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20화 (20/182)

제 20 화 이런 고기도 있어?

제 20 화 이런 고기도 있어?

아이템: 조잡한 각궁(3레벨).

추가공격력: 15~20.

효과: 궁술레벨+1, 명중률 상승.

섬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진 활이다. 조잡한 실력이지만, 원형이 되는 각궁이라는 활이 뛰어나 어느 정도 조잡함을 상쇄한다.

내가 목공예로 만든 활은 무려 아이템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이템을 만든 보상인지 목공예 스킬이 4까지 치솟았다.

“이게 액티브 스킬이란 말이지.”

난 가만히 고민을 해보다가 내 마나를 9할 정도 사용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마나목 목검을 만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마나를 때려부어서 만든다는 느낌으로 다시 각궁을 만들었다. 아, 각궁인 이유는 내가 주로 찾아본 활이 각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한참 공을 들여서 각궁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열 시간 가까이였다. 뭔가를 하면 이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다.

“짜잔!”

아까 만들었던 조잡한 각궁보다는 훨씬 진보한 각궁이 만들어졌다.

아이템: 마나목 각궁(7레벨).

추가공격력: 40~75.

효과: 궁술레벨+2, 명중률 대폭 상승, 연사율 상승.

섬에서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진 활이다. 각궁의 주재료가 되는 물소뿔이 없어서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자리잡은 장인의 실력으로 만들어진 각궁이다. 마나 전도율이 높다.

이번에 만들어진 것은 조잡한 각궁이 아니라 무려 마나목 각궁이었다. 무려 7레벨의 아이템.

“조잡한 놈은 선우놈이나 줘야겠다.”

조잡한 각궁 정도는 통크게 선우에게 하사하기로 마음먹었다. 통크다고 해봐야 딱히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원래 내가 만든 거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조잡한이라는 이름이 붙었기에 특별하게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애를 얻었으니 사냥을 해봐야겠지? 백야. 가서 한놈 끌고와봐. 너보다 조금 약한 놈으로다가.”

크뢍!

백야는 내 말에 곧장 숲으로 들어가서는 조금 후에 나왔다. 그런데 모양이 이상하다. 백야가 사냥감을 몰고 온 것이 아니라, 백야가 쫓겨 나오고 있었다. 난 각궁에 화살을 먹힌 상태로 곧장 백야를 쫓고 있는 녀석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시위를 놓았다.

펑!

백야가 끌고 나온 것은 흔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미노타우루스였다. 그런 미노타우르스의 미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정신이 나갔다.

***

냥냥냥! 크뢍! 크뢍!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이 든다. 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개 된 것인지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활을 만들었고, 백야가 위험할 것 같아서 있는 힘껏 화살을 날렸다. 그렇게 해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내 마나가 0이 되었던 것 같다. MP포인트가 0이 된다고 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신을 놔버린 거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후에 여러 가지 확인을 해보니 내 궁술이 6레벨이 되었고, 레벨은 23까지 올랐다. 잔여 포인트 15를 난 다 정신에 투자했다. 덕분에 정신은 45가 되었고, 내 MP포인트도 450이 되었다.

“그런데 저놈은.”

미노타우르스의 정보를 보았다. 레벨 29짜리 몹이고, 놀라운 점은 먹을 수 있는 몹이라는 점이다.

“와, 진짜 소대가리라고 먹을 수 있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놈을 먹으면 능력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초섭취시에 스킬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랜덤이라고 적혀 있다.

“이걸 먹긴 해야 한다는 말이지?”

상당히 꺼려진다. 하지만 먹으면 무려 스킬이 생성된다. 그럼 어떻게 한다? 먹어야 한다.

“일단 구워 먹을까? 노멀하게?”

난 미노타우르스의 어느 부위를 먹을까 잠깐 갈등했다. 일단 소와 닮았으니 머리를 먹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그냥 갈비? 아니면 다리?

결국 내 선택은 꼬리였다. 꼬리가 제일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백야, 레벨이 올랐네?”

원래 섬백호였던 백야는 25레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미노타우루스를 잡으면서 레벨업을 해서 26레벨이 되었다.

“호야, 꼬리곰탕 좋아하니?”

먹여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원래 보양식으로 먹이기도 한다고 들었다. 기력이 부족한 고양이나 강아지들한테 좋다고 들은 거다.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한테도 좋은 것이니까.

난 구워먹을까란는 생각을 바꾸고, 꼬리곰탕으로 선회했다. 미노타우르스의 꼬리를 도축한 후에 사체는 백야에게 시켜서 숲 안으로 버리려다가 잠깐 고민을 했다.

“저걸 만약에 다른 애들이 먹으면 그놈도 스킬이 생기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걸 숲 안에다가 버리면 적을 키우는 꼴이 된다. 그런 이걸 먹었을 때 호야랑 백야도 스킬이 생길까? 이게 궁금해서 일단 먹여봐야겠다. 시체는 그 후에 치워도 된다.

난 열심히 내 모든 요리 스킬에 마나를 9할까지 담아서 요리를 했다. 레벨업을 하면서 마나는 이미 다 채워진 상태였으니까. 레벨업 완전 회복은 원래 국룰이다. 이거 건드리면 맞는 거다.

불을 강력하게 해서 꼬리곰탕을 다섯 시간이나 푹 고았다. 그러자 원래 미노타우르스의 꼬리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그리고 우유처럼 뽀얀 국물이 되었다.

“이게 은근 입맛을 돋우네.”

난 꼬리곰탕을 보고 입맛을 다시다가 부추와 이런저런 채소들을 따다가 무침을 만들었다. 아직 김치를 담글 때는 아니라는 생각에 김치까지는 만들지 않았다.

“호야, 우리 세상이 망하면 여기 와서 살면 되겠다, 그치?”

냐앙?

“세상이 왜 망하냐고? 하긴 그렇긴 하다. 게이트가 생성된지 몇 년이 지났는데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 게이트에서 몬······.”

퍽!

갑자기 호야가 내 주둥이를 때렸다.

“뭐야!”

냥냥! 냐앙냥냥!

“입방정 떨지 말라고? 그렇다고 아빠를 때려? 말로 해도 될 걸?”

하긴 말은 안 통하긴 하지. 그리고 다급히 입을 막을 때는 주둥이를 때리는 게 최고긴 하다.

“알았어. 입장정 떨지 않을게.”

원래 입방정은 떨지 말아야 되는 거다. 예를 들어서 ‘죽었나?’나 ‘해치웠나?’같은 말을 하면 상대가 거의 99.999%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입방정은 안 좋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입방정을 떨번 했다니.

“잘했어. 근데 좀 많이 아픈데?”

냐앙?

모른 척이다. 이번엔 내가 봐준다. 뭐 안 봐준다고 해도 내가 호야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먹자!”

난 밥상을 차렸다. 호야용 상도 차려주었고, 백야용 상도 차려주었다. 두 녀석이 먹을 것들은 특별히 식혀서 마련해주었다. 뜨거운 것을 잘 먹는 인간과 달리 고양잇과 애들은 뜨거운 것을 먹으면 안 되니까. 뭐 인간 말고는 대부분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먹어.”

호야와 백야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나도 쌀밥에 국물을 적셔서 한 입 먹어보았다.

“와, 역시 이쪽 세상 식재료들은 장난이 아닌데?”

미노타우르스면 어떻고, 미노멍멍이면 어떠랴. 맛이 있으면 된 거다. 사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간도 아니고.

그렇게 정신없이 밥을 다 먹고 나니 알림이 뜬다.

-스킬 공포(액티브) 1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공포라는 액티브 스킬이 생성되었다. 설명을 보니 상대에게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스킬이라고 써 있다. 물론 모르는 사람은 이것만 보고 이게 뭔가 싶겠지만, 난 아니다. 여러 게임에서 ‘공포’라는 스킬은 매우 유용한 스킬이다. 그렇기에 난 생성된 스킬에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호야와 백야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얘들한테도 스킬이 생성된 것이 보였다.

호야에게 새로 생성된 스킬은 강타였다. 상대에게 강력한 일격을 날린다는 설명. 뭔가 냥냥펀치와 연계로 쓰면 장난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저게 없어도 충분히 강력하겠지만.”

헌터들 중에 강한 헌터가 20레벨 정도라고 한다면 난 이미 웬만한 헌터보다 강하다. 그런데 호야는? 난 상대도 되지 않는다. 일단 능력치가 넘사벽이다.

그리고 백야의 차례.

백야는 임시 길들여짐에서 완전히 길들여짐으로 변하면서 상태창에 정보들이 갱신되었었는데 백야의 상태창을 보자면.

[백야(26레벨)]

주인: 최시우.

힘: 50, 민첩: 56, 지능: 17, 정신: 20, 체력: 63, 후각: 40.

스킬: 흉포함(패시브) 8레벨, 도약(액티브) 4레벨, 할퀴기(액티브) 6레벨, 공포(액티브) 5레벨, 질주(액티브) 1레벨.

새로 생긴 스킬은 저 1레벨짜리 질주인 것 같았다. 백야의 능력치는 전투에 특화된 것으로 보인다. 힘, 민, 체가 높고 지능과 정신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높겠지만.

“우리 백야 대다한 녀석이었네? 그런데 지금까지 질주가 없었어?”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이상하긴 했다. 그런데 뭐 시스템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이것으로 이걸 먹으면 스킬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얘는 땅에 묻자.”

지금까지 몬스터들을 잡으면 사체는 숲에 내다버렸다. 처음에는 어찌 처리해야하나 싶었는데 호야가 백야를 시켜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그 후에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은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실험.

남은 꼬리곰탕을 가족에게 내일 먹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태창이 오픈되지 않은 가족들은 스킬이 생길까? 아니면 안 생길까?

“뭐 나쁠 일은 없으니까. 그치, 호야?”

냐앙?

뭔 개소리냐는 표정. 하긴 내 생각을 호야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저게 정상이지.

난 남은 시간동안에 다시 농사일을 하고, 양계장을 돌보고 좀 쉬었다. 그렇게 쉬고 일어나도 아직 아침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열 시간쯤 남아 있다.

“낚시나 할까?”

처음 와서 낚시를 한 후에 낚시를 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생선을 좋아하시니 낚시를 해서 좀 잡아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낚시다!”

이것이 진정한 도시어부가 아니겠는가. 집에서 이곳으로 들어와서 낚시를 하니 서울 한복판에서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게이트 만세!”

게이트는 전체적으로 내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삶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난 한동안 낚시를 해서 여러 가지 물고기를 잡았다. 레인보우 피쉬도 한 마리 잡았고, 몇 가지 물고기를 잡았는데, 레인보우 피쉬처럼 능력치를 올려주는 다른 물고기는 없었다. 대신에 기력을 보충하거나, 체력을 채워준다는 식의 물고기들이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몸에 좋다는 얘기다. 그런 것들을 아이스박스에 잘 챙기고 파인애플과 수박 같은 것을 잔뜩 챙긴 후에 검은 콩이 자라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아직 수확을 할 정도가 아니어서 지금 온 거다.

그리고 검은 콩을 보자 난 애매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 검은 콩.

섬에서 재배한 검은 콩이다.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고, 영양소가 매우 높다. 모발을 튼튼하게 해준다.

발모 효과를 원했는데, 그것까지는 아니었다.

“애매한데?”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난 고민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