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화 게이트 주인의 권한.
제 22 화 게이트 주인의 권한.
-게이트 출입권한을 얻음으로 상태창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출입권한을 허가하시겠습니까?
“아!”
왜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능력치는 몰라도 스킬은 그냥 얻을 수 없었나보다. 정확히는 얻을 수 있어도 시스템이 인식을 못한다랄까?
아무튼, 가족들에게는 당연히 게이트 출입권한을 줘야 하는 거였으니까 주기로 했다.
“허가한다.”
-현재 3명의 사람과 1마리의 동물이 출입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이트 출입 현황도 알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상당히 편하다. 관찰로 항목을 살펴보니 누구누구인지 다 나온다. 우리가족 세 명과 내 영혼의 단짝 호야가 출입권한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호야에게는 딱히 출입을 허가해준 적이 없는데 얘는 가지고 있다는 거다.
반려동물이라 한쌍으로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 이게 상태창? 와.”
시연이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 자기의 상태창은 관찰이 없어도 볼 수 있을 테니.
난 가만히 시연이의 상태창을 살펴봤다. 일단 능력치는 내 게이트에서 가지고 온 것들때문인지 평균 15를 자랑했다. 그리고 레벨은 1이고, 스킬은 신기한 것이 생겼다.
“물 조종?”
저건 마법 영역 아닌가? 정말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거였나? 나는 안 생기던 것이 시연이에게 생겼다.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
능력치는 다들 비슷했다. 그리고 스킬로 어머니는 의외로 단단함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생기셨다. 딱 봐도 탱커 스킬인데 어머니에게······ 생겼다. 그리고 아버지는 질주 스킬이 생기셨다. 아버지 연세에 질주라니.
이것으로 봐도 뭔가 스킬이 랜덤으로 생성된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식재료 중에도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보통 소설에서는 스킬을 얻는 것은 관련 행동을 하거나 스킬석 같은 것을 얻는다거나, 스킬북을 얻는 것인데 이 세상은 그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식재료에서 뭔가를 얻는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게이트의 특성인 것이 분명하다.
그나저나.
“특이한 스킬들이 생겼네요.”
“그러니?”
어머니는 당신의 스킬이 뭔지 모르겠는지 갸우뚱하신다.
“엄마 스킬은 그거 탱커 스킬이에요.”
“탱커?”
탱커라는 말을 모르신다.
“그러니까 전투가 벌어질 때에 가장 앞에서 적을 막아주는 포지션이랄까요? 보통 제일 덩치 좋고, 힘 좋은 사람이 맡는 역할인데, 그런 스킬이 엄마한테 생겼네요.”
“호호호, 그래? 그럼 어떤 스킬인데?”
“단단함이라는 거니까 아마 몸의 내구성이 엄청 높아지지 않을까요? 보통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큭, 그거 괜찮네.”
어머니는 만족하시는 것 같다.
“질주는 말 그대로 질주를 할 수 있다는 거겠지?”
“네, 그래도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도 한 10초 정도 되려나?”
“10초간 질주라······. 잠깐 나갔다오마.”
아버지는 바로 확인해보고 싶으신지 바로 밖으로 나가셨다.
“오빠, 난 이거 뭐지?”
“그게 나도 참 애매해보인다. 물을 조종한다는 말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음······. 어디.”
시연이는 자기 앞에 있는 물잔에 있는 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외친다.
“물 조종!”
그러자 물잔에 있는 물이 슬금슬금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뭔가 마술을 보는 것 같은 느런 느낌이다.
“그게 다냐?”
“웃기지마, 앞으로 이 초미녀를 물의 미녀라고 불러라.”
“물이 마녀 같은데?”
“야압!”
시연이가 짜증난다는 듯이 물을 내가 날렸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찌잉!
내 앞에 소설에서나 보던 실드가 생성된 것이다. 내가 실드 스킬이 있었나? 그럴 리가 없다. 난 내 상태창을 수시로 확인하니까. 그렇다면 뭘까? 이유는 한 가지일 것이다.
게이트의 주인을 게이트 출입자가 공격할 수 없다는 것.
“이게 게이트가 유지될 수 있던 이유구나.”
단지 게이트의 출입권한만 주는 사람이라서 게이트 주인들이 멀쩡했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안에 들어가서 헌터가 되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서 위험분자라고 할 수 있다. 무력을 가지게 되는 거니까. 그럼 그들이 게이트 주인을 협박하거나, 강제할 수 없을까?
게이트라는 것이 왜 우리 세상에 생긴지 몰라도 게이트는 영리했다. 자기가 출입권한을 준 게이트의 출입자가 게이트 주인을 공격할 수 없다면 게이트는 자신의 선택한 자를 보호하 수 있을 것이다.
“뭐야! 오빠는 뭔 짓을 한 거야?”
“너 그거 경고먹는다? 스킬도 사라지고 그럴 수 있어.”
“진짜?”
“어, 시스템이 알려주네.”
-게이트의 주인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상대의 상태창과 권한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아니.’
권한을 삭제당하면 능력도 삭제되는 것 같다. 호야가 왜 내가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을 말렸는지 알 것 같다. 쉽게 말해서 귀속되는 것 같다. 게이트와 게이트 주인에게.
뜻밖의 수확이다.
“앞으로 오라버니를 신처럼 섬겨라. 그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지금이 뭐?”
난 시연이의 앞에 거울을 내밀었다. 그리고 거울을 본 시연이는 곧장 내게 큰절을 올린다.
“소녀, 신께 감사드리옵니다.”
“야, 그거 하지마. 소녀는 무슨 얼어죽을······ 소녀 나이긴 하구나.”
“그렇사옵니다.”
미성년자이니 소녀가 맞긴 하다. 할 말이 없다.
“됐고, 소녀는 공부나 하세요.”
“네, 오라버니. 아, 근데 이 파인애플 내 친구한테 주면 안 되나?”
“친구한테?”
“어.”
“음 그냥 주면 안 되고, 팔아. 개당 20만원에.”
“고딩이 돈이 어디 있어!”
“그걸 그 고딩이 사겠니? 그 고딩의 엄마가 사겠니?”
“그야······.”
“게이트에서 나온 거라고 얘기해.”
“그거 비밀 아냐?”
“오빠 친구가 구해준 거라고. 그래서 그냥은 못 준다고.”
“음, 오빠 친구가 선우 오빠?”
“내가 친구가 선우밖에 없냐?”
“맞잖아.”
“맞지. 선우밖에 없지. 인생 참.”
갑자기 인생이 슬퍼진다. 인생에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거라던데, 난 딱 하나 있으니 성공은 한 건데 뭔가 씁쓸하다. 내 성격이 그렇게 안 좋은가? 선우는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라고 했을 정도니.
“암튼, 그렇게 해.”
“알겠어.”
“대신 한 명한테만 비밀스럽게 팔아.”
“어. 나랑 제일 친한 애한테 팔 거야. 걔도 나랑 비슷하거든. 흐흐흐.”
피부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는데 피부가 달라지니 시연이 미모가 달라졌다. 저래서 피부가 중요한 가보다.
“근데 이거 별로 없는 거야?”
“아니, 많아. 하지만 많아지면 희소성이 떨어지지.”
“아, 그건 그러네.”
“그리고 그 ‘물 조종’능력은 잘 키워봐. 계속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알겠어.”
“사람들 있는 곳에서는 하지 말고.”
“내가 바보냐?”
“아니었어?”
“죽을래?”
시연이가 발광을 하는 것을 보고 난 기분이 좋아졌다. 여동생은 괴롭혀야 제맛이다. 아!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에 난 돌아오는 길에 선우를 만났다. 시연이의 말처럼 하나뿐인 친구 녀석인데 이 녀석에게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해야되나 싶은 생각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분명 관찰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지난번에는 보였던 선우의 상태창이 지금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 뭐냐?”
내 질문에 선우는 피식 웃었다.
“그새 봤냐? 큭큭.”
“뭔 짓을 한 거냐?”
“그냥 헌터 그만둘 거라고 그러고 나왔지. 게이트 주인이라는 양반이 그러면 능력이 다 사라질 거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그냥 그러라고 했어. 내 친구가 게이트 주인인데 내가 비굴하게 다른 게이트 주인한테 쩔쩔맬 필요는 없잖아?”
“너, 그거 레벨 올린다고 오래 걸렸다고 그러지 않았어?”
“맞지. 근데 그렇다고 해도 별 상관 없어. 가던 게이트를 끝내지 않으면 다른 게이트에 못 들어가니까. 그리고 난 섬이 그렇게 좋더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가 뚝섬이잖아.”
“뚝섬이 섬이었냐?”
“몰랐냐? 거기 원래 뚝으로 뚤러싸진 검이라서 뚝섬이라던데?”
“확실하냐?”
“아니, 그냥 어디서 그렇게 들은 것 같아.”
“미친놈.”
“그것도 맞지. 큭큭큭.”
“내가 안 들여보내면 어쩔라고 그랬냐?”
“설마 그러겠냐? 너 친구 나밖에 없잖아?”
“그러는 넌 또 있냐?”
“아니, 그건 아닌데.”
“우리 서로 누워서 침뱉기 하지 말자.”
“그러자. 그래서 게이트 출입권한은?”
“당장은 안 되고, 좀 시간이 지나면 승인해줄게.”
“하긴 내가 헌터를 그만두고 곧장 움직이면 그것도 비밀을 위협하는 일이 되겠네.”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이 녀석을 데리고 가서 백야가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작업과 노동을 시키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건 당장 비밀유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은 이 녀석을 내 게이트의 중간 상인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동안은 내가 주는 물건들을 대신 팔아줘라. 헌터 출신이니 인맥은 있을 거 아냐?”
“당연하지. 수박 같은 거면 얼마든.”
“당장은 수박만 팔자. 하루에 10개씩만.”
“와, 10개나?”
“어, 대신에 난 개당 10만원만 주면 된다. 그 이상으로 파는 건 네가 먹고.”
“딜!”
선우는 싱글벙글했다. 당장에 내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 납득을 했으니 그것에 대한 불만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수박을 팔 생각에 들떠 보였다.
“그럼 내일부터 수박 갔다주마.”
“정해둔 곳에다 두고 가는 걸로 하자.”
“아, 그게 좋겠네.”
“알았어.”
우리 둘은 약속을 하고 한 장소에 수박을 두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
“백야!”
크롸아아아앙!
백야는 나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와서 내게 안겼다. 그리고는 서럽다는 듯이 울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우는 소리가 귀엽긴 한데 나름 무섭기도 했다.
“알았어. 형이 미안해.”
크롸랑!
한참 칭얼거리는 녀석에게 호야가 다가간다. 그리고 그대로 뒤통수에 냥냥펀치를 날린다.
크롹!
백야는 그대로 뻗어버렸다.
냥냥!
시끄러웠단다. 나도 좀 무섭긴 했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정신을 차린 백야는 매우 얌전한 덩치큰 고양이가 되었다.
“일하자, 백야.”
크뢍!
호쟁기로 우리는 다시 밭을 늘려나갔다. 그러다 문득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뭔가 땅이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 들지 않니, 호야?”
정확히는 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섬 자체는 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밭으로 만들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
“이것도 일종의 결계인가?”
내가 밭과 양계장으로 만든 지역은 매일 들어와서 늘려가고 있는데, 이 안에서는 계속 면적이 늘어나는데 밖에서 보면 또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일종의 결계란 말이지? 마치 생산지구랄까? 그런 느낌인가?”
숲의 결계와 비슷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겉보기에는 별로 커보이지 않는 섬이 사실은 엄청난 크기를 담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닐까라는 의심.
“그리고 한계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고, 그치?”
크뢍!
백야의 귀가 처진다. 한계를 알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눈치를 채고 있는 거다. 그래서 다시 일을 하려고 할 때다.
“어? 저거 말 아냐?”
숲의 경계에 말처럼 보이는 녀석이 서 있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