더 비싸진다고 해도 살 의향이 있습니다. 이건 반려인으로 하는 말입니다.

톰의 말에 난 수긍했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일단 전량을 수출할 수 있는지는 제 권한이 아니라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 전량을 톰의 회사에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사료는 다른 아이들도 먹게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하긴, 욕심이 조금 과했군요. 그럼 최대한 많은 분량의 확보를 부탁드립니다, 초이.

“네, 저도 최대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톰과의 통화를 끝내고 위에 보고를 하니 다들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기력을 회복시킨다는 간단한 설명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는 브란닭은 참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게이트의 주인이던 강미영 씨는 브란닭으로 엄청난 수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료에 들어갔을 때도 이런데 사람이 먹으면 어떻겠는가. 아마 그쪽으로도 상당히 잘 팔리고 있을 것이다.

“부럽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우리 게이트에 주력 상품을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은 달걀뿐이지만.”

갈수록 아마 늘어날 것이다. 아무래도 난 동물쪽 보다는 식물 쪽으로 찾아봐야겠다. 기력을 회복시키는 것처럼 특이한 효능을 가진 작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퇴근을 한 후에 씨앗을 여러 종류 구해서 집으로 갔다. 그리고 곧장 게이트로 넘어갔다.

***

“어디보자. 이번에도 대충 50시간은 있을 수 있겠군.”

크뢍! 퍼억!

백야의 박치기가 날 반겨준다. 하지만 이제 이 정도로 위태로울 내가 아니다.

“이 녀석!”

난 백야와 함께 잠깐 뒹굴렀다. 그런 우리를 호야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뭔가 굉장히 기분 나쁜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귀여우니까 내가 참는다. 사실 안 참고 덤빈다고 해도 내가 질 테니까.

“백야, 오늘은 너에게 특명을 내려주겠다.”

크뢍?

“기다려봐. 오늘은 너도 일좀 해야 하니까.”

난 일단 소쟁기를 만들었다. 밭을 갈 때에 소에게 매달아서 사용하는 그거 말이다. 백야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어서. 다행히 소쟁기, 아니 호쟁기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목공예 스킬이 있어서 그런지 나름 그럴듯한 녀석이 만들어졌다.

호쟁기를 난 백야에게 걸어주었다. 걸어 줄 때에 백야의 앞에는 짜먹는 간식그릇이 있었으니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자기 몸에 뭐가 걸쳐지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크뢍?

간식을 다 먹고서야 백야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듯이 나를 보며 살짝 화를 낸다. 그런 백야에게 난 말했다.

“간식 두 번.”

크뢍!

백야는 수긍했다. 저게 그렇게 무서운 거다. 아는 맛이라는 것. 단지 백야는 잘 모르고 있지만 지금도 간식은 두 번 이상 주고 있다.

준비를 마친 후에 난 백야를 움직이게 해서 밭을 갈기 시작했다. 확실히 내가 삽질로 다 갈았을 때보다 훨씬 편하다. 이래서 옛날 사람들이 그렇게 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나보다.

“그런데 호야, 저 숲에 소나, 말 같은 애들은 없어?”

대표적인 가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와 말. 물론 저기에 돼지와 닭도 포함되겠지만, 일단 멧돼지는 본 적이 있었고, 닭은 지금 잘 키우고 있다. 그렇다보니 소와 말이 궁금했다.

특히나 타고다닐 수 있는 말은 매우 매력적인 동물이다. 말을 타고 저 넓······지는 않지만 해안을 따라 달리면 기분이 끝내줄 것 같았으니까.

냐앙?

이번 말은 뭔지 모르겠다.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을 하는 호야. 그런 호야의 대답을 보고 있다가 난 다시 밭을 갈았다. 밭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 이제 웬만한 채소들과 과일들도 다 있다. 저쪽에는 사과나무와 배나무, 감나무가 심어져 있고, 조만간 파인애플과 망고, 바나나 같은 것들도 심어볼 생각이다.

“호야, 뭔가 여기가 점점 우리의 집이 되어가는 것 같지 않니?”

냐앙.

호야는 내가 설치해준 고양이 해먹에서 흔들거리면서 건성건성 대답을 한다. 그리고 백야는 그런 호야를 매우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그거, 아냐. 형아가 네 덩치에 맞는 걸 만들어 주긴······ 되려나? 어떻게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나무를 세워서 해먹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이 주변에 널려 있는 나무들 사이에 해먹을 달아주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다음에 올 때 형아가 사다줄게.”

크랑!

백야가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내게 와서 자기 머리를 내 가슴에 부비적거린다. 처음 볼 때는 겁나 무서웠던 애가 이제는 아주 애교쟁이가 다 되어간다. 잘 보면 백야는 성체가 된지 얼마 안 된 호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백야는 갈수록 귀여운 녀석이 되어간다. 그리고 시스템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동물친화스킬의 레벨이 4로 올랐습니다.

-백야를 완전히 길들였습니다. 백야를 길들인 동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어? 어.”

-백야가 길들인 동물에 등록되었습니다. 길들인 동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숫자에 제한이 없습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친밀함을 유지해야합니다. 친밀감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길들인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설명을 보자면 길들인다는 것은 지금 나와 백야의 관계 같은 것이라 보면 된다. 특별한 것은 반려동물인 호야와 나의 관계다. 이 관계는 깨지지 않고, 둘 중의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인 것 같다.

“백야, 오늘 고생했으니까 좀 쉬어.”

크랑!

백야는 호야 옆으로 가서는 발라당하고 드러눕는다. 호야는 해먹을 흔들고 있다가 해먹에서 백야의 배로 점프를 해서는 백야의 배에 꾹꾹이를 하기 시작한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저런 걸 보니 나도 귀찮아진다는 생각이 들어 백야의 배에 누웠다. 그러자 호야가 내게 와서는 내 얼굴을 핥기 시작한다. 호야의 이 까칠한 혓바닥을 난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의 휴식시간이 시작되었다.

***

요즘 내 관심사는 브란닭처럼 우리 게이트만의 특산물을 만드는 것이다. 일단 능력치를 올리는 것들은 제외해야 한다. 능력치를 올리는 것을 내다 팔았다가는 난리가 나니까.

그래서 작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재미있는 과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섬에서 재배한 씨 없는 수박.

나는 비록 씨가 없지만·········.

설명은 저거 딱 한 줄이다. ‘나는 비록 씨가 없지만······.’이라는 설명. 이건 뭘까? 자기는 씨가 없지만, 자기를 먹은 사람은 씨가 풍부해진다는 걸까?

“호야, 어떻게 생각해?”

냐앙?

호야가 나를 향해 분노의 눈길을 보낸다.

“아, 미안.”

그러고 보니 호야의 땅콩은 내가 이미 수술로······. 미안하다. 그런데 보통 고양이를 입양하면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고양이가 발정기가 되면 괴로워하고, 그로인해서 병이 생기기도 하니까.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서 부부로 입양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난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병원에서 추천하는대로 호야의 땅콩을······.

“백야, 이거 먹어봐. 이거 참 좋은 거라는데.”

덥썩. 우물우물.

“남자구나!”

그런데 백야가 수컷이 맞긴 한가? 봐서 구분이 가야 말이지. 사자라면 갈기로 구분이 가겠지만, 호랑이의 암수를 구별할 능력은 나에겐 없다. 근데 느낌적으로 얘는 남자애라는 생각이 든다. 뭐, 틀리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잘 먹네. 호랑이가 수박을 먹네.”

백야가 수박을 먹은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 전에 이 수박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애들이 있다.

바로 양계장.

수박의 수량은 충분했기에 닭들에게 수박을 잘게 잘라서 먹였다. 다행히 닭들도 수박을 잘 먹었다. 그 후에 난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고, 24시간이 지났을 즈음이다.

꼭꼬꼬꼬, 꼬꼬꼬.

양계장에서 난리가 났다. 닭들이 미쳐날뛰고 있다. 먹자마자 난리가 난 것이 아니라 하루가 지난 지금에야 저런다는 것이 조금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하나다.

“아무래도 이건 가지고 나가봐야겠다.”

어쩌면 이건 비싼 상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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